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여소야대’ 지형에서 사회안전망 강화 같은 바이든표 입법은 험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대신 범죄, 이민 등의 공화당 관심 법안이 떠오를 수 있다. 한국의 최대 관심사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개정 여지도 넓어졌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이번 선거 결과는 오는 2024년 대선 가도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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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였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이 8일(현지시간) 투표 마감 직후부터 실시간 업데이트한 개표 상황을 보면, 공화당은 연방 하원선거에서 한 번도 민주당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9일 CNN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간) 현재 연방 하원 전체 435석 가운데 민주당이 178석, 공화당이 198석을 각각 확보했다. NBC는 이날 자정께 일찌감치 공화당의 하원 승리를 보도했고, CNN, ABC, 워싱턴포스트(WP) 등도 공화당 우세를 점쳤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 220석, 공화당 212석, 공석 3석이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4년 만에 빼앗는 것이다.
워싱턴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상원은 각 주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강하다”며 “소선거구를 대표하는 하원의원들이 워싱턴 정치를 실질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하원 탈환이 입법에 주는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다.
바이든 정권 이후 첫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기를 잡은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각종 여론조사와 이날 출구조사에서 드러났듯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WP와 ABC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투표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두고 ‘경제’와 ‘인플레이션’ 답변이 각각 81%, 71%를 기록했다. 민주주의 위협(73%), 낙태(62%) 등보다 높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여름부터 중산층과 청년층을 겨냥해 학자금 대출 탕감 구상을 발표했고 IRA 같은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다. 또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불인정 판결을 내린 이후 여성을 중심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치솟는 물가 탓에 공화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미국 경제는 ‘역대급’ 초강경 통화 긴축에도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각종 자산 가격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날 에머슨리서치가 CNN, NBC, ABC 등 방송사 의뢰를 받아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응답자의 46%가 경제 사정이 2년 전보다 나빠졌다고 지적한 것은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바이든 남은 2년 험로 불가피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을 담은 IRA를 개정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점 추진한 법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 폐기까지 추진하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여지는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평가다. 이를 포함해 여야 이견이 컸던 상당수 의회 논의는 원점에서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중간선거는 더 나아가 차기 대선 구도까지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내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5일 중대 발표를 선언한 상태다.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게 기정사실화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항마’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여유 있게 재선을 확정 지어 관심이 모아진다. CNN은 “디샌티스의 정치적인 미래의 초점은 오는 2024년(대선)으로 향할 것”이라며 “플로리다주에서 성공을 대통령을 위한 전국 캠페인으로 몰고 갈지 여부에 대한 결정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충돌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