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공모제 개편 2題…성장성 검증 어떻게? 풋백옵션 부작용은?

'당근과 채찍' 주는 당국…"자율성 줄테니 시장조성 책임져라"
업계 "적자기업 위험성 비용 너무 커…실효성 없다"
"성장성 검증기준 없이 주관사에 책임 전가"…투자자보호 '구멍'
  • 등록 2016-10-05 오후 4:56:07

    수정 2016-10-05 오후 5:10:55

상장공모제도 개편방안 추진과제


[이데일리 김기훈 송이라 기자] 이번에 금융당국이 내놓은 상장·공모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상장주관사인 증권사에 공모가 산정방식이나 수요예측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했던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확대해주되 그에 부응하는 책임을 지라는 것. 주관사는 공모에 참여한 개인에 한해 상장 후 1~6개월간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적자기업이라도 자본시장을 통해 더 자유롭게 자금조달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체 공모물량 중 개인에게 배정된 물량이 20%인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풋백옵션 의무를 지는 게 지나친 책임을 요하는 일인데다 적자기업의 위험성을 감내할 만큼의 인센티브도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또한 적자기업이라도 성장성 있는 기업을 상장시키겠다는 발상 자체는 그럴 듯 하지만 막상 성장성을 누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은 전무하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모든 책임을 주관사에 넘긴 채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풋백옵션, 예측 불가능한 폭탄 안는 것”

금융위는 성장성 특례상장, 일명 ‘테슬라 요건’을 통한 상장을 추천하거나 적자기업의 상장을 주관한 주관사에는 3~6개월간 개인의 청약물량에 한해 공모가의 90%를 보장해주는 풋백옵션을 부여토록 했다. 또 완화된 수요예측 제도를 활용해 공모가를 산정한 주관사도 같은 조건으로 1개월간 풋백옵션을 보장해야 한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발행기업은 공모가를 높이려는 유인이 있고 주관사는 풋백옵션에 따라 공모가를 낮추려는 유인이 발생해 자연스럽게 시장균형이 발생할 것”이라며 “주관사는 풋백옵션 부담을 지면서 혁신기업을 발굴하면 그만큼 인수수수료를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고 혁신기업과의 신주인수권 계약을 통해 추가적 자본이득을 올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시장에서는 공모물량의 3%와 10억원 중 더 작은 규모를 주관사가 의무 인수해야 한다.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증권사에 공모물량의 20%에 달하는 개인 물량에 풋백옵션을 지우는 건 지나치게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수 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에 대해 1~6개월간 가격을 보장하는 건 폭탄을 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게다가 현재 바이오업종의 경우 시장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업종을 상장 후 풋백옵션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느냐”고 꼬집었다.

성장성 평가는 어떻게?…“주관사에 책임만 지라는 셈”

또 다른 문제는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시킬만한 성장성 있는 기업을 과연 어떻게 평가하고 검증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거래소가 시행 중인 기술특례 상장제도 역시 전문가 집단으로 평가위원들을 구성하면 절반은 ‘기술력 없다’고 답하고 나머지는 ‘좋다’고 답변하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첫 기술 개발이라고 내세우는 기업이라고 하면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돈이 될지 안될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에 금융위는 거래소와 함께 ‘질적심사 기준’에 대한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객관적 지표로는 당연히 상장이 어려운 기업들이지만 성장할만한 기업을 발굴해 내는 게 바로 주관사의 역할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모든 공은 상장주관사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요예측 방식이나 공모가 산정에 대해 아무리 자율성을 확대해준다 해도 성장성에 대해서는 밸류에이션 평가에 대한 기준이 없어 기존 방식대로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인센티브는 전혀 없고 책임만 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도 “성장성 있는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해주되 투자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주관사에 주는 인센티브 대비 책임이 지나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 상황에서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과거 닷컴 버블 등을 겪으면서 거래소와 증권사들이 함량 미달인 기업을 골라내는 경험을 많이 축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시도에 앞서 너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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