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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진의 Tour & Culture)다보탑, 실내에 들여놓아야
  • (정장진의 Tour & Culture)다보탑, 실내에 들여놓아야
  •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경주 불국사에 있는 다보탑이 해체 수리 작업에 들어갔다. 8세기경에 세워진 다보탑은 그동안 풍화와 누수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오래 전에 받았고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붕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난 12월 10일 마침내 전면 수리에 돌입한 것이다. ▲ 다보탑83년 만에 다시 수리를 받게 된 다보탑은 국보이기 이전에 수많은 한국인들의 뇌리에는 수학여행과 관련된 추억의 명소다. 교복을 입은 채 친구들과 함께 다보탑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누구나 몇 장씩 앨범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nbsp;또 다보탑 하면 으레 석가탑이 떠오를 정도로 석가탑과 함께 초등학교 교과서는 물론이고 관광엽서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국보 중의 국보다. (지금도 그런가?) 다보탑이 화려하고 여성적인 탑이라면 석가탑은 남성적인 탑이라고 말씀을 해주시던 초등학교 선생님의 설명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그 설명이 얼마나 멋지게 들렸던지…… 수리 작업을 하시는 분들께 박수를 마치 환자처럼 초음파로 곳곳을 진단하고, 한 조각을 떼어 내기 위해 나흘 넘게 준비를 한 다음, 떼어 낸 조각은 랩으로 싸고 그것도 모자라 혹시 있을지 모르는 파손에 대비해 압박붕대로 감싸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작업에 임하는 분들의 전문지식도 놀랍지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멀리서라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이렇게 떼어 낸 각 부위를 다시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로 정밀하게 실측도를 작성해서 역순으로 재조립해야 한다고 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탑보수정비 사업단에 따르면 해체할 부위가 사각 난간만 35개, 팔각 난간이 16개, 상륜부가 9개라고 한다. 이 초음파 진단은 석재로 된 부분과 시멘트 모르타르로 된 부분을 구분하기 위한 핵심 과정이다. 1972년 다보탑의 난간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난간을 구성하는 부위 사이의 이음매를 모르타르로 채웠기 때문에 이를 제거해야 난간을 해체할 수 있다고 한다. 모르타르를 접착제로 사용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인데, 모르타르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제거하다가는 국보를 망칠 수도 있어서 사업단원들은 한층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건축문화재 연구실장의 말에 따르면 “팔각 난간, 상륜부 등 해체 대상 부재는 다보탑 조형미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원 상태로 조립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한다. 이를 위해 “원 위치에 갖다 놓으면서 조형미를 되살리는 데는 3차원 스캐너를 통해 얻은 정밀실측 자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다보탑, 실내로 들어올 때도 된 것 같은데…… 1300년의 풍상이면 그동안 잘도 견딘 셈이다. 서구의 장식 조각들처럼 석회암이나 대리석이 아닌 경도가 센 화강암이어서 천년을 넘게 견디었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 불자들의 기도와 무사함을 빌며 탑돌이를 한 정성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크게 한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심초사하며 정성을 기울여 작업에 임하는 건축문화재 연구실 분들의 노고를 덜어드리는 의미에서도 다보탑은 이제 실내에 들여놓아야 하지 않을까. ▲ 다보답 세부천년 세월 앞에서는 화강암도 견디기 어렵다. 더 이상 풍화와 누수에 손상되지 않도록 원본을 실내에 들여놓을 때가 된 것 같다. &nbsp;물론 그 자리에는 원형을 그대로 복제한 레플리카가 들어서야 할 것이다. 3차원 스캐너를 통한 정밀실측도를 바탕으로 복제품을 만드는 작업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숭례문에서 보았듯, 한국의 문화재들은 목조가 많아 화재에 취약하다. 또한 석재로 만든 것이라 해도 다보탑처럼 노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비바람은 물론이고 심한 기후 변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nbsp;게다가 공해도 무시 못할 훼손 요인 중 하나다. 논의를 거쳐 레플리카를 대신 세우고 원본은 실내로 들여놓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박물관에 들어온 노트르담의 <왕들>과 마를르 <기마상>들 파리에 가면 누구나 노트르담 성당에 들르게 된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과 영화, 뮤지컬 등으로 유명한 성당이고 무엇보다 프랑스 역사 교과서라고 할 정도로 온갖 사건들이 일어난 곳이다. 성당 앞 광장에는 프랑스의 모든 도로가 시작되는 기점인 제로 포인트가 상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동판으로 표시를 해 놓았는데, 이 기점을 밟으면 파리에 또 올 수 있다고 해서 움푹 패여 있다. ▲ 쿨뤼니 중세 박물관에 있는 노트르담 석상 조각들▲ 노트르담 성당의 유대왕 석상들노트르담 성당을 보면 한군데도 빼놓지 않고 성당의 벽이 구약과 신약을 나타낸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맹이었고 양피지에 쓴 고가의 성경책을 구입할 수도 없었던 중세에, 성당이 성경책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면에 자리잡고 있는 세 개의 문 위에는 수많은 조각들이 모두 왕관을 쓴 채로 길게 도열해 있다. &nbsp;이 석상들은 구약의 열왕기에 나오는 유대 왕들인데,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을 때 민중들이 프랑스 왕들인 줄 알고 끌어내려 부숴버린 것을 복원해 놓은 것들이다. 당시 한 이름 없는 사람이 폭도들이 갖다 버린 석상 조각들을 모아서 땅에 묻어놓았는데, 1970년대에 발견되어 현재는 소르본느 대학 인근에 있는 클뤼니 중세 박물관에 갖다 놓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는 그런 때였다. 나폴레옹이 노트르담에서 대관식을 할 때도 다 허물어진 성당을 가리기 위해 임시로 그림을 그려놓고 식을 거행해야만 했다. 이후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계기로 노트르담 성당을 복원하게 되었고 당시 문화재 청장으로 일하던 소설가 메리메와 고딕 복원 전문가인 비올레 르 뒤크 등이 앞장서서 복원 작업을 했다. 다보탑은 프랑스 대혁명 같은 사건으로 파손되지는 않았다. 일본 놈들이 가져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고 6.25도 잘 견디어 냈다. 그러나 이제 풍상과 공해라는 또 다른 적을 만났으니 보존을 위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nbsp;▲ 루브르에 있는 마들리 기마상 원본파리에서도 콩코드 광장에서 샹젤리제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던 마를리 궁의 기마상들을 루브르로 들여다 놓았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원작이 손상될 것을 우려해서다. 어쩌면 파리 문화재 당국에서는 누군가 팔아 치우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지도 모른다. 20세기 초, 한 미국인이 파리로 여행을 왔다. 이 미국인은 마를리 기마상에 홀딱 반했고, 이를 눈치 챈 한 프랑스 사기꾼이 마를리 기마상을 팔겠다고 접근 해왔다. 돈까지 다 지불한 미국인은 다음날 일꾼들을 데리고 다시 와서 사다리를 놓고 기마상 위로 막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nbsp;말을 탄 기마경찰이 달려왔고 그때서야 프랑스인에게 속은 것을 안 미국인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개 신세가 된 자신을 깨달아야만 했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지하 층에서 400년 가까이 된 마를리 기마상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예는 카르포의 유명한 조각 <춤>에서도 볼 수 있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장식 조각이었던 <춤>은 이젠 오르세 박물관 안에 들어와 있다. 워낙 빼어난 작품이어서 실내로 들여다 놓은 것인데, 원래 조각이 있던 곳에는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모각 작품이 들어가 있다. &nbsp;원작을 보존하려는 의도도 작용했지만, 카르포의 <춤> 역시 19세기 말에 휘장을 걷는 날 밤, 한 가톨릭 신자가 걸레에 잉크를 잔뜩 묻혀 조각을 검게 칠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이유는 벌거벗은 남녀를 조각했다는 것이었다. 파리를 비롯한 유럽에서 유난히 옛 조각들을 실내로 들여다 놓고 보존하는 데에는 김선달 같은 사기꾼이나 광신도들 혹은 풍화로부터 보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비둘기 똥 때문이다. 19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퇴비로 썼던 비둘기 똥이지만 이젠 유럽이나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큰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 조각상 위의 비둘기들그렇다고 평화의 상징이자 성령을 나타내는 비둘기를 마구 죽일 수도 없다. 또 동물보호협회에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엽사를 고용하고 독극물을 타서 먹여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파리에서는 지상에 있는 전철 역사 같은 곳에는 뾰족한 바늘을 꽂아서 아예 비둘기들이 앉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차 위에 떨어진 비둘기 똥은 여간 해서는 잘 지워지지가 않아 정말 골칫거리다. 경천사지 석탑도 들여다 놓았다 ▲ 경천사십층석탑국보86호다보탑을 서울 중앙박물관에 갖다 놓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경주에 있어야 할 것이다. 마음이 넓은 경상도 사람들이 서울에 양보를 할 수도 있겠지만, 다보탑이나 경주 출토 문화재들은 고향에 있는 것이 좋겠다. 어쨌든 경천사지 석탑도 실내에 들어온 전례가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다보탑을 이번 기회에 실내에 들여다 놓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 봐야 하지 않나 싶다. &nbsp;다보탑만이 아니라 석탑이든 석물이든 보존 가치가 있는 유물들은 이제 실내로 들여다 놓아야 할 것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처럼 피어리어드 룸, 즉 시대실을 별도로 꾸며서 통째로 옮기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리고 중앙박물관이나 기타 적당한 장소에는 불국사를 통째로 다시 짓는 것이다. 연못 위에 떠 있는 불국사는 볼 만한 장관이 될 것이다. 파리 퐁피두 센터 인근에 있는 레지노쌍 분수는 분수를 장식하던 장 구종의 조각을 루브르박물관으로 들여다 놓은 후 옛 분수를 원형대로 복원해 놓았다. 포스트모던 건축의 효시인 퐁피두 센터 곁에 자리한 레지노쌍 분수는 500년 세월을 건너뛰어 파리가 옛 것과 새 것을 조화시켜 나가는 도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복원이 능사인 것만은 아니다. 다보탑은 이제 실내에 들어와 불국사의 석탑이 아니라 한국의 국보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nbsp;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
2008.12.22 I 정장진 기자
(정장진의 Tour & Culture)다방과 찻집이 사라지고 있다
  • (정장진의 Tour & Culture)다방과 찻집이 사라지고 있다
