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추적 기술 어디까지?..'SOS 사각지대' 없앤다

인공위성, 통신기술 등 발전..LTE 위치파악 기술 개발
한양대, 통신사·경찰청 등과 협력하고, 원천 특허 확보
미국연방통신위는 규정화..통신사 협조·법률 제정 관건
  • 등록 2022-08-24 오후 7:02:21

    수정 2022-08-26 오후 4:14:01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연초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작업자들이 실종됐고, 이들을 찾기 위해 한 달가량 수색이 이어졌다. 이달 초 울산에서는 한 채팅 앱으로 만난 여성을 살해한 남성이 자수해 경찰에 체포됐다. 여성이 소지한 휴대폰으로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위치추적에 나섰지만, 신고자가 보유한 휴대전화로 가입한 알뜰폰은 GPS, 와이파이(Wi-Fi )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경찰은 정확한 주소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여성의 사망도 막지 못했다.

현행법상 긴급구조기관은 친족 등의 구조요청이 있는 경우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위치정보사업자(통신사)에게 요청해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단말기는 통신사를 통해 개통한 삼성 등 국산폰에 한정된다. 애플의 경우 사생활보호 정책상 위치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자급제, 알뜰폰의 경우 단말기 제조사가 모두 달라 표준 기술 탑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로 이러한 사건이나 사고를 막을 수는 없을까. 최근 한양대 연구진이 경찰청, 통신사 등과 협력해 이동통신 신호만으로 112 긴급구조 요청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알뜰폰 소지자 위치까지 파악해 신속한 긴급 구조를 도울 가능성을 보여줬다.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기지국의 지원을 받아 측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다만, 이동통신 사업자들과의 합의나 법적 규제를 해나가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을 도입할 법적 의무는 없다. 앞으로 법률 제정, 기술 개량 등을 통해 경찰청, 소방청에서 긴급 구조 활동을 하는 데 쓰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문희찬 한양대 교수가 경찰청으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KT 등 협력업체들과 개발한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양대)


인공위성 정밀하나 오차 범위 존재


최근 발전하는 인공위성이나 통신 기술은 위치를 파악하는데 쓰인다. 우리가 흔히 쓰는 택시호출 앱이나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올해 GPS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을 시작하는 등 위치정보 정확도를 높일 인공위성들이 지구 상공을 돌고 있다. 휴대폰과 기지국이 주고받는 와이파이(Wi-Fi)와 GPS 신호를 통해 경찰청에서 긴급 상황 시 위치 추적도 하고 있다.

문제는 인공위성의 신호를 받는 과정에서 구름, 건물 등 주변의 장해물들 때문에 일정 간격의 오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건물 위에 수신기 같은 장비를 설치해 위치 정확성을 높이는 방법도 쓰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통신 3사의 경우 신고자가 미리 등록한 주소나 위치 정보를 경찰이 요청하면 알려줄 수 있지만, 알뜰폰과 같은 별정통신사는 24시간 대기 인력이 없어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다. 기존 기지국 방식은 오차 반경이 2km나 되고, GPS는 건물 실내나 지하에서 신호가 잡히지 않아 빠른 대응도 어렵다. 때문에, 112 신고 중 위치 추적은 3분의 1 정도만 성공한다.

한양대 연구진들이 시연회에서 구조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사진=한양대)
한양대 이통신호만으로 정밀 위치 측정

이러한 상황에서 한양대 연구진은 이동통신 신호 기반 정밀위치측정기술을 개발했다. 와이파이나 GPS 신호에 의존하지 않고 LTE 이동통신 신호만으로 수평 위치(10m), 수직 위치(1.5m)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기지국에서 구조 대상자의 단말기에서 LTE 신호를 전송하게 명령하고, 수색자는 자신의 휴대폰에 신호측정기를 부착해 화면을 보며 신호 세기가 강한 곳을 찾는 원리다.

LTE 신호가 잡히는 곳이라면 위치측정서버, 목표 단말기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지하나 고층 건물 수색에도 쓸 수 있다. 실제 한양대 연구진은 한양대 캠퍼스 내에서 실험을 위한 기지국을 설치하고, 대상자 위치를 단말기 화면으로 확인하며 구조활동도 시연했다.

문희찬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통신시스템 연구실 교수는 “신고한 휴대폰과 연결된 기지국이 휴대폰에 일정한 패턴의 신호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도록 만들었다”며 “현장에 파견된 경찰관이나 구조대원이 신호측정기를 가지고 신고한 구조 대상자를 찾아가는 원리로 고층 건물과 같은 실내 공간에서도 구역을 나눠 수색하며 빠르게 신고자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LTE 신호세기에 따라 색이 다르게 표시된다.(사진=강민구 기자)
미국연방통신위는 규제화

이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쓰일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나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기술을 쓰려면 우선 경찰이 쓰는 신호 수집용 단말기가 보급돼야 하고, 기지국에 특정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신고자의 단말기와 신호를 주고받아야 한다. 기지국에서 구조대상자의 단말기에 신호 전송 명령도 내려야 하는 등 이동통신사의 협조도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무선 긴급구조요청 발신자의 위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규제를 만들고 있다. 작년 6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통사들과 긴급구조용 무선 전화 발신자 수직 위치 정보 제공과 명령 준수에 대한 이행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발신자의 위치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고, 측위 오차 보고 조항들도 포함돼 있다.

최은창 공익기술랩 P.I.T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들을 막는 데 쓸 수 있는 기술이 실질적으로 현장에 쓰이려면 법적 지원책도 필요해 보인다”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인명구조를 위한 관련 법 마련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진지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위치 정보법상 위치정보에 대한 표준, 기한, 정확도가 없기 때문에 법적 요건을 만들고, 이통사도 적극 협조해 따뜻한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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