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소비자 다 불만족한 중개보수..“차라리 시장에 맡겨야”

17일 온라인 공청회에도 의견 제각각
중개사協 "개편안 강행시 실력행사"
전문가 "사회적 갈등 봉합 길어질 것"
  • 등록 2021-08-17 오후 6:00:53

    수정 2021-08-17 오후 9:17:34

[이데일리 신수정, 김나리 기자] 정부가 중개보수 개편안 절차를 밟고 있지만, 실수요자와 공인중개업계 모두 반발하면서 실제 확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중개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중개보수를 인하할 여력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소비자들은 정부의 인하안도 비싸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발전방안 토론회 현장 사진(사진=국토연)


“개업중개사 중 절반 이상이 연소득 1500만원”

국토교통부는 17일 온라인 공청회를 열고 부동산 중개 보수 개편을 위한 세 가지 방안을 공개하고 국민과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최고수수료율(매매)을 현행 0.9%에서 0.7%로 낮추고 최고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집값 구간을 현행 9억원 이상에서 12억~15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전·월세 거래 수수료율은 매매 때보다 0.1%포인트씩 낮다.

토론회에선 중개업계와 소비자업계 모두 정부의 개편안에 불만을 드러냈다. 먼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선 개편안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중개사업계의 의견 반영을 요구했다. 특히 공인중개사들의 평균 매출과 소득을 고려했을 때 일방적인 보수 삭감 방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광호 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11만 개업 중개사 가운데 55%가 간이 과세자인데 소득으로 보면 연간 1500만원에 불과하다”며 “4인 가족 최저 생계비가 월 290만원, 연간 3500만원인데 이 사람들(공인중개사들)이 도대체 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는 늘었는데 매출은 줄었다. 그렇다면 회원들이 (수입이 줄어) 어렵다는 이야기”라며 “생계와 관련된 부분인 만큼 무조건적인 수용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성화 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고가구간 요율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소비자와) 협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일반구간에는 최근 임대차 3법에 의한 중개시장 축소, 가격 상승 등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흐름을 종합해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사진=연합뉴스)
◇“수백만원씩 받아 놓고 문제 생기면 나몰라라”


소비자업계에선 똑같은 서비스를 받는 상황에서 상품의 가격에 따라 다른 요금을 내야 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가격구간에 따라 다른 요금을 두는 것은 소비자들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6억 원 미만 저가 주택도 현재 0.4%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고가주택에 대해서만 혜택을 준다는 비판도 크다.

윤명 소비자 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부동산 거래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부동산 중개사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적도 없는데 상품가격에 따라 다른 요금을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또 보수를 협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협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수요자들은 정부가 마련한 개편안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 몇 번 보여주고 수백 만원씩 받아가 놓고는 문제가 생기면 나몰라라 하는데 이게 정상이냐”, “집값이 비싸다고 중개사가 더 일하냐”, “정부가 끼어들지 말고 모두 시장원리에 맡겨라” 등의 불만 글이 쇄도하고 있다.

정부는 관례와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중개보수 부담감이 크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석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부동산 플랫폼 변화와 자동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중개보수를 고정 요율로 하면 반값 수수료나 경쟁이 제한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고 분석된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점 등은 시행규칙을 통해 차등을 둘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부안에 대한 수용과 협조를 당부했다.

“저가주택은 낮게, 고가주택은 높게 적용해야”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급등에 따라 연동된 중개보수가 일부 과도한 거품을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 시점에 맞는 개편안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다만 실수요자와 중개사업계의 이권이 달린 만큼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금액구간별 중개수수료율은 저가주택의 매매, 임대 계약은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고 고가주택은 반대로 높게 적용했던 것인데, 전반적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종전의 중가 및 저가주택이 적용받던 구간이 달라지고 전반적인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게 된 것”이라며 “단순히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중개수수료율이 차등돼 적용되는 금액구간을 현 시점에 맞춰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개사업계의 강한 반발이 있어 정부가 개편안 강행시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어 당장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와 가격을 찾기 위해 업계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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