  •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4,000원짜리 자장면을 먹고 4,500원짜리 커피를 마신다. 뭔가 이상하다. 점심 시간만 되면 길거리에 커다란 일회용 컵을 든 사람들이 행진을 한다. “커피 콩과 찻잎”이든, “별다방”이든 아니면 “일곱 마리 원숭이”이든 언제부턴가 낯선 이름, 낯선 모습의 카페가 한국 서울의 골목과 웬만한 빌딩의 일층들을 점령해 버렸다. 대학 캠퍼스도 예외가 아니어서 자칭 민족의 대학이라는 고려대 안과 인근에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 신촌골은 이미 완전히 점령을 당한 모습이다. 언뜻 한국의 논두렁을 점령해 버린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 브루길 생각이 난다. 이젠 누구도 “다방”이라거나 “찻집”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다방과 함께 다방이라는 말도 사라지고 있다. 공간도 단어도 그리고 다방 문화와 그 문화와 함께 했던 우리의 모든 과거도 사라졌다. 마치 이 모든 것들이 버려야 할 구습이고 청산해야 할 과거였던 것만 같다. 마치 황소개구리와 베스 같은 이 외래 카페들의 점령이 정말 겁이 나는 것은 우리의 미래도 이미 사라져버린 것만 같기 때문이다. 다방 문화를 아시나요 다방이나 찻집이라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발음도 좋고 의미도 확실하다. 그러나 이 단어들은 사라지고 있고, 말과 함께 다방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다방 문화란 무엇인가? 다방 문화에는 다방 마담, 레지 아가씨 같은 얄궂은 측면도 있었다. 대개 마담들은 긴 한복을 입었고 레지 아가씨들은 가능한 한 짧은 미니를 입곤 했다. 마담들은 다방에 들어서는 남자들에게는 아무나 보고 사장님이라고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레지 아가씨들은 진한 화장을 하고 쟁반을 든 채 조금 심하게 허리를 흔들고 지나다녔다. 그러면 주문을 한다. ”홍양 여기 커피 두 잔, 블랙으로……” 성희롱이라는 단어도 없던 그 당시, 나이든 중년 신사가 슬쩍 엉덩이를 쳐도 없던 일로 하고 지나던 때였다. &nbsp;또 모닝 커피와 계란 반숙 같은 아마도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 메뉴도 있었다. 어릴 때 어떻게 하다가 어른들을 따라 다방에 가면 계란 반숙을 시켜주시곤 했다. 그런 델 가면 거의 언제나 금붕어가 헤엄치는 사각 어항도 있고, 난로도 있었다. 육각형 성냥통과 동전을 넣으면 그날의 운수가 나오는 큼직한 재떨이도 있었다. 이 풍경은 세월이 지나면서 사라져갔지만, 기억에는 생생하다. 어디 생활 박물관 같은 곳에라도 모아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사라진 다방 중에 고전 음악 다방이라는 것이 있었다. 대학교 앞이나 명동에도 있었다. 참 많이도 드나들며 집에 없는 고급 앰프로 명반을 듣곤 했다. 어쨌든 이제 모두 사라져간 옛 것들이다. 왜 다방은 사라져야만 했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조금 심각한 질문일 수도 있다. 다방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방 문화도 함께 사라진 것이기 때문이고 나아가 다방 문화와 함께 우리의 삶의 중요한 부분도 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다방은 상업적 공간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사람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이자 풍경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야기와 그 배경을 이루는 이 풍경에 민감하며 자연히 원하든 원치 않든 이 풍경을 오래 기억한다. 이 기억이 중요한 것이다. 이 기억은 공동체에 소속되어있다는 소속감과 유대감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한국 다방이 사라진 이유들 중 하나는 다방이 조용히 앉아 이것저것 생각을 좀 하고 혼자 책을 읽거나 아니면 멍하니 앉아있는 공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음악이 쾅쾅 울리고 상당수 다방들이 지하에 있던 탓에 곰팡이 냄새와 찌든 담배 냄새도 났다. 글을 쓸 수는 더더욱 없었다. 차 한잔 시켜놓고 각자 자신의 볼일을 볼 수 있는 대중적인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국 다방은 못했던 것이다. 급속한 경제 발전 탓에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고 덕분에 골목들이 사라지면서 다방도 사라졌다. 골목이 있던 자리에 20층짜리 빌딩이 들어서고 일층에는 외래종들이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그 옆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있다. 이 변화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대세다. &nbsp;하지만 골목이 사라지고 다방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어딜 가나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 더욱 아쉽다. 그 책임의 반은 한국 다방 자체에게 있다. 고즈넉한 공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격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식 다방은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매일 찾아가고 싶은 곳도 아니었다. 다방을 경영하는 사람들도 전문가가 아니라 웃돈을 받고 넘길 생각만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파리의 카페들 카페 천국이라는 파리에도 30개가 넘는 외래종들이 들어섰다. 서울에 비하면 아직 적은 수이고 대부분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것들이긴 하다. 이 외래종들이 얼마나 견디어 낼지 자못 궁금하다. 파리 근교의 디즈니랜드가 토종 프랑스 테마공원인 아스테릭스에 밀린 적이 있듯이,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페 싸움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 파리 샤틀레 광장의 풍경▲ 파리 중고서적 상인 부키니스트샤틀레 파리 시립 극장 앞의 카페는 15년 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다탁과 찻잔도 그대로였다. 창 밖으로 뵈는 나폴레옹 승전탑 주변의 풍경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센느 강변의 중고서적상들인 부키니스트들도 여전히 헌 책들을 팔고 있었다. 사르트르가 단골로 자주 드나들던 레되마고 카페에는 일본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앉아 히히덕거리고 있었고, 로통드 카페 앞의 발자크 상도 두터운 잠옷을 걸친 모습 그대로였다. 파리는 이렇게 해서 보존되고 있었다. 카페들 중 몇몇이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를 알만도 했다.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탈고한 테이블, 베케트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쓴 탁자라고 쓰여진 글귀들이 거짓말만은 아닌 것이다. 실내 장식도 함부로 바꿀 수가 없어 주인 입장에서는 별로 원하는 일은 아니지만 손때 묻은 탁자나 의자는 적이 감동을 주곤 한다. ▲ 파리-카페-프랑세▲ 파리-카페-노트르담프랑스의 수많은 정치, 문화, 예술적 사건들은 카페에서 일어났다. 프랑스 대혁명도 그랬고, 인상주의도 그랬다. 추운 겨울 장작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예술가들은 카페에서 몸을 녹이며 먹다 남은 포도주도 얻어 마시곤 했다. 전시회도 카페에서 열었다. 19세기말의 몽마르트르 화가들과 뒤늦게 이들과 합류한 반 고흐가 그랬다. &nbsp;영화 <아멜리에> 나오는 허름한 몽마르트르의 카페는 파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카페다. 그러나 영화가 촬영된 이후로 유명세를 타서 재미를 봤다고 한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드나들던 카페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그 건물 그 자리에서 그냥 장사를 하고 있다. 파리 카페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갸르쏭으로 불리는 다방 종업원들인데, 대부분 흰 앞치마에 검은 색 조끼와 흰 셔츠를 입고 일을 한다. 하루 평균 12km를 걷는데, 서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무엇보다 다리가 튼튼해야 한다. 가끔씩 쟁반에 커피나 맥주잔을 올려놓고 달리기 시합을 해서 샹피옹(챔피언)을 뽑는 대회도 열곤 한다. &nbsp;갸르쏭은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다방 종업원들은 대부분 남자들인데, 요즈음은 여자들도 일을 하곤 한다. 이상해서 쳐다보면 어깨를 씰룩하고 웃는다. 갸르쏭들은 맡은 구역이 따로 정해져 있다. 월급을 받고 팁은 전체적으로 모아 나누어 갖는다. 샹젤리제나 오페라 쪽의 갸르쏭들은 이 수입이 짭짤하다. 주택가에 다시 자리잡기 시작한 다방들 보도를 보면, 서울 주택가에 서서히 한국식 다방들이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신도시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넓은 의미의 강남에도 곳곳에서 카페 테라스나 정원 카페 등이 문을 열고 있다고 한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고려대 인근에도 커피 맛 자체로 적지 않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곳이 있다. 실내는 손을 봐도 단단히 봐야 할 정도로 형편 없다. 또 가끔 12시 이전에 들어가면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주인 마담이 된장찌개를 시켜 놓고 식사를 하는 바람에 기절초풍을 할 때도 있지만, 커피 맛은 참 괜찮다. 커피만 따로 봉지에 담아 팔기도 한다. ▲ 빈 예술사 박물관 내 카페▲ 파리-카페-레되마고거의 바닥이 보일 정도인 로마의 에스프레소, 아침에 크르와상과 함께 마시는 파리 카페의 카페올레, 빈 예술사 박물관 안의 초콜릿과 함께 마시는 카페…… 십 년, 이십 년 후에 가도 거의 그대로인 이 카페들은, 모르긴 몰라도 주인도 그대로일 것이다. 한 곳에서 오래 장사를 하고, 아버지가 드나들었고 조금 변하긴 했지만 아들도 대를 이어 드나드는 다방이 있으면 좋겠다 싶지만, 한국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것도 국민소득과 관계된 현상이니 강제할 수도 없다. 10년, 20년 계속 장사를 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줄 수도 없다. 어떻게 토종 개구리나 민물고기를 보호할 방법이 없을까? 파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페 싸움의 결과가 궁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
2008.11.17 I 정장진 기자
김창완 "산울림, 이제 마침표 찍어야지…"
  • 김창완 "산울림, 이제 마침표 찍어야지…"
  • [조선일보 제공] "이제 바람은 멈추었다. 모든 색은 합쳐져 단 하나의 작고 검은 마침표가 되었으며 모든 빛은 합쳐져 수억 겁의 미래로 가버렸다… 산울림, 그들의 노래는 화석이 되었다." 25일 발매될 산울림 전집 박스세트 소책자에 김창완(54)은 그렇게 썼다. 1977년 '아니 벌써'로 등장해 97년 13집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까지 음반 13장과 '개구쟁이'를 비롯한 동요집 4장을 낸 산울림에그는 종언(終焉)을 고했다. 이유는 단 하나. 막내 김창익(지난 1월 작고)이 없기 때문이다. "(막내가 죽은 뒤) 매일 조종(弔鐘) 소리를 환청으로 들었다"는 그를 만났다. 산울림의 맏형이자 가장 큰 산이었던 그는 "산울림으로는 더 이상의 작업은 없다"고 했다. ―다른 드러머와 산울림 활동을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우리는 형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끼면 산울림이 아니에요. 나는 지금 산울림과 헤어지고 있어요. 그것이 산울림에 대한 나의 애정과 경의의 표현이에요." 그는 오래 전부터 "산울림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리하려면 앞으로 20년은 걸릴 것이다"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지난 1월 캐나다에 살던 김창익이 사고로 먼저 떠난 것이다. ―산울림에 영향받은 뮤지션들이 무척 많습니다. "과학자나 정치가, 성자만이 남에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는 걸 음악이 나한테 가르쳐줬죠. 내가 은행원이 됐다면 지금 인생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찾았겠죠." 김창완은 1977년 은행 입사시험과 산울림 1집 레코딩이 같은 날 겹쳤을 때 "시험은 또 볼 수 있지만 레코딩은 인생에 한 번뿐"이라며 음악을 택했다. ―그 순간의 결정이 무척 중요했던 거네요. "순간요? 그전에 다른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이 온 거죠. 순간이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다섯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김창완은 음악과 아무 상관없는 유소년기를 거쳤다. 그가 기억하는 음악적 사건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최희준의 '하숙생'을 듣고 가사가 슬퍼 밤새 펑펑 운 것"뿐이었다. 그는 17세에 대학에 입학했다. 그때 기타와 처음 대면했다. "교본을 사서 도레미파를 공부한 뒤 처음 쥔 코드가 'D'예요. 그 화음에 매료돼서 장독대에 올라가 두 시간 동안 D코드만 쳤어요." 그리고 3개월 후 그는 처음으로 곡을 썼다. 산울림 5집에 실린 '왜! 가'가 그 노래다. ―산울림 음악은 당시에 엄청난 파격이었는데요. "우리 음악은 우리의 어른이 들었던 가요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어요. 산울림의 모태가 우리 가요에 있는 거죠. 음악의 소재, 가사, 작곡 모든 면에 그런 반발이 담겨 있어요." ―'아니 벌써'만 해도 당시 사회에 반어법으로 저항했다는 해석이 많잖아요. "그런 건 다 '뻥'이에요. 그때 열 몇 살짜리들이 뭘 안다고 저항이에요. '아니 벌써'는 심의에 걸리는 바람에 전부 원래 가사의 반대말로 바꾼 거예요. 그런데 그 멜로디가 폭력적이었어요. 젊은이들을 세게 때렸죠. 긴 세월 지나고 보니까 그 가사의 은유가 그 노래의 생명력이 된 것 같아요." ―'내게 사랑은 너무 써'가 담긴 8집을 가장 싫어하고 히트곡이 없는 9집을 가장 좋아한다면서요. "8집은 가장 창피한 음반이에요. 너무 감성을 팔아먹었죠. 그런 유혹에서 벗어난 게 9집이에요. '저주받은 걸작'이라고들 하는데, 뭐, 단 한 장도 안 팔린 것 같았으니까." ―산울림은 돈을 못 벌었다는데 사실인가요. "계약서도 한 장 안 썼고, 음반이 많이 팔려도 돈을 한 푼 못 받았죠. 행사 출연료가 수입의 전부였는데 그나마 밤무대 출연은 안 했으니까 돈을 벌 수가 없었어요. 우리는 젤소미나였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잠파노였어요(영화 '길'에 나오는 '젤소미나'는 학대당하는 인물, '잠파노'는 가혹한 인물이다)." ―밤무대에는 왜 출연 안 했나요. "1집 내고 처음 찾아본 단어가 '화류계'였어요. 그때 어느 건달 같은 매니저가 '너희들은 이제 화류계로 온 거야'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돈 많이 준다는 행사는 다 거절했죠. 화류계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김창익씨가 생전에 큰형을 '폭군'이라고 했다는데요. "막내가 나를 폭군이라고 했지만… 얼마나 거칠게 (삶의) 문을 닫았어요. 얼마나 거칠게 나와 헤어졌습니까." 그의 말투가 무거워졌다. 그는 이어 "내가 방송국 가는 길에 막내 회사가 있었잖아…" 하면서 눈시울을 일그러뜨렸다. 그는 매일 아침 김창익이 근무했던 서울 양평동 대우자동차 사옥 앞을 지나 서울 목동 SBS 사옥에 출근, 라디오를 진행한다. ―최근엔 가수가 아니라 배우와 DJ로 더 유명합니다만. "나는 가수예요. 11년 만에 음반을 내지만(그는 산울림 전집과 함께 '김창완밴드' 1집을 낸다). 지금은 기부하는 마음이 아니면 음반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산울림 때문에 음악을 하게 된 후배들에게. "진실된 음악을 하라고 권면하고 싶어요. 대중들은 음악을 원하지 않아요. 목숨을 원한다고요. 목숨 걸고 하는 음악만이 살아남는 거예요."
