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곡물 등 공급 차질 길어질 듯…짙어지는 `S`의 공포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국제유가 급등·곡물 수출 차질
고물가&저성장 악순환 우려…주요기관 성장률 잇단 하향
정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상조…물가 상승엔 정책 대응”
  • 등록 2022-03-03 오후 6:17:16

    수정 2022-03-03 오후 8:34:12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좀처럼 해결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세계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중국 등으로 번지면서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게 되면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가 저성장에 머물고,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도 물가 안정 방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세계 원자재 창고 닫힐까…러시아 제재 후폭풍

미국을 필두로 국제사회가 대대적인 러시아 제재에 들어가면서 공급망 차질 등 경제 여파가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교역량 12%를 차지하는 세계 3위 산유국이자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미 시장에서는 러시아의 원유 공급 감소를 예상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영국 ICE 선물시장 브렌트유는 배럴당 각각 110.60달러, 112.93달러로 100달러를 넘겼다.

원유·천연가스뿐만 아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계약이 체결된 사료용·식용 곡물의 선적·출항이 차질을 빚는 등 이번 사태와 관련한 영향이 조금씩 가시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주요 수출통제·금융제재가 본격 발효되면 수출·금융·에너지·공급망 외에도 중소기업·해외건설·정보통신(ICT)·해양수산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원자재 등 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제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신탁운용사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은 이날 유로존·영국 중심의 올해 세계경제 총생산(GDP) 성장률을 4.0%에서 3.7%로 낮췄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8%에서 4.7%로 높였다.

슈로더는 중앙은행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 악순환과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 역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이 점차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2일 유로 지역 경제성장률(3.8%)을 0.4%포인트 낮췄고 물가상승률(5.0%)은 1.8%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국내 경제도 영향이 예상된다. 씨티그룹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한국의 GDP는 0.17%포인트 감소하고 CPI는 0.24%포인트 올라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내외 리스크 부각…홍남기 “우리 경제 파급 우려”

올 들어 경제 지표가 둔화하는 점도 부담 요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전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각각 0.3%, 1.9% 줄어 2020년 3월 이후 2년여 만에 동반 감소했다. 앞으로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려 7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정부는 현재 시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논하기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판단하려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거나 잠재성장률을 하회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라며 “2월 수출도 강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경제 회복세가 빠르고 강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억원 기재부 차관을 만난 국제통화기금(IMF)의 마틴 카우프만 한국 미션단장도 한국 경제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확실성도 있지만 정책 여력을 봤을 때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세와 대내외 리스크는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는 만큼 정책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리스크 가중 및 우리 경제 부정적 실물·금융 파급 효과는 위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공급망 대응과 원자재 대책 등에 대한 일일 비상대응 체제를 구축함과 함께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생활물가 안정 방안도 강구할 예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은 진행 단계인 상태로 금리 인상과 국채시장,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며 “국내에서 조정하기 어려운 대외 요인인 만큼 정부는 재정 관리 등에 초점을 두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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