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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산업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헬스케어 경제학’ 출간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인공지능 중심의 경제와 시장 및 헬스케어 비즈니스 트렌드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2022년 11월 오픈AI가 공개한 생성형 AI 모델인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Gemini) 및 딥시크(DeepSeek) 등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AI를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비즈니스에 활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오고 있다. AI 폰, AI PC, AI 검색, AI 비서, AI 화가, AI 로봇 등 AI Agent 서비스가 구현됨에 따라, 글로벌 산업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AI 헬스케어를 직면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저성장 탈피와 미래 먹거리 창출 전략 도구 및 새로운 부가가치 생태계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AI 헬스케어 서비스가 성장할 것이다. 2025년 새롭게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핵심 정책인 ‘STAR GATE’가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의 ‘수집·생산→저장·관리→가공·유통→분석·활용 과정에서 AI 헬스케어 서비스와 인프라를 구현하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헬스케어 경제의 다양한 이론 및 변화와 이슈를 설명하는 <헬스케어 경제학>이 발간됐다.이러한 새로운 변화 트렌드 환경에 대응하는 <헬스케어 경제학>은 보건경제, 의료경제, 의료보험경제, 헬스케어 경제, 디지털 헬스케어 경제, AI 디지털 헬스케어 경제 등의 주요 학문과 새롭게 연계 발전하는 융합 학문 체계이다. 구체적으로 헬스케어 경제학의 이론과 주요 특징들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건강과 서비스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연구와 분석 및 사례를 설명했고, 아울러 디지털 혁신으로 발생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경제와 AI 디지털 헬스케어 경제 등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에서 보건학과 의학 및 헬스케어를 전공하는 대학생과 병원 및 의료기관, 그리고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의 CEO 및 임원과 실무 직원들에게 헬스케어 경제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 의료AI 이어 AI신약개발사에도 훈풍 불까…“성과 도출이 우선”
-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국내에선 대기업 LG(003550)가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선 오랫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AI 신약개발사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국내 AI 신약개발사들이 시장의 관심을 얻으려면 뚜렷한 성과 도출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1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AI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빅파마들도 AI와 신약개발을 접목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열올리고 있다. ◇빅테크·빅파마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도 AI 신약개발 도전미국 리커전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 이하 리커전)는 지난 5일(현지시각) 국제 뇌졸중 콘퍼런스에서 AI 기반 신약 ‘REC-994’의 임상 2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임상 결과 해당 약물은 기존 치료법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이면서 AI 기반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미국 증시에 상장된 리커전뿐 아니라 슈뢰딩거, 엡셀레라, 압사이 등 AI 신약개발사 주식들이 강세를 보였다.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실질적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들썩인 것이다.국내에도 이 같은 소식이 닿은 지난 6일 AI 신약개발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온코크로스(382150)는 전일 대비 주가가 3010원(29.9%) 올라 상한가에 도달했다. 이날 신테카바이오(226330) 주가는 전일 대비 1420원(19.8%),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는 810원(9.6%) 각각 상승했다.올 초 대비해서도 국내 AI 신약개발 상장사 3곳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지난달 2일 6330원이었던 주가가 11일 1만3200원으로 108.5% 급등했다. 주가가 2배로 뛴 셈이다. 같은 기간 신테카바이오 주가는 51.2%,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3.1% 각각 상승했다.