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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노대통령 취임2주년 국회연설문
  • [edaily 김윤경기자]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국회연설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과 의원 여러분, 저 자신에게 지난 2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세월이었습니다. 선거 중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사건이 터지고, 이어서 미국은 중유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이에 북한은 봉인해제와 사찰단 추방으로 맞서고, 언론은 무력제재의 가능성을 연일 보도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저는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이미 한미관계는 최악이라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미국 조야와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제가 처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에 한번 가보지도 않은 대통령이 한미 동맹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저의 한마디 한마디는 갖가지 추측과 해석으로 여러 가지 파장을 일으키는 참으로 불안한 출발이었습니다. 북핵문제, 이라크 파병문제, 대북송금 특검 모두, 하나같이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이었고 저는 그 갈등의 틈바구니에 끼인 처지였습니다. 이 처지에서 언론과의 갈등, 열린우리당 창당, 대선자금 수사, 그리고 탄핵이라는 전에 없던 일들을 결단하고 감당해 왔습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행정수도 위헌판결, 그야말로 파란만장의 2년이었습니다.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깊어지고 좀 더 넓어지고자 노력했습니다. 힘들었던 지난날의 경험이 남은 3년의 국정을 보다 성숙하게 꾸려갈 수 있는 역량의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지난 2년을 평가하고 남은 3년의 구상을 말하려고 준비했으나,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서 국민 여러분이 내린 다양한 평가를 보았습니다. 생각이 다른 점이 없지는 않으나 이의를 달지 않고 수용하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2년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참여정부는 가계신용 위기와 함께 출발했습니다. 늘어만 가는 신용불량자는 끝없는 소비위축을 불러왔습니다. 실업은 늘고 가계수입은 줄어만 가는데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서민의 부담은 더 늘어났습니다. 그 위에 북핵위기로 인한 불안심리, 이라크전쟁과 고유가, 카드채 발 금융위기까지 겹치고, 위기설이 난무하는 불안한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은 2년을 견디어 오셨습니다. 비정규직이 늘고, 장사는 안되고,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고통스러운 일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으나 아직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경제가 좋아진다, 아직 아니다, 논란이 분분합니다. 정부는 아직 속단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디기는 하더라도 머지않아 반드시 달라질 것입니다. 참여정부 초기에 포퓰리즘을 이야기하고 남미형 파탄과 일본식 장기침체를 거론하며 우리 경제를 위기 또는 파탄으로 진단하던 사람들도 이제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듯 합니다. 국민 여러분이 열심히 노력해 주신 결과입니다. 국민 여러분, 힘내십시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경제가 좋아져도 걱정하고 준비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먼저, 우리 경제의 경쟁력입니다. 고유가와 낮은 환율을 이겨낼 수 있는 경쟁력을 길러야 합니다. 정부는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전략으로 채택하고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면 힘차게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수출과 내수, 대형할인점과 재래시장간의 경쟁력 격차, 계층간의 소득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제는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뜻도 달라져야 합니다. 경기가 풀려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우리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선 중소기업을 살려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해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거쳐 중소기업 정책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쳤습니다. 앞으로는 좀 달라질 것입니다. 아울러 재래시장과 식당, 화물운송업 등 영세자영업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에도 대처해야 합니다.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도 제조업과 같이 지원하겠습니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전략이자 성장전략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고용대책을 세워나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회안전망도 더욱 확충해서 최소한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고 끼니를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집값, 사교육비, 신용불량자 문제도 신년회견에서 말씀드린 대로 서민생활에 주름이 가지 않게 지속적으로 챙기겠습니다. 특히 부동산문제만은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킬 것입니다. 이미 투기를 막기 위한 세제가 완비되어 가고 있고 올해 안에 모든 거래가 전산화돼서 100% 노출됩니다. 투기 조짐이 있을 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반드시 막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연초에 선진경제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우리도 자신감을 가지고 선진경제를 얘기할 때가 되었고, 그에 따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출이나 경제규모, 제조업 기반만 놓고 보면 우리는 이미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과 같은 업종도 세계 최고 수준이거나 이에 근접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국민들의 소비생활도 선진국 수준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구매력 기준 국민소득은 거의 2만 달러에 육박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경제가 곧 선진국 문턱에 들어설 단계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그에 맞추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반면에, 선진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 나가야 할 분야가 있습니다. 기업지원 서비스와 고급 서비스산업, 그리고 레저·문화산업의 발전입니다. 