  • "귀족계 2200억대 규모… 회원 300명"
  • [조선일보 제공] 서울 강남 지역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귀족계'를 운영하다 잠적했던 계주 윤모(여·51)씨가 12일 경찰에 자진 출두해 "계의 전체 규모는 2200억원이고 계원 숫자는 300명"이라고 진술했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윤씨가 이날 오전 10시쯤 경찰에 자진 출두해 오후 5시까지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고 밝혔다.윤씨는 경찰에서 "경기 불황 탓인지 곗돈을 제때 내지 않는 계원들이 생기면서 계가 원활히 운영되지 않았을 뿐 내가 곗돈을 편취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자신이 운영한 '다복회(多福會)'는 1인당 매달 내는 불입금이 100만~2500만원까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총 곗돈은 2200억원이지만 이미 곗돈을 타간 계원이 있어 피해 규모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계원은 "지금까지 곗돈을 떼였다고 주장하는 계원만 최소 150여 명에 이르기 때문에 피해액은 적어도 400억~500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원들 사이에서는 정치인·재계 인사·법조인·고위 공무원 등의 부인과 퇴역 장성급 군인, 개인병원장, 유명 연예인 등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다복회의 주요 계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윤씨는 이날 경찰에 출두해 "연예인은 4~5명 있지만 고위 공직자 등 주요인사는 전·현직 포함해 한 명도 없다"고 진술했다.윤씨의 이런 진술에도 불구하고 계원들 사이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계원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계원은 "노무현 정권에서 공기업 사장을 지낸 정치인 L씨의 부인이 35억원의 곗돈을 부었다가 떼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계원은 "유명 여성 개그맨 P씨도 계원"이라며 "모임에 자주 나오지는 않았으나 그가 계원인 것은 다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계원들은 "윤씨가 대학 최고위 과정에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도 다수 계원으로 끌어들였다"고 말했다.윤씨와 수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한 계원은 "윤씨는 곗돈을 수표로 받은 뒤 장부에 이름과 함께 수표를 복사해 뒀다"며 "수표의 일련번호를 추적하면 그 돈의 출처가 밝혀지기 때문에 거액을 부은 계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은 돈을 굴리는 이른바 '큰손'들은 고소도 하지 않고 윤씨를 기다렸는데 윤씨가 이제 와서 경찰에 출석했다고 하니 망연자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10억원 이하를 부은 소액 계원 100여 명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채권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책위원 7명을 뽑아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윤씨 소유의 부동산 등에 대해 압류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윤씨가 지난 11일 대리인을 통해 일부 계원들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 이에 대해서도 별도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귀족계 2200억대 규모… 회원 300명"
  • [조선일보 제공] 서울 강남 지역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귀족계'를 운영하다 잠적했던 계주 윤모(여·51)씨가 12일 경찰에 자진 출두해 "계의 전체 규모는 2200억원이고 계원 숫자는 300명"이라고 진술했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윤씨가 이날 오전 10시쯤 경찰에 자진 출두해 오후 5시까지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고 밝혔다.윤씨는 경찰에서 "경기 불황 탓인지 곗돈을 제때 내지 않는 계원들이 생기면서 계가 원활히 운영되지 않았을 뿐 내가 곗돈을 편취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자신이 운영한 '다복회(多福會)'는 1인당 매달 내는 불입금이 100만~2500만원까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총 곗돈은 2200억원이지만 이미 곗돈을 타간 계원이 있어 피해 규모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계원은 "지금까지 곗돈을 떼였다고 주장하는 계원만 최소 150여 명에 이르기 때문에 피해액은 적어도 400억~500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원들 사이에서는 정치인·재계 인사·법조인·고위 공무원 등의 부인과 퇴역 장성급 군인, 개인병원장, 유명 연예인 등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다복회의 주요 계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윤씨는 이날 경찰에 출두해 "연예인은 4~5명 있지만 고위 공직자 등 주요인사는 전·현직 포함해 한 명도 없다"고 진술했다.윤씨의 이런 진술에도 불구하고 계원들 사이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계원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계원은 "노무현 정권에서 공기업 사장을 지낸 정치인 L씨의 부인이 35억원의 곗돈을 부었다가 떼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계원은 "유명 여성 개그맨 P씨도 계원"이라며 "모임에 자주 나오지는 않았으나 그가 계원인 것은 다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계원들은 "윤씨가 대학 최고위 과정에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도 다수 계원으로 끌어들였다"고 말했다.윤씨와 수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한 계원은 "윤씨는 곗돈을 수표로 받은 뒤 장부에 이름과 함께 수표를 복사해 뒀다"며 "수표의 일련번호를 추적하면 그 돈의 출처가 밝혀지기 때문에 거액을 부은 계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은 돈을 굴리는 이른바 '큰손'들은 고소도 하지 않고 윤씨를 기다렸는데 윤씨가 이제 와서 경찰에 출석했다고 하니 망연자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10억원 이하를 부은 소액 계원 100여 명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채권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책위원 7명을 뽑아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윤씨 소유의 부동산 등에 대해 압류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윤씨가 지난 11일 대리인을 통해 일부 계원들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 이에 대해서도 별도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연예비리 전·현직 방송사 PD 실형선고
  •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연예비리 혐의로 법원에 기소된 지상파 방송국 전 현직 PD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윤경 부장판사)는 6일 자사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 대가로 기획사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이용우 전 KBS PD에게 징역 1년2개월과 추징금 1억1551만원을 선고했다. 이 밖에 기획사로부터 현금과 주식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기소된 고재형 MBC 예능국 PD에게도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3천311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PD에 대해 "공영방송의 간부급 PD로서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1년간 받은 돈이 1억원이 넘는 데다 도박빚을 갚기 위해 범행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이 선고됐다"며 "다만 대중문화발전에 공헌한 점과 받은 돈을 반환했고 이 사건으로 인해 방송사에서 퇴직한 점 등을 감안한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고 PD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지킬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위를 이용해 현금과 주식을 받는 등 죄질이 좋지 않은 데다 주식을 차명관리 하는 등 지능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초범인데다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지 않았고 업무처리에서 특별히 부당한 점을 찾지 못한 것을 감안해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6월초부터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에 전담팀을 꾸려 연예기획사와 PD들간의 비리를 수사했다. 그 결과 이 전 PD는 2004년 6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팬텀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로부터 소속 연예인 출연 청탁 등의 명목으로 2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고 PD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팬텀엔터테인먼트 등으로부터 "인기 프로그램에 연예인을 출연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3천여 만원의 현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 기소됐다.▶ 관련기사 ◀☞檢 '연예비리' MBC CP에 징역 2년형 구형☞[2008 연예비리③]'방송사 길들이기'vs'비리 수사 당연'...엇갈리는 시각☞[2008 연예비리②]반복되는 연예비리...무엇이 문제인가☞[2008 연예비리①]"유전(油田)이래요 유전(遺傳)"...연예계 검은 유착, 왜?
2008.11.06 I 김용운 기자
소로스 개과천선?..`이머징 구하자` 목소리 높여
  • 소로스 개과천선?..`이머징 구하자` 목소리 높여
  •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이 이머징 경제를 살려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 그리고 MIT대 강연을 통해 이런 주장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 미국의 구제금융에 대한 비난을 연이어 내놓던 그가 이번엔&nbsp;이머징 살리기의 기수로 섰다. &nbsp;돌아보면&nbsp;소로스의 말은 늘 석연찮았다.&nbsp;그가 어떤 시장에 대해 언급을 할 때마다 해당 시장은 그가 의도했던 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주머니를 불렸다. 자연스럽게&nbsp;그가 왜 아시아를 비롯한 이머징 경제에 대한 열렬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는 지,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nbsp;◇ 소로스 "美, 이머징 경제 구제해야"&nbsp;현재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인 소로스는 FT 기고문을 통해 "(미국 중심의) 선진국 금융 당국은 전세계적인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어떤 조치든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nbsp;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nbsp;잘 넘겨냈던&nbsp;이머징 국가들이 지금&nbsp;미국발(發) 폭풍에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nbsp;&nbsp;▲ 조지 소로스그는 국제통화기금(IMF)만으론 지원이 부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선진국 중앙은행들이&nbsp;이머징 국가에 대해 대규모&nbsp;스왑 라인을&nbsp;열어야 하며,&nbsp;이들 국가에&nbsp;장단기 크레딧을 제공, 이들 국가가 케인즈 주의에 입각한&nbsp;경기 조정적(counter-cyclical) 재정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nbsp;또&nbsp;지금은 특별인출권(SDR)을 창출하거나 또 다른 형태의 대규모 국제적인 준비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IMF에서 유일하게 비토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MIT 강연에선 이머징 시장을 위해 IMF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bsp;그는 "IMF는 중심(선진국)으로서 주변국을 보호해야 하는 새로운 미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머징을 포함한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nbsp;존속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nbsp; 또&nbsp;자신이 돈을 벌고 있는,&nbsp;그리고 명성을 쌓아 온&nbsp;헤지펀드 업계의&nbsp;추락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헤지펀드 업계&nbsp;규모가 금융위기 때문에 현재의 3분의 1, 혹은 절반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nbsp;헤지펀드 업계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약 1조9000억달러. 1만개 가량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bsp;또&nbsp;금융위기로 인해 규제가 강화되고, 이로 인해 업계 이익은 줄어드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결코 지난 25년간 냈던 만큼의 이익은 낼 수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nbsp;&nbsp;◇ 1992년 英 환투기의&nbsp;기억&nbsp;소로스가&nbsp;현 금융위기 해소의 거간꾼인양 하며, 그것도 이머징 경제 회복에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왜 일까.&nbsp;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발언만 해 온 것도&nbsp;석연찮다.&nbsp;&nbsp;&nbsp;그가 어떻게 돈을 벌어 명성을 쌓아 왔는 지를 본다면 그가 왜&nbsp;전세계 금융&nbsp;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제시하면서&nbsp;이머징&nbsp;경제 회복을 위한 기치를 올리고 있는 지&nbsp;가늠이&nbsp;된다.&nbsp;답은 간단하다. 돈 벌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nbsp;&nbsp;&nbsp;지난 1992년 영국 파운드화 환투기 이전의 행보를 상기하면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다. &nbsp;당시&nbsp;파운드화가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한 그는&nbsp;언론 매체마다 파운드화 대폭락을 예고해댔다. 그 동안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면서도 인터뷰를 절대 하지 않던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자&nbsp;언론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그의 말은 대서특필됐다. 그러자 시장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급하게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nbsp;그는 당시 몸담고 있던 퀀텀펀드를 통해 파운드 매도에 나섰다.&nbsp;영란은행(BOE)은 온몸으로 이를 방어하고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nbsp;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결과적으로 당시 총리였던 존 메이저까지 물러나고 말았다. 1억달러를 투입한 그는 이를 통해&nbsp;검은 수요일(1992.9.16) 하루동안에만 10억달러를 벌어들이며 전설적 존재가 됐다. &nbsp;이듬해엔 프랑스 프랑, 덴마크 크로네화 등 유럽 전역을 상대로 환투기를 벌였고, 훨씬 더 많은 부를 거머쥐었다. 역시 이에 앞서 언론엔 해당 통화의 추락을 경고해댔음은 물론이다.&nbsp;그는 1997년 동남아 외환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nbsp;◇ 비관론 살포하며&nbsp;이익 노리는 듯..이머징 살리기도 같은 맥락금융 위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nbsp;연일 말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재귀성(reflexity) 이론`이 여전히 먹혀들 것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nbsp;&nbsp;&nbsp;사람들은 실제 현실과는 달리 생각하고 있는 현실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결국은 `생각하는 현실`이 `실제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nbsp;즉,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판단을 내리게 되기 때문에 시장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그가 자꾸 비관론을 살포할 수록 사람들은 비관론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nbsp;따라서&nbsp;소로스가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내놓으면서 이머징 살리기 주장을 하고 있는 건, 미국 투자자산은 정리하고 이머징으로 무게를 옮겨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능해 진다. &nbsp;이머징 마켓을 미국이 살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이머징에 대한 신뢰를 되찾게 만들어 시장을 끌어 올리려는 의도일 수 있는 것이다. &nbsp;&nbsp;소로스는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로부터 1997년 아시아 환란의 주범으로 지목받은 전력이 있다. 이런 그가&nbsp;모국인 헝가리를 비롯해 동유럽권의 대규모&nbsp;IMF 구제금융 사태를 지켜보며&nbsp;느낀 바가 적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nbsp;&nbsp;그래선지 소로스의 `이머징 구하기` 발언에는&nbsp;선의가 담겼을&nbsp;가능성도 있다.&nbsp;물론 마하티르 전 총리라면&nbsp;소로스가&nbsp;`개과천선(改過遷善)`한 것이냐고 되물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nbsp;소로스의 말 한마디로 전세계 관련 시장이 급등락하지는 않을 만큼 정보의 비대칭성이 줄어들기는 했지만&nbsp;아직도 그의 한 마디가 갖고 오는 파워는&nbsp;여전하다.&nbsp;소로스의 주장이 향후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nbsp;주목된다.
