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출발부터 삐걱' 공공재개발..흑석2·강북5 주민갈등 고조

흑석2 상가주 중심 비대위, 서울시에 구역해제 진정서 제출
강북5 비대위도 구역 제외 행정소송 진행 중
주민동의율 50% 완화, 사업 강행에 한계
SH공사 등 갈등 조정 역량 중요…"계획대로 추진할 것"
  • 등록 2021-07-14 오후 3:59:05

    수정 2021-07-14 오후 9:16:38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로 관심을 끌었던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됐을 당시만 해도 개발 기대감에 들썩였다면 최근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3일 지하철 9호선 흑석역 3번 출구로 나와 공공재개발이 한참 진행 중인 흑석2구역에 다다르자 곳곳에 빨간 플랜카드가 눈길을 끈다. 조합 추진위의 축하 플랜카드와는 대조적이다. 그동안 수차례 재개발 사업이 엎어질 수밖에 없었던 개발 찬성과 반대 주민간의 갈등이 재발되는 모양새다.
13일 동작구 흑석동 일대에 공공재개발 반대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사진=이데일리 하지나기자)
13일 동작구 흑석동 일대에 SH공사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 접수 완료 축하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사진=이데일리 하지나기자)


속도내는 흑석2 공공재개발

19년째 이곳에 터를 잡고 장사를 하고 있는 김 모 씨는 공공재개발을 묻자 “솔직히 아직 와닿지는 않지만 최대한 늦게 했으면 한다”면서 “어차피 보상금 받고 나가야 하지 않나”고 씁쓸해했다.

흑석동 99-3번지 일대에 위치한 흑석2구역(4만 5229㎡)에는 중앙대학교와 중앙대학병원을 배후지로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작은 식당과 상가, 원룸촌이 밀집해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흑석역 3·4번 출구가 인접한 역세권인데다 여의도·강남과 접근성이 뛰어나고 한강 조망도 탁월해 입지 측면에서는 ‘노른자 땅’으로 꼽힌다.

하지만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후 14년째 조합 설립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5·6대책, 8·4대책을 통해 정부가 선보인 공공재개발 선도사업지로 지정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13일 동작구 흑석동 흑석시장 입구에 공공재개발 반대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사진=이데일리 하지나기자)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에도 인센티브 수준을 놓고 한차례 진통을 겪었으나 결국 SH공사가 용적률 600%의 주민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5월29일 개최한 주민총회에서 59.9%의 주민동의율을 확보해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및 임원 총 25명을 선임하고, SH공사를 단독시행자로 선정했다. 이달 초 동작구청에 관련 동의서도 제출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내달 12일 전에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SH공사와 약정계약을 체결하고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건축심의, 사업시행계획인가 등을 거쳐 내년 초 시공사 선정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지하 5층~지상 49층 등 총 1324가구 규모의 주거복합단지로 지어질 예정이다.

“과도한 재산권 침해”‥주민 갈등 ‘수면위’

하지만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사업 추진을 둘러싼 찬반 갈등 역시 표면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상가 소유주들이 주축이 된 ‘흑석2구역 공공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시청 본관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역해제를 주장하는 진정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최조홍 비대위 부위원장은 “흑석2구역은 재래시장인 흑석시장과 상가들이 이미 번성한 곳”이라면서 “재개발대상 주민 300명 중 상가소유자 약 140명 정도는 이를 기반으로 임대소득을 얻고 있고, 상가세입자 400여명의 자영업자들은 여기에 생업의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재개발 반대 여론이 거세진 것은 흑석2구역 뿐만 아니다. 함께 후보지로 선정된 강북5구역 역시 상가주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했다. 강북5구역 비대위는 최근 재정비촉진구역 지정 제외 관련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헌법소원까지 감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북5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재정비촉진구역도 일방적으로 지정됐고, 이번 공공재개발도 일부 주민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재 상가 관련 토지 등 소유자는 20%가 안 되지만 대로변을 끼고 있어서 평가가액만 놓고 비교하면 상가비율이 80%가 넘는다.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완화된 동의율 기준, 발목 잡나

일각에서는 완화된 주민동의율 50% 기준이 오히려 사업 추진에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민동의율 조건이 낮아지면서 사업 추진이 쉬워졌지만 사업을 강행할만한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 4분의3 이상 및 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재개발의 경우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 동의만으로 사업시행자를 선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SH공사·LH 등 공공시행사의 갈등 관리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상가주를 설득해 잡음을 최소화하고 상가세입자 보상 및 재정착률 제고 등이 숙제로 남겨졌다. 상가세입자의 경우 현행법에 따라 4개월 동안의 영업손실과 이주비 등을 보상해주고 있지만 권리금 등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

SH공사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경우 공공이든, 민간이든 재개발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상가주들과 세입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되 사업을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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