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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에 이어 제조업의 허브로 불리는 광저우까지 코로나19발(發) 봉쇄에 직면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이 고집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애꿎은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반복해서 잡는 모양새인 만큼 업계 안팎에선 우리 정부가 외교적으로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베이징·허베이성에 생산 라인을 둔 현대자동차와 장쑤성에 공장을 둔 기아는 중국 봉쇄 정책에 따른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 각 부분에 전자장치들을 연결하는 전선으로, 말 그대로 ‘배선 뭉치’를 뜻한다. 현대차·기아는 부품 재고 현황에 맞춰 일부 컨베이어벨트를 빈 상태로 돌리는 ‘공피치’ 방식으로 생산 라인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 문제가 길어질 경우 가뜩이나 반도체 부족으로 힘든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작년 코로나19 발생 초기 와이어링 하네스 공장 ‘셧다운’으로 현대차는 8만대, 기아는 4만대가량씩 생산 차질을 빚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곳은 상하이에 생산설비를 두고 있는 국내 유통·식품업체들이다. 농심, 오리온,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등은 이미 3월 말~4월 초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여서 피해가 더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 공장을 열흘 넘게 완전히 셧다운한 상태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상하이 외에 광저우, 베이징, 선양(심양) 등 여타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라 현재 제품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다”며 “이번 폐쇄가 중국 전체 제품 판매에 영향이 없도록 노력 중”이라고 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인접공장, 인접생산기지를 찾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상하이 봉쇄로 인근 광저우로 옮긴 한국 수출기업이 또 광저우 봉쇄에 직면한 상황이 됐다”며 “기댈 곳은 정부밖에 없다”고 했다. 현지에 진출한 한 기업 관계자는 “상하이 시정부에서 봉쇄 정책이 끝나면 세제 혜택이나 임대료 면제 등의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만큼 보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