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자 기업들은 “법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어떻게 지킬지는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합헌 결정 나왔으니 따르겠다. 법을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GS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법 테두리에 맞게 행동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날 헌재의 합헌 판결은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일 뿐 그동안 모호했던 김영란법을 구체화 시킨 것은 아니다. 기존 법안이 변동 없이 2개월 뒤 시행한다는 것만 명확해졌을 뿐이다. 기업들은 법무팀과 김영란법의 대상인 공무원이나 기자들과 접촉이 잦은 홍보·대관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매뉴얼을 정비중이지만 쉽지 않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은 지켜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라며 “하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신제품 출시 행사나 해외 공장 취재·글로벌 론칭 행사에 대한 지원이 어디까지 허용이 되고 안되는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몰라 일단 올스톱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영란법은 위반자를 신고한 사람에게 최대 20억원의 보상금과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더 몸을 사리고 있다. 위반 여부가 모호한 일도 일단 신고가 들어가면 위반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결국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법이 시행되는 9월28일 이후로는 저녁 회식은 물론 비용이 드는 대규모 행사도 자제하라는 게 지금까지 나온 지침이라면 지침이다.
전경련은 “시행에 따른 혼란을 줄이고 어려운 경제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적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여전히 불분명해 자칫 정상적인 친목교류와 건전한 선물관행마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소비위축과 중소상공인 피해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