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1월 1일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결렬 이후 다시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되돌아갈 것을 암시한 첫 공개 발언이었다. 북한은 2018년 4월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을 선언하며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공언’은 작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현실이 됐다.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개량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공개하며 무력을 과시한 것이다. 실제 발사가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에 완성도나 실전배치 가능성 등은 미지수다. 그러나 대외 메시지로는 더할 나위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北, 신형 대남 미사일 시험발사 하는 듯
이어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제8차 당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국방과학부문에서 세계 병기 분야에서 개념조차 없던 초강력 다련발 공격무기인 초대형 방사포를 개발·완성하고 상용 탄두 위력이 세계를 압도하는 신형 전술로케트와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핵전술 무기들도 련이어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두 대남 타격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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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사거리와 고도로 볼 때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 또는 전술지대지미사일(에이테킴스)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거리가 400~600㎞인 이스칸데르와 400여㎞의 전술지대지미사일은 기존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고도를 비행한다. 하강단계에서 활강해 다시 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이 특징이다. 우리 군의 선제타격체계와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기술로 평가된다.
군 관계자는 이날 2발의 미사일에 대해 “풀업 여부 등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만약 이번 미사일이 이스칸데르나 전술지대지미사일이라면 발사 간격이 20분에 달해 발사관 등 이동식발사대(TEL)의 성능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대한 ‘계산된 항의’ 표시이자, 한·미를 겨냥한 ‘탐색전’이라고 봤다. 북한이 기대한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면서도 중국과 밀착해 한·미 반응을 살피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내달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까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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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가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미국을 압박할 마지막 타이밍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행보”라면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고 인권 문제 등으로 갈등이 고조되면 미국에 맞대응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는 전통적 시나리오가 재현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미 중국과 친서교환을 통해 정세 인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한·미 정부를 시험하기 위한 무력 행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태양절 전후로 보다 강도 높은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