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더 올려라" 사상 첫 시정조치에 납세자 혼란

  • 등록 2019-04-17 오후 5:48:30

    수정 2019-04-17 오후 7:30:01

[이데일리 박민, 경계영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한 개별단독주택 ‘고무줄 공시가격’ 논란이 정부의 시정조치로 일단락했지만, 세금 부담이 커지는 주택 소유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이미 공시가격을 열람한 주택 소유자 가운데 오는 30일 확정 발표하는 공시가격이 크게 달라질 경우 민원이 상당할 텐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지자체가 정부의 조치를 받아들여 공시가격 재조정에 나선다는 것은 애초에 부실 산정을 인정한 셈이어서 ‘공시가격 공정성’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용산, 마포 등 8곳 공시가격 사상 첫 재검토

국토교통부가 17일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재산정’ 조치를 내린 곳은 서울 8개 자치구(종로·중·용산·성동·서대문·마포·동작·강남구)내 456개 단독주택이다. 국토부가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에 대해 검증을 하고 재조정 조치를 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8개 자치구는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간 공시가격 상승률 격차가 3%포인트를 초과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용산구의 경우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35.40%인데 비해 개별단독주택 인상률은 27.75%로 상승률 격차가 무려 7.65%포인트나 났다.

표준-개별주택간 상승률 격차는 전체 90%가 ‘비교 표준주택 선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게 국토부의 분석이다. 현행 공시제도에서는 지자체가 지역 내 표준주택을 갖고 개별주택과 연결해 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별주택과 인접한 표준주택이 아닌 멀리 떨어져 있는 공시가격 상승률이 낮은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지난해까지는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간 변동률 차이가 3%포인트를 초과하는 사례가 없었다”면서 “격차가 3%가 넘는 서울 8개 자치구 내 단독주택 총 9만 채를 전수 조사한 결과 456채가 이처럼 비교 표준 주택 선정 과정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류 추정 가구를 각 지자체에 통보해 지자체가 감정원 지원을 받아 재검토를 진행하고 각 구별 공시위원회를 열어 오는 30일까지 조정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은 지자체 고유 권한인 만큼 국토부가 조정을 강제할 수는 없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용산구 내 조정 대상개별주택은 20건 정도”라며 “구체적으로 오류 내역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재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최대한 정부 조치에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 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이번 재산정 조치 대상 주택은 지자체가 얼마나 더 공시가격을 올리느냐에 따라 일부 집주인에게는 세금폭탄이 될 수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애초에 지자체가 예정가격을 의도적으로 낮게 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지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공시가를 조작할 수 있음이 사실로 나타났는데도 이번 조사는 책임을 묻지 않고 조정을 요청하는 데 머물러 시늉뿐인 조사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감사원이 8개 자치구의 공시가 업무 잘못을 감사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개별단독주택만 재산정에 ‘형평성 논란’ 확대

특히 정부가 올해 고가의 토지와 주택만 골라 ‘핀셋 인상’을 했던 올해 공시가격 발표에 이어 8개 자치구의 개별주택만 조사해 ‘핀셋 수정’하면서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번에 변동률 격차가 평균 3%포인트가 넘는 지역에 대해서만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최 팀장은 “일부 고가주택만 핀셋 증세할 것이 아니라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표준지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도 조사를 해야 한다“며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공동주택 공시가와 같은 70% 수준으로 올리고 공시가 산출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내세워 고가-저가 주택으로 이원화한 뒤 고가를 급격히 올린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모든 땅이 고가와 중고가, 중저가, 저가 등 다양한 가격선이 형성돼 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무 자르듯 9억원을 기준해 고가와 저가를 나눈 게 논란의 발단이었다”며 “고가의 표준주택만 급격히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이와 연동되는 개별주택가격까지 고무줄 공시가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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