금융, 법률, 회계, 연구개발, IT, 컨설팅, 디자인 등 기업지원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들 분야에서 해외로 나가는 돈이 연간 28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산업이 발전해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학력이 높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식기반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금융산업의 발전이 중요합니다. 금융의 수준이 높아야 기업의 수준도 높아집니다. 담보보다는 기술력과 신용도에 따라 자금이 분배되도록 평가능력을 향상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실력 있는 기업이 성공하는 풍토가 조성됩니다. 물류산업도 빼놓을 수 없는 기업지원 서비스산업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182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물류비용은 경쟁력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해부터 업종별 전담팀을 구성해서 경쟁력 강화대책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일자리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선진경제를 위한 또 하나의 과제는 고급 소비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작년 한 해, 유학비용으로 나간 돈이 70억 달러, 의료비로 나간 돈은 1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교육·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여서, 나가는 돈을 막아야 합니다. 우수한 인재가 의대로 몰린다고 한탄만 할 일이 아니라 의료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서 돈이 들어오게 하고 일자리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집니다. 개방할 것은 개방하고 규제도 풀 것은 과감하게 풀어야 합니다.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고, 확대할 것은 확대하겠습니다. 공공의료 30% 공약은 반드시 이행하겠습니다. 공공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더욱 높여 나가겠습니다. 공교육의 가치와 제도가 무너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교육과 의료서비스의 산업적 성격은 그것대로 살려나가야 합니다. 복합소비산업인 문화·관광·레저산업도 내수 진작과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큽니다. 문화는 삶의 질입니다. 아울러 산업입니다. 이미 새로운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반기 중에 문화‥관광·레저 서비스산업 육성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급증하는 이 분야의 수요를 국내에서 흡수하기 위해 서남해안 등에 대규모 기반시설을 조속히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영화·음악·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산업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선진경제를 향한 마지막 관문은 ‘선진통상국가’로의 도약입니다. 90년대 WTO 체제 편입은 피할 수 없는, 부득이 한 선택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제 WTO, FTA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적극적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체질도 개방의 충격을 충분히 감당할 만한 저항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칠레와의 FTA 체결에도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긍정적 효과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선진통상국가를 전략으로 채택해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를 향해서 활발하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합니다. 한편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민 대책도 적극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수립한 농어촌 종합대책을 내실있게 추진해서 우리 농업을 경쟁력 있는 첨단농업으로 육성하겠습니다. 아울러 농어촌을 자연과 문화가 잘 어우러진 미래형 복합생활공간으로 발전시켜서 도농 상생의 기반을 조성하고, 고령화에 대비한 복지대책도 세워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진경제를 하려면 선진사회로 가야 합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그것입니다. 우리가 시장경제를 채택한 이유는 경쟁의 효율성 때문입니다. 경쟁하게 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쟁은 공정해야 합니다. 어떤 불법도 반칙도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자면 특권도 특혜도 없어야 합니다. 오로지 공정한 규칙에 따라 실력으로 경쟁하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시장경제의 핵심입니다. 시장이 공정하자면 사회가 공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거 우리 사회에는 여러가지 특권과 유착, 불법과 반칙, 부정과 부패가 있었습니다. 정경유착, 정권과 권력기관, 권력과 언론 등의 유착과 공생관계들입니다. 우리가 선진사회로 가자면 이러한 유착과 공생관계를 청산해야 합니다. 이 점에 관해서 우리 사회는 많은 진보를 이루어 냈습니다. 해답은 민주주의입니다. 과거 독재권력과 권력기관들은 공권력을 이용한 정보통제와 조작, 고문과 협박으로 부당한 기득권을 지켜왔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싸웠고,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민주정부를 세우고,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과 정경유착의 청산을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이제 권력문화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상 더 정경유착은 없을 것 같습니다. 권력기관들도 이상 더 정권에 봉사하지도 정권의 눈치를 살피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검찰의 경우는 여당 의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확실한 독립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때 일부 언론이 독재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그 대가로 이런 저런 특권과 특혜를 누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민주정부가 들어섰다고 하는 시대에도 권언유착의 관계는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적어도 권언유착은 해소된 것 같습니다. 국민 여러분, 요즘 우리 언론이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까? 의원 여러분도 언론 대하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느끼지 않습니까? 적어도 이제 고위 공무원이 기사 빼달라고 언론인들에게 매달리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언론은 언론으로서, 정권은 정권으로서 제 갈 길을 가면서, 건강한 긴장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 비해 정책관련 기사의 정확성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분석과 비판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습니다.