2008.10.29 I 김윤경 기자
  • (전문)2009년도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정부 시정연설
  • [이데일리 경제부] 이명박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세계금융위기로 실물 경제가 침체되는 것이라며 재정확대와 감세 등을 내용으로 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차질없는 통과를 요청했다. 다음은 `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전문이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김형오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저는 오늘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전 세계를 쓰나미처럼 휩쓸고 있는전대미문의 금융위기로 인해 국민들께서 얼마나불안해하고 고통을 받고 계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금리 부담이 늘어나 가계 부담에 한 숨 짓는서민의 어려움을 이해합니다.불경기에 힘들어하는 상인들, 가지고 있는 주식 값이 폭락해 실의에 빠진개인 투자자들, 자금 부족 때문에 여기저기를전전하는 중소기업인의 심정을 압니다.지금 다니는 직장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직장인의 걱정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의 좌절감도 안쓰럽습니다.국민들의 고통은 저에게도 뼈저린 아픔입니다.그럴수록 저는 이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소명을 한 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위기를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합니다.하지만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습니다.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던 10년 전과는 상황이 판이합니다. 10년 전에는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금융위기였습니다만지금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전 세계로 파급되고 있는 것입니다.그 결과 전 세계 주식시장이 동시에 폭락하는 현상이일어나고 있습니다.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세계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의 침체로 파급되는 것입니다.이것이 선진국에서 촉발된 지금의 금융 위기가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도 10년 전과는 달라야 합니다.국제 공조에 적극 나서면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내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이 위기를 올바로 극복하면, 한국 경제는 크게 살아날 것입니다.이번 위기가 끝나면 각국의 경제력 순위가 바뀔 것이고대한민국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이런 신념을 가지고 냉철하고 단호하게 이 상황에 대처할 것입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과연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저는 분명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우선 외화 유동성 문제는지금 보유한 외환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금년 1월에서 9월까지 유가 폭등과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경상 수지 자본 수지가 모두 적자에 빠졌습니다.하지만 외환보유고는 2600억 달러에서 2400억 달러로약 8%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4/4분기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외환 상황은 훨씬 호전될 것입니다.작년에 600억 달러에서 금년에 1,000억 달러로원유 수입에만 약 400억 달러가 더 쓰였습니다. 이것이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내리고 있고,만일 내년에 이런 수준이 유지된다면 상당한 국제수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원화 유동성도 마찬가지입니다.금융통화당국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습니다.금융회사든 일반 기업이든 흑자 도산하도록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부는 시장이 불안에서 벗어날 때까지 선제적이고(preemptive) 충분하며(sufficient)확실하게(decisive) 유동성을 공급할 것입니다.문제는 오히려 심리적인 것입니다.실제 이상으로 상황에 과잉 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루즈벨트 대통령은 세계 대공황 이후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주식이 가장 낮은 가격이었을 때 두려움 없이 산 사람들,특히 외국인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던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저력을 믿어야 합니다.이 저력을 믿고 고통 분담과 협력하는 자세로침착하게 행동 한다면우리는 반드시 희망의 출구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정부는 세계적 실물 경제 침체에 대비해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확대하고자 합니다.예산 지출을 과감하게 확대하고,수출 증가 둔화에 대응해 내수를 활성화하는선제적 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최근 국제통화기금도 실물 경제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세계 모든 나라에게 감세 및 재정 지출 확대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고,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 지원도 늘릴 것입니다.감세는 경기 진작의 일환으로 필요합니다.세계는 지금 ‘낮은 세율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으로세율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올해에만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선진국은 물론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들도세금을 내렸습니다.감세에 소극적이던 일본까지 합류했습니다.내년에 13조 원 수준의 감세를 통해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할 것입니다.정부의 이런 재정 기능 강화에 국회도 적극 호응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이번 예산안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에 마련됐습니다.그로 인해 작은 정부 기조에서다소 긴축적인 방향으로 예산이 편성되었습니다.내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기조에 따라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세출을 늘려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불을 끌 때도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단시간에 진화가 가능합니다.이번에 국회에 제출한 금융기관간 외화차입금 보증 한도 1000억 달러는사실상 다 쓰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하지만 이런 선제적 조치를 취하면우리 은행들이 돈 구하기도 쉽고 금리부담도 줄어듭니다.반면 금융기관들은 중소기업들이 돈 구하기 쉽고 금리부담을 줄이는데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안에서의 이러한 노력과 함께 우리는바깥으로 글로벌 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지난 주말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에서 저는신국제금융질서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기존의 금융체제로는 더 이상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없을 뿐 아니라유사시에 대응할 능력도 미흡합니다.사전 사후 감시 및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신금융질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11월 15일 워싱턴에서 긴급히 개최될 20개국 세계금융정상회의에서도 저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개편을 포함해 전향적인 방향으로 국제공조가 이루어지도록 앞장 설 것입니다. 아울러 한중일을 비롯해 동북아의 공조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세계 각국이 유례없는 금융 위기와 실물경제 위축에 대해 긴밀한 공조체제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 했습니다.이제 합의가 이루어져 실천에 옮겨지면어쩌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세계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적극적인 경제외교를 통해 새롭게 형성될국제금융질서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국익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이번 위기를 계기로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해선 결코 안 됩니다.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각국이 관세장벽을 높여서세계 경제가 더 악화되고 회복이 늦어졌던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됩니다.자국 방어에만 치중해축소 균형 쪽으로 세계 경제가 옮겨가는 사태는 막아야 합니다.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국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온 세계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도록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대한민국은 시련과 도전을도약과 웅비의 자양분으로 삼아 발전해 왔습니다.우리 국민은 시련 앞에 강하고, 도전 앞에 용감합니다. 대한민국만큼 어려움 앞에서 모두가 힘을 합친 아름다운 전통을 가진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외환위기 때 장롱 속의 금붙이를 꺼내 나왔던 그 손,방방곡곡에서 몰려들어 검은 태안반도를 씻어낸 그 손이 바로 대한민국을 구해냈습니다.품앗이와 십시일반(十匙一飯), 나아가 위기를 만나면 굳게 뭉치는 것은우리 민족의 유전인자입니다.지금이야말로 다시 한 번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현재에 매몰되면 미래가 없습니다. 위기를 핑계로 내일을 위한 숙제를 미뤄서는 안 될 것입니다.어려울 때일수록 오히려 내일을 대비하는 지혜와 의지가 필요합니다.우리는 반드시 선진일류국가의 꿈을 이루어야만 합니다.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소명입니다.후손들을 위한 역사적 숙명입니다.이럴 때 나라 체질을 개선하고사회시스템의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규제개혁과 저탄소 녹색성장,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공기업 선진화 등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합니다.과감한 규제개혁은 경제 난국을 극복하는 지름길입니다. 규제가 줄어야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겨납니다.세계표준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와 결별해야 합니다.이른바 ‘국민 정서’를 빌미로 아직도 성역으로 남아있는 ‘덩어리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합니다.일각에서는 이번 국제금융위기를 맞아 금융규제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건전한 감독 기능의 강화를 무조건 규제 강화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배는 결코 출항할 수 없습니다.몸 부풀리기에 급급한 일부 금융권의 행태도 문제지만,그렇다고 위험 회피만을 위한 전당포식 금융관행에 안주해서도 안 됩니다.경제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진 금융산업을 방치할 순 없습니다.진입장벽을 낮추고 경계를 허물어야 합니다.그 대신 옥석을 제대로 가리는 신용평가기능과 자산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위험이 두려워 규제를 풀지 말자는 것은 선수 다칠까봐 경기에 내보내지 말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정부는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엄밀히 구분할 것입니다. 경쟁을 촉진하고 민간의 창의를 북돋우는 규제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입니다.반면에 국민의 안전과 건강, 금융위험관리와 사후감독에 관한 규제는 보강해 나가겠습니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도 착실히 추진하겠습니다.녹색성장은 자원빈국이자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환경위기와 자원위기에 대응하면서, 이를 경제발전의 계기로 삼는 일석이조의 슬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녹색성장은 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환경을 새로운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는선순환의 성장을 지향합니다. 녹색성장은 단순히 기후변화에 대응하는환경정책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신기술과 신산업을 육성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경제정책입니다.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브랜드를 높이는 외교정책이기도 합니다.나아가 국토와 도시, 건축과 교통, 국민의 일상생활과 의식주를 바꾸는 생활혁명입니다.녹색성장은 선진국들이 이미 들어선 길이기도 합니다.지난 주 ASEM 정상회의에서도 국제금융위기 대책과 함께 녹색성장이 의제로 다루어졌습니다.비록 산업혁명의 탄소시대에는 뒤졌지만, 환경혁명의 수소시대만큼은 원천기술개발로우리가 앞서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지금의 지방행정체제는 구한말 농경문화시대에 그 골격이 짜였습니다.그 결과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행정계층을 줄이고 자치단체를 통합해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우리도 인구규모와 구조 변화, 교통&#8228;통신발달 등을 반영해지방행정체제를 다시 짤 때가 됐습니다.그동안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에 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봅니다.다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 정서의 차이로 인해 말만 무성했을 뿐 실천은 뒤따르지 않았습니다.이번만큼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합니다.정파 이익을 초월해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밑그림을 조속히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정부도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존경하는 국회의장,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정부는 지난 8개월 동안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짓고,이를 실천하기 위해 600여 건의 개혁법안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그 중 150여 건의 법안은 이미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나머지 450여 건은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것입니다.이러한 개혁법안들은 ‘경제살리기, 생활공감, 미래준비, 그리고 선진화’ 등 4대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이번 정기국회는 새 정부가 정성껏 준비한 법안들을심사하는 사실상의 첫 국회입니다. 국정과제를 실천하려면 법제의 정비가 불가피한 만큼, 4대 개혁법안들이 하루빨리 처리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국정과제의 추진에는 예산의 뒷받침도 필수적입니다.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규모는 209조 2천억원으로 올해보다 7.2% 증가한 수준입니다. 내년도 기금 규모는 78조 8천억원으로 올해보다 5.8% 늘어나게 됩니다.내년도 예산안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능력 확충’, ‘서민생활 안정과 삶의 질 선진화’, ‘녹색성장과 안전한 사회 구현 등 미래대비 투자’에 중점을 두고 짰습니다.예산안의 각 분야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첫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보다 22.7% 늘어난 4조 2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벤처기업의 창업에 대한 지원을 늘렸습니다.2013년까지 글로벌 청년리더와 미래산업 청년리더 각 10만명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 지원도 강화하였습니다.둘째,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R&D 투자에 올해보다 10.8% 늘어난 12조 3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R&D 투자는 2012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늘려 나가겠습니다.셋째, 지역발전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하여 올해보다 7.9% 늘어난 21조 1천억원을 배정하였습니다. 특히, 광역경제권 활성화를 위한 30대 선도 프로젝트에는 내년부터 모두 50조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넷째, 교육예산은 올해보다 8.8% 늘어난 38조 7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고등학생 이하는 학자금을 낼 수 없는 경우 전액 지원하는 등,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다섯째, 맞춤형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9.0% 늘어난 73조 7천억원을 배정하였습니다.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보험을 각각 확대했습니다. 어려울수록 정부는 서민 생활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여섯째, 지속가능한 발전과 녹색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올 해보다 23.7% 늘어난 3조 8천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그린&#8228;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8228;보급에 중점을 두었습니다.마지막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공무원 보수와 정원을 모두 동결하였습니다. 이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하자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도록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꾸려 나가겠습니다.예산이 확정되어야 재정집행계획도 세울 수 있습니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조속히 예산을 확정해 주시기 바랍니다.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존경하는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저는 대통령으로서 이 엄중한 상황을 헤쳐 나갈역사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난국을 슬기롭게 돌파하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여기 계신 여러분도 한 축을 담당해주셔야 합니다.정파의 차이를 넘어 국익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그래야만 국민들도 기꺼이 동참할 것입니다.지금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에 초당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우리도 10년 전 외환위기 때 여와 야가 흔쾌히 힘을 합친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도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그러나 국회가 처리해야 할 일은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밀려 있습니다.저는 이 자리에서 이번 정기국회의 남은 회기를 ‘비상국회’의 자세로 임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합니다. 18대 국회가 훗날,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이끈위대한 국회로 길이 기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저와 정부도 비상한 각오로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나라의 어려움 앞에서 늘 그러셨듯이 다시 한 번 힘과 지혜를 모아주십시오.지금이야말로 국익을 먼저 생각할 때입니다.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지금 이 시점에서 노와 사의 화합만큼 더 소중한 것도 없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은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시민사회와 종교계도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언론의 역할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지금은 모두가 어렵습니다.그러나 결코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 됩니다.억수같이 장대비가 퍼부어도 구름 위에는 언제나 찬란한 태양이 빛나기 마련입니다. 이 고비를 대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합니다.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위기를 딛고 발전해 온우리 역사의 원동력이었습니다.대한민국 60년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제가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앞장서겠습니다.서로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다함께 힘차게 나아갑시다.감사합니다. 2008. 10. 27. 대통령 이 명 박
