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띵하고 어지러워"…50도 넘는 아스팔트 위 배달원들의 '사투'

하루 최대 36.5도까지↑…7월 폭염일수 5.6일
아스팔트 위 배달원들 "살이 타들어가는 느낌"
"건설현장 외 배달원 대상 폭염 정책 마련해야"
  • 등록 2021-07-28 오후 5:15:29

    수정 2021-07-28 오후 9:37:45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제일 더운 시간이 ‘피크타임’이어서 프로모션(추가금)이 붙으니까…한낮에도 배달을 안 할 수가 없죠.”

기록적인 불볕더위 속에 배달원들이 도로 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헬멧을 착용하고 체감온도 40도가 넘는 햇빛에 달궈진 아스팔트를 매일 달리며 열사병·탈수 등 각종 건강질환 위험에 놓여 있다. 배달업체들마다 나름의 폭염 대책을 세우긴 했지만 아직 미봉책에 불과해 배달원들을 대상으로 한 폭염 대책이 제대로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오쯤 서울 관악구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피크시간을 맞아 폭염 속에서 배달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헬멧 내부 ‘40도’…“땀으로 옷 하얘져 염전 수준”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발생한 폭염이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서울의 평균기온은 약 31도를 기록하며 낮 최고 36.5도까지 치솟았다. 28일에도 서울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면서 여의도 일대엔 폭염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날 기준 7월 폭염일수는 5.6일로 지난 30년간 평균치였던 4.1일을 웃돌았다.

아스팔트는 햇빛에 달궈지면 최대 50도까지 온도가 올라간다. 배달원들은 “큰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는 동안 아스팔트에서 나오는 열기는 ‘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오토바이용 헬멧과 마스크까지 착용하면 헬멧 내부 온도는 40도에 육박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4년간 배달일을 해 온 최모(45·남)씨는 “직업 특성상 헬멧을 벗으면 안 되기 때문에 땀이 나고 답답해도 쓰고 있어야 한다”며 “우스갯소리로 머리숱이 없어서 못 벗는다고 하긴 하지만 이미 머리가 다 젖어버려서 헬멧을 벗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배민라이더스 소속 이모씨는 “살이 익어서 긴 바지를 입거나 팔 토시를 하고 다니니까 땀띠가 난다”며 “두 시간 정도 일하고 바로 샤워를 한 다음에 배차콜을 받지만 오늘 아침에 새로 입은 옷은 하얗게 소금기가 껴 ‘염전’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만난 6개월차 배달원 권모(24·남)씨 또한 “너무 덥지만 돈이 걸려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며 “점심 같은 피크시간에는 1분 1초가 아깝다”고 말한 뒤 급하게 다음 배달을 위해 이동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음식점 출입문에 코로나19로 배달라이더는 외부에서 대기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기상할증·생수 제공하지만…업체별 ‘중구난방’ 대책

상황이 심각해지자 배달업체들이 ‘폭염 대책’을 하나 둘씩 내놓고 있긴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츠는 배달원들게 500ℓ짜리 생수를 지급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마저도 순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배달원은 배달 완료 건수와 피크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 업무량에 따라 △레전드 △에픽 △마스터 등 등급을 부여받는다. 등급이 없는 배달원은 생수를 받을 수 없다.

쿠팡 배달원 강모(45·남)씨는 “차등 지급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일단 받고는 있으니까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회사 정책이니까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배달일을 시작하고 첫 여름을 맞이한 배모씨는 “초반에 물을 마시지 않고 일하다가 손이 너무 떨리고 머리가 어지러워 휴대폰 화면도 보이지 않은 적이 있었다”며 “편의점에 가서 급하게 생수 2~3개를 사서 순식간에 마셨다”고 회상했다.

배민라이더스는 기온이 35도를 넘을 경우 ‘기상할증’ 명목으로 회사가 배달수수료를 건당 1000원 더 제공한다. 도보·자전거·킥보드를 이용하는 배민커넥터에게도 추가 수수료가 제공된다. 반면 일반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라이더는 이같은 정책도 없는 실정이다.

이진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장은 “올해같은 폭염은 재난 수준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필수노동자에 대한 폭염 정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 폭염은 매년 발생할 것으로 보여서 중앙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폭염 대책은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집중돼 있다”며 “배달원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 배민라이더스 배달원 휴대폰 속 배차요청 화면. 기온이 35도 이상일 경우 배차 콜을 받으면 기상할증이 추가로 1000원이 더 추가된다.(사진=조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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