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독자들이 잘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타당성 있는 비판은 정책으로 수용하고, 회신까지 보내주고 있습니다. 다만 사실을 왜곡하고 논리에 맞지 않으면,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하고 때로는 일일이 법적대응까지 합니다. 언론문화도 선진언론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선진언론이 되기 위해서 우리 언론은 좀 더 변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만드는 부정의 고리, 연고에 의한 유착도 해소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적어도 돈으로 하는 부정부패는 제 임기동안 확실히 해소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좀 억울하겠다, 좀 가혹하게 느껴지겠다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관행으로 용납되던 일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몇년 전 대전에서 어느 변호사의 장부가 공개되면서 법조인 몇 사람이 조사를 받는 일이 생겼을 때, 그때 조사받은 사람들이 그 조사를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 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그러나 과거에 용납되던 관행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법에 저촉되고 장래에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경쟁에서 불리한 경우는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웃에서는 세금을 포탈하면서 장사를 하는데 나만 세금을 꼬박꼬박 다 내고 하자니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와 같이 반칙을 하지 않으면 사업을 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법을 지킬 수 있게 만들고, 일단 만들어 놓은 법은 반드시 지키게 해야 합니다. 지금 세금 부문에서부터 이 일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투명하게 신고하고 법을 지키는 사람이 세금에서 유리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털어도 먼지 안나는 시민, 그래서 누가 좀 보자고 해도 오금이 저리지 않는 떳떳한 시민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런 세상이 바로 선진한국입니다. 선진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치도 선진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야 합니다. 민주정치의 요체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입니다. 정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규칙에 따라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정치입니다. 이것이 승자와 패자가 공존하고, 패자는 다시 도전할 기회를 갖는 포용과 상생의 정치입니다. 독재정권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규칙이 아니라 폭력과 공작으로 상대를 타도하고 패배자는 배제해 버렸습니다. 경쟁이 아니라 전쟁을 한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치에는 이러한 독재정치의 유산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지역주의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지역대결은 감정싸움입니다. 감정싸움은 답이 없는 싸움입니다. 합리적인 정쟁과 타협의 소재가 아닙니다. 끝없는 싸움이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분열입니다. 불신과 적개심을 부추겨 편을 가르게 하고 분노와 증오로 반목하게 하는 것은 정치인이 발명한 득표수단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분열해서 싸운 나라치고 불행에 빠지지 않은 역사가 없습니다. 저는 그동안 끊임없이 지역주의와 맞서 왔습니다. 분열에 맞선 것입니다. 여러 차례 낙선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고, 열린우리당 창당을 지지했다가 탄핵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17대 총선에서 어느 정도 표를 얻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아직도 지역구도를 해소했다 할 만큼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별 의석은 지역별 득표수를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각 당이 불리한 지역에서 받은 득표는 의석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선거구제도가 지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한 것입니다. 이 제도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지역구도는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대화와 타협의 문화는 정치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역사상 민주주의는 투쟁으로 태어났습니다. 독재권력이 가혹하고 강고할수록 타협 없는 투쟁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칭송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타협 없는 투쟁이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타협 없는 투쟁은 정통성 없는 권력이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을 때, 이에 맞서 싸울 때에만 정당한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화와 타협입니다. 그것이 자기지배의 원리에 맞는 것입니다. 타협 없이 자기주장만 관철하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비민주적인 독선입니다. 참여정부는 국민이 선택한 정통성 있는 정부이고 대화의 문을 언제나 열어놓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회적 갈등 현안을 협의하고 조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갈등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도 저항적 참여보다는,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인 참여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지난 총선은 유례 없이 모범적으로 치러졌다고들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선거문화의 개혁에 앞장서온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검찰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드립니다. 그러나 아직 선거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치선거뿐만 아니라 각종 선거에서 이런 저런 부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매수와 거짓이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신뢰의 기초입니다. 정부는 건강한 선거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각별히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선거 부정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경쟁력도 높이겠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의 경쟁력은 세계 30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비교적 잘 한다 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적어도 참여정부 내에 20위권 안으로 들어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부 경쟁력도 전략은 혁신입니다. 