이런 가운데 최근 대기업인 LG에서 신약개발 AI 개발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LG는 AI를 통한 단백질 구조 예측에 초점을 두고 LG AI 연구원뿐 아니라 LG화학도 공동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비슷한 방향성이다. 엔비디아는 신약개발용 AI ‘바이오니모’에 단백질 디자인툴을 추가했으며, 구글의 딥마인드는 단백질 분석 AI ‘알파폴드’를 선보였다. 메타(Meta) 역시 단백질 구조 예측 AI로 ‘ESM 폴드’(ESMFold)를 보유하고 있다. ‘링크드인’의 공동 창립자인 리드 호프만이 지난달 설립한 AI 신약개발사 ‘마나스AI’도 단백질 구조 예측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국내 AI 신약개발사, 볕들 날 오려면 성과 도출이 우선업계 안팎에서 올해 국내 AI 신약개발사도 각광받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간 AI 신약개발사들은 의료 AI업체들에 비해 시장에서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 2023년 루닛(328130), 제이엘케이(322510) 등 텐배거(10배 이상 수익률을 달성한 주식)를 배출하며 크게 주목받은 의료AI 섹터에 비해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이러한 해외 AI 신약개발 열기와 대기업의 신약개발 AI 도전에 따른 온기가 국내 AI 신약개발 벤처까지 닿을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기간 국내 AI 신약개발사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재조명을 받기 위해선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분석에서다.AI신약개발 업계 관계자는 “LG는 거의 4~5년 전부터 이 쪽 분야에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해외에서 AI 신약개발이 흥하고 있다고 해서 국내 AI신약개발사들도 잘 나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성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기술수출이라든가 임상 단계 고도화 등 성과가 나와야 시장에서 선별적으로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AI 신약개발사의 파이프라인 수는 2022년 기준 105건이다. 이 중 임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드물다. 따라서 기술이전뿐 아니라 임상 단계에 진입했거나 임상개발이 잘 진전되고 있는 파이프라인 보유 여부가 국내 AI 신약개발사의 옥석을 가리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스타 플레이어 될 AI 신약개발사 후보는?[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AI 신약개발 1호 상장사’ 신테카바이오는 리커전의 임상 2상 데이터 발표가 자사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테카바이오는 합성신약, 신규 항원 예측, 신규 항체 신약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AI 신약개발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자체 신약 개발 신약 중 임상 단계로 진입한 게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온코크로스는 리커전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기존 AI 신약개발사들이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한다면 온코크로스는 임상 전이거나 임상 중인 약제에 대해 원래 개발하던 적응증과 다른 적응증을 도출해 약물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사업구조가 나스닥 상장사인 리커전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온코크로스는 자체 플랫폼으로 발굴한 ‘OC514’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지난해 3월 마치고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OC514는 2020년 한국파마에 기술이전된 물질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제일약품(271980)이 뇌졸중 치료제로 개발하던 ‘OJP3101’를 기술도입했다. 임상 1상을 마친 OJP3101을 심장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적응증으로 국내 임상 2상을 개시할 계획이다.이러한 적응증 확장 전략은 파로스아이바이오도 채택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 ‘케미버스’(Chemiverse)를 활용해 1개 물질의 적응증을 여러 질환으로 확장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국내에서 드물게 임상 단계 AI 항암신약 파이프라인 ‘PHI-101’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AI 기반 항암제 임상을 진행하는 곳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PHI-101은 현재 글로벌 임상 1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비상장사 중에선 글로벌 강자인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과 리커전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AI 플랫폼으로 도출한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2상에 성공한 이노보테라퓨틱스가 눈에 띈다. 이노보는 지난해 8월 국소 흉터치료제 ‘INV-001’의 국내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노보는 AI 플랫폼 ‘딥제마’(DeepZema)를 통해 합성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이번 리커전의 임상 2상 데이터 발표는 AI 신약개발 기술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을 확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다른 AI 신약개발사들도 긍정적 임상 결과 등 실질적 성과를 내보이면서 AI 신약개발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 칼 뽑은 트럼프 관세…‘협상 여지’는 남겼다[뉴스새벽배송]
