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끝내 거래 종료일 넘긴 아시아나항공…표류하는 M&A

금호산업, 현산 측에 "계약 끝내자" 내용 증명
현산은 버티기…채권단 부담만 커져
정몽규 회장 "코로나 회복시기 알 수 없다"
  • 등록 2020-07-14 오후 6:01:39

    수정 2020-07-14 오후 9:51:26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내 최대 기업 간 인수·합병(M&A) 중 하나로 꼽혔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공식적인 거래 종결일까지 넘기며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인수 계약을 맺은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돈을 태우지 않고 버티고 있어서다.

허공에 붕 뜬 아시아나항공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실적 직격탄을 맞으며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매각이 장기화할 경우 채권 금융기관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아시아나항공 딜 12일 공식 종료…현산은 묵묵부답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은 이날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측에 인수 계약을 종결하자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이는 양측이 합의한 아시아나항공 거래 계약이 지난 12일부로 공식 종료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계약서상의 거래 종료 시한은 지난달 27일이었지만, 계약 종결의 선행 조건 중 하나인 러시아 정부의 합병 승인이 이달 2일에야 나면서 종료 시한도 러시아의 승인 통보일로부터 10일 후인 이달 12일로 연장됐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약속했던 선결 조건이 모두 완료된 만큼 언제든 한쪽이 거래를 종결하자고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 간 M&A 과정에서 내용 증명을 보내는 것은 향후 법적 다툼을 없애기 위한 일반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산이 지난달 9일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제안한 후 인수 여부에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산은 러시아 정부의 승인 통보를 받은 다음날에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모두 진실되고 확약과 의무가 모두 이행되는 등 다른 선행 조건이 충족돼야만 거래 종결 의무가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산은 작년 말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을 2조5000억원에 사들이기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발표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6개월 새 2조8000억원 급증하는 등 재무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졌고 회계 장부의 신뢰성이 떨어져 인수 계약에 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산 관계자는 “지금은 계약의 선행 조건이 총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계약 관계자와 계속해서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에 명시한 거래 종결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버티기’ 들어간 현산…아시아나항공, 채권단 산소호흡기에 의존

IB 업계에서는 현산의 버티기를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먼저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해야 하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시각이 있다. 향후 소송 과정에서 계약금 25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계약 파기의 책임이 금호산업 등 매도자 측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의미다.

이와 반대로 인수 가격을 깎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쇼크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인수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 코로나 회복에 베팅하는 자본시장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도 일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기내식 및 기내 면세 사업을 약 1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국내 2위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대표적이다.

한 중견 PEF 업계 대표는 “워낙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이라 코로나 사태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금융그룹의 M&A 담당 임원도 “코로나19 확진자 대비 사망자의 비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각국 정부도 확진자가 늘어도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며 이 같은 견해에 힘을 보탰다.

신규 자금을 수혈하기로 했던 현산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의 돈줄에만 의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말 기준 회사의 전체 자본(2103억원)이 자본금(1조1162억원)보다 적은 부분 자본 잠식 상태다. 누적되는 적자로 조만간 주주 몫의 자본이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완전 자본 잠식은 회사의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한계 기업이라는 뜻으로, 연말 기준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진 코스피(유가증권 시장) 상장사는 상장 폐지 대상이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이 지난달 말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30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를 사들이는 긴급 자본 확충에 나선 것도 회사가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몽규 현산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코로나19 회복 시점을 묻는 질문에 “질병관리본부에 물어볼 문제”라며 답을 피했다.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에 관한 결단을 내릴 것이냐’는 물음에도 답하지 않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산이 빨리 결정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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