혁신의 목표는 일 잘하는 정부입니다. 효율적인 정부,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부, 투명한 정부,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 그리고 분권과 자율입니다. 2003년은 로드맵을 만들었습니다. 2004년은 변화관리를 도입했습니다. 수십 건의 혁신 모범사례가 발표되고 이를 활발히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혁신을 제도화하는 해로 만들려고 합니다. 당장의 효율과 성과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행정인프라를 완비하려고 합니다. 정부 기록보존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고 있습니다. 통계의 부실, 데이터베이스의 부실도 지적을 받습니다. 먼저 문서관리, 기록물관리, 통계관리 등 기본부터 새롭게 정비하고 있습니다. 정보보호, 정보공개, 보안시스템 등등 모든 인프라를 완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은 정부를 공약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충분히 하는 정부, 할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우리 정부와 공무원들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지난 2년 동안 국정을 이끌어오면서 느낀 것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정부가 진실되게 말하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외쳐 왔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 중소기업이 이만큼 버텨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목표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중소기업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진실성도 책임감도 부족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 30년 동안 지역간 균형발전, 수도권 과밀억제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계속 악화만 되어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고령사회 대책, 저출산 대책, 미래 에너지 대책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비슷한 결과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진실된 자세와 책임으로,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정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도 많습니다. 의회, 언론, 시민단체, 국민 여러분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진실된 주장을 책임있게 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이 이대로 가면 40년 후에는 고갈된다고 합니다. 모두가 경고하고 있습니다. 법률로 재정 재계산 제도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급액을 낮추거나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는 해결이 될 수가 없습니다. 한 푼이라도 수익을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투자는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합니다.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2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교단이 붕괴했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래서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노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모두가 정부의 탓만은 아닐 것입니다. 교단을 맡고 계신 선생님들이 스스로 신뢰를 지키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내신을 믿을 수 없는데 어찌 공교육을 존중하는 평가방법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책임을 나누어 지고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대정부 투쟁만으로 공교육을 바로 잡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규직에 대한 강한 고용보호를 양보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보호만 높여달라고 하면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연대임금제나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제안 없이 어떻게 노동자간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겠습니까? 가능한 방안을 찾고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합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이 19년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병원에는 사스환자 못들어온다며 길을 틀어막기도 합니다. 모든 지역과 집단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시설이나 개발사업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정부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해서는 공동체가 설 땅이 없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입니다.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있습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대통령이 갈등을 일으킨다는 비난이 있습니다. 이 질문은 ‘역사는 왜 배우느냐’는 질문과 같은 질문입니다. 역사를 배우는 일이 당연한 일이라면 과거사는 있는 그대로를 밝히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거짓을 배울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일입니다. 그러나 아픈 상처가 남아 있는 일이라면 더욱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진실과 화해가 상처와 원한을 치유하는 보편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사 문제를 처리하는 독일과 일본의 서로 다른 태도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다른 태도에 따라 이웃나라로부터 받는 신뢰가 다릅니다. 과거에 대해서 솔직해야 합니다. 그래야 과거를 떨쳐버리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정치도 그렇고 대통령의 권력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변화된 세상은 변화된 눈으로 읽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줄이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권력을 줄였습니다. 이제 대통령 말 한마디로 당과 국회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시대가 아닙니다. 이상 더 군사독재 시절의 그 강력한 대통령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은 공개한 상태에서 대화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 조율되어야 합니다. 당초에 부처간, 당정간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과정입니다. 국민에게 혼선을 줄 우려가 있는 의견이라도 공개를 거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북핵문제로 걱정이 크실 것입니다. 