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전쟁중]배달로만 사는 방콕族, 청정기만 찾는 난민族

공기청정기 찾아 `공기난민`, 커피숍·산소카페 등 점령
자발적 `가택연금族`, 칼퇴근 후 배달앱으로 저녁 해결
반려견族은 산책 못시켜 고민…고가 펫마스크도 만지작
  • 등록 2019-03-06 오후 5:16:20

    수정 2019-03-21 오후 3:08:43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김보경 조해영 기자] 숨쉬기 조차 두려울 정도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계속되면서 이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행태도 다양해졌다. 공기청정구역을 찾아떠나는 공기난민부터 외출을 안하고 음식은 배달앱을 통해 시켜먹는 가택연금족 등 이젠 외출의 장소도 방법도 미세먼지 따라 결정한다. 4가구중 1가구인 반려동물 가구는 일주일째 산책 못하는 반려견 때문에 고민이다.

카페 갈 땐 공기청정기 확인·산소카페 인기

지난 5일 대학원생 이소연(28)씨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공기청정기가 있는 학교 근처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이씨는 “원래는 도서관에서 과제나 공부를 하지만 미세먼지가 많아 일부러 카페에 왔다”며 “자취방과 학교 모두 미세먼지가 가득한 것 같아 며칠째 카페를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계속되며 깨끗한 공기를 찾아 피난을 떠나는 이른바 ‘공기 난민’이 늘고 있다. 공기청정기를 사기가 부담스러운 학생들부터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하는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미세먼지 청정 구역을 찾고 있다.

공기 난민들의 대표적인 피난처는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카페다. 직장인 안모(29)씨는 “점심시간에 일부러 카페를 찾아 샌드위치와 커피로 식사를 대신한 적이 있다”라며 “1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에라도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말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에선 공기청정기가 있는 카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아이들이 찾는 키즈카페는 공기청정기가 필수 스펙이 됐다.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일부 키즈카페는 “공기청정기를 추가로 설치했다”는 내용을 담은 홍보 글을 올리고 있다.

미세먼지 여파로 산소카페 등은 때아닌 성수기를 맞았다. 산소카페는 카페에 설치된 산소 공급기와 공기청정기를 통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라고 홍보하는 곳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산소카페를 운영하는 김해정(31)씨는 “미세 먼지가 많아진 이후 주말에는 1시간에 20명가량이 카페를 찾고 있다. 이는 평소보다 2배 많은 수”라며 “대학가다 보니 자취를 하는 학생들이 ‘쉴 때라도 좋은 공기를 마시자’는 생각으로 산소카페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소카페와 비슷하게 ‘산소존’ 등이 설치된 마사지카페도 인기다.

온라인에선 공기청정기가 있는 카페 정보를 묻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네이버 갈무리)


칼퇴근 후 집으로 저녁은 배달음식으로 해결

미세먼지를 피해 외출을 최대한 안하는 ‘자발적 가택연금족’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미세먼지부터 체크하고 스케줄을 조정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칼퇴근 후 집으로 향한다. 먼저 잡혔던 약속도 가능한 취소한다. 평소에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지만 이날만큼은 주차비를 부담하더라도 차를 운전해 출근한다. 김씨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차량 운행을 최대한 줄이라고 하지만 밖으로 나가 숨쉬는 것이 너무 겁이 난다”며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달고 운전해서 출근한후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바로 사무실로 올라가 실외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39)씨도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6일간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 했다. 외식이나 식료품을 사러 장보는 일도 생략했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저녁은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 최씨는 “배달앱을 통해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횟수가 크게 늘었다”며 “포장에 신경써달라는 당부를 꼭한다”고 말했다.

야외활동이 많은 봄철이 비수기인 배달앱 업체들은 미세먼지로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배달앱인 ‘요기요’의 지난 1~3일(금~일요일) 배달 주문량은 미세먼지 상황이 양호했던 지난달 8~10일(금~일요일)과 비교해 25.4% 증가했다. 지난 4일(월요일)을 지난 달 11일(월요일)과 비교하면 주문량은 15% 가량 증가했다.

‘배달의 민족’ 역시 지난 1~3일 주문량은 334만건으로 전주보다 24만건, 7.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해 3월 초 주문량이 감소하던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2~4일(금~일요일) 주문량은 전주에 비해 4.5%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6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한 애견카페의 모습. 미세먼지 탓에 밖으로 산책을 나가지 못하는 강아지들이 카페 안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최정훈 기자)


‘산책가자멍’ 떼쓰는 댕댕이… 비싼 펫마스크도 고민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이중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가장 많은데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 이들의 걱정도 커진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모(34)씨는 “삼한사미(3일 춥고, 4일은 미세먼지)였던 이번 겨울매일 하던 산책을 일주일에 2~3번 밖에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6일 미세먼지가 심각하니 산책 못하는 강아지도 이를 바라보는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오늘 저녁에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산책이라도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외배변을 하는 반려견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서울 홍은동에 사는 이모(30)씨는 “밖에 나가지 않으면 하루종일 배변을 참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각해도 나가서 10분이라도 산책을 시켜야 한다”고 토로했다.

3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박모(28)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산책 대신 애견 카페를 찾는다. 박씨는 “애견카페도 한두번이지 실내보다는 산책을 좋아해 애견카페로는 성에 차지 않아할 뿐 아니라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반려견 관련 각종 커뮤니티에는 산책과 반려견 마스크 효과에 대해 문의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온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반려견 마스크는 비용도 비싸고 그 성능도 입증된 것이 없다. 반려견용 일회용 마스크는 개당 6000원에서 비쌀 경우 1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사람이 쓰는 마스크가 비싸도 개당 3000원인 수준에 비해서 터무니 없는 가격이다.

반려견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필터를 교체해서 쓰는 다회용 마스크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입마개 용도로 쓰던 것에 사람용 마스크에 쓰는 부직포를 교체해서 쓰는 수준이다. 특히 반려견 마스크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어떤 효능이 공식 인증된 것이 없고 이는 국내 생산 제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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