2008.10.27 I 김보리 기자
  • 비자금 사건엔 왜 늘 CD가? 무기명의 매력!
  • [조선일보 제공]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20일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한 전직 대통령이 실 소유주로 추정되는 100억원대 CD(양도성 예금증서)를 공개하고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겠다"고 19일 밝혔다. (본지 10월 20일자 보도)굵직한 비자금 사건 때마다 거론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Certificate of Deposit)가 또다시 등장했다. CD는 왜 비자금 사건마다 단골로 나오는 것일까. CD는 증서에 적혀 있는 금액만큼을 은행이 예금으로 보관하고 있으며, 만기 때 이 증서를 갖고 오는 사람에게 예금 전액을 내주겠다는 은행의 약속증서다. 가장 큰 특징은 무기명이라는 점. 처음 발행될 때와 만기 때 찾는 사람만 노출된다. 유통 중에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알기 어렵다. 자금을 세탁하거나 뇌물을 주고받으려는 이들에게 유용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사채(私債)시장 등을 통해 사서 전달하고, 수수자가 이를 다시 사채 시장에서 팔아 현금화하면 돈의 꼬리를 밟히지 않을 수 있다. 액면이 500만원 이상이라 적은 부피로도 거액을 전달할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운용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어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2000년 4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150억원을 전달할 때 이용한 것도 CD다. 전두환·노태우 두 대통령도 최루탄 제조업체 사장으로부터 각각 100억원씩을 모두 5000만원짜리 CD로 받은 것으로 1996년 드러났다.CD만큼은 아니지만 국민주택채권도 비자금 사건에 자주 나타난다. 국민주택채권은 정부가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1종과 2종이 있다. 역시 무기명이기 때문에 비자금과 각종 뇌물 사건에 자주 등장한다. 1종은 상환기간이 5년이고 2종은 10년이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인기는 없으나 부동산 등기를 포함한 여러 인허가 과정에서 강제로 구입해야 한다. 각종 인허가 서류에 첨부돼 추적이 어렵다는 점이 돈세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장점이다.CD나 국민주택채권보다 효과적인 뇌물 전달 수단으로는 이른바 '묻지마 채권'이 있다. 채권을 사는 사람이 누군지 묻지 않는다는 뜻의 '묻지마 채권'은 지하(地下) 자금을 양성화하기 위해 1997년부터 발행한 '비실명(非實名)특정채권'을 말한다.만기 상환 때 실명 확인을 하지만 아예 출처 조사를 하지 않는 조건이 붙어 발행된 채권이다. 발행할 때부터 투자자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 검은 돈의 조성과 전달 과정이 감춰지는 것은 물론, 상속세나 증여세를 피하기에 좋다. 대표적인 것이 증권금융채권,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 고용안정채권이다. 한시적으로 발행됐기 때문에 현재는 유통물량이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가 生과 死)①되살아난 악몽..더 질겨진 위기
  • (월가 生과 死)①되살아난 악몽..더 질겨진 위기
  •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한바탕 불어닥친 금융위기 회오리가 월街를 지나 유럽과 이머징마켓을 덮쳤다.&nbsp;공멸을 막기 위한&nbsp;각국의&nbsp;노력도 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nbsp;아직 위기의 끝을 가늠하기 힘들지만&nbsp;반환점을&nbsp;돌지&nbsp;않았냐는&nbsp;기대감도&nbsp;고개를 든다.&nbsp;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는&nbsp;글로벌 유수의&nbsp;대형 금융기관들이 줄지어 몰락한 만큼이나&nbsp;상처가 깊다.&nbsp;이데일리는 `월가 生과 死` 시리즈를 통해&nbsp;세계 자본시장을 주름잡았던&nbsp;대형 금융기관들 가운데 누가 몰락했고&nbsp;누가 생존했는지를&nbsp;조명함으로써&nbsp;세계 금융위기의&nbsp;진원지를 짚어보고, 교훈을 얻고자 한다.&nbsp;[편집자주]&nbsp;질긴 다년생초가 결국 다시 피어났다. &nbsp;저명한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금융위기를 오랜 세월을 두고 끊임없이 피어나는 다년생초로 표현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금융위기는 끈끈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nbsp;수십년에&nbsp;걸쳐 여러차례 반복된 것은 물론, 가장 최근에 불거진 위기는 아직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위기의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한차례 광기가 휘몰아친 후 모두가 공포에 빠지며 결국 붕괴에 이른다. 앨런 그린스펀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시절, 금융위기를 `전염병`처럼 탐욕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탐욕은 그대로지만 욕망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계속 넓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역사가 거듭될수록 위기에 익숙해지기 보다는 그 진폭을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이유다. 2008년 세계 경제는 과거를 닮았지만 좀더 진화된 형태의 위기를 경험했다. 바로 내로라하는 `금융공룡`들의 연쇄도산이다. 이미 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금융기관들이 부지기수로 사라져갔지만 상위권을 빽빽하게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은 이례적이었다.&nbsp;그들은 아주 단순하지만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nbsp;그들만의 독특한 결함 또한&nbsp;거대한 금융기업들을 무너뜨렸다.&nbsp; ◇ 되살아난 악몽..되풀이되는 역사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이라는 익숙치 않은 골칫거리가 등장했을 때만해도 시장은 견딜만 하다는 반응이었다. 사태는 심각했지만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견조하게 악재들과 싸워나갔다.&nbsp;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세금환급, 엄청난 유동성 공급과 긴급대출 등 각종 경제회생 조치가 잇따랐고, 그렇게 상처는 치유되는 듯했다. 그러나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위기는 또다른 형태의 들불로 번지고 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현재 진행형이며, 매일 밤 되풀이되고 있는 악몽이다.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어쩔 수 없는 산물로 평가된다. 역사는 항상 반복됐다. 멀게는 네덜란드에서 나타난 튜울립뿌리 투기 사태부터 1929년 월가의 검은 월요일의 공포, 아주 최근에는 롱텀 캐피털이나 엔론 스캔들과 9.11 테러이후 나타난 깊은 불황을 떠올리면 이해는 더 빨라진다. 패턴 역시 비슷하다. 투기가 물밀 듯이 진행되고 많은 돈이 한꺼번에 풀린다. 자산의 거품이 급격히 형성되면 급기야 터지고 만다. 물론 시장은 안간힘을 써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사이 일어나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항상 위기는 패닉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현재 위기도 비슷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 주택시장 호황 이후 나타난 신용 팽창이 결국 거품 붕괴로 이어졌고, 이는 국제적으로 퍼져가고 있다. 금융위기 속 기업들의 파산 역시 최근 양상과 유사하다. 때로는 아주 멀쩡해 보였던 기업들마저도 파산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기업들의 파산은 자산가격 하락을 급격히 야기하면서 실물경제 둔화를 야기시키고 결국 `최후의 대여자` 역할을 하는 정부가 나서고 있는 점도 과거와 비슷한 시나리오다. ◇ 복합 모기지·파생상품發, 더 질기고 강한 위기 그러나 위기의 형태는 조금 다르다. 바로 투기 모델의 차이다. 그리고 여파는 과거를 뛰어넘을 태세다. 1929년 대공황 이전에는 주가 급락이 방아쇠를 당겼고, 이후 극심한 불황이 닥쳤다. 2001년에는 9.11 테러가 위기를 촉발시켰지만 그 근저에는 기술주 중심의 버블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모기지다. 그것도 일반 모기지 외에 조각조각 쪼개진 모기지들이 다시 새로운 합을 구성해 또다른 기관에 팔리고, 다시 쪼개지고 뭉치고를 되풀이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침내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엄청나게 팔려나간 이 복합자산들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돌변하며 위기를 불렀다. 여기에 각종 채권에 대해 보험성격으로 들거나, 혹은 이를 아예 투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둔 신용파생상품들도 금융기관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넝마가 된&nbsp;기업들의 재무재표 곳곳에는 크레딧디폴트스왑(CDS)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이처럼 모기지담보증권들과 신용파생상품들이 뒤섞이면서 금융기관들의 새로운 위기가 잉태됐다. 특히 금융기관의 도산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단계다. 뉴욕타임스(NYT) 등 여러 외신들에서 인용된 하이먼 민스키 이론에 따르면 호황 국면에서 신용 팽창이 성장의 연료를 공급하는데 바로 은행이 만들어지면서 부채의 규모를 급속도로 확대시켰다. 그리고 부채의 팽창은 국지적으로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진행돼 왔다. 현재 금융기관들은 매치가 되지 않는 엄청난 장기자산과 단기부채를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단기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미국의 자본주의의 근간도 위협받고 있다. 역사에 남게된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은 오랫동안 유지된 자율시장 경제와 정부 규제 사이의 균형을 깨며 전혀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 금융기관 연쇄도산 목도中..공통적 패턴과 그들만의 결함 결과적으로 수많은 금융기업들의 도산이 목도되고 있다. 이제는 미국에서 유럽까지 국경을 넘나든다. 과거에도 기업들은 무너져갔고, 살 기업들은 살아 남았다. 그러나 현 위기의 특징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대형 기업들마저도 쉽게 고꾸라지고 있다는 점이다.&nbsp; ▲ 출처:포춘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금융질서 재편의 패턴을 빠른 속도와 대형화라고 소개했다. 과거에도 위기 속에서 기업도산이 진행됐지만 스케일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설명이다. 무너지고, 살아남고, 살려진 기업들은 규칙적인 패턴과 그들만의 독특한 결함을 가진다. 공통적으로는 주택시장 악화가 자리하고 있었고, 대부분 레버리지가 문제였다. 지난 해 월가 금융기관들의 레버러지는 평균 15배가 넘었다. 리먼의 경우 최근 청문회에서 투자은행의 레버리지가 무려 28배라고 진술했다. 부채비율만 24대1이었다. 여기에 신뢰가 어느 순간 무너지면서 주가는 급락했고, 디레버리지에 필요한 자산가치는 급락하면서 기업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반면, 각각의 기업들은 스스로의 자만에 빠졌고 그들만의 결함도 내포하고 있었다. 공교롭게 무너진 기업들은 신뢰가 튼실한, 절대 망할 것 같지 않은 당대 최고들이었지만 무너지는 것은 일순간이었다.&nbsp;
2008.10.22 I 양미영 기자
30년만에 '맨손 소 잡기' 비화 밝힌 천규덕씨
  • 30년만에 '맨손 소 잡기' 비화 밝힌 천규덕씨
  • ▲ 1970년대 초 천규덕 선수가 장충체육관에서 맨손으로 소 를 때리는 모습.[조선일보 제공] 천규덕은 '박치기왕' 김일, '백드롭의 명수' 장영철과 함께 1960~70년대 인기스포츠였던 프로레슬링의 대표 스타였다. 검은 타이즈를 입은 그가 '얍' 하는 기합과 함께 당수로 일격을 날리는 장면에 국민들은 일희일비했다. 서울 종로구 프로레슬링 동우회 사무실에서 천씨를 만났다. 이 왕년의 스타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는 강의하듯 답변했고 "레슬링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여러 번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프로레슬링 인기가 대단했죠? "경기 있는 시간에는 택시도 안 다녔어요. 장충체육관에 암표상이 활개쳤고 TV가 있는 만화가게와 다방도 사람들로 꽉 찼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경기를 해달라'고 대통령 경호실에서 연락이 왔을 정도야. 일본 선수와 경기할 땐 관중들이 '쥑이라, 쥑이라'고 하는데 그 소리 들으면 하늘에 뜨는 기분이죠." ―한창 때 장충체육관에서 맨손으로 소를 잡기도 했죠? 그때 수십 번 내리쳐도 소가 안 쓰러지고 버텼다면서요. "당시 김일 선수가 박치기로 인기를 끌었어요. 국내파도 뭔가 보여줘야겠다 싶어 '소를 잡자'고 생각한 거지. 아이디어는 냈지만 막상 '진짜 맨손으로 잡을 수 있을까' 싶어 마장동 소 도축장에 가서 연습 삼아 한번 해봤어요. 그랬더니 한 대에 소가 확 가더라고요. 거기 있던 사람들이 다 놀랐지. 연속해 5마리를 때려 잡았어요. '아, 이거 되겠다' 싶어서 장충체육관 잡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어요." 그런 천규덕에게 시합 이틀 전에 연락이 왔다. 우는 아이도 울음을 그치게 한다는 중앙정보부였다. "천 선수, 왜 하필 소를 잡으려 해, 소가 뭔지 알아? 공화당 상징이 황소라는 거 몰랐어? 당신이 황소 때려잡으면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겠어?" 그 말에 천규덕은 소름이 쫙 끼쳐 "정치고 뭐고 잘 모른다"고 우물거렸다. 정보부는 "이미 광고 다했는데 국민들에게 거짓말 할 수는 없고, 단번에 때려잡지 말고 최대한 시간을 오래 끌어서 황소가 센 동물이라는 걸 보여달라"고 제안했다. 천씨는 "나야 단번에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그 말 듣고 열 몇 대로 힘을 나눠 때리다가 막판에 가서 쓰러뜨린 거라. 시키는 대로 한 거지"라고 했다. ―김일 선수와는 사이가 안 좋았나요? "스타가 둘 되고 셋 되면 장사가 안됩니다. 1인자가 김일이고 나와 장영철이는 2, 3인자였지. 그때 레슬링에는 스타가 필요했고 마침 김일이 일본에서 들어왔어요. 우리가 이 사람을 스타로 만들어줬지. 스타가 된 사람이 그 밑의 선수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김일은 그게 부족했어." 그는 "부산에서 태권도(당시 '당수'로 불림) 사범을 할 때 동네 전파사 앞에 서서 역도산의 경기를 보고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나도 역도산처럼 당수를 하니 저렇게 한번 해보자 싶었지. 같은 체육관의 장영철과 함께 시작한 거예요. 나중에 일본 선수를 부르니 사람들이 열광을 하더라고." 1963년 역도산이 잠시 귀국했다. 소식을 들은 프로레슬러들이 숙소인 조선호텔 앞으로 달려가 도열했다. "역도산이 한 사람씩 악수를 했는데 내 손을 잡더니만 '이 선수 일본에 데려가겠다'하더라고요. 기뻐서 연락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해 역도산이 칼에 맞아 숨졌어요." ―레슬링은 쇼인가요? (1965년 5개국 친선 프로레슬링 대회에서 난투극을 벌인 장영철이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레슬링은 쇼'라는 보도가 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그때 현역 선수가 '레슬링은 쇼다' 해버렸으니…. 짜고 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때릴 때 정식으로 때리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안 다치게 때리는 거, 그게 기술이에요." ―맨주먹으로 돌멩이도 깼다면서요. "본고장 기술을 배우려고 1966년에 미국에 갔어요. 도착하니까 현지 관계자들이 '당신 기술이 뭐냐'고 물어요. 그래 '시합하는 날 돌멩이 하나 갖다 달라'고 했어요. 시합 전에 내가 맨손으로 돌을 작살냈어. 태권도가 미국에 상륙하기 전이니까 그 쪽에서 안 놀랄 수가 있겠어요?" ―인기가 좋았으니, 돈도 많이 벌었죠? "우리 그 얘긴 하지 맙시다. 복싱은 챔피언 한 사람이 많이 가져오지만 레슬링은 식구가 많잖아요. 벌어서 다 나눠야 돼요. 그런 건 기사에 쓰지 말고 그냥 많이 벌었다 하세요." ―은퇴 이후엔 어떻게 지냈어요? "나는 아직 공식 은퇴한 게 아니에요. 1985년 이후 링에 오르진 않았지만, 아직 은퇴는 안 했어. 프로레슬링을 화려하게 부활시키고 할 겁니다." ―그럼 '링 떠난 후에' 어떻게 지냈어요? "영진약품에서 정년 퇴임할 때까지 근무했어요. 제대하자마자 입사해서 퇴임까지 24년간 근무한 회사예요. 당시 김생기 회장님이 정식으로 채용해줘서 선수로 뛸 때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훈련을 했지. 퇴직 후 친구와 건축업에 손댔는데 2~3년 하다가 잘 안됐어. 1998년 신한국프로레슬링협회 프로레슬링 동우회를 만들었어요." ―동국대에선 뭘 강의하실 건가요? "한국 프로레슬링의 역사, 시합할 때 선수들의 마음가짐, 어떻게 해야 선수가 팬들하고 교감이 이뤄지는지, 다 말할 겁니다. 어떤 사람이든 조직 속에서 사는 거고, 그 조직체에서 뻗어나가는 거 아닙니까. 회사 조직·군대 조직 등 많은데, 깡패 조직만은 되지 말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레슬링 인기를 어떻게 부활시킬 수 있을까요? "요새 미국프로레슬링(WWE) 굉장하잖아요? 하루에 1200만달러 벌어들인답니다. 요즘 젊은 애들은 선수들 이름을 나보다 더 잘 알고, 기술도 다 꿰고 있어요. 그 마니아가 한국에 200만명 된다는데, 그 인구를 흡수시키려면 우리도 스타를 빨리 만들어야지." 천씨의 큰 아들이 탤런트 천호진이다. 아들의 연기에 대해 그는 "카리스마도 있고, 몸짓도 목소리도 아주 좋다"며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저만하면 배우 소리 듣겠다 싶다"고 했다. "김일 형님도 돌아가시고, 1세대 중 나만 남아 쓸쓸합니다. 전화해서 형님 잘 있나 하면 마음이 좋겠는데….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도 하루 3시간씩 운동하고, 아침 저녁에 2000번씩 팔 굽혀 펴기를 한다"고 했다.