미처 예측하지 않았던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습니다만, 근본적인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에 따라 차분히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유연성을 가지되 원칙을 잃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의원님들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외교에서 흔히 쓰는 전략은 상대의 분열과 갈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용당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상황 변화는 선의로써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미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긴밀합니다. 한때 미국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 한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돼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저는 외교당국자들에게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고 합니다. 그것이 진지하고 책임있는 태도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가 높아집니다. 저는 우리 국민의 역량을 믿습니다. 5년, 10년 후의 한미관계는 지금보다 더 균형있게 발전해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군대는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로서 동북아시아의 균형자로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낼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지금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제 느낌은 희망과 자신감입니다. 여전히 어려운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섭니다. 밖에서 보면 우리만큼 장래가 밝은 나라도 많지 않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유독 우리만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도 우리 국민의 높은 성취동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를 너무 깎아내릴 일이 아닙니다.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을 가지고 선진한국을 향해 힘차게 달려갑시다.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새해 여러분 가정에 희망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5.02.25 I 김윤경 기자
  • (법원경매천하평정)나의 경매입문기
  • [우형달] 나의 경매입문기 몇 년 전만 해도 1억 원 만들기라는 제목의 책들이 인기를 끌었는데, 어느 사이에 부자 기본 단위가 10억 원으로 높아져 버렸다. 이 글을 읽는 분들중에는 10억 원은 고사하고 1억 원도 없고, 심지어는 전세보증금 5천만 원이 자산의 전부라며 낙망하는 분도 계신데 말이다. 나는 가혹하지만 부자의 기준을 좀더 명확히 제시하고자 한다. 막연한 10억 원이 아니고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집 빼고, 그리고 부채 빼고 10억 원 정도는 있어야 비로소 요즘 유행하는 웰빙스런 삶이 가능하다고 본다. 가장 바보들중 하나가 집하나 달랑 가지고 있으면서 집값 올랐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무슨 말인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설령 10억 원짜리 강남의 아파트라고 해도 이 집은 이미 자산가치가 없다고 단언한다. 적어도 이런 생각이 타당하려면 적어도 다섯채 정도는 가지고 있으면서라야 설득력이 있다. 이런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나라면 팔아서 5억 원짜리 같은 평수의 강북아파트로 이사 가고, 나머지 5억 원으로는 재테크 종자돈으로 쓸 텐데!’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또 하나, 부채도 제외해야 한다. 수중에 10억 원의 현금이 있지만 은행 부채가 10억 원 있다면 상계처리해서 현금자산은 제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엄격한 기준으로 따져 보면 여러분의 대차대조표는 어떨까? ** 나 역시 가난했다 무일푼에 가까운 처지에서 IMF를 거치면서 짧은 기간에 오직 부동산 경매로만 오늘의 부를 어떻게 축적했는가? 인생역전을 가져다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정말 우연히(?) 시작한 부동산 경매에 대한 나의 생각과 투자전략, 철학을 가감 없이 보여드리며 낙찰사례도 소개하겠다. 게임은 끝나지 않아 결론으로는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누가 언제 시작해도 지지 않은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 부동산 경매를 통한 부동산 투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환희의 순간도 있었고, 몇천만 원이라는 거금의 입찰보증금을 날려야만 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이 글의 내용이 본인의 실제 투자사례인가 아닌가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유는 자신의 투자사례나 명도 경험은 단 한차례도 없이 오로지 책상과 인터넷의 산물로 투자현실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져 공허하기 짝이 없는 부동산 경매투자서가 재테크 비법을 전수하는 관련 서적들이라고 오늘도 유명 서점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는 현실에서, 내 돈 싸들고 경매판에 뛰어들어 조사·분석하여, 응찰하여, 낙찰 받고, 잔금내고, 명도하여, 부동산을 차지한 다음 처분(임대나 매각)해서 수익을 올린 생생한 투자 체험서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 벌써 10년이 지나갔다 부동산 경매시장을 처음 경험한 것이 1994년 말이었으니 벌써 10년 이상이 흘러갔다. 처음부터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여 투자하겠다는 야무진 각오가 있어서라 아니라 뒤늦게 입사한 곳이 경기도 성남에 있던 모상호신용금고였다. ‘뒤늦게’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것이 1990년 2월 이었는데, 공부를 좀 더하고 싶어 4학년 때부터 유학을 준비하였고, 졸업과 동시에 동경으로 가서 약 3년여의 유학생활을 하였는데, 너무 가난했던 일본생활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 너무나 가난했던 일본유학시절 춥고 배고팠던 동경시절 이야기 하나만 하자면, 유학 생활 거의를 동경 나까노구(中野區)의 와까미야(若宮)라는 곳의 조그마한 아파트(다다미 4.5장짜리 실평수 3평정도)에서 살았다. 한 층에 공동 화장실이 한개 있던 주택으로 동경의 여름은 길고 높은 습도와 무더운 날씨로 에어콘 없이는 생활하기가 힘들어, 하루에도 서너 번씩 샤워를 해야 하는데 동전샤워장에는 갈 돈도 없고, 아까워 가지 못하고 집안 싱크대 수도꼭지에다 조그마한 호수를 연결하여 최대한 약하게 물을 틀고는 싱크대 안에 올라가 샤워하는 식의 생활이었다. 아파트에서 역(高円寺驛)까지는 자전거로 10분 정도를 가서 전철을 타고 학교를 가는데, 어느 하루는 역에 도착해서 전철패스(1개월 정기권)를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천천히 생각해보니 전날 정기권이 1개월이 다되어 검색기계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 그 때서야 생각이 났다. 학교까지 일반권으로 가려면 130엔이 있어야 했는데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봐도 70엔 뿐이었다. 