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등이 세계 60등…'이자장사'만 허락된 은행

[이자에 기댄 K은행]②
英 '글로벌 1000대 은행' 순위서 국내 1위 KB금융 60위
'이자 장사' 오명 벗어나려 해도 금산분리 규제에 발목
“금융사 자회사 투자범위 확대 등 금산분리 규제 풀어 야”
  • 등록 2023-09-26 오후 6:38:56

    수정 2023-09-26 오후 7:19:48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정병묵 정두리 기자] 지난달 영국 금융 전문지 ‘더 뱅커’가 작년 실적을 집계해 공개한 ‘글로벌 1000대 은행’ 순위에서 6개 국내 은행(금융그룹)이 100위 안에 포함됐다. 은행의 실질 자본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 기준으로 KB금융(355억달러)이 작년보다 두 계단 오른 60위를 차지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씁쓸한 얘기가 돌았다.

이 순위에서 2017년부터 국내 은행 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KB금융이 세계 60위권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신한금융(342억달러)은 63위, 산업은행(277억달러)은 75위, 하나금융(277억달러)은 76위, 우리금융(221억달러)은 93위, 기업은행(216억달러)은 95위로 10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매번 실적발표 때마다 ‘이자 장사’를 한다고 비판을 받는데 이자 수익 비중을 줄이고 비이자 수익을 늘리려고 해도 여러 가지 발목이 잡혀 있는 게 많다”라며 “은행이 적정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 같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대비할 수 없으며 비이자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금산분리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산 두 배 늘 때 이익은 24%↑…“비이자 사업 확대 해야”

금융사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비금융업 진출에 제한을 받고 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인 기업과 금융자본인 금융사가 각각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이 사실상 가로막혀 있어 수익의 대부분을 이자이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은행은 항변한다.

국내 은행들은 자기자본이 크게 불어난 것은 맞지만 이익은 그에 따라 늘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지난 15년간 대출은 3배로 늘었지만 이익은 10조원대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주요국 은행들과 비교해 국내 은행권의 이익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은행권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5.2%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0.4%의 자산수익률(ROA)을 기록, 수익성이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주요국 은행들의 절반 또는 그 이하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15년간 은행 대출자산과 자기자본이 두 배 이상 불어났지만 이익은 그만큼 늘어나지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비교하면 은행의 대출자산은 989조원(2007년)에서 2541조원(2022년)으로 지난 15년간 약 2.5배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5조원에서 18조6000억원으로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은행의 밑천인 자기자본은 96조8000억원(2007년)에서 256조9000억원(2022년)으로 2.6배 증가했지만 수익성이 자산 및 자기자본 증가에 못 미치며 해당 기간 당기순이익은 2조4000억원(2016년)에 그친 해도 있었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는 “은행이 이자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과도하다는 사회적 시선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현재 수익구조가 이자 85%, 비이자 15% 정도인데 비금융 사업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사 자회사 투자범위 확대 등 규제 풀어 달라”

금융권은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범위 확대, 부수업무 범위 규제 완화 등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특히 핀테크기업 등 금융 연관 업종에 대해서는 계열사 지분 보유 제한 규정을 선제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우선 은행이나 금융지주의 자회사가 해외에서 현지법 허용 범위 내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산업 간 결합을 통해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다. 미국 애플,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은 금융업에 진출해 있다. IT 및 플랫폼 서비스, 이커머스 등 비금융업에 진출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산분리 완화 방안은 연내 추진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중 구체적인 완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8월 27일 돌연 발표를 연기했다. 금융위는 “백지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내년 총선까지는 추진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잇단 금융사고가 터지자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 제조업을 은행이 한다면 자금 조달에서 워낙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금산분리 완화는 물론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특정 은행의 배달앱 서비스 같은 금융과 연계된 신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는 비이자 사업 쪽에도 전향적으로 열어주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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