  • (뉴욕/개장전)반등..`금리인하 공조 기대감`
  •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7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개장전 거래에서 등락을 거듭한 끝에 반등세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인하 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이 100bp의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포문을 열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전미기업경제협회(NABE) 연례 회의에서 연설하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할지 주목되고 있다.그러나 증폭된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기후퇴(recession) 우려감은 여전히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특히 돈가뭄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하루짜리 라이보(런던은행간금리)는 3.94%로 전일대비 157bp나 급등했다. 미국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 실행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대출 기피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오전 9시10분 다우 지수 선물은 1만70으로 전일대비 106포인트 상승했고, 나스닥100 선물은 21.2포인트 오른 1427.8을 기록중이다.국제 유가는 상승세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 인도분 가격은 개장전 전자거래에서 2.79달러 밀린 배럴당 90.6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금융주가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개장전 거래에서 반등세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BAC)는 배당금 삭감과 보통주 100억달러 발행 소식에 5.5% 떨어졌다.이날 장마감 이후 3분기 어닝(기업실적)시즌의 문을 여는 알코아는 2% 상승세다. ◇`돈가뭄 극심`..하루짜리 라이보 3.94%로 급등주요 통화의 유동성을 가늠하는 금리 지표들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등 돈가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 유동성을 나타내는 하루짜리 라이보(런던은행간금리)는 3.94%로 전일대비 157bp나 급등했다. 특히 3개월짜리 라이보와 초단기대출금리(OIS)간 스프레드인 라이보-OIS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유로 통화 지표인 유리보(유로은행간금리)도 22bp 오른 4.27%를 기록중이다. 도쿄은행간금리도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돈가뭄 현상은 영국 정부가 은행권에 450억파운드(79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아일랜드가 2위 은행인 랜즈뱅키 아일랜드를 국유화했다는 소식에 금융위기 불안감이 더욱 고조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 실행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대출 기피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으며,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잔 미쉬 란데스뱅크 바덴-뷔에르텐부르크 트레이더는 "금융시장의 신뢰부족이 여전하다"며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10.07 I 김기성 기자
  • (美월가 쇼크)벼랑 끝인가, 위기의 끝인가
  •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에&nbsp;BoA의 메릴린치 합병 소식까지 대형 금융사들의 몰락이 잇따르며 미국발 신용위기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증시가 일찌감치 뭇매를 맞은데 이어 뉴욕 증시도 대폭락을 경험했다. &nbsp;특히 전세계의 경기침체 우려와 맞물려 안전자산 선호 현상 역시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 엔화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서도&nbsp;달러는 여타 이머징마켓 통화대비 강세를 과시하고 있다.&nbsp;&nbsp;다만, 일부에서는 위기의 절정은 일종의 기회라는 인식도 나온다. 불확실성 해소 면에서는&nbsp;시계가 한층 더 밝아졌다는 의미에서다.&nbsp;◇ 증시 대폭락..금융주 중심 공포 지속&nbsp;각오했던 대로 `피의 일요일`은 `검은 월요일`을 불렀다. 다우 지수는 4% 이상 폭락했고,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 역시 60포인트 가까이 밀리며 4.7%대의 기록적인 급락세를 탔다. S&P500 지수의 경우 지난 2001년 9.11 테러이후 가장 깊은 골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nbsp;특히 금융주가 폭락장을 주도하면서 S&P 금융주 지수의 경우 1989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리먼에 이어 다음 타자로 주목받고 있는 AIG가 61%나 급락했고 워싱턴뮤추얼 역시 연일 현기증 나는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금융주들의 추락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nbsp;&nbsp;리먼과 메릴린치발 위기 증폭은 다시 미국 금융시스템의 심장부에 대한 불안감을 재확산시켰다. 뜨거운 불똥이 어느 금융기관으로 튈지 모르는데다 그나마&nbsp;살아남은 IB들도&nbsp;이번주부터&nbsp;3분기(6~8월) 실적 발표를 계획하고 있어 최근 실적 전망 하향이 지속됐던 상황에서 공포감을 더욱 자극하고 있는&nbsp;상황이다.&nbsp;&nbsp;이미 애널리스트들은 리먼의 파산이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들의 이익을 갉아먹을 것으로 보고 여타 금융기관들의 투자의견을 줄줄이 하향한 상태다. &nbsp;스티븐 우드 러셀인베스트먼트 스트레티지스트는 "문제가 금융 시스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위기"라고 평가했다.&nbsp;◇ 아시아·유럽 직격탄..경기침체 우려 확산&nbsp;미국 증시 폭락 이전에 아시아와 유럽은 이미 한차례 쓰나미를 겪었다. 이미 경기침체의 늪 한 가운데 빠진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지속적으로 밀려들면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nbsp;이미 전날 대만과 인도 증시 등이 폭락한데 이어 유럽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고, 추석 연휴로 휴장했던 한·중·일 증시도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nbsp;한국 금융기관들의 경우 리먼에 7억200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고, 대만의 경우 25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일본의 경우 2개 은행이 리먼의 주요 채권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nbsp;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리먼의 몰락을 계기로 미국은 물론 각국의 경기침체가 더욱 깊고 넓게 진행될 것으로 우려했다.&nbsp;독일 재무부장관인 미카엘 글로스도 리먼의 붕괴가 유럽 최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nbsp;이미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각국의 중앙은행 역시 금리인하를 고려 중이다.&nbsp;조아킴 펠스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주말에 일어난 이벤트들로 인해 금주중 몇몇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종의 협조적인 액션이&nbsp;나올 것"으로 내다봤다.&nbsp;◇ 안전자산 선호↑..달러·美 채권 `체면치레`&nbsp;전세계로 금융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다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nbsp;이에 따라 미국 금융자산들의 경우 위기의 진앙지임에도 불구, 상대적인 안전성으로 이머징마켓대비로는 여전히 각광받고 있다. &nbsp;달러화가 급락하긴 했지만 일부 통화 대비 강세를 지속한 이유다. 15일(현지시간) CNN머니는 "미국채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카레트 시베스터 HIFX 스트레티지스트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투자자들이 기본으로 돌아간다"며 "보다 안전하게 투자할 곳을 찾고 있으며 달러를 사기 위해 해외자산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안전자산으로 선호되는 엔화와 스위스프랑의 경우 모든 통화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nbsp;미국채 역시&nbsp;믿을만한 투자처로 인식되며 상종가다. 실제로 미국채 금리는 급락세를 타고 있다(가격 급등). &nbsp;피터 카딜로 아발론파트너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채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돈을 빼내 채권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nbsp;◇ `위기의 절정이 기회` 인식도&nbsp;다만, 일부에서는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이 위기의 막바지 국면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던 리먼의 `명확한` 퇴출이 결과적으로 좀더 편한 증시 반등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nbsp;`닥터 둠`으로 불리는 유명한 투자전략가 마크 파버는 "향후 한달내에 시장의 공기는 깨끗해질 걸 것"이라며 "10월 중순 이후부터 내년 봄까지 큰 반등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nbsp;리브캐피탈 사장인 스티븐 리브도 "시장이 패닉 상황에 빠져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본주의 끝은 아니다"며 "이제까지 보지못한 최악의 경제상황이 나오더라도&nbsp;위기의 끝에 남는 회사들은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BOA의 메릴린치 인수 역시&nbsp;투자자들에게&nbsp;일종의 재확신을 제공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8.09.16 I 양미영 기자
(월드피플)월가에 또 `보안관` 떴다
  • (월드피플)월가에 또 `보안관` 떴다
  •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신용위기로 얼룩진 월가 정화를 위한 `보안관`이 떴다. 앤드류&nbsp;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5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nbsp;서브프라임 발(發) 신용위기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월가는 최근 투자자 오도란 잘못에 대해 `울며 겨자먹기`로 대가 치르기에 나서고 있는 중. 판매했던 경매방식채권(ARS) 가치가 휘발되자 투자자들로부터 이를 대거 되사들이고 있는 데, 이를 주도한 것이 바로 쿠오모 총장이다.&nbsp;&nbsp;`월가 보안관` `월가 저승사자` 타이틀은 사실&nbsp;전임자 엘리엇 스피처가&nbsp;먼저 받았다. 하지만 뉴욕 주지사까지 올랐지만 성매매 추문으로 퇴진한 스피처는 이미 `미스터 더티(Mr. Dirty)`가 되어버린 상황.&nbsp;관련기사 ☞ (월드피플)성매매에다 검은돈까지…월가보안관의 몰락&nbsp;스피처가 월가의 잘못된 관행들을 파헤치며 만든&nbsp;`미스터 클린(Mr. Clean)` 이미지는 이제 쿠오모에게 넘어가고 있다.&nbsp;그리고 누구든 나서&nbsp;교통정리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만큼 월가는&nbsp;다시 망가져 있기도 하다. &nbsp;&nbsp;◇다시 뜬 `월가 보안관`..쿠오모 검찰총장 총대맸다뉴욕주 검찰은 지난 4월 초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에 ARS 조사를 개시했다. &nbsp;한 때 안전한 상품으로 여겨졌으나 유동화가 되지 않으면서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한 ARS가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리스크가 불거지자, 투자은행들이 이를 팔 때&nbsp;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고지했는 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nbsp;▲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뉴욕주 검찰은 결국 이들 은행들이 무책임하게 ARS 판매에 나서왔다는 혐의를 사실로 밝혀냈고,&nbsp;이들로부터 벌금을 받고 ARS를 되사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씨티그룹은 1억달러의 벌금을 내는 한편 약 73억달러 규모의 ARS를 되사기로 했고, UBS도 1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물고 186억달러 규모 ARS를 재매입키로 규제 당국과 합의한 바 있다. 메릴린치도 100억달러 규모의 ARS를 재매입하겠다고 밝혔고, 11일(현지시간)엔 모간스탠리가 45억달러 규모의 ARS를 추가로 재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쿠오모 총장은 11일에 모간스탠리를 비롯, JP모간과 와코비아에도 빨리 합의에 나서라는 서한을 보낸 상태여서 월가의 `ARS 되사기`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미스터 클린` 쿠오모 `부상`..당근과 채찍 적절히 혼합&nbsp;&nbsp;1957년생으로 포드햄 대학을 거쳐&nbsp;알바니대 로스쿨을 졸업한 쿠오모는 뉴욕주 주지사 출신의 아버지 마리오 M. 쿠오모 선거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nbsp;&nbsp;그는&nbsp;무주택자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 활동에 나서 왔으며,&nbsp;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주택개발공사(HUD)&nbsp;대표(장관급)로 영입됐고, 2006년 11월 뉴욕주 검찰총장에 올랐다. &nbsp;지난 해엔 학자금 대출 관련 조사를 진행, 업체들이 부적절한 담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발해 내기도 했다. &nbsp;월가 정화의 기치를 다시 든&nbsp;쿠오모 총장은 칼을 크게 휘두르며 공격성을 앞세웠던 전임자 스피처에 비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는 합리성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nbsp;뉴욕의 베테랑&nbsp;법조인인&nbsp;스탠리 아킨은&nbsp;"쿠오모는 확실히 공격적인 검찰총장이었지만, 전임자에 비해&nbsp;극단적인 방법에 의존하려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nbsp;월스트리트저널(WSJ)은&nbsp;그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식(headline-grabbing)의 벌금형을 피하고, 이들을 구슬려 변화를 꾀하게 하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것이 시장 영향력을 발전시킨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nbsp;특히 지난 14일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그가&nbsp;결국 월가 공룡 씨티그룹에 벌금을 내게 하면서, 그것을 치하한 것을&nbsp;한 예로 들었다.&nbsp;&nbsp;WSJ은 또 쿠오모 총장이 스피처가 재임시절 보여줬던 월가에 대한 집요함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런 쿠오모의 능력엔 잘 훈련된 참모진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nbsp;&nbsp;하지만 쿠오모 총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nbsp;지난 6월 뉴욕주 검찰은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의 모회사 맥그로-힐, 피치 레이팅즈의 모회사 피말락 등과&nbsp;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에 대해 실제 이상의 후한 등급을 주던 관행을 줄이도록 합의했다. &nbsp;하지만 업계로부터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것에 따라 의혹을 사기도 했다.&nbsp;
2008.08.12 I 김윤경 기자
'모델포스' 차승원 "예전 모습 완전히 버리고 다른 캐릭터로 간다"
  • '모델포스' 차승원 "예전 모습 완전히 버리고 다른 캐릭터로 간다"
