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어 동맹국에도 칼 겨눈 트럼프…EU·日·베트남 맹공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서 EU의 美 IT기업 제재 강력 비판
EU 경쟁담당 위원 "미국 싫어해…모든 기업에 소송"
"페이스북·구글·애플 등 美기업은 美가 제소해야"
"미일 안보조약 불공정"…블룸버그 "파기 가능성" 보도
  • 등록 2019-06-27 오후 5:51:33

    수정 2019-06-27 오후 5:51:33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 [사진= AFP 제공]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베트남 등 동맹국들을 향해서도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 주의를 앞세워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갖게 될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한 마디 한 마디에 자신감에 가득 묻어났다. 내년 재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콕 집어 “그녀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보라. 그녀는 모든 우리나라(미국) 기업들을 고소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과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모두에게 소송을 건다”며 “그녀는 내가 만난 그 누구보다도 미국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에 대한 제소는 (해야 한다면) 우리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 IT기업들을 비판해온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발언이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대다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그는 미국 IT공룡들에 적대감을 드러내 왔다. 또 미국 정부는 현재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IT기업들 편을 들어 EU 제재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은 ‘미국 최우선’이라는 선거 슬로건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는 본인과 미국 정부만이 자국 IT기업들을 건드릴 수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는 한편, 미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또는 미디어 기업들의 군기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아울러 향후 EU와의 무역협상까지 고려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상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날 밝힌 불만이 EU와의 무역협상에서는 협상 카드로 제시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EU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불공정한 무역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유럽산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미국은 탈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는 5G 네트워크 구축시 중국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금지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반대로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이나 파리 기후협정 등과 관련해선 유럽 주요 국가들의 강력한 만류에도 일방적으로 탈퇴해 눈총을 샀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계기로 화웨이 등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전 세계 IT기업들을 제재하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이기적인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소불위식 행보에 EU는 무역전쟁을 피하고 싶다면서도 자동차 관세 부과시엔 보복관세로 맞서겠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또 화웨이 장비사용과 관련해선 “문제가 없다”며 지속사용할 뜻을 내비치는 등 미국과 뜻을 달리 했다. 베스타게르 위원은 이날 “이케아나 피아트 등 유럽 기업들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인 EU를 상대로 공격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EU뿐 아니라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어 온 다른 국가들에게도 반복적으로 공세를 가해왔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무기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을 파기하고, 미국에게 훨씬 더 유리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새롭게 체결했다. 특히 멕시코에는 최근 관세폭탄을 지렛대 삼아 불법 이민자 단속을 떠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미국을 엄청나게 이용하고 있다. 믿기 힘들 정도다”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 AFP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안보조약에 대해서도 “불공정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일본이 공격을 당하면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을 치를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는 (전쟁에) 참여할 것이고, 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안보조약에 따르면) 일본은 도와줄 필요가 없다. 그들은 소니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기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사적 사안들에서도 경제만큼이나 나쁜 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일 안보조약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하지만 일본은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도록 돼 있어 불평등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금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양국이 진행 중인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베트남도 걸고 넘어졌다. 그는 “수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과 같은 곳으로 옮긴다. 베트남은 중국보다 훨씬 더 많이 미국을 이용한다”며 “최악의 착취국가”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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