아쉬운 소리를 하고 무료티켓을 하나 받을까 하다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조금씩 내리는 비와 함께 한없이 울며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마침 그날은 쌀까지 떨어져 아침도 먹지 못하고 학교 가서 교수님한테 밥값을 얻어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3년 내내 거의 그런 생활이었다. 참 많이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그때의 경험은 내 생의 또 다른 밑받침이 되고 있다. * 무슨 인연으로 경매를 시작하게 되었나 그런 동경생활을 3년 넘게 버티다 경제적으로 기력이 완전히 소진하여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어 내 인생에서 공부는 끝났다고 체념하고 귀국해서 입사한 곳이 성남의 모 신용금고였다. 하는 일이 고객의 이자·원금 밀렸으니 언제까지 송금해 주세요, 채무자가 시간 없다면 직접 받으러 가고, 또 연체상태가 심한 경우는 담보로 잡아놓은 부동산을 경매 넣는 일을 어깨 너머로 보면서 경매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게는 두 분의 인생 은인이 있다. 그 중 한 분이 이 시절에 내게 경매공부를 권유한 직장 상사이다. 하고 싶던 공부를 할 수없이 포기하고 돌아와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으로 선택하게 된 직장에서의 업무는 단순한 회사의 일로만 여겨졌다. 관심이 없으면 어떤 일을 아무리 오래 해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고 배우지 못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 너무나도 재미있었던 경매공부 부동산 경매와 관련된 일을 나름대로 하면서도 내공을 쌓지 않고 업무로만 익숙해지며 회사를 다니기 2년 정도 될 즈음에 나를 아껴주던 직장의 상사가 어느 날 “우계장 경매공부를 한번 해보지!”라고 지나가는 듯 한마디 하셨다. 이처럼 무심하게 던진 한 마디가 천상에서 들려오는 신의 복음처럼 내 머리를 때렸고 “어떻게 공부하면 되나요? 방법을 알려 주세요” 하면서 신천지 경매세계로 뛰어 든 것이 1996년도였다. 그렇게 시작한 부동산과 경매공부가 그렇게 즐거울 줄은 정말 몰랐다. 기본적인 법률공부, 권리분석, 수익률분석, 물건분석 요령, 임차인에 관한 사항 등 공부하다가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물어볼 때마다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심지어 새벽 두세 시에도 자다 일어나 성실하게 응대해준 상사가 있었기에 오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다시금 감사하다. 처음 부동산 경매공부를 권하면서 상사가 권해 준 경매 서적이 『당신도 이틀이면 경매박사』(강현구 지음, 매일경제신문사)였는데 최소한 30번은 읽어보라고 하던 일이 바로 어제 일 같기만 하다. 이렇게 나에게 지나가듯 다가온 부동산 경매는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도구가 되었고, 내가 부동산에 입문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 인생역전의 계기가 왔다 본인이 처음 경매법원에 다니던 시절은 호가제와 입찰제가 병행되던 시절로, 아직은 호가제가 주류였던 시기였다. 호가제란 원하는 물건이 진행되면 응찰자들이 집행관 앞으로 나가 구두로 가격을 올려가면서 응찰하여 더 이상 응찰자가 없으면 그때까지 최고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낙찰시키는 방법이다. 쉽게 말하면 지금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나, 동산 입찰 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보면 되는데, 당시에는 일반인들이 경매에 투자하기란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특히 요즘처럼 여성들이 법원경매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럼 누가 응찰했는가 하면 극히 한정된 꾼(?)들만의 잔칫집으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상시로 벌어지면서 경매꾼들에게 떼돈을 벌어주었다. 경매꾼들만이 잔치집이라며 일반인들은 꺼리던 그곳에서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부동산 경매가 인생역전의 전환점을 가져다주리라고는 공부시작 당시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회사 모르게(?) 아르바이트 생전 처음 낙찰 받은 물건이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에 있는 대지 면적이 20평이고, 건물은 반지하 1층 지상 2층 단독주택이었다. 지금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논의가 한창 뜨거운 지역의 물건으로 당시 감정가격이 8천500만 원 정도였는데, 3회 유찰로 4천352만 원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4천620만 원에 응찰하였는데 결과는 단독이었다.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비용과 1층에 살면서 보증금을 날린 임차인에게 이사비용으로 준 200만 원을 합해 총 5천여 만 원이 들어갔다. 이중 2천만 원은 잔금융자를 받았으니 실제로 투자된 내 돈은 3천만 원 정도로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전체를 전세로 임대한 내용을 보면 지층은 보증금 1천500만 원, 1, 2층은 각 3천만 원으로 총 7천500만 원이 회수되었다. 이 물건처럼 회사에 근무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낙찰 받은 물건이 총 4건이었는데 회사 다니면서 낙찰 받는다는 것이 칭찬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비밀(?)에 붙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서서히 부동산 경매에 재미를 붙이는 계기가 되었고 자립의 기틀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었다. 이 물건은 전세로 임대하고 있다가 경기도 성남 구시가지가 개발 열풍에 휩싸이던 2002년에 1억 2천500만 원에 매도처분 하였다. * 실직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1997년 말에 몰아닥친 IMF 한파로 다니던 금융회사가 부도나기 일보직전에 실시한 명예퇴직을 자진신청하면서 조직(회사)생활 4년 만에 실직자가 되었고, 차라리 잘 되었다고 판단하고 경매에 전념하기로 작정하고, 집사람과 퇴직하기로 합의하고 이틀만에 사표를 내고는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경영기술개발원’이라는 곳에서 노동부 고용실업급여를 받으며 고급 이론무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경매세계에 뛰어 든 것이 1998년부터였다. 당시 함께 명퇴를 신청했던 동료가 나를 포함해서 3명이었는데 송별회식장은 그야말로 눈물의 바다였다. 그때가 J모 은행의 눈물비디오가 TV에 방영되던 시기였다. 경매투자 시작 당시 수중에는 퇴직금 포함해서 투자가능 총금액이 3천100만 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처음부터 가난하기도 했지만 다니던 회사 3층에 모 증권회사 지점이 있어, 그곳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날린 돈이 4천여 만 원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은 당시 우리 회사 직원들 중 주식으로 까먹은 금액이 내가 가장 작았다는 점이다. 주식에 손 안댄 사람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 경매 시작 당시 경제·사회분위기 정상화되면 다시 받아주겠다던 신용금고는 퇴직 얼마 후 회사도 부도처리 되었고, 올데갈데없어 ‘배수의 진’을 치는 심정으로 경매에 뛰어들 때는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도 했지만, 당시 사회분위기는 부동산을 가진 것 자체가 더없이 고통스럽고, 적어도 이 땅에서는 부동산은 더 이상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염세적인 분위기가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었다. 미달러 대비 환율은 2천 원을 넘었고, 은행이자율은 30%에 육박했으며, 대통령은 TV에 나와 하루라도 빨리 외환위기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하고 그것에 동참해서 착한 국민들은 몇 시간씩 긴 줄을 선 다음에도 아무런 군말 없이 금 모으기에 동참하던 시절이었다. 