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는 12일 필리핀이 지난 2012년 1월 필리핀이 배타적경제수역(EEZ) 개발권을 인정해 달라며 중국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필리핀이 중재재판소에 제시한 15가지 주장 중 7개가 관할권이 인정됐으며 본안단계로 유보된 주장까지 합하면 사실상 13.5개에 대해 필리핀측의 주장을 인정해 준 셈”이라고 진단했다.
중재재판 결과 중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중국측이 남중국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인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이 무효하고 △남중국해 내에는 섬이 존재하지 않으며 △간조노출지에 대한 중국측 인공섬 건설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이번 재판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기는 했지만 중국측이 남중국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했던 근거들이 모두 국제해양법협약에 저촉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중재재판 결과가 나온 지 반나절여가 지난 13일 오전에야 중립적인 공식입장을 냈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12일 발표된 중재재판 판결에 유의하면서, 이를 계기로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노력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유의한다는 표현은 국제법적인 판결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으면서 중국이나 필리핀(미국) 어느 한쪽에 대한 명확한 지지의 뜻을 나타내지는 않은 원론적인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이번 중재재판소 결정을 해석하기보다 그대로 인용해 미국 및 중국의 입장 표명 요구를 회피해야 한다”며 “이번 중재재판소 결정의 의미를 남중국해에 한정해 이번 결정이 독도 등 한반도와 관련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미국이 중재재판 판결이 나온 직후 “이번 판결은 최종적이고 중국과 필리핀 양쪽 모두에 구속력 있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환영과 지지의 뜻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이번 재판 자체가 ‘정치적인 쇼’라며 전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미중간 대립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이 연구위원은 대만이 이번 중재 재판 판결의 ‘유탄’을 맞게 된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이번 결정에서 섬(island)과 암석(rock)을 구분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면서 대만이 점거 중인 ‘Itu Aba’의 지위도 암석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대만이 점거한 Itu Aba에 대한 지위까지 결정을 한 것으로 대만으로서는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