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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끌어올리는 주범 “바깥 아닌 내부에 있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최후의 보루로 늘려온 한편, 민간 자체의 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해 순대외금융자산 증가와 환오픈을 유도해왔다”며 “외환보유액과 외채 등의 지표뿐 아니라 이 같은 부분을 종합적으로 보고 건전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대비 18.4원 오른 1439.9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최고 1440.1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1440원 돌파는 2009년 3월 16일(고가 1488.0원)이후 13년 6개월만이다.
미국의 긴축 기조 강화에 따른 ‘킹달러’ 현상으로 연일 환율이 치솟으면서 각국의 ‘역환율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불안 심리 확산이 다시 시장 상황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외환보유액의 90% 이상이 유가증권이고, 예치금은 4% 수준에 불과해 대응여력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도 맞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8월 기준 외환보유액 구성을 보면 유가증권이 90.5%, 예치금이 4.1%를 차지한다. 이외 SDR(특별인출권)이 3.3%, IMF 포지션이 1.1%다. 김 차관보는 “외환보유액은 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외화자산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즉각 쓸 수 있는 가용성이 있는 돈만을 이야기한다”며 “예치금 형태가 아니라고 해서 묶여있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외환건전성도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서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외화 순현금 유출액 대비 현금화가 쉬운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나타내는 은행 외화 LCR은 8월 기준 123.7%다. 정부의 규제 수준인 80%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그는 “과거 위기를 겪으면서 외환보유액으로 정부가 방어하는 것에서 나아가 금융권이 최소 한 달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해온 만큼 이같은 지표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어려운 상황이 오면 대응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환율이 급등하는 원인에 대해 지난달까지만 해도 역외 투기 세력을 지목했으나 이달 들어선 내국인의 달러 투자가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까지만 해도 비거주자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순매입 규모가 60억 8000만 달러(잠정치)에 달했으나 이달 들어선 역외가 아니라 국내 주체들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김 차관보는 “외환수급 상황을 시간대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달 들어 환율 변동의 원인은 역외가 아닌 국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수출입기업이나 국민들이 달러 투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은 아니다”라며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외환시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내 주체들이지, 밖에 있는 주체들이 아니다”고 에둘러 말했다.
채권시장도 박살…정부·한은 “5조원 시장 안정조치”
다만 이 같은 시장안정화 조치가 단기적 안정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5조원 규모 안정화 조치로 다행히 채권시장의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내년까지 고강도 긴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기 침체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대외 악재에 따른 약세 방향성을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