-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뉴욕증시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1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전월 대비 둔화한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계획이 발표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덕이다. 국제유가는 원유 수요 우려가 완화로 약보합세로 마무리했다. 다음은 14일 개장전 주목할만한 뉴스다.사진=REUTERS△트럼프, 상호관세 발표-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 무역 파트너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 글로벌 무역전쟁 확전 양상-미국 시장이 상당히 개방된 데 반해 무역 상대국들은 폐쇄적이어서 상당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이번 조처의 배경으로 해석.-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처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거의 모든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사정권으로.-다만 협상 여지를 남긴 만큼 전세계 무역 파트너와의 협상을 염두에둔 포석이라는 분석 나와.△뉴욕증시 동반 상승-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2.87포인트(0.77%) 오른 4만4711.43에 거래를 마감.-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3.10포인트(1.04%) 상승한 6115.07, 나스닥종합지수는 295.69포인트(1.50%) 뛴 1만9945.64에 장 마쳐.-1월 PPI가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지난해 12월의 전월비 수치 0.5% 상승과 비교해 둔화했다는 점에 시장 안도△국제유가, 약보합세 마감-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71.37달러 대비 0.08달러(0.11%) 하락한 배럴당 71.29달러에 거래 마감.-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0.16달러(0.21%) 떨어진 75.02달러에 마무리.-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4월 1일로 미뤄질 수 있고, 이날은 계획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제유가는 71달러대로 반등.△트럼프 “러시아 G8 퇴출은 실수”-우크라이나 종전 문제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상 의지에 대해 신뢰 표시.-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통보.-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방식으로 협상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에는 “그들(우크라이나)도 그것(협상)의 일부”라고 답변.-트럼프 대통령은 또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가 주요 8개국(G8) 회의에서 퇴출당한 것에 대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발언.△뮌헨안보회의 개막…우크라 종전 청사진은-외교안보 분야 세계 최대 국제행사 뮌헨안보회의(MSC)가 독일 뮌헨 바이어리셔호프 호텔에서 개막.-개막 앞두고 트럼프발 우크라이나 종전 선언나온 만큼 관련 논의에 관심 집중.-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은 연설과 패널토론 등을 통해 종전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미국과 러시아는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패싱하고 러시아와 종전을 담판 짓겠다는 입장이며 이에 유럽 각국은 우려와 불만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구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투자-구글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한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 뛰어들어.-로봇 개발업체 앱트로닉은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3억5천만 달러(5080억원)의 투자를 유치.-제프 카르데나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펀딩 라운드는 B캐피탈과 캐피탈 팩토리가 공동으로 주도했으며, 구글도 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혀.-앱트로닉은 2016년 설립,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자로 꼽혀, 구글의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아△국회 대정부 질문 마지막날-국회는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1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현안에 대해 질의.-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대전 초등학생 고(故) 김하늘 양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프리랜서 노동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 등에 대해 질문할 계획.-비상계엄 사태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이어질 전망
