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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30' 안병훈·김주형·임성재, 2장 걸린 파리올림픽 출전권 ‘사활’
- 왼쪽부터 안병훈, 김주형, 임성재(사진=AFPBBNews)[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안병훈 23위, 김주형 26위, 임성재 32위.’지난 13일(한국시간)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이다. 매주 대회가 끝난 뒤 공개되는 세계랭킹에 많은 선수의 촉각이 곤두선다. 7월 개막하는 파리올림픽 출전 선수가 확정되는 ‘데드라인’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오는 6월 17일 발표되는 남자골프 세계랭킹에 따라 파리올림픽 출전 선수 60명이 가려진다. 기본으로 국가당 두 장씩 출전권이 분배된다. 세계랭킹 15위에 드는 선수에 한해서는 한 국가당 최대 네 장의 티켓이 나온다. 한국은 현재까지 15위 안에 진입한 선수가 없어 티켓 두 장을 가지고 다투는 형국이다.13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특급 시그니처 대회 웰스파고 챔피언십이 끝난 뒤 한국 남자골프 세계랭킹에 큰 변화가 일었다. 안병훈(33)이 세계랭킹을 23위로 끌어올리며 생애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처음으로 한국 선수 중 ‘넘버원’이 됐다.안병훈은 2022년 콘페리투어(2부)로 밀려날 정도로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PGA 투어에 복귀하면서 기량을 되찾았다. 올해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13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한 번 포함,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렸다.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페덱스컵 랭킹도 8위에 올라 있다. 특히 최근 더 CJ컵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한데 이어 특급대회인 웰스파고 챔피언십도 단독 3위에 오르며 세계랭킹을 대폭 끌어올렸다.한때 세계랭킹 11위까지 오르며 한국 선수 중 부동의 1위를 유지했던 김주형(22)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무난하게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줄 알았는데 올 시즌 주춤한 모습이다. 안병훈에 추월당한 것은 물론 임성재(26)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됐다.김주형은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에서 21세 3개월의 어린 나이에 PGA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했다. 110년 만에 최연소 타이틀 방어 기록을 새로 쓰며 승승장구했다.그러나 올해는 성적이 안좋다. 13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톱10 진입이 한 번도 없다. 티샷으로 얻은 이득 타수 139위(-0.192), 아이언 샷 이득 타수 110위(-0.109), 퍼트 120위(-0.088) 등 주요 기술 지표에서 모두 하위권이다. 세계랭킹도 26위까지 떨어졌다.반면 임성재는 세계랭킹 38위에서 32위로 도약했다. 임성재는 올해 1월 개막전 더센트리에서 PGA 투어 72홀 최다 버디 신기록(34개)을 써내며 공동 5위에 올랐다. 이후 부진에 빠졌지만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2연패하며 반등했다. 지난주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선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향해 다시 힘을 내고 있다.16일 밤 개막한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과 6월 열리는 메모리얼 토너먼트, 메이저 대회 US오픈 등의 결과에 따라 또 순위는 요동칠 전망이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이 대회들은 세계랭킹 포인트가 더 많이 주어진다. US오픈이 종료된 후 발표되는 세계랭킹에 따라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한국 선수 두 명이 확정된다.안병훈은 “최근 내 실력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며 “내 경기력만 나온다면 충분히 좋은 기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매 대회 열심히 해서 페덱스컵과 세계랭킹을 올리겠다”며 “파리올림픽에 나가게 된다면 메달을 노려볼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줄곧 올림픽 티켓 네 장을 따냈던 한국 여자골프는 출전권이 두 장으로 줄어들 위기에 직면했다. 고진영(29)이 세계랭킹 5위, 김효주(29)가 11위를 기록했지만 양희영(35)이 19위, 신지애(36)가 21위로 밀려났다. 여자골프 올림픽 출전 데드라인은 다음달 24일,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 끝난 직후다.
-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단지 내가 그곳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해 오늘]
-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여자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 여성이나 어린이 같은 약자가 마음 놓고 공원도 가고, 화장실도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 그래서 이런 비극이 다른 가족에게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래야 딸도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요”지난 2016년 5월 17일,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1년 뒤 피해자 A(사망 당시 23)씨의 어머니가 YTN을 통해 한 말이다.지난 2016년 5월 19일 ‘강남역 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34) 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경찰서에서 이동하기 전 취재진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8년 전 오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400m가량 떨어진 3층짜리 건물 안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김모(당시 34) 씨가 휘두른 흉기에 A씨가 숨졌다.평범한 직장인인 A씨는 해당 건물 1층 주점에서 남자친구 등과 술을 마시던 중 화장실에 갔다가 이 같은 변을 당했다.약 1시간 30분 동안 건물에 숨어 있다가 남녀 공용 화장실에 들어간 A씨를 뒤따라가 범행을 저지른 김 씨는 “여성에게 자꾸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경찰과 검찰은 조현병 증상에 의한 범행이라며, ‘여성혐오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1심 재판부도 “정신감정인은 김 씨가 여성을 폄하하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며 “김 씨는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과 피해의식 때문에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이 사건으로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사건 직후 강남역 9번과 10번 출구는 “내가 살아 있는 이유는 단지 내가 그곳에 없었기 때문이다”라는 등의 추모 포스트잇으로 뒤덮였고, 서울 여성가족재단은 이러한 자료를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에 전시하기도 했다.여성단체들은 길거리로 나와 사건을 ‘여성 살인(페미사이드, femicide)’으로 규정하고 매년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남녀 공용 화장실을 없애고 공중 화장실 앞에 CCTV를 설치하거나 화장실 안에 비상벨을 다는 등 각종 여성 안전대책을 내놨다.하지만 대증요법에 불과할 뿐 이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8년이 지난 지금 여성 대상 흉악범죄는 ‘교제 살인’이란 이름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2~3일에 1명꼴이란 한 여성단체 분석이 나왔다.지난 6일 ‘강남역 살인사건’ 현장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곳에서 의대생으로 알려진 남성 최모(25) 씨에게 동갑내기 여자친구가 살해됐다.지난 3월에는 경기도 화성에서 김레아(26)가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도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한 후 숨진 ‘거제 교제폭력’ 피해자 20대 여성에 대한 부검 결과 역시 폭행과 사망 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2016년 5월 22일 서울 강남역 10번출구를 찾은 시민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교제 살인 전 폭력이 앞서기 마련인데, 한 성폭력상담실을 찾은 피해자는 “교제폭력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이 정도 폭행으로는 범죄가 성립이 안 된다’는 말만 들었다”며 “결국 내가 죽어야 사건이 성립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5월 13일자 이데일리 데이트 폭력·살인… 사람 죽었는데 여가부는 ‘잠잠’)결국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을 때도 “여성 혐오라는 차별적 구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회학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 “젠더 감수성을 높여주는 교육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교제 살인’을 관통하는 사건의 기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다.한편, ‘강남역 살인사건’ 범인 김 씨는 2016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0년형을 확정받았다.또 김 씨는 피해자 A씨 부모에게 5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A씨 부모는 2017년 5월 “딸이 기대여명보다 60년 이상 이른 나이에 사망했고, 갑작스러운 딸의 살해소식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게 됐다”며 “딸이 60세까지 얻을 수 있었던 일실수익 3억 7000여만 원과 정신적·육체적 위자료 2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소송에서 실제 배상액은 A씨 부모가 이미 받은 범죄피해구조금 7000여만 원을 제외한 5억 원으로 정해졌고, 재판부는 A씨 부모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A씨 부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이번 판결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고통받는 피해자 부모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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