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증명한 김범석...8년만에 분기 흑자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 후 8년만에 분기 흑자
3분기 매출액 6조8383억, 영업이익 1037억 기록
김범석 “수년간 풀필먼트 등 통합물류 투자 결실”
압도적 물류 앞세워 네이버, 신세계 등 경쟁자에 한 발 앞서
신선, 패션, 뷰티 등 카테고리 공격 확장 지속
  • 등록 2022-11-10 오후 5:59:23

    수정 2022-11-10 오후 8:58:22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한국인의 창의성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우리가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작은 일부가 된 것이 너무나 흥분된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한국의 이커머스 업체가 미국 증시에 상장해서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에 대한 소회였다.

하지만 기업공개(IPO) 성공의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쿠팡의 성장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고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의 사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주가는 상장 몇 달 만에 반토막이 났고 국내에서도 쿠팡은 적자 사업체라고 폄하했다. 설상가상 물류센터 화재까지 터지면서 쿠팡은 위기의 수렁에 빠진 듯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 시스템을 앞세워 투자를 지속하면서 고객편의성 제고에 집중했다. 결국 로켓배송 서비스 8년만인 올해 3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거뒀다.

“7년간의 투자 결실…고객 경험 풍요롭게 하겠다”

김 의장은 10일(한국시간) 쿠팡의 3분기 실적에 대해 “기술, 풀필먼트, ‘라스트 마일’(최종 배송단계)을 통합한 독보적인 물류 네트워크에 지난 7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프로세스 최적화, 머신러닝과 로보틱스를 포함한 자동화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고객 경험을 풍요롭게 만들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분기 흑자는 미국 증권가의 흑자 예상시기인 2024년보다도 2년이나 빠른 흐름이다. 쿠팡의 롤 모델인 아마존조차도 커머스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쿠팡은 이날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5조3850억원) 대비 27% 증가한 6조8383억원(이하 환율 1340.5원 기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37억원으로 2014년 이후 8년 만에 분기 기준 흑자다.

이번 흑자 달성의 일등공신은 신선식품 물류 효율화다. 김 의장은 “쿠팡은 ‘머신 러닝’ 기술 기반의 수요 예측으로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작년 대비 50% 줄였다”며 “물류 전 과정을 통합하면서 별도의 콜드체인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이에 따라 일반 소비재를 배송하는 트럭을 사용해 신선상품을 배송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송의 85% 이상을 박스 포장 없이 배송하는 방법으로 포장 폐기물을 줄였으며, 배송 차량의 운행 횟수도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롯데온, GS리테일 등 경쟁사들이 줄줄이 새벽배송을 중단하면서 반사이익도 거뒀다. 쿠팡은 신선식품 재고손실을 줄이면서 총이익 마진율도 전년 동기 16%에서 24%로 8%p 개선됐다. 쿠팡은 장기적으로 이 마진율을 27~32%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을 지난 6월부터 4990원으로 인상한 것도 수익성 제고에 기여했다. 멤버십 수익만 분기에 약 150억원에 달한다. 김 의장은 “회원들이 지불하는 멤버십 가격을 훨씬 초월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전략”이라고 했다.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 부문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206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 덕분에 신사업 조정 EBITDA 손실은 작년 보다 50% 줄어든 593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3분기 쿠팡의 활성고객은 1799만2000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7% 늘어났으며, 1인당 고객 매출은 284달러(38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힘 실리는 ‘쿠팡 대세론’…버티컬 플랫폼 영역으로 사세 확장

쿠팡이 3분기에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이커머스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하게 해소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네이버, 신세계 등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네이버의 3분기 커머스 부문 매출액은 4583억원으로 전년 동기 19.4% 증가했다. 네이버(035420)CJ대한통운(000120)과 손잡고 다음 달부터 ‘내일도착 보장’ 서비스를 시작한다. 하지만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2~3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3분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면서 거래액이 1조4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축소됐다.

반면 쿠팡은 대한민국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 반경 15분 거리에 사는 소위 ‘쿠세권’을 구축했다. 1조1700억원을 투자한 창원, 부산, 광주 등의 11개 물류센터까지 완공되면 물류 능력은 배가 될 전망이다.

쿠팡은 기존에 강점인 생활용품뿐 아니라 패션·뷰티, 신선식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빠른 배송으로 시장을 장악한 김 의장은 앞으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해 무신사(패션), 컬리(신선식품) 등 버티컬 플랫폼까지 사정권에 둔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연간 흑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보험금 약 3600억원이 아직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 신선식품 서비스인 ‘쿠팡프레쉬’의 성과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어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신세계와 이베이의 합병이 시너지를 못내고 네이버도 자체 물류가 없는 만큼 쿠팡의 적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아마존도 힘들어하는 커머스 사업으로 쿠팡이 흑자를 낸 만큼 ‘쿠팡 대세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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