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하라”…장애인단체, 인권위 진정

장애인 단체,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 기자회견 열어
“선관위 지침 변경 때문에 발달장애인 보조 못 받아”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지적 …인권위 진정서 제출
선관위 “지침 변경 아냐…문의 단체엔 유선으로 설명”
  • 등록 2020-04-14 오후 5:54:05

    수정 2020-04-14 오후 5:54:05

[이데일리 김은비 박순엽 기자] “저는 몸이 불편한데, 엄마가 기표소에 와서 도와주려고 하니 직원이 ‘안 돼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도와주지 못하게 했어요. (발달장애인들이) 기표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부탁할 때 즉시 도움을 줘서 저처럼 무효표가 되는 이들이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발달장애인 김예람씨는 지난 11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를 찾았지만, 투표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었다. 손이 불편한 김씨가 어머니에게 투표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현장 직원이 이를 저지하면서 혼자 투표를 하다가 손이 미끄러져 사표 처리가 됐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이 1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은비 기자)
이처럼 발달장애인들이 가족·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됐다는 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이 나왔다. 이들 단체는 투표소 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애 범위에 발달장애를 제외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선거사무지침 변경 탓에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장애인 단체들은 1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 선거지침에 기존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 내용이 삭제됐다”며 “이 때문에 지난 10~11일 진행됐던 사전투표에 참여하고자 했던 많은 발달장애인의 권리가 박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6항에 따르면 시각·신체장애로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은 손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이유로 이 같은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장애인 단체의 지속적 요구에 선관위는 지난 5년간 선거지침을 통해 발달장애(지적·자폐)도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에 따르면 이번 선거지침에서 발달장애인과 관련한 투표 보조 내용은 아무런 공지 없이 삭제됐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선관위는 사전에 장애인 단체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이러한 지침을 삭제했다”며 “선관위에 사실 확인을 하자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을 다른 사람들이 대리하는 상황이 생겨 빼버렸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김준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선거 지침이 바뀌었다면 안내가 있고 대안이 제시돼야 하지만, 선관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발달장애인들은 차별이 있으리라고 예상하지도 못하고 투표장에 갔다가 참정권을 짓밟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총선 당일엔 지침을 변경해 발달장애인들이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선관위의 이러한 행위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초록 사단법인 두로 변호사는 “현행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선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 때문에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간접차별도 차별로 분류한다”며 “발달장애인에게서 보조인을 빼앗는 행위는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인권위에 강력한 시정 권고를 요청했다. 아울러 이들은 △선관위의 책임 있는 사과 △이번 지침 변경 과정의 공개 △장애인 사안 관련 협의체 구성 △장애인 참정권 보장 지침 마련 △선관위 전 직원에 대한 장애인 인권교육 시행 등을 촉구하는 진정서도 함께 인권위에 제출했다.

한편 선관위 측은 해당 지침이 변경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침이 바뀐 게 아니라 법에 따라 투표 관리 매뉴얼에 있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이란 표현만 빠진 것”이라며 “장애인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땐 보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와 관련해 문의한 장애인 또는 장애인 단체엔 이 같은 내용을 유선으로 설명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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