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출연 한명구 "연극 '고도' 만남, 행운이었다"

한국 초연 45년 기념 무대 올라
20년간 750여회…배우 중 최다출연
재미 속 문득 철학적 사유 매력
  • 등록 2015-03-12 오후 7:29:40

    수정 2015-03-12 오후 7:29:40

한국 초연 45주년을 맞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 역으로 최다 출연한 배우 한명구가 12일 서울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열연하고 있다(사진=한대욱기자 doorim@)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고도가 오늘은 못 오고 내일은 꼭 온데요” 해질 무렵. 고도의 전령인 소년의 말을 750여 차례 들은 이가 있다. 바로 배우 한명구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에만 20년 간 750여번 출연했다. 1969년 초연 뒤 45년간 무대에 오른 배우 가운데 가장 많은 최다 출연이다.

배우 한명구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이하 고도) 기자간담회에서 “연극 ‘고도’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며 한국 초연 45주년이자 소극장 산울림 개관 30돌 기념 무대에 오르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몰랐다. 지나고 보니까 그렇더라. 20년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과 궁합이 잘 맞았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행운이었다. 작품 자체가 좋기 때문에 별 다른 생각없이 줄곧해왔던 것 같다”며 운을 뗐다.

고도를 처음 연기했을 때의 어려움도 전했다. 한명구는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다. 스토리텔링이 이뤄지는 작품이 아니다. 느닷없는 상황이 많다. 작품 연습에 들어가면서 임영웅 선생님의 해석을 들으며 명쾌하고 뚜렷한 주제 속에서 (연기가) 잘 이뤄졌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초창기와 달라진 점과 관련해서는 “각 인물의 특성이 있는데 어렸을 때는 ‘블라디미르’를 진지하고 무겁게만 생각했다. 점점 회를 거듭하면서 아, 이들이 50년간 붙어 살았는데 한 사람은 진지하고, 한 사람만 유머러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로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활기 있고, 그러면서도 생각이 많은 인물로 달리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남다르다. 그는 “매번 공연 때마다 고민이 많다. 놀이적 행동과 사고형 인물 중 무엇을 부각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이번에는 의미가 큰 만큼 사고형 인물에 치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막상 ‘고도를 기다리며’를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많은데 그의 생각은 어떨까. 포조 역의 이호성 배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호성은 “이들 대사를 가만히 보면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매일 하는 것들이다. 갈등 사기 이기심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며 “사실 일상이 부조리 아니냐”고 되묻자 한명구도 거들었다. 그는 “(대사에) 의미가 너무 많아서 의미가 없어 보이는 거다. 의미의 다의성이다”고 덧붙였다.

에스트라공으로 450여회 출연한 배우 박상종은 “대사의 의미를 쫓지 말고 이 상황을 쫓으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라며 ‘고도’를 읽고 보는 팁을 전했다.

한명구는 “작가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코미디다. 굉장히 재밌다. 재미있는데 문득 문득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며 “작가 역시 작품에서 인생의 철학이나 사상을 논하지 말고 웃고 즐기다가 집에 돌아가서 인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자유라고 말했듯 지나고 나면 계속 머릿 속에 남아 생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12일부터 5월 17일까지 서울 산울림 소극장. 정동환 정재진 이호성 박용수 송영창 안석환 이영석 한명구 박상종 김명국 정나진 박윤석 김형복 등 13명의 ‘고도’ 출신 배우들이 무대에 다시 선다. 02-334-5915.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언론 시연회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역의 한명구와 에스트라공을 맡은 배우 박상종(사진=한대욱 doorim@).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언론 시연회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포조 역의 이호성, 럭키를 맡은 정재진, 에스트라공의 박상종, 블라디미르 역의 배우 한명구(사진=한대욱 doorim@).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언론 시연회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맨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포조 역의 이호성, 블라디미르 역의 한명구, 럭키를 맡은 정재진, 에스트라공의 배우 박상종(사진=한대욱 doorim@).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 '아따, 고놈들 힘 좋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