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발 가계부채 경고음이 울리자 정부는 두 달 전에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주택 공급 축소가 대책의 골자였다. 주택 공급 물량을 줄여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수요를 줄이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거꾸로 움직였다. 집값은 들썩였고, 청약시장은 과열됐다. 가계빚 증가를 잡기 위한 8·25대책이 오히려 ‘집 공급이 줄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만 시장에 쥔 것이다.
급기야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을 통해 신규 아파트 중도금대출 조이기에 들어갔고, 국토부는 집값이 급등한 강남권을 타깃으로 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장은 벌써부터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다. 관망세가 짙은 가운데 집값은 약세로 돌아섰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진단이 틀려 잘못된 대책만 나오는 있는 건 아닐까.
월세시대를 맞아 임대주택 구입을 위한 임대인(집주인)의 자금조달 형태도 임차인(세입자)의 전세보증금에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로 바뀌고 있다. 과거 전세가 대세인 시절 집주인들의 임대주택 매입은 세입자가 제공하는 전세보증금(전세보증금은 개인 간 거래여서 정부의 가계부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과 자신의 자본 혹은 약간의 대출을 통해 이뤄졌다. 그런데 월세가 대세가 되면서 집주인들은 더이상 임대 주택을 매입할 때 전세보증금에 크게 기댈 수 없게 됐다. 때마침 초저금리 시대다. 대출 금리는 낮고 월세 수요는 충분하니 은행 빚(주택담보대출)의 유혹에 빠질 만도 하다.
전셋값 상승도 가계 부채 증가 원인이다. 6월 말 현재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44조 8000억원이다. 올 상반기(1∼6월)에만 3조 8000억원이 늘었다.
이쯤 되면 결론은 나왔다. 공공 및 기업(형) 임대주택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19% 수준인 국내 공공·기업임대 비중을 미국 등 4개국 평균(40%)과 비슷하게 맞출 경우 가계부채 총량이 현재보다 무려 30조~50조원 정도 줄어든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도 있다.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는 매우 중요한 정책 과제다. 하지만 진단이 잘못되면 제대로된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섣부른 가계부채 대책이 간신히 살아난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