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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올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약간 하회했지만, 5%를 넘으면서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다는 점을 방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고차, 렌트카, 숙박료 확 뛰어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3%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5.4%)를 소폭 밑돌았다. 전월 5.4%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5.5%)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사실상 그 수준을 유지했다.
가장 높이 뛰어오른 건 에너지 분야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1년새 무려 42.7%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안팎으로 오르면서 덩달아 상승했다. 휘발유를 포함한 에너지 부문 전체가 25.0% 뛰었다. 중고차와 트럭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31.9% 폭등했다. 신차 가격은 7.6% 올랐다. 이외에 렌트카(52.6%), 호텔·모텔 숙박료(19.6%), 광대역 교통비(10.9%) 등도 확 올랐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뛰었다. 전월(4.3%)보다는 소폭 내렸다.
인플레 정점론 vs 인플레 확산론
8월 CPI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CNBC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수 있다는 신호로 예상보다 덜 올랐다”면서도 “5.3%의 상승률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전기 대비로 볼 경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과 함께 전년 동월 대비 절대 수치로 보면 역대 손꼽을 정도로 높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다. 이같은 논쟁은 당분간 월가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WSJ는 “향후 몇 분기 동안 광범위하고 오래 지속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공급망 혼란으로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전가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다시 물가가 뛰어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평균 임금을 시간당 18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22.5달러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앤드루 슈나이더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공급망 혼란은 이전에 알던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하고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관심사는 이번 CPI가 연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다. 연준은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여는데, 연내 테이퍼링 스케줄이 나올지 시장의 이목이 쏠려 있다. 월가는 9월 테이퍼링 발표→11월 테이퍼링 개시의 일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0분 현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21% 상승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12% 오르고 있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25% 뛰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297%까지 하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