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006280)는 최근 일동제약에 이사진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일동제약은 오는 3월 이정치 회장, 이종식 감사, 최영길 사외이사 등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중 감사와 사외이사를 녹십자 측 인사로 선임해달라는 요구다.
녹십자는 지난해 초 개인투자자의 주식을 확보하며 일동제약의 지분율을 29.36%(735만9773주)까지 끌어올렸다. 윤원영 회장 등 일동제약 최대주주의 지분율 32.52%(815만1126주)와 격차가 3.16%포인트에 불과하다.
녹십자는 지난해 1월 일동제약의 회사 분할 건을 저지시키면서 본격적인 경영 개입을 예고했다. 하지만 녹십자는 지난 1년간 일동제약 주식을 단 1주도 추가 매입하지 않았고 일동제약과 사업 제휴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일동제약과 다양한 사업 시너지를 내겠다”는 녹십자의 주식 매입 목표가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일동제약은 아스트라제네카(당뇨치료제), 다케다(감기약) 등 다국적제약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독자노선을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녹십자가 감사 등의 선임을 통해 궁극적으로 일동제약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녹십자 측은 여전히 “적대적 M&A나 경영권 획득이 아닌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입장이다. .
녹십자 관계자는 “일동제약과 사업 제휴 등을 위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일동제약 측에서 적대감을 드러내 아무 사업도 할 수 없었다”면서 “마침 2명의 이사가 임기가 만료돼 지분 30%를 보유한 주주로서 일동제약의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이사 선임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이 그동안 뚜렷한 사업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1949년 설립 이후 단 1건의 신약을 개발하지 못했고 주력 사업도 수입의약품 및 제네릭 의존도가 높다. 지난 2012년부터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녹십자는 혈액의약품, 백신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만 국내 제약업계 처음으로 2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만약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경우 표결 참여주식수의 과반이 찬성해야만 이사 선임 건이 통과되는데,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동제약의 지분 10%를 보유한 피델리티가 어느 편을 들어줄지도 관전포인트다.
한편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이사 선임 제안에 대해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입장과 조치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동제약 측은 “예고 없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등 일련의 권리행사가 적대적 M&A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면서 “녹십자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주제안을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동제약은 오는 16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녹십자에 요구했다.
▶ 관련기사 ◀
☞싸웠다 하면 '上'…일동제약-녹십자 분쟁 2R
☞'1년만에 행동개시' 녹십자, 일동제약 M&A 시도할까(종합)
☞녹십자-일동제약 1년만에 경영권분쟁 재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