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높이 낮춰라"…'죽은 자냐 산 자냐' 왕릉뷰 소송 가나

김포 장릉 아파트 심의 또 보류…결론 못냈으나
문화재청 "건축물 높이 조정 개선안 제출하라"
시뮬 결과 사실상 '아파트 일부 철거' 제안으로
2곳 건설사 심의 요청 철회 '소송 가능성' 높여
  • 등록 2021-12-09 오후 8:51:36

    수정 2021-12-09 오후 9:32:08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바라본 검단 신도시 아파트. 9일 문화재위원회 궁능문화재분과·세계유산분과 제3차 합동회의에서 문화재청은 이들 아파트의 일부 단지에 대해 ‘상부 일부 해체’ 안을 내놨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왕릉뷰 아파트’가 긴 시간 표류를 예고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건설 중이라 일명 ‘왕릉뷰 아파트’로 불리는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아파트의 원상복구 여부 결정이 9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다시 ‘보류’됐다. 세 번째다. 지난 8월 이후 이날까지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현상변경 심의’는 세 번 모두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문화재위원회는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안을 내놓으면 재심의하겠다”는 뜻을 밝혀 ‘김포 왕릉 앞 아파트’ 중 일부 단지에 대해 “높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장릉은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힌 무덤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2009년 장릉을 포함한 한국 내 39개 왕릉을 두고 “조선왕릉이 자연, 우주와 어우러지는 조화가 특색이 있다”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현상변경은 문화재와 주변 환경의 현재 상태를 바꾼다는 뜻.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을 문화재위원회가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포 장릉을 가리는 문제로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심의대상이 된 건설사는 대방건설, 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 등 3개 사. 지난 9월 문화재청은 이들 3개사가 김포 장릉 인근에 시공 중인 아파트 44개 동 중 문화재보존지역에 포함된 19개 동에 대해 공사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중 대방건설이 짓는 7개 동을 제외한 12개 동(대광이엔씨 9개동 1249가구, 제이에스글로벌 3개동 244가구)은 모든 공정이 중단된 상태다.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안을 내놓으면 재심의하겠다”

이날 세 번째 심의의 파행은 사실상 예고됐다. 전날인 8일 해당 부지에 아파트를 시공 중인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은 인천 서구청과 문화재청에 김포 장릉 주변 공동주택 단지 조성 관련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철회했고, 이날 예정된 문화재위원회 주관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던 터. 때문에 심의는 대방건설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궁능문화재분과·세계유산분과 제3차 합동회의에서 문화재청은 “대방건설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의에서 건설사 개선안과 문화재청이 마련한 시뮬레이션안 등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혼유석(봉분 앞에 놓는 장방형 돌)에서 높이 1.5m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500m) 내에 이미 건립된 건축물(삼성쉐르빌아파트)과 연결한 마루선(스카이라인)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안을 내놓으면 재심의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대방건설에 대해 문화재위원회는 “2주 내로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바라본 검단 신도시 아파트. 9일 문화재위원회 궁능문화재분과·세계유산분과 제3차 합동회의에서 문화재청은 이들 아파트의 일부 단지에 대해 ‘상부 일부 해체’ 안을 내놨다(사진=뉴시스).


결론은 ‘아파트 낮추는 일부 해체’?…소송 불가피해져

하지만 사실상 문화재위원회의 결론은 ‘일부 해체’로 향한 모양새다.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안’은 결국 시공 중인 아파트의 일정 부분을 철거하란 뜻이다. 이는 이날 문화재위원회가 고층 아파트들이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그간 실시했다는 시뮬레이션 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드러났다. ‘신청 대상 건축물의 높이를 조정하면 경관이 개선되고’ ‘33∼58m 높이의 수목이 필요한 탓에 수목을 심어 공동주택을 가리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상부층을 일부 해체하더라도 하부구조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밝힌 거다.

문화재청과 건설사 간 소송이 본격화될 가능성은 이로써 더욱 높아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3개의 건설사 중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이 각각 내년 1월과 내년 3월 문화재청의 공사중단에 대한 행정소송을 개시할 예정이다. 사태 장기화 역시 불가피해졌다. 법원이 건설사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문화재청이 불복하면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문화재청이 ‘공사중지’를 행정명령한 근거는 2017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이다. 문화재 반경 500m 이내 보존지역에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개별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해당 단지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2014년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를 이미 신청한 만큼 법적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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