  • ▲ 차승원[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산뜻하고 쿨한 캐릭터 해보고 싶었죠.”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에서 배우 차승원은 스타일리시한 범죄자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모델 출신인 그답게 검은 정장 수트를 빼입고 맵시를 한껏 드러낸 모습은 그동안 코미디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들을 한순간에 잊게 할만큼 멋있다. 차승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강한 스타일의 남자가 나오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 캐릭터를 연상하면서 ‘이 놈을 어디에 써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해왔는데 ‘눈눈이이’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 “복수극의 범인이지만 처절하지 않고 산뜻한 스타일 원해” “범죄, 복수라는 소재 자체가 무거운 분위기이기 때문에 캐릭터 자체는 처절해 보이지 않는, 산뜻한 캐릭터를 원했다”는 차승원은 그런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비주얼로 MBA 출신의 지능범 안현민 역을 소화해냈다. 관객으로서 영화를 볼 때 목적이 ‘재미’에 있다는 차승원은 “보는 것도, 출연작도 흥미진진했으면 한다”며 “30대에 삶의 무게에 눌려 무기력해진 남자들이 나오는 것은 싫다. 그게 현실일지 모르지만 내가 관객 입장에 서면 그런 것을 영화에서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해 그가 빠른 템포의 액션영화 ‘눈눈이이’를 차기작으로 택한 이유를 가늠케 했다. ▲ 차승원코미디 연기에서 드라마로 이동했다가 이번에는 강한 액션으로 넘어가는 변화를 준 까닭이 있을까? 또 처음부터 맵시가 뛰어난 자신의 외적 장점을 살린 캐릭터를 맡기보다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멀리 돌아서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은 아닐까? 차승원은 이에 대해 “내가 맡은 캐릭터들의 외피만 봐서는 예전의 것을 완전히 버리고 ‘눈눈이이’를 시작으로 이제는 다른 외피로 가고 있다”며 “일부러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늘 새로운 것이 좋을 뿐이다. 나는 항상 숙성되는 것보다 새로운 것, 새로운 맛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델 출신이기 때문에 길을 돌아온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을 것 같다”며 “내가 연극 쪽 출신이었다면 연기에 대한 시각이 달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40대가 돼도 남자로 보이길” 여전히 20대 모델들 뺨치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지만 차승원도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40이 된다. 차승원은 “나이가 들어도 사람이 아닌 남자로 보였으면 좋겠다”며 “조지 클루니 같은 사람들 멋있지 않나. 그러니까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고 보게 되는 거고. 대중들에게 그런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조금 기다리게 되더라도 하고 싶다”고 바람을 말했다. 차승원은 또 “그래서 40대를 잘 보내야 할 것 같다. 내가 20대 때 알던 한 40대 남성은 굉장히 멋스러운 사람이었다. 내가 20대 모델이었지만 그 분은 내 젊음의 다이나믹함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더라. 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은 싫지만 그 분처럼 여유롭고 자신감 있게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 차승원‘크로우즈 제로’의 액션은 싱그럽지만 ‘88분’의 알 파치노는 여전히 건재한 맛이 있지 않냐는 차승원은 “그 나이 때에 뿜어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눈눈이이’의 안현민은 지금 내 나이에 연기하기에 딱 적기인 것 같다. 내게 어울리기도 하고”라며 “배역과 연기자는 이미지가 어울려야 한다. 관객들은 돈을 주고 영화를 보러 오는 것이니까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사람들이 내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경력과 연륜이 쌓이면 나의 이미지에 덧입혀져서 좀더 풍성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연기자로서의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차승원은 마지막으로 “내가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도심에서의 멋스러운 영화’가 이 영화의 기획의도”라며 “관객들이 큰 의미를 두지 말고 그냥 이 영화를 즐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한대욱 기자)▶ 관련기사 ◀☞차승원 "변화로 잃는 것보다 정체가 더 두려워"☞[VOD]'한석규 차승원, 그리고 곽경택'...'눈눈이이' 베일을 벗다☞젠틀맨 한석규, '눈눈이이'서 거침없는 욕설☞'젠틀맨' '배우' '아버지'...한석규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한석규 "말랑한 이미지 아닌 센 모습 보이고 싶었다"
2008.07.30 I 유숙 기자
버핏 "기회는 내가 낚는다..장기투자가 답"
  • 버핏 "기회는 내가 낚는다..장기투자가 답"
  •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워낙 투자자들이 `투자의 본보기`로 워렌 버핏을 따라해 오고는 있지만, 신용위기 이후 버핏의 이름은 더욱 더 많이 거론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여기는 그는 마치 독수리처럼 먹이감을 낚아채면서 77세의 나이에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돈이 말라버린 월가를 대신해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뛰어 들어 지난 2년간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사들인 곳만 최소 28개에 이른다. &nbsp;시장에 공포감이 만연한 가운데에서도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지만, 투자 기회나 조건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도 기발하다. ◇"신용위기?..기회는 내가 낚는다" 10일(현지시간)엔 미국 최대 화학업체 다우케미칼의 특수 화학업체&nbsp;롬 앤 하스 인수에 참여한 것이 발표됐다. 총 154억달러 규모(부채 포함)의 이번 인수에 버핏은 30억달러를 내놓기로 했다. 버핏은 이를 통해 다우 케미칼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다. &nbsp;앤드류 리버리스 다우 케미칼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버핏의 참여는 지난 5월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리버리스 CEO는 "버핏은 화학 업체에 투자하고자 했다"면서 "이번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실 버핏의 투자는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nbsp;버핏의 투자 조건은 상당히 좋은 편. 버핏은 다우 케미칼의 전환 우선주를 사는 형태로 투자한다. &nbsp;전환 우선주는 회사의 사업 전망이 좋을 때 배당률이 확정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 추가적인 이익 배당에 참가할 수 있어 유리하다. &nbsp;제프리 메르제이 다우 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버크셔에 지불할 이자율(배당률)은 8.5%로 5년간 매매가 제한되는(lock up) 조건이며, 참고가격(reference price)은 34.4338달러, 전환 가격은 41.32달러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우&nbsp;케미칼이 최근 채권 발행시 5.5% 이상의 이자율을 지불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nbsp;프롤리 레비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이클 레비는&nbsp;"버핏이 받을 주식은 매우 싼 것"이라고 말했다.&nbsp;버핏은 지난 4월에도&nbsp;흡사한 투자에 나섰다. 마스(Mars)가&nbsp;&nbsp;츄잉검 전문 제과업체 리글리(Wm. Wrigley. Jr.)를&nbsp;인수하는 데 함께 한 것이다. 약 230억달러 규모의 인수를 통해 버핏은&nbsp;21억달러 규모의&nbsp;리글리 지분을 갖기로 했다.&nbsp;관련기사 ☞ 버핏의 리글리 인수도 금융위기 해빙 신호?&nbsp;버핏은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리글리 인수 참여를 통해 신용위기로부터 더 많은 여웃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nbsp;◇"버핏의 투자는 고무적인 징후"&nbsp;CNN머니는 2개월여 만에 버핏이 또 다시 투자 행보에 나선 것은 고무적인 징후라고 강조했다.&nbsp;&nbsp;▲ 워렌 버핏버핏은 이어지는 인터뷰마다 "이미 미국은 경기후퇴(recession)에 빠졌다"면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앞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nbsp;이번 경기후퇴는 대공황 때만큼은 아닐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버핏은 `공포가 절정일 때가 장기 투자에 있어 최적의 시기`라는 믿음을 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nbsp;버핏 역시 수 개월 정도 뉴욕 증시가 더 내릴 수 있다고 보지만,&nbsp;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향후 10년간을 두고 볼 때&nbsp;수익률 상위 헤지펀드 이상의 수익률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nbsp;&nbsp;그래서 버핏의 `쇼핑 목록`이 더욱 주목된다. 버크셔를 통해 그는 지난 1분기 웰스 파고, US뱅콥, M&T 뱅크 등 지역 은행 지분을 사들였고, 식품 업체 크래프츠,&nbsp;중고차&nbsp;소매 유통업체 카맥스 등의&nbsp;지분을 더 늘렸다.&nbsp;
2008.07.11 I 김윤경 기자
  • 악덕 상술에 사기당하지 않는 법
  • [조선일보 제공] 경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어렵게 모은 소중한 돈을 감쪽같이 빼내는 신종(新種) 사기가 판치고 있다. 사기 수법은 아주 교묘하고 치밀해서 눈 깜짝 할 사이에 당하고 마는 게 보통이다. 재테크는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소액이라도 내 돈을 똑소리나게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소비상식사전'을 펴낸 오승건 한국소비자원 차장은 "주식·펀드 등으로 입은 손해를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욕심을 내다 보면 사기를 당할 확률이 높다"며 "사기를 당하면 보상받을 방법이 거의 없는 만큼 처음부터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도록 소비자 스스로 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를 노리는 검은 덫,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 ◆온라인 사기 판매 대응법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A씨는 값비싼 전자제품을 좀더 싸게 사겠다는 욕심에 인터넷 쇼핑몰을 찾았다. 그런데 쇼핑몰 판매자는 당장 사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것처럼 호들갑을 떤 후 카드로 결제하지 말고 현금을 직접 보내주면 10% 깎아준다는 '미끼'를 던졌다. A씨는 10만원을 아껴볼 요량에 판매자가 알려준 계좌번호로 돈을 송금했지만 물건은 받지 못했고, 사기꾼은 그 새 잠적해 버렸다. A씨가 당한 수법은 고전에 속한다. 회사원 B씨는 판매자가 택배로 물건을 보냈다고 해서 송장번호를 받은 뒤 안심하고 20만원을 송금했는데, 막상 박스를 받고 열어 보니 안에는 쓰레기만 잔뜩 들어 있었다. 이 같은 인터넷 거래 사기 피해를 막으려면 반드시 인터넷 사기 피해 사이트인 '더치트'(www.the cheat.co.kr)에서 해당 판매자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검색해 보는 게 좋다. 이곳엔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올린 사기꾼 1만여명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자료가 축적돼 있어 판매자가 사기꾼인지 아닌지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회원 가입 불필요). '더치트' 운영자인 김화랑씨는 "사이트상에서 검색이 안 된다고 해서 사기꾼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만 보통 사기행위는 상습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방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만약 현금 직거래를 하게 됐다면 에스크로 이체 서비스(은행 등 제3자를 통한 결제대금 예치 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보내는 것이 돈 뜯김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구매자가 물건을 받기 전까지는 돈이 은행에 머물게 되며 물건을 받고 나서 구매자가 '구매 승인'을 하면 비로소 판매자 계좌로 돈이 입금 처리된다. 국민·우리·기업은행 등에서 인터넷 뱅킹에 가입한 사람은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국민·기업은행 등은 현재 서비스 이용 수수료와 타행 이체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그래픽 참조〉. 에스크로 이체 서비스 이용을 거부하는 판매자와는 아무리 값이 싸다고 해도 거래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공짜 유혹, 조심하세요 고물가시대를 맞아 주부들은 한 푼이라도 아껴서 가계에 보탬이 될 좋은 방법은 없을까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공짜 상품이나 경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오승건 한국소비자원 차장은 "최근 아파트단지 등에서 쓰레기봉투를 무료로 준다고 하면서 주부들을 꼬드긴 다음 엉터리 건강식품을 강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악덕 상술에 속지 않으려면 '공짜는 너나 가져라'란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신도시를 중심으로 아기 엄마들을 울리는 책 사기단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돌반지나 헌옷 등을 새 책으로 바꿔준다고 하면서 집을 방문해 엄마들의 혼을 쏙 빼놓은 뒤에 귀금속 등만 훔쳐가는 방식이다. 30만원 정가에서 20% 싸게 판매한 아이들 책도 나중에 알고 보면 1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등 오히려 바가지 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상적인 방문판매 영업사원에게 뭔가 물건을 샀다고 해도 원치 않는 계약이었다면 14일 이내에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소비자가 물건을 사용해서 훼손했다면 취소가 불가능하다. 신용카드 할부로 끊고 나서 1주일 이내에 충동 구매였다고 후회한다면 카드사에 거래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현행법상 카드 결제금액이 20만원 이상이고, 3개월 이상 카드 할부 거래였다면 7일 이내에 구매 취소가 가능하다. 물론 이때 제품은 사용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에스크로(은행 결제대금 예치 서비스) 이용법 1. 구매자(송금인)가 본인 인터넷 뱅킹 접속 후 이체 코너에서 '에스크로 이체' 선택 2. 판매자(수취인)의 은행 계좌번호와 휴대전화 번호, 거래물품 내용 등을 입력한 후 송금 3. 송금대금은 은행에 예치 4. 판매자가 휴대전화로 이체 내역 확인 후 물건 배송 5. 구매자는 배송받은 후 '구매 승인' 혹은 '구매 거절' 선택 6. '구매 승인'의 경우 은행에서 판매자에게 최종 입금 처리, '구매거절'이면 환불 처리 ※구매자가 '구매 승인'을 해주지 않아도 상품 배송 후 8일 경과시 자동 입금됨. 〈자료:국민은행〉
책 속의 중국 지금 배우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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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제공] ■시안(西安)-실크로드의 고향 고대 중국은 황하가 관통하는 화북평원에서 시작됐다. 시안은 바로 그 화북평원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첫 통일왕조였던 진나라, 중국의 원형을 완성한 한나라, 가장 강력했던 당나라가 시안과 그 주변을 수도로 삼았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兵馬俑坑)을 비롯한 중국의 위대했던 고대와 중세가 보전돼 있다. 천하절색 양귀비의 슬픈 사랑과 중국 유일의 여황제 측천무후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는 곳도 바로 시안이다. ▲ (우측 하단)진시황릉 안의 진시황 동상/ 송동훈 기자진시황릉과 병마용 박물관|사후의 진시황을 호위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군대의 주둔지였던 병마용(兵馬俑) 박물관은 시안 동쪽에 위치해 있다. 박물관과 주변 정원의 관리 상태는 중국 최고 수준이다. 열을 맞춰 서 있는 수 천의 테라코타 전사들은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이들의 주인은 진시황 영정(&#65533;政·기원전 259~210년). 전쟁이 일상이었던 전국시대 말기에 태어나 강력한 의지로 천하를 통일,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도입한 반면 지식인을 억압하고 책을 불태웠던 분서갱유(焚書坑儒)로도 유명하다. 주변에 있는 그의 무덤은 높이 80m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아직 내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연걸·장만옥 주연의 영화 '영웅(英雄)'을 보고가면 진시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화청지|시안 서쪽의 여산 자락에 위치한 아름다운 온천탕이 화청지(華淸池)다. 현종의 아내였던 양귀비의 전용탕으로 백옥을 깔고 둘레에는 용과 기러기를 조각했다. 양귀비는 뛰어난 미모와 춤·노력 실력으로 당나라 황제 현종(玄宗·재위 712~756년)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여인이다. 현종은 중국 역사상 가장 찬란한 궁정 문화를 창조한 명군이었지만, 그가 사랑놀음에 빠진 사이 나라는 양귀비의 친인척 손에서 절단났고, 양귀비의 양아들을 자처했던 안녹산은 반란을 일으켰다. 화청지의 또 다른 볼거리는 온천 뒤편에 위치한 오간청(五間廳)으로 시안사변의 무대다. 시안사변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6년, 이 곳에 머물던 국민당 당수 장제스를 상대로 일어난 쿠데타. 