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마포 등 8곳 공시가격 사상 첫 재검토
국토교통부가 17일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재산정’ 조치를 내린 곳은 서울 8개 자치구(종로·중·용산·성동·서대문·마포·동작·강남구)내 456개 단독주택이다. 국토부가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에 대해 검증을 하고 재조정 조치를 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8개 자치구는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간 공시가격 상승률 격차가 3%포인트를 초과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용산구의 경우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35.40%인데 비해 개별단독주택 인상률은 27.75%로 상승률 격차가 무려 7.65%포인트나 났다.
표준-개별주택간 상승률 격차는 전체 90%가 ‘비교 표준주택 선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게 국토부의 분석이다. 현행 공시제도에서는 지자체가 지역 내 표준주택을 갖고 개별주택과 연결해 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별주택과 인접한 표준주택이 아닌 멀리 떨어져 있는 공시가격 상승률이 낮은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오류 추정 가구를 각 지자체에 통보해 지자체가 감정원 지원을 받아 재검토를 진행하고 각 구별 공시위원회를 열어 오는 30일까지 조정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은 지자체 고유 권한인 만큼 국토부가 조정을 강제할 수는 없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용산구 내 조정 대상개별주택은 20건 정도”라며 “구체적으로 오류 내역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재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최대한 정부 조치에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 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이번 재산정 조치 대상 주택은 지자체가 얼마나 더 공시가격을 올리느냐에 따라 일부 집주인에게는 세금폭탄이 될 수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애초에 지자체가 예정가격을 의도적으로 낮게 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지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공시가를 조작할 수 있음이 사실로 나타났는데도 이번 조사는 책임을 묻지 않고 조정을 요청하는 데 머물러 시늉뿐인 조사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감사원이 8개 자치구의 공시가 업무 잘못을 감사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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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부가 올해 고가의 토지와 주택만 골라 ‘핀셋 인상’을 했던 올해 공시가격 발표에 이어 8개 자치구의 개별주택만 조사해 ‘핀셋 수정’하면서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번에 변동률 격차가 평균 3%포인트가 넘는 지역에 대해서만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최 팀장은 “일부 고가주택만 핀셋 증세할 것이 아니라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표준지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도 조사를 해야 한다“며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공동주택 공시가와 같은 70% 수준으로 올리고 공시가 산출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내세워 고가-저가 주택으로 이원화한 뒤 고가를 급격히 올린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모든 땅이 고가와 중고가, 중저가, 저가 등 다양한 가격선이 형성돼 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무 자르듯 9억원을 기준해 고가와 저가를 나눈 게 논란의 발단이었다”며 “고가의 표준주택만 급격히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이와 연동되는 개별주택가격까지 고무줄 공시가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