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G화학, 독보적 기술력 RO필터 공장 가보니

■불황 뚫는 석유화학사(1)
LG화학, RO필터 점유율 4년새 10%→21%..日도레이 이어 2위
염분제거율 세계 최고 수준 99.89%..해수담수화→산업용·자원개발 시장 확대
  • 등록 2023-11-14 오후 7:00:00

    수정 2023-11-19 오후 4:10:37

[청주=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지난해 LG화학은 전세계 해수담수화 RO(Reverse Osmosis, 역삼투압)필터 시장에서 일본 도레이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2014년 미국 기업을 인수하며 수처리 사업에 진출한 지 8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2019년 1000억원에 이르던 매출액은 4년새 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LG화학은 향후 5년내 이를 두 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25년 7월까지 1246억원을 투입해 청주 공장 부지 내 추가 증설을 추진 중이다.

웻테스트 자동화 전세계 최초..전수 조사로 제품 검증

지난 10일 충북 청주에 위치한 LG화학 한 협력사 공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LG화학이 가진 화학소재 설계·코팅 기술이 적용된 RO멤브레인 원단을 활용해 RO필터 모듈 생산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원단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폴딩 공정을 거친다. 원단이 접히는 자리에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테이핑 처리가 된다. 이후 제품이 일정 단위로 잘리면 그 사이에 그물 같은 조직의 ‘스페이서’ 원단을 끼워준다. 흔히 휴지가 물에 닿으면 뭉쳐지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이곳이 바로 물이 지나가는 통로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단 단위를 ‘리프’라고 한다.

LG화학 RO필터 제품이 웻테스트(Wet test) 공정을 진행 중이다.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 RO멤브레인 제품. (사진=LG화학 제공)
리프는 롤링 공정으로 넘어간다. 고객 요구에 맞는 특정 모델에 따라 리프와 특수재질의 트리코트를 여러 장 쌓아서 ‘ㄷ’자 형태로 접착제를 붙인 다음 김밥처럼 말아준다. 리프가 더러운 물이 이동하는 길이라면 트리코트는 정화된 물이 이동하는 길이다. 8~12시간 동안 접착체가 굳는 에이징 과정을 거치면 다음은 트리밍 공정이다. 양 끝을 규격에 맞춰 깔끔하게 잘라냄과 동시에 진공 검사를 통해 검수 작업이 이뤄진다. 진공 상태를 만들었을 때 공기가 빨아 당겨지면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후 양 끝에 뚜껑을 부착하고 에폭시에 담궜다가 뺀 유리섬유를 누에고치처럼 감아준다. 12시간 정도 지나면 플라스틱처럼 딱딱해진다. RO필터가 물의 압력을 버틸 수 있도록 튼튼한 갑옷을 두르게 되는 것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웻(Wet)테스트만 남았다. 생산된 모든 제품은 LG화학의 청주 공장으로 다시 옮겨져 전량 웻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최윤석 RO멤브레인 생산2팀장은 “진공 검사는 물의 실제 압력까지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 물을 넣어서 평가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G화학 청주공장 RO멤브레인 생산라인에서 직원이 테스트를 마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화학 제공)
RO필터 제품이 검사기에서 빠져나오자 물이 왈칵 쏟아졌다. 검사는 50분 정도 소요되고 소금물 전도도측정계와 유량측정계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책정해 전산화한다. 이 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제품만 비로소 출하 자격이 주어진다.

염분제거율 전세계 최고..유량은 20% 많아

LG화학의 RO필터는 역삼투압의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농도차가 있는 두 용액을 반투막으로 분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농도가 낮은 용액이 농도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삼투압’이라고 하는데 역삼투압 필터는 이 삼투압의 원리를 거꾸로 적용한 것이다. 농도가 높은 쪽의 용액에서 낮은 쪽으로 물 분자만 이동시켜 깨끗한 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RO멤브레인 시장은 크게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와 산업용수, 하수 및 폐수 처리와 재활용 등의 ‘산업용’ 시장으로 나뉘어 있다. LG화학은 해수 담수화 시장을 먼저 공략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윤석 LG화학 RO멤브레인 생산2팀장이 생산 공정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LG화학 제공)
올해는 이스라엘 아쉬도드 담수화 프로젝트에 역삼투막 단독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아쉬도드 프로젝트는 이스라엘 5대 담수화 플랜트 중 하나로, LG화학은 연말까지 총 3만여 개의 역삼투막을 아쉬도드 담수화 플랜트에 공급한다. 연간 1억톤(t)의 해수를 담수화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 2021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규모의 해수담수화 플랜트인 ‘알 코바르2(Al Khobar 2)’에 RO필터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알 코바르2는 하루 물 생산량이 6억3000만ℓ에 달한다.

조경호 RO필터 공장장은 “중동의 인구 증가율이 매년 한 5% 정도인데 최근 사우디 네옴시티, UAE 두바이 등 도시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이곳은 지역 특성상 식수 대부분을 해수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는데 기존 바닷물을 끓이는 증발식 담수 설비에 비해 역삼투압 방식은 에너지가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역삼투막은 염분 제거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99.89%에 달한다. 그러면서 유량은 타사 제품보다 20% 이상 많다.

산업용수·자원개발 부문도 사업 확대

LG화학은 해수담수화뿐만 아니라 최근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산업용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 공장장은 “물부족 국가들의 경우 공업용수를 공장 내부에서 순환 가능하도록 활용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라면서 “폐수 무방류 배출 시설이 부각되고 있는데 여기서 핵심 기술이 바로 멤브레인”이라고 말했다.

알오엠택 생산공정. 공급받은 RO멤브레인 원단을 재단하는 모습.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은 자원 개발 영역에도 RO필터를 활용 중이다. LG화학은 중국 중신 그룹의 궈안 리튬 추출 프로젝트에 RO필터 1만여 개를 공급했다. 이를 통해 연간 2만t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여과 장치를 활용한 리튬 추출 프로젝트로는 세계 최대 생산량이다. 중국의 9대 염호 리튬 추출 사업 중 5개는 RO필터 방식이 쓰인다. 염호에 녹아있는 리튬을 얻기 위해서는 물을 증발시켜 농도를 높여야 하는데, RO필터는 열을 가하지 않아도 리튬을 뽑아낼 수 있다.

아울러 LG화학은 효율적인 리튬 추출을 위해 고려대학교와 손잡고 차세대 리튬 직접 추출(DLE, Direct Lithium Extraction) 공정용 RO필터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수개월 이상 걸리던 리튬 농축 과정을 몇 시간 수준으로 단축하는 기술이다. LG화학은 이 과정에서 리튬의 회수율과 순도를 높이고 내구성도 향상시킨 RO필터 소재를 연구 중이다.

조 공장장은 “수처리 사업의 경우 워낙 보수적이기 때문에 수주 진입장벽이 높은 반면 한 번 수주하면 지속적으로 유지 보수 교체 수요가 발생한다”면서 “특히 후발 주자인 LG화학이 빠른 성장세를 나타낸 것은 높은 기술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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