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삼성 미래'…엔지니어 중용, 여성·외국인 대거 발탁

삼성전자, 역대 최다 30대 상무·40대 부사장 배출
외국인·여성 임원도 17명으로 최대 규모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서도 '세대교체' 바람
이재용 부회장 귀국…"각국 미래 준비 확인"
  • 등록 2021-12-09 오후 6:46:16

    수정 2021-12-09 오후 9:15:42

[이데일리 신중섭 최영지 경계영 기자] “전 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와 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지난달 북미 출장에서 돌아온 지 12일 만에 중동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9일 귀국길에서 이같이 말했다. 본격적으로 ‘뉴삼성’ 도약의 시동을 걸며 산업계 패러다임 변화를 읽고 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변화에 대한 고민은 이날 이뤄진 임원 인사에서도 녹아들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 기존 대표이사 3인방을 모두 물갈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임원 인사에서도 30·40세대의 젊은 리더, 여성, 외국인 등 기존의 틀을 깬 파격적인 면모를 보였다.

30대 상무·40대 부사장 ‘역대 최다’

삼성전자는 이날 임원 198명을 승진 발령하는 내용의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사장 68명, 상무 11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이 배출됐다. 지난해(214명)보다 승진 규모는 줄었으나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은 늘었다. 최근 인사제도 개편에 따라 부사장과 전무 직급이 통합되면서 부사장 승진자가 68명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특징은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 등 ‘젊은 리더’들이 배출됐다는 점이다.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성과주의 기반의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40대 부사장 승진자는 1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최연소 부사장은 김찬우(45) 세트부문 삼성리서치 스피치 프로세싱 랩장 부사장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인 김 부사장은 음성처리 개발 전문가로,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 받았다.

30대 상무 승진자 또한 역대 최다 기록인 2013년 4명과 타이를 이뤘다. 가장 젊은 박성범(37) DS부문 S.LSI사업부 SOC설계팀 상무를 비롯해 심우철(39) 세트부문 삼성리서치 시큐리티 1랩장, 김경륜(38)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팀 상무 등이 발탁됐다. 이들은 ‘MZ(밀레니얼+Z)세대’로 불리는 1980년대생 공학박사들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끌고 나가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세대 교체’ 바람은 다른 전자 계열사 전반에도 불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006400), 삼성전기(009150) 등 모든 전자 계열사에서 사상 첫 40대 부사장이 탄생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모듈 공정기술 전문가인 최열(46)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 모듈개발팀장을 부사장으로 올렸다. 삼성SDI에서는 차세대 전지 소재 개발을 주도한 최익규(48)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기 역시 김종한·조정균 부사장을 선임했다.

여성·외국인 임원 발탁 확대 기조

조직의 다양성·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과 외국인 임원을 늘린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 중 하나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는 외국인·여성 신임 임원이 10명이었는데, 올해는 여성과 외국인 임원을 각각 12명, 5명 승진시켰다. 2013년 이후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여성 임원으로는 양혜순(53) 세트부문 생활가전사업부 CX팀장 상무가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양 부사장은 가전 전문가로, 비스포크 콘셉트 개발을 통해 소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가전 시대를 개척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았다. 폴더블폰 등 무선 제품의 사용자경험(UX)을 주도한 홍유진(49) 세트부문 무선사업부 부사장 역시 ‘40대 여성 부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외국인 임원으로는 미국 스마트폰 매출 등을 견인한 주드 버클리 세트부문 SEA법인(미국) 모바일 비즈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독일 내 스마트폰 판매 확대, 웨어러블 사업 고성장을 일군 올라프 메이 세트부문 SEG법인(독일) IM 세일&마케팅 상무 등도 배출됐다.

‘여풍’ 역시 다른 전자 계열사로 이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미주영업 전문가인 손서영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 A영업그룹장 상무를 승진하는 등 3년 연속 우수 여성 인력 발탁 기조를 유지했다. 삼성SDI는 김설 상무, 임미화 상무를, 삼성전기는 최유라 혁신센터 상무를 임원 승진 명단에 올렸다.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분야 우수 인력들도 임원으로 대거 발탁됐다. 타이젠 OS 개발을 주도한 김두일 세트부문 무선사업부 SE그룹장 부사장과 5G차별화 기술, 고용량 소프트웨어 모뎀 개발 등을 한 김원국 세트부문 네트워크사업부 선행 S/W 랩장 상무 등이 주인공이다.

한편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출장을 떠난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 항공센터로 귀국하며 “전 세계에서 각계 방면 전문가들이 오셨다”며 “전 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나 산업들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중동 주요 인사들과 만나 신사업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는 산업계 기술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젊은 세대를 중용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해 시대적 패러다임 변화를 따라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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