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러시아 시장을 어찌할꼬…딜레마 빠진 삼성·LG전자

기업 덮친 우크라發 후폭풍③
물류길 막히고 원자재값 폭등, 루블화 가치 급락
동유럽 거점 시장 포기할 수는 없어..상황 예의 주시
반전 목소리 거세져..글로벌기업 사회적 가치도 중요
  • 등록 2022-03-07 오후 10:00:00

    수정 2022-03-07 오후 10:00:00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반전 시위에 참가한 한 사람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문양이 새긴 망토를 두르고 서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물류난에 원자재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수출을 금지해 달라는 ‘반전(反戰)’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어 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매출은 전체 매출 대비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유럽 거점을 포기할 경우 적지 않은 피해도 예상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는 러시아 사업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심도 있는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삼성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데다 물류난에 루블화 가치 폭락 등으로 제품을 팔수록 손해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우선 1단계로 “현재 지정학적 상황으로 인해 러시아행 선적이 중단됐다”며 “복잡한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러시아 수출 중단’보다는 ‘선적 중단’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면서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수출을 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러시아 입항 문제 때문에 공장으로 가는 부품 선적이 불가능한 상태다. 당장은 부품 재고로 버티며 원활한 공급을 위한 플랜B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 러시아 수출을 중단한다는 등 메시지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이 대거 수출하지 않기로 선언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떨어지는 한국 입장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며 “현재로서는 로우키(low-key)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귀띔했다.

한국 기업들이 쉽게 러시아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러시아가 나름 동유럽 시장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 LG전자는 루자 지역에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대로 알려져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러시아가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 진출하는 거점 시장이라 쉽게 포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러시아 시장에서 발을 뺄 경우 당연히 중국에서 빠르게 치고 들어갈 것”이라며 “한번 시장을 뺏기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인텔, 애플, 테슬라,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의 러시아 보이콧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하일로 페트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호소도 외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반전’이라는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반전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더욱 확대될 경우 러시아 시장에서 계속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업 및 제품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여러 시나리오를 따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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