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불볕더위 속에 배달원들이 도로 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헬멧을 착용하고 체감온도 40도가 넘는 햇빛에 달궈진 아스팔트를 매일 달리며 열사병·탈수 등 각종 건강질환 위험에 놓여 있다. 배달업체들마다 나름의 폭염 대책을 세우긴 했지만 아직 미봉책에 불과해 배달원들을 대상으로 한 폭염 대책이 제대로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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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돔(Heat Dome)’ 현상으로 발생한 폭염이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서울의 평균기온은 약 31도를 기록하며 낮 최고 36.5도까지 치솟았다. 28일에도 서울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면서 여의도 일대엔 폭염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날 기준 7월 폭염일수는 5.6일로 지난 30년간 평균치였던 4.1일을 웃돌았다.
아스팔트는 햇빛에 달궈지면 최대 50도까지 온도가 올라간다. 배달원들은 “큰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는 동안 아스팔트에서 나오는 열기는 ‘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오토바이용 헬멧과 마스크까지 착용하면 헬멧 내부 온도는 40도에 육박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4년간 배달일을 해 온 최모(45·남)씨는 “직업 특성상 헬멧을 벗으면 안 되기 때문에 땀이 나고 답답해도 쓰고 있어야 한다”며 “우스갯소리로 머리숱이 없어서 못 벗는다고 하긴 하지만 이미 머리가 다 젖어버려서 헬멧을 벗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만난 6개월차 배달원 권모(24·남)씨 또한 “너무 덥지만 돈이 걸려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며 “점심 같은 피크시간에는 1분 1초가 아깝다”고 말한 뒤 급하게 다음 배달을 위해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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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심각해지자 배달업체들이 ‘폭염 대책’을 하나 둘씩 내놓고 있긴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츠는 배달원들게 500ℓ짜리 생수를 지급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마저도 순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배달원은 배달 완료 건수와 피크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 업무량에 따라 △레전드 △에픽 △마스터 등 등급을 부여받는다. 등급이 없는 배달원은 생수를 받을 수 없다.
쿠팡 배달원 강모(45·남)씨는 “차등 지급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일단 받고는 있으니까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회사 정책이니까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배민라이더스는 기온이 35도를 넘을 경우 ‘기상할증’ 명목으로 회사가 배달수수료를 건당 1000원 더 제공한다. 도보·자전거·킥보드를 이용하는 배민커넥터에게도 추가 수수료가 제공된다. 반면 일반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라이더는 이같은 정책도 없는 실정이다.
이진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장은 “올해같은 폭염은 재난 수준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필수노동자에 대한 폭염 정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 폭염은 매년 발생할 것으로 보여서 중앙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폭염 대책은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집중돼 있다”며 “배달원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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