- 유배지에서 해양생물에 빠져든 시인 [미식가의 세계]
- 담정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 및 음식문화평론가] 인류의 역사는 음식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우리의 밥상은 이미 과거의 밥상이 아니다. 조선 후기의 기록에 성인 남자는 7홉(약 420g)의 쌀로 한 끼 밥을 지어먹었다고 한다. 요즘 공깃밥의 두 배 규모다.예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지만 이젠 달라졌다. 최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집계가 시작된 196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요즘 사람들은 한 끼에 평균 밥 반 공기 정도로 버티고 있다. 반면 돼지, 소, 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1인당 60.6㎏으로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우리 경제의 산업화는 외식 산업의 발달과 함께 식생활의 서구화를 가져왔다. 20년 전만 해도 식탁에서 볼 수 없었던 브로콜리, 셀러리, 파프리카가 등장하고 식당에선 부대찌개, LA갈비와 같은 정체가 모호한 음식들이 팔리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과 배달 음식의 소비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한 시대의 음식문화 발전에는 항상 그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 존재한다. 그들은 새로운 식재료와 요리법을 개발하고, 그것을 즐기며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편리한 식기와 식탁예절을 도입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오늘날의 음식문화를 만든 이들이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고 했다. 이제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때다.◇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우해이어보’ 편찬한 김려담정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우해이어보’는 담정 김려(1766~1821)가 1803년에 편찬한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魚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11년이 앞선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1801년 참혹했던 천주교도 탄압사건 ‘신유사옥’에 같이 연루돼 각각 진해와 흑산도로 귀양살이를 가 어보를 만들었다. 김려가 쫓겨 간 진해는 현재의 진해가 아니다. 지금의 진해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해군 군항을 마산만의 외항인 웅천현에 조성하면서 차용한 지명이다. 과거의 진해현은 바다 건너 마산합포구의 진동면, 진북면, 진전면에 해당한다. 김려는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매일같이 작은 배에 낚시 장비를 싣고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고기 잡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날마다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어류들을 구경하는 것만 즐겼다. 김려는 그중에서 채록할만한 것들의 형태와 색깔, 성질, 맛 등을 기록해 ‘우해이어보’를 만들었다.우해는 진해의 다른 이름이고, 이어보는 특이한 어류만 모아놓은 책이라는 의미다. 책을 그렇게 편찬한 것은 김려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잉어, 상어, 방어, 민어, 오징어처럼 사람들이 흔히 아는 어류나 해마, 해우 등과 같이 어족과 관계없는 것들, 또 아주 작고 가치가 없어서 이름을 지을 수 없는 개체 등은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해이어보’에 실린 어패류는 어류 53항목, 갑각류 8항목, 패류 11항목으로 총 72항목이다. 근연종 34종까지 합하면 전체 숫자는 총 106종에 이른다. 특별한 것은 ‘우산잡곡’이라 이름 붙인 한시 7언 절구 39수를 어류를 기록한 각 문항의 끄트머리에 군데군데 적어놓은 것이다. 한시의 내용은 남해 연안 어촌의 풍경과 어로 현장을 묘사하거나 어류의 유통과정과 주변 지역 여인들의 모습까지 노래하기도 해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는 어보에 서정성 가득한 풍물지의 성격을 덧입혔다.김려는 소싯적부터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다. 그는 1780년 15세 나이에 성균관 유생으로 들어가 1792년(정조 16년) 진사시에 합격하였다. 일성록에는 정조가 고시 부문에서 공동 수석을 차지한 그를 접견하고 “그대의 용모가 또한 청수한 것을 보니 글이 사람을 닮았다고 할 만하다”라고 말한 기록이 보인다. 그는 당시에 유행하던 요즘의 소설체와 유사한 문장, 패사소품체를 익혀 친구 김조순과 ‘우초속지’라는 패사소품집을 내기도 했다. 김조순은 훗날 순조의 장인으로 안동 김씨 세도정치의 정점이 되는 인물이다. 