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盧 8주기서 "당신이 그립습니다"…민머리 건호씨로 '웃음'도

23일 봉하마을서 진행…1만 5000여명 참석으로 만석
이해찬 전 총리·국회의장 등 연설…박혜진 전 아나운서가 사회
文대통령, "盧 정부까지 성찰할 것"…'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 등록 2017-05-23 오후 4:58:39

    수정 2017-05-23 오후 5:41:22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 찾은 30년 지기 ‘친구’의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며 다음 해부터 봉하마을에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별다른 표정 변화없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추도식이 끝날 때쯤 대형TV 화면에 나온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 “여러분들 딱 제가 하고 싶은 얘기 한마디 하겠습니다. 야 기분 좋다!”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행사 도중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1만 5000여명 추도식장 가득 채워…盧 영상 나올 때 일부 오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보기 위해 1만 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좋아했던 노래인 ‘상록수’가 흐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무대 바로 앞에 앉았고 그의 좌우로 김정숙·권양숙 여사가 앉았다. 그 뒤로 참석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했다. 공원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북적이는 객석과 달리 무대는 단출했다. 사회를 보는 박혜진 전 아나운서가 있는 연단과 연설자들이 설 중앙연단 외 무대장치라고 할 것이 없었다. 휑한 무대 가장자리에 실물 크기의 노 전 대통령 그림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밀짚모자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을 흔들며 환히 웃는 모습이었다.

박 전 아나운서가 대통령 내외를 소개했고 이들은 뒤를 돌아 참석자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외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국회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 주요인사들이 소개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이 나왔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언급될 땐 더 큰 환호성이 나왔다.

참여정부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 이사장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이 자리에서 8번째로 추모하게 됐는데 오늘은 문 대통령께서 참석해 더욱 감회가 새롭다”며 “올해 추도식을 준비하면서 제목을 ‘나라다운 나라, 사람 사는 세상’으로 잡았다”고 했다. 그는 약 1분 정도 짧게 연설한 뒤 내려갔다. 말 사이 긴 텀을 두기도 했다. 목이 멘 듯해 보였다.

이어 정 국회의장과 임 전 국회의장이 차례로 무대에 섰다. 이들은 8년 전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불씨를 문 대통령이 이어받아 키웠다며 두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무대를 바라봤다. 간혹 무대가 아닌 산 쪽을 응시하기도 했다. 권 여사는 추도식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문 대통령이 권 여사에게 말을 건네며 위로했다.

8주기 추모 영상 상영과 시인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추모시인 ‘운명’ 낭송 순서가 이어졌다. 추모 분위기가 절정에 달았다. 대부분의 참석자가 입을 손으로 가린 채 화면 안의 노 전 대통령을 보며 흐느꼈다. 그 사이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역사를 물려줍시다.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믿음을 물려줍시다” 등 경상도 사투리 억양의 힘 있는 목소리가 지나갔다. 몇몇 사람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文 “참여정부 뛰어넘겠다”…‘민머리’ 노건호씨 너스레, 유일한 웃음 나와

“기다리셨을 분을 무대로 모시겠다”며 박 전 아나운서가 문 대통령 연설 순서를 알렸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연단에 섰다. 추도식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고 약속했다.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다”면서도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대목에서 문 대통령의 눈은 급격히 충혈됐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가 무대에 섰을 땐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추도식 중 유일한 웃음이었다.

민머리를 한 노씨가 “공식적인 행사지만 개인적인 해명의 시간을 가져야 할 듯하다”며 “헤어스타일 변화가 있었는데 정치적 의사표시도 아니고 사회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종교적 의도도 아니다. 심하게 탈모현상이 일어났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전국의 탈모인 여러분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며 “저는 다시 나고 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노씨는 그러면서도 “아버님이 역사의 도구로 사용되도록 하늘이 정해주신 길을 걸어간 것인지 시대를 가로질러 역사의 물꼬를 튼 것인지 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며 “살아계셨다면 오늘 같은 날 막걸리 한잔하자고 하셨을 것 같다. 아버님이 사무치게 뵙고 싶다”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이날 추도식 마지막 순서로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묘지에서 9년 만에 제창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문 대통령 등 참석자들은 양옆 사람들의 손을 맞잡고 흔들며 행진곡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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