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늘어나면 영세 소상공인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입니다”
국회가 설·추석 명절과 어린이날에만 적용되던 대체 공휴일을 주말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 확대 적용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일부 노동자들 사이에선 해당 논의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휴일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대체 공휴일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를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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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6~1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체 공휴일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국민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대체 공휴일법) 제정 처리를 논의했으나 해당 안은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체 공휴일을 늘리는 데 여·야 이견이 없어 법안 처리가 수월하게 이뤄지리라고 전망됐지만, 현행 근로기준법과 상충한다는 정부 지적에 논의는 보류됐다.
이처럼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공휴일이 적용되지 않는 건 민간 기업에 공휴일이 법적으로 적용되는 과정과 관계가 있다. 모든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고 있는데, 규정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애초 공휴일은 관공서가 쉬는 날이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민간 기업이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하는 법정 휴일은 주휴일과 노동자의 날뿐이었다.
그러나 공무원이나 단체협약 등을 통해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약정한 대기업 노동자 등을 제외한 많은 노동자가 공휴일에 차별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회는 지난 2018년 3월 공휴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보장하도록 법을 일부 개정했다. 다만, 기업 부담을 고려해 기업 규모별로 이를 적용하는 시점을 달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2020년부터, 3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2021년부터 공휴일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내년부터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논의에서 아예 배제된 탓에 대체 공휴일 확대 여부와 관계없이 공휴일을 누릴 길조차 막막해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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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평등하게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등은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은 ‘사라진 빨간 날을 국민께 돌려 드리겠다’고 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가 있다”며 “국회는 예외 없는 법 제정으로, 360만명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사라진 빨간 날을 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단체들은 노동자를 위해야 할 근로기준법이 오히려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은 빨간 날도 없고, 대체 공휴일에 대한 혜택도 누릴 수 없다”며 “공무원이나 대기업 노동자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휴일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휴일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일부 조항 적용을 배제하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회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전체 적용하지 않는 건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취약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노동 조건의 최소 기준을 정한 법률에 차별이 있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행안위는 오는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체 공휴일법 등을 다시 심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