김려는 절친 이옥과 함께 소품체 문장의 중심인물로 주목받았다.그러나 정조는 패사소품체를 혐오했다. 그는 글은 도를 실어 나르는 수단이라 생각했고 바른 정치는 바른 문장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정조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문체 타락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하였는데 결국 그것을 빌미로 ‘문체반정’을 일으킨다. 문체반정이란 문체가 바른 곳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정조가 정통 고문이 아닌 패사소품체를 구사하는 문풍을 바로잡고자 한 것을 말한다. 문체반정으로 박지원은 반성문을 쓰도록 강요당했다. 이옥은 과거에 장원급제하고도 벼슬길이 막히고 군역에 두 번이나 처해지는 등 평생 고초를 겪었다. 훗날 김려는 끝까지 굴하지 않은 이옥의 유고 11종을 자신이 편집한 ‘담정총서’에 실어 후세에 전했다. 김려는 정조의 명에 따라 시를 지어 바치고 칭찬을 받으면서 문체반정을 피해갔다. 그는 악부시의 대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1797년 강이천의 유언비어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그는 함경도 경원으로 귀양을 갔다가 얼마 후에 부령으로 옮겨졌고, 이어서 신유박해로 다시 경남 진해에 유배를 당한 것이었다. ◇생선 가공법은 물론 요리법과 어로법까지 소개해볼락 (사진=게티이미지뱅크)‘우해이어보’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생선 가공법과 요리법은 물론 다양한 어로법도 소개하고 있다. 생선을 이용한 치료법, 여성의 삶과 세태 비판까지 주제가 종횡무진이다. 감성돔을 ‘감송’이라 했는데 그것으로 식해 만드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감송 식해를 잘 삭혀서 먹으면 달고 맛이 있어 생선 식해 중 으뜸이라고 했다. 볼락은 ‘보라어’라 했는데 현지인들은 보락이나 볼락어라 부른다고 했다. “우리나라 방언에 엷은 자주색을 보라라고 하는데, 보는 아름답다는 뜻이니 보라는 아름다운 비단이라는 말과 같다. 보라라는 물고기의 이름은 반드시 여기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다”라며 어원에 대한 일가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거제도 사람들이 보라어 젓갈을 많이 담그는데, 그 맛은 조금 짭짤하면서도 달콤해 마치 쌀강정과 같다고 했다. 삼치알을 용란이라고 하는데 젓갈을 만들어도 맛이 좋고 말려 먹어도 맛있다고 했다. 전갱이 새끼로 추정되는 매갈을 소개하면서 맛이 담백하고 달며, 이것 역시 젓갈을 담그기에 아주 좋다고 했다. 대게 (사진=게티이미지뱅크)대게를 뜻하는 ‘자해’는 크기가 장독만 한데 포를 만들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진귀한 음식이라고 했다. 진해 남문 밖 홍등가 술집은 자해포를 안주로 내온다고 ‘우산잡곡’에서 노래했다. 오징어는 ‘오노어’라고 했는데 국을 끓이면 맛이 홍어와 비슷하나 맵지 않고 맛이 아주 좋다고 했다. 오노어 숙회는 노파가 귀밝이술과 같이 판다는 시도 있다. 조개를 논하면서 예전 서울에서는 단오에 모시조개로 탕을 끓여 먹었는데 그 이름을 ‘와각탕’이라 했다는 풍습도 기록하고 있다. 진해 사람들은 ‘문절망둑’을 많이 먹으면 잠을 잘 잔다고 했다는데 불면증에 시달리던 김려 자신도 죽을 끓여 먹고 회로도 먹었더니 꽤 효험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재미있는 것은 개불을 ‘해음경’이라 했는데, 그것을 깨끗이 말려서 잘게 갈아 젖과 섞어 위축된 생식기에 바르면 바로 발기한다고 했다. 비아그라가 없던 시절이다 보니 별걸 다 약재로 쓴 모양인데 소개는 하지만 효과는 보증할 수 없다. 꼬막을 지칭한 ‘와농자’는 생리불순에 효력이 있다는 의서의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김려는 방어의 일종인 ‘양타’를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어뢰’(지금의 죽방렴)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가는 댓가지를 둥글게 엮어서 만든 통발로 문절망둑을 잡는 방법도 상세하게 묘사했다. 진해 사람들의 차례상에는 산해진미가 많이 올라가지만, 그중에서도 귀한 ‘새우소라’를 맨 앞줄에 놓는다는 풍습도 이야기한다. 민어를 ‘녹표어’라 했는데 그 부레를 말려서 동래의 왜 시장에 몰래 내다 팔거나 자신들이 구워 먹는다고 했다. 서울의 상인들은 상대를 안 하는데 그 이유는 관가에서 세금을 매길까 두려워서라고 세태를 비꼬기도 한다. ‘우산잡곡’에는 유난히 여성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김려는 가난한 노파와 젊은 아낙에 대한 연민의 정을 드러내거나 남도 여인들의 강인한 생활력을 칭송하기도 한다. 밤이면 바닷가를 돌아다니는 문어를 파계승으로 오인하고 사립문을 열어주는 바람난 어촌 처녀의 일화도 나온다.김려는 풍류남이었다. 그는 부령에 유배되었을 때 그곳의 기생 연희와 사랑에 빠졌는데 진해로 옮기고 나서도 그녀를 그리며 300수 가까운 시가 수록된 ‘사유악부’를 창작하기도 했다. 김려가 유배에서 풀려난 것은 10년 만인 1806년, 그가 41살 되던 해였다. 아들의 상소도 있었지만, 친구이자 당대의 세도가 김조순의 조력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 후 벼슬길에 올라 의금부를 시작으로 경기전령, 연산현감을 거쳐 함양군수로 재직 중이던 1822년에 56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하였다. 그는 수많은 시와 ‘가수재전’, ‘삭낭자전’같은 전들도 남겼다.근자에 와서 김려가 귀양살이를 했던 율티마을에서는 매년 ‘우해이어보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 ‘우해이어보’도 공연되었다. 그와 이옥의 우정과 삶을 다룬 책까지 200년 뒤에 출간되었으니 김려는 저승에서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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