신문이나 방송에는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경제코너 기자님들과 언필칭 전문가를 자칭하는 일부 부동산 점쟁이들은 이 나라에서는 부동산은 더 이상 재산증식 수단이 아니라 애물단지일 뿐이라고 침이 마르게 떠들던 시절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단군 이래 초유의 부동산가격 대폭락을 목격하면서,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의 재테크수단이 아니라고 아우성치는 기사들을 읽으면서 착하고 어리석은 백성들은 “맞아”, “그래 정말이야”, “부동산은 이제 끝이야!”라고 중얼거리던 시절이었다. 아주 오래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 당시 전체 분위기는 부동산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이런 시절에 부동산 경매는 권할만한 재테크 방법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많은 돈이 있던 것도 아니고 가진 돈이라고는 3천100만 원이 전부인 종자돈을 몰빵 치는 심정으로 남들을 경매시장을 쳐다보지도 않을 때 본격적으로 경매를 시작했다. 시쳇말로 ‘물반 고기반’이던 당시 경매시장을 잠시 들여다보면, 고리사채도 아닌 은행이자율이 연 27~30%에 육박하자 파산에 빠진 경매물건이 폭증하는 바람에 자고 나면 법원경매계가 하나씩 생기는 판이었고, 인천·수원지법의 경우는 경매계가 23~25계까지로 늘어나 공휴일·일요일을 빼고는 매일 경매가 진행되었고, 하루에 진행되는 물건이 200~250여건에 이르렀다. 서울 시내 크고 작은 빌딩들이 외국계 투기 자본에게 속속 소유권을 강탈당하던 가슴 아픈 시절로, 부동산 매매시장은 종별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최고 반토막 난 것들도 허다했고, 부동산 경매시장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서울 남부법원에서 진행된 목동의 40평형대 로열층 APT가 감정가격이 2억 2천만 원에 형성되어 2차 유찰은 기본이고, 심지어 3차 유찰되어 감정가대비 51%(1억 1천200만 원)에서 55%(1억 2천100만 원)에 응찰하면 경쟁률은 높아야 3대 1이면 낙찰 받을 수 있었고,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진행된 감정가 1억 8천여 만 원 짜리 분당의 32평형 로열층 아파트가 2차례 유찰되고 3차에서 1억 2천만 원 정도 쓰면 너끈히 낙찰 받던 시절이니, 다른 물건들은 어땠을까는 쉽게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랬던 것이 2002~2003년의 부동산 폭발장세를 맞아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의 경우 현재는 평당 매매가가 대략 1천500-1800만 원 선으로 약 6-7억 원 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분당의 경우는 5억 원 전후에 거래가 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자체만 보면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을 규제하겠다는 것과 금융측면을 보면 은행의 금리가 낮다는 것 정도가 당시와는 차이라 할 수 있다. ** 그 동안의 투자실적은 3천100만 원으로 시작한 부동산 경매 건수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개인적으로 낙찰 받은 것이 15개이고, 동업자와 공동으로 투자한 것이 15건, 법인과 펀드로 투자한 것이 20여 건으로 총 50여 건에 이른다. 이 중에 IMF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99~2001년 사이에 낙찰 받은 20여개 물건들은 현재 원금대비 최소한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부풀어 올라 있는데, IMF 당시 나는 권리분석이 좀 복잡하고 세입자가 많아 그야말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다가구주택만 집중적으로 공략했는데, 그래서 본인이 ‘다가구 전문’으로 소문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실제사례 하나를 소개하면 감정가격 3억 5천만 원짜리 마포구 망원동 소재의 대지 47평,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20여 평으로 총 9가구의 세입자가 들어있던 다가구주택이 3차 유찰되어 감정가격 대비 51% 상태인 1억 7천800여 만 원에서 2억 1천300만 원에 입찰하여 경쟁률 6대 1로 낙찰 받아, 선순위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인수한 금액 빼고, 이전비와 공사비 합해서 총 투자금액이 2억 4천 500만 원 정도 들어갔는데, 전세로 회수한 보증금만 3억4천만 원을 받았다. 임대만으로 1억 원 정도를 더 확보하는 식으로 재산을 불려 왔다. 지금 생각해도 뭘 믿고 홀로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왔는지 지나고 보니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결과를 가지고 출발점을 칭찬하자는 것이 아니라 마인드가 말이다. 남들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해 난리법석을 떨던 시절에 낙찰로 부동산을 사들이겠다는 돈키호테 식 발상은 신념과 확신이 있어 가능했다. ** 경매투자 이력서 * 시작(1994년)부터~1998년(IMF로 회사퇴직)까지 이 때는 경매를 접하고 배우던 시절로 회사 업무에 충실하여 그다지 본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주식투기로 돈 까먹는 줄 모르고 허송세월 하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경기도 성남의 구시가지에다가 낙찰 받은 20평지 구옥 두 채를 낙찰가의 거의 세배 가격에 매매했다는 것으로 공부에는 확신을 가졌지만 투자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 1998년 퇴직부터 ~ 2002년 월드컵 개최 시까지 솔직히 말씀드려 내가 평생 먹고 살 것을 만들어 놓은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비장한 호들갑이 전국을 덮고 있던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부동산 경매시장에 투자한 사람치고 재미 보지 못한 사람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의 경우도 이때 낙찰 받은 물건들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당시는 이자율이 높아 경매물건은 넘쳐나도 낙찰 받는 사람들은 미친놈(?) 취급당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미친놈 취급하던 분들이 그러나 지금은 배가 아파 죽으려고 하고 있다. * 2003년부터 현재까지 개인적인 투자와 법인 및 펀드 물건을 구분해서 입찰에 임하고 있다. 1억 원 전후의 물건이나 오래 버티기를 해야 하는 경매물건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낙찰 받아 장기전으로 임하고, 덩치가 큰 물건이거나 수익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법인이나 펀드를 구성해서 입찰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현재 상황을 보면 수익률이나 우량물건이 IMF 때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 이후 부동산 경매시장 전망 부동산 시장의 가격전망에 대한 영역은 귀신도 모르는 부분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아 장래를 예상해 본다면 적어도 2006년 말까지 경매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예상해 볼 수 있는 이유로는 부동산시장과 경매시장의 서로 연관된 특성 때문이다. 부동산매매 시장이 나빠지면 경매시장은 구조적 특성상 약 6개월 후부터 감정가격이나 낙찰가격이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현재는 참여정부의 10·29 규제정책으로 불황(부동산매매시장은 2005년 말까지 지금 같은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음)국면을 지나가고 있다. 본격적인 회복국면을 2006년 초로 본다면 그 1년 뒤인 2006년 말까지는 부동산 경매시장은 다른 어떤 투자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할 것이다. 다만 현재 과열되고 있는 경매시장의 일부 ‘토지’는 이 전망에서 제외해야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고 좀더 쓰겠습니다. 나의 책 초고라는 점을 미리 밝히며, 제가 이글을 올리는 것은 자랑을 하려고가 아니고 부동산투자는 장기에 걸쳐서 평생하는 투자여서 당장의 어떤 상황에 너무 민감해하지 마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5.02.23 I 우형달 기자