그 결과 국공합작이 성립돼 중국 공산당은 궤멸 직전에서 살아났다. 장제스가 머물던 당시 모습이 복원돼 있다. 건릉(乾陵)|시안 동쪽에 진시황릉이 있다면 서쪽에는 건릉이 있다. 당 고종(高宗·628~683년)과 그의 아내였던 측천무후(則天武后·624? 625?~705년)의 합장릉이다. 합장릉이라지만 사실상의 무덤 주인은 측천무후다. 그녀는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였다. 당 태종 이세민의 후궁, 고종의 황후, 섭정을 거쳐 자신의 왕조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역성혁명을 뛰어넘는 파격이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측천무후가 항상 인재를 아껴 등용했기 때문이다. 건릉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측천무후의 유언에 따라 글자 없이 세워진 무자비(無字碑)다. 높이만 7m가 넘는 10t무게의 석비는 거대하고 당당하다. 글자를 새기지 말라고 한 이유는 미스터리다. 파격을 살아온 만큼 남들의 평가에는 초연하겠다는 자신감의 발로 아닐까. 기타|시안 서쪽의 마외역(馬嵬驛)에는 양귀비의 무덤이 있다. 살아서 그녀가 누렸을 영화와 비교된다. 진리를 찾아 인도에 다녀왔던 현장법사(서유기의 주인공인 삼장법사의 모델)의 모든 것은 자은사(慈恩寺) 대안탑(大雁塔)에 소장돼 있다.&nbsp;▲ ①중국 혁명의 아버지 손문이 잠들어 있는 중산릉. 난징 자금산 남쪽 기슭에 있다. ②만리장성 팔달령. 만리장성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③19세기 식민시대 서구 열강이 세운 건물이 늘어선 상하이 와이탄. 건너편은 푸둥. ④전국시대 제작된 황금괴수. 시안 박물관에 전시됐다. ⑤당나라 때 만들어진 미녀상. 시안 박물관에 전시됐다. ⑥청나라 황실 정원이었던 이화원. ■베이징(北京)-황제의 도시 중화제국의 거대함을 느끼기에 베이징보다 적합한 곳은 없다. 모든 것이 압도적으로 크다. 황제의 거처였던 자금성(紫禁城)이, 하늘에 제사 지내던 천단(天壇)이 그렇다. 황실 정원이었던 원명원(圓明園)과 이화원( 和園)과 명나라 황제들의 무덤이었던 명 13릉의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만리장성(거용관)|명나라는 영락제 이후 국운이 쇠하자 장성을 쌓아 북방 유목민으로부터 안전을 도모코자 했지만, 결국 북방 유목인이 세운 청나라에 망했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장성이 아니라 장성을 지키는 자의 용기에 달려있다'는 배움을 얻기에 안성맞춤인 곳. 만리장성은 전국시대부터 존재했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은 명대에 새롭게 지어진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팔달령(八達嶺) 만리장성이지만 역사적인 의미를 찾는다면 베이징 바로 위에 있는 거용관(居庸關) 만리장성이 더 낫다. 거용관은 북방 유목민으로부터 베이징을 지켜내는 마지막 관문답게 육중한 요새와 장성이 함께 이어져 있다.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보자. '너는 장성 뒤에 숨을 것이냐, 장성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 자금성|자금성은 1406년부터 1421년 사이에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에 의해 지어졌다. 그 후 24명의 황제가 이 곳을 거쳐갔지만 대부분 황제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청나라의 강희제(1654~1722년)는 그런 측면에서 특별한 황제였다. 그는 소위 한족이 말하는 오랑캐였지만 그 누구보다 공자가 제시한 이상형에 가까운 군주였다. 백성을 위한 정책을 폈고, 질서를 세웠으며, 인재를 고루 쓰고자 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음은 물론이다. 강희제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가기를 권한다. 이화원과 원명원|베이징에 있는 황실 정원의 쌍두마차. 원명원은 청나라 건륭제가 아꼈던 정원으로 베르사유궁을 본 뜬 서양식 정원까지 갖추고 있었다. 1856년 시작된 2차 아편전쟁 때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불탔고, 소장품은 약탈당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한 나라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큰가를 배우기에 이 곳보다 좋은 곳은 없다. 이화원 역시 2차 아편전쟁 때 불탔지만 청조 말기의 권력자였던 서태후는 군비증강에 써야 할 돈까지 빼돌려 이화원 재건에 사용했다. 그 결과 청나라는 청·일전쟁에서 대패했고, 열강의 반식민지 상태로 빠져들었다. 사리사욕에 물든 위정자가 나라에 끼칠 수 있는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가르쳐 준다. 기타|베이징 북쪽에 위치한 명 13릉에는 영락제를 필두로 한 명나라 황제들의 무덤이 모여있다. 해질녘에 묘역으로 들어가는 신도(神道)를 걸으면 경건함이 절로 솟아난다. 베이징 서남쪽 20㎞쯤에 위치한 노구교는 1192년에 완성된 하얀 돌다리다. 마르코 폴로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표현했다. 난간 기둥에 늘어선 각기 다른 모양새의 사자상 485개가 인상적이다.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노구교 사건이 일어난 곳도 바로 여기다. ■난징(南京)·상하이(上海)-혁명의 요람 난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양자강 이남은 반골의 땅이다. 고대에는 중원의 변방이었고, 중세 이후에는 경제적으로는 부유했지만 힘 센 북부로부터 항상 수탈 당하고 무시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이 역사를 바꿔놓기도 했다. 한족은 이 땅에 남송을 세워 금과 원에 대항했다. 주원장은 명나라를 세웠고, 홍수전이 태평천국을 일으켰고, 손문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치욕적인 아편전쟁의 결과로 개방된 상하이는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국의 창이 됐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21세기 차이나 혁명의 실체를 보고 싶다면 난징·상하이 벨트를 방문해보자. 중산릉(난징)|중국 혁명의 아버지인 손문(孫文·1866~1925년)의 능묘로 난징에서 가장 높은 자금산 남쪽 기슭에 위치해있다. 그는 의사였다. 안락한 삶을 버리고 혁명가의 길을 택한 건 사랑하는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서였다. 1911년 신해혁명과 함께 왕정이 무너지고 손문은 다음해 난징에서 중화민국 임시 대총통에 취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후계자들은 혁명을 위해 싸우기보다, 손문의 묘를 황제의 규모로 건설하는데 열을 올렸다. 손문의 진짜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난징대학살 기념관(난징)|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7년 12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일본군은 약 30만 명의 난징 시민과 포로를 학살했다. 참혹했던 현장과 당시의 사진·기록들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전쟁의 비극성과 함께 힘 없는 나라의 백성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의 크기를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줄 수 있다. 호구와 검지(쑤저우)|쑤저우(蘇州)의 호구(虎丘)는 춘추오패의 하나였던 오왕 합려의 무덤. 합려는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자와 당대 최고의 명장이었던 오자서의 도움을 받아 천하를 평정했다. 무덤에는 그가 수집한 3000자루의 명검이 묻혔다고 한다. 진시황을 비롯한 후대인들은 그 검을 찾고자 호구를 파헤쳤다. 그 결과 연못이 생겼는데 이름하여 검지(劒池)다. 합려의 진짜 힘은 칼이 아니라 인재(손자와 오자서)에 있었음을 배우지 못한 후대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악묘(항저우·杭州)|남송 때의 국민 장군 악비(岳飛·1103~1142년)를 기리는 사당. 악비는 여진족이 세운 금에 맞서 한족의 자존심을 지키고, 잃어버린 땅을 되찾고자 했다. 그를 눈엣가시로 여겼던 화친론자 진회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죽었다. 악묘 안에는 진회 부부의 동상이 있는데, 그의 가묘 앞에 포박된 채 무릎 꿇려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영원토록 사는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기타|루쉰공원 안에는 그의 묘와 기념관, 옛 집이 몰려 있다. 위대한 사상가이며 실천하는 지식인의 표상인 루쉰(노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난징에서는 주원장의 능묘인 명효릉과 태평천국 역사박물관도 방문할 만하다.
임태경 "햄릿처럼 고민하고 돈키호테처럼 도전한다"
  • 임태경 "햄릿처럼 고민하고 돈키호테처럼 도전한다"
  • [조선일보 제공] '시간'을 경매에 부쳤던 남자는 약속 시간보다 13분 일찍 나타났다.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35)이다. 지난 겨울 태안 돕기 애장품 경매에 그는 '뮤지컬 동반 관람권', 즉 '시간'을 내놓았고, 그것이 가장 비싼 가격(250만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임태경이 8월 개막하는 뮤지컬 《햄릿》에서 시간을 원망하며 죽어가는 왕자 햄릿이 된다. 1만 명 넘는 팬카페 회원들로부터는 일찌감치 '황태자'로 불렸지만, 뮤지컬 배우들로부터는 종종 '낙하산'이라는 비판도 받았던 이 남자를 지난 16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햄릿》은 오디션부터 참여했나? "처음부터 나는 '오디션 안 보겠다'는 자세로 뮤지컬에 임했다. 잘나서가 아니다. 뮤지컬계에서는 내가 에일리언(외계인)이잖나. 여기저기 오디션 보는 건 남의 밥그릇에 집적대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 동안 뮤지컬 출연은 내 장점을 아는 제작사가 제안해 이뤄졌다." ―가수로 출발해 《불의 검》(2005)부터 이번이 5번째 뮤지컬이다. "스스로 늘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역시나 뮤지컬은 힘겨웠다. 노래처럼 감정에 몸을 맡기면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아주 박살이 났다. 하지만 《햄릿》은 다르다. 뮤지컬 출연 제의를 받을 때마다 고사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엔 즐기고 싶다. 욕심 난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2006)에서 예수 역을 맡았을 때는 "극장 밖에서도 예수 같다"는 말이 들렸다. "사실 그 뮤지컬은 은퇴 전, 그러니까 20년쯤 뒤에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앞질러 하며 고뇌하는 표정을 자주 지었는데 흔적도 남았다. 내 미간에 있는 주름이 그때 생긴 상처다." ―보톡스 주사가 있지 않나. "내가 값어치 있다고 여기는 건 '자연스러움'이다. 인위적인 것을 싫어한다." 임태경은 2002년 월드컵 전야제 때 소프라노 조수미와 이중창을 부르며 데뷔했다. 이질적인 것 같은 성악(聲樂)과 공학(工學)을 모두 공부한 그는 클래식과 팝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테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노래로 팬들이 많다. ―어떻게 '시간'을 경매에 부칠 생각을 했나?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시간은 프라이슬리스(priceless·값을 매길 수 없다)하다'는 광고도 있잖나." ―햄릿은 "남은 것은 침묵뿐"이라는 마지막 대사를 하기 직전 "나에게 시간이 있다면…"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우유부단한 인물로 통하지만 정이 많으면서도 애정결핍이라는 점에서 나와 닮아 있다." ―당신은 햄릿형인가 돈키호테형인가? "둘 다다. 햄릿만큼 고민하고 돈키호테만큼 긍정적이다." ―오해도 많이 받는다고 들었다. "나를 향해 '뜨내기' '낙하산'이라고 한다. '노래 좀 한다고 로비해?'라는 말도 들렸다. 너무 솔직하기 때문에 받는 오해도 많다. 연기력을 다져 넘어서려고 한다. 무대에서의 걸음걸이, 정지된 모습이 어려운데 《햄릿》에서는 두 다리로 땅을 버티고 기운을 뿜어낼 거다. 뿌리와 줄기가 단단하지 않은데 꽃이 예쁜들 무엇하나." ―노래와 팬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노래는 '해결사'다. 사랑도 전하고 슬픔도 나눈다. 팬은 열이든 백이든 내게 다 굉장히 큰 숫자다." ▶《햄릿》은 8월 21일부터 숙명아트센터. 임태경·윤형렬·박건형·이지훈이 햄릿을 나눠 맡는다. (02)742-5473
(촛불현장)5만이 연 `릴레이 행동`.."가자 청와대로"
  • (촛불현장)5만이 연 `릴레이 행동`.."가자 청와대로"
  •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현충일 연휴를 앞둔 5일 저녁 7시. 29번째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이자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이&nbsp;서울 덕수궁 앞에서 시작됐다. 지난 한달 반 동안의 촛불 열기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드러내 듯, 이날 행사는 시민 5만명(경찰추산 2만)이 참여해 태평로 일대를 인파로 메웠다. 열기가 고조되면서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높아졌으나, 첫날 분위기는 큰 마찰없이 평온하게 유지됐다. 경찰이 시위대와의 접촉을 최대한&nbsp;피한 가운데, 시위대 역시 충돌을 막기 위해 애썼다. 당초 이번 문화제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파 공작원들과 특수 첩보부대 출신으로 구성된 ‘북파공작원(HID) 특수임무 수행자회’ 회원 200명이 ‘호국영령 및 북파공작원, 국가유공자' 합동 위령제 개최를 이유로 서울광장을 점거하면서 행사장소를 옮겼다. 이날 집회에는 대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서총련)과 전국학생행진 등 대학생 단체들이 주도했다. 서울대와 성신여대, 서강대 등이 쇠고기 수입반대를 이유로 동맹휴업에 돌입했고, 고려대는 이날까지 동맹휴학 결의를 위한 투표를 실시했다. ◇ 거리시위 중 시민들 속속 합류....끝없는 대열 시위대는 저녁 8시20분경 “가자 청와대”를 외치며 덕수궁 앞을 출발했다. 남대문과 명동,&nbsp;종로&nbsp;등을 거치며 “국민이 승리한다” “민주주의 쟁취하자” 등의 구호가 등장했다. 가두시위는 1시간가량 이어졌고&nbsp;퇴근한 넥타이 부대들이 도중에 참여하면서 대열은&nbsp;늘어졌다. 동맹휴업에 들어간 서울대 학생들의 참여열기가 뜨거웠다. 서울대 학생들은 1500명가량 참여했는데, 정작 오후에 열린 학내 집회에서는 500명만이 나왔다는 게 학생들의 전언. 학생들은 각각 동아리와 학과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나와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다음의 한 재테크 카페에서는 회원들이 검은천에 ‘謹弔 大韓民國 民主主義’(근조 대한민국 민주주의)라는 글귀가 새겨진 플랜카드 제작해 참여했다. 을지로 부근에서는 저녁식사를 위해 외출한 한 가족도&nbsp;시위에 참여했다. “국민 대다수의 여론에 동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nbsp;◇ 세종로가 최전선..“가자 청와대로” 시도 이어져 밤 9시10분 경 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앞까지 진출한 시위대는 겹겹이 쌓여있는 경찰버스와 마주쳤다. 경찰은 방어선이 뚫리지 않도록 경찰 버스를 도로 전차선에 걸쳐 주차했다. 시위대는 경찰버스에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이며 항의했다. 경찰과 대치가 이어지자 박석원 광우병 쇠고기 반대 대책회의 공동 상황실장은 "자유롭게 발언도 하고, 노래도 하고, 밤새도록 4000만 국민들의 난장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광화문 일대에 연좌를 하면서 연주 공연을 즐기거나,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 등을 사와 담소를 나누는 풍경도 연출됐다. K대의 한 학생은 광우병 투쟁에 미온적인 자교 총학생회를 탄핵하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청와대 진입시도를 계속했다. 밤 10시30분경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2000명(경찰추산 1000명) 가량의 시위대는 독립문 쪽으로 행진했다. 독립문에서 광화문쪽 진출로를 이용해 청와대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봉쇄로 실패했다. 물대포 등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는 없었다. 서울대 총학생회 등 1500명가량 학생들도 경찰의 자교 학생 폭행에 항의하기 위해 경찰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HID 서울광장 점거 배경..“아리송” HID 특수임무 수행자회의 갑작스러운 서울광장 점거 배경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HID 수행자회 일부 회원들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유족 만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우병 대책위 한 관계자는 “HID 수행자회의 위령제는 매년 판교 일근에서 치러졌었는데, 갑자기 이 회 간부들의 청와대 방문 이후에 장소가 서울 광장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책회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HID 위령제가 정식 신고 된 행사였냐 라는 질문에 “아무런 사전 고지 없이 행사장 쓰겠다며 점거했다”라며 “서울시에는 쓰고 난 뒤에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라고 답했다. HID수행자회의 갑작스러운 점거로 한 때 시위대와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이 서울광장 일대를 봉쇄해 큰 마찰은 없었다. 대책회의에 따르면 HID수행자회는 6일까지 서울광장을 사용할 계획이다.
2008.06.06 I 정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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