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엇박' 내는 정부·지자체…철강업계 '깊어진 한숨'

  • 등록 2019-06-04 오후 5:29:02

    수정 2019-06-04 오후 5:29:02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제2고로에서 작업자가 쇳물이 잘 흘러가도록 유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최근 철강업계를 덮친 고로 ‘조업정지’ 논란과 관련 정부 부처들과 지자체 간 ‘엇박자’가 나고 있다. 관련 정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간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철소가 위치한 지역자치단체가 돌연 조업정지를 최종 결정하면서 철강업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모양새다. 철강업계는 물론 관련 전방산업까지 자칫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안인만큼 관련 기관들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충청남도는 지난달 말 현대제철(004020)이 당진제철소 제2고로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 및 가스를 대기오염방지설비가 없는 ‘고로 브리더(안전밸브)’로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철강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로 브리더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 여부에 대한 통계가 없는 데다, 고로 브리더에 대기오염방지설비를 부착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로 브리더는 고로 폭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이를 문제 삼은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충남도의 처분은 철강업계는 물론 관련 정부 부처 및 각 지자체 간 의견 조율이 마무리 되기도 전 내려진 ‘엇박’ 행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일부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번 논란과 관련 산업부는 ‘개선할 기술이 없다’는 점에서 환경부 측에 의견 조율을 요청했다. 반면 환경부는 관련 지자체와의 회의에서 ‘이상 공정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내리면서도 ‘전세계에 기술이 없다면 우리가 세계 최초로 하면 된다’며 제재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와 환경부 간 입장차를 보이던 가운데 충남도가 논란의 불을 지핀 모양새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지자체인 경남도와 전남도는 확실치 않은 상황을 인지하고 철강업체와 청문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당초 충남도는 전남도가 하는 것을 보고 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조업정지 처분을 결정했다. 청문절차 역시 법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의아해했다. 이어 그는 “최근 전남도 요청으로 세계철강협회(WSA)가 ‘한국 철강업체들과 동일하게 전세계 모든 철강업체들은 모두 고로 브리더를 운영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고, 충남도도 이를 알고 있음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더군다나 고로 조업정지는 조치가 너무 세다”고 물음표를 붙였다. 사실상 정부 부처는 물론 관련 지자체 간 손발이 전혀 맞지 않는 상황에서 중대 사안이 결정된 모양새다.

충남도의 처분 결정에 경북도와 전남도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현재 경북도는 포스코(005490) 포항제철소 제2고로, 전남도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2고로를 상대로 지난달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사전 통지한 상태다. 충남도와는 달리 사안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청문절차를 진행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충남도와 동일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지자체 한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설명하는 내용에 대해 각 지자체들 모두 확실히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조업정지 처분의 근거는 대기환경보전법에 있으며, 집행 주체인 시·도 간 의견이 틀려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로 브리더에 대기오염방지설비를 부착한 곳은 전세계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우리가 제일 앞서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각 지자체의 조업정치 처분이 실제 시행될 경우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최소 수천억, 최대 조 단위가 넘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업정지 대상이 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2고로와 포항제철소 제2고로는 각각 320만톤(t), 190만t의 연간 조강생산량을 갖추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는 400만t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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