  • 성매매 특별법 6개월.."도우미" 천국
  • [조선일보 제공] 23일 `성매매특별법`이 실시된 지 6개월을 맞는다. 이 법은 허가받은 성매매 구역인 집창촌에 큰 타격을 주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집창촌 밖, ‘제3의 지대’에서 일어나는 성매매가 더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집창촌의 영업활동에 지장이 오자 이들 직업여성들이 대거 밖으로 빠져나온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표적인 현상이 대리운전, 비디오방, 나이트클럽 도우미 등 각종 ‘도우미’의 등장이다. ‘도우미’는 밤거리에서 성(性) 제공자를 뜻하는 단어로 전락하고 있다. 본지 사회부 기자 3명이 15~21일 일주일 동안 우리의 주변에서, 또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 현장을 취재했다. 대리운전 아가씨들 16일 오전 1시 서울 강남역. 주차된 차들에 수북이 꽂혀 있는 대리운전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돌렸다. “대리운전하려고 하는데 아가씨 도우미로 보내줄 수 있나요.”(기자) “1시간 정도 기다리셔야 되는데요.”(업주) “왜 그렇게 오래 걸리죠.”(기자) “그것(성매매를 뜻함)까지 하니까 좀더 걸리죠.”(업주) 오전 2시쯤 ‘아가씨’가 도착했다. 31살이라고 소개한 A씨는 “길을 잘 모르니 좀 가르쳐달라”고 했다. 규정 속도보다도 차를 느리게 몰았다. A씨는 “난 이런 게 처음이지만 (내 주위에) 이런 일에 종사하는 여성이 30명 정도는 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됐다. 가격은 운전비 포함 15만원. 현찰만 받는다. 단속이 없냐고 묻자 “현찰로 내니 기록도 안 남고 ‘현장’을 잡혀도 ‘남 연애하는데 웬 간섭이냐’고 잡아떼면 그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30대 남자들 단골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일대 비디오방을 돌며 “아가씨 도우미를 불러 줄 수 있냐”고 물었다. 7곳 중 6곳에서 ‘OK’. D비디오방에서 4만5000원에 ‘티켓’을 끊고 아가씨 최모(23)씨와 함께 방에 들어갔다. 최씨는 성매매의 경우 기분에 따라 6만~10만원을 부른다고 했다. 최씨는 “다방에서 차 배달을 하면서 비디오방에 불려오는 횟수는 하루에 4번 정도”라고 했다. 30대 초반 남자들 중에 비디오방에 올 때마다 아가씨를 찾는 ‘매니아’들도 꽤 된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 "가장 좋아진 꽃밭" 14일 자정 서울 장한평의 한 나이트클럽. 월요일인데도 손님들이 꽤 있었다. 60% 이상이 여자였다. 부킹을 통해 만난 김모(여·26)씨는 “여기는 그쪽 애들(집창촌)이 2차를 가기 위해 원정오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씨가 지목한 여성과 만났다. 김모(여·28)씨에게 “돈 주면 같이 잘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지만 머뭇거리자 곧 자리를 떴다. 김씨는 잠시 후 다른 남자와 함께 클럽을 나섰다. 다음에 만난 채모(여·29)씨는 술을 한잔 하면서 “나도 예전에 그런 곳에 있었다”고 했다. 이날 나이트를 찾은 남성 회사원 박모(30)씨는 “요새 나이트가 ‘꽃밭’이라는 말을 듣고 직장 동료들과 자주 찾는다”며 “성매매특별법의 최대 수혜자는 나이트클럽”이라고 말했다. 자칭 40대 주부도 16일 서울 모 여대 앞 남성휴게실. ‘이○○ 방’ ‘김○○ 방’ 등 유명 여자연예인 이름이 붙은 방 안에는 TV와 전화기 한 대, 안락 의자가 놓여 있었다. 들어가자 TV가 켜지면서 포르노 비디오가 상영됐다. 1시간 후. 전화가 울렸다. “서른네 살 주부인데 외로워서 전화했다”고 한마디 하더니 바로 교성을 내기 시작했다. 손님을 흥분시키기 위해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이 여성은 5분 후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마흔 살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 “연애하고 싶다”며 10만원을 불렀다. 거절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5분 후 다시 전화. 신음소리, 내밀한 부부생활 이야기가 흘러나오다 다시 “연애하고 싶다”는 전화가 울려 퍼졌다. "애인 역할 빌려줌" 20일 서울 천호동에서 대학생 김모(여·20)씨를 만났다. 애인 역할을 할 사람을 빌려준다는 모 사이트를 통해 소개받은 ‘애인 도우미’다. 만나서 얘기만 하면 3시간에 5만원, 애인처럼 팔짱끼고 볼에 키스하는 정도를 허용할 경우 8만원. 김씨는 업체를 통해 1주일에 10명 이상에게 연락을 받는다고 했다. 김씨는 “남자들은 보통 2차가 가능한지부터 묻는다”며 “30, 40대 아저씨들이 특히 심해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모 사이트. ‘잠자리’만 빼고 남편·아내 역할을 할 도우미들을 빌려준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트 게시판에는 “목욕시켜 줄 사람 찾습니다” “동거할 사람 부탁해요” “주말 밤에 와주세요” “여행 함께 갈 사람” 등의 글들이 줄줄이 떠 있었다. 신지은기자 ifyouare@chosun.com 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김재곤기자 truman@chosun.com
  • (설이후 부동산전략)①급매물 공략해 볼 만
  • [edaily 이진철기자] 올들어 사업속도가 빠른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의 매수세가 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봄 이사철까지 겹치면서 수도권의 매매-전세가격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고 이제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가격상승 분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에 올해 내집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은 매수시기를 서둘러야 할지, 아니면 좀더 늦춰도 될지에 대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봄 이사수요 몰려 일부지역 ´반짝상승´.. 지속되진 않을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오름세에 대해 ´대세 상승´이라기 보다는 작년 가격하락에 대한 반발 매수세와 계절적인 이사수요가 겹친 ´반짝 수요´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따라서 집값 상승세가 봄 이사철이 마무리되는 3월 이후에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지난 연말까지 다주택자 중과세 급매물이 소진된 후 정부규제 완화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이 회수되는 반면,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호가가 상승한 것"이라며 "이사철 성수기를 맞아 매물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저가매물을 노린 선취매성 매입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특히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규제정책이 여전히 유효하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발이익환수제가 예정대로 입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사철이 마무리되는 4월부터는 다시 완만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올해 입주물량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풍부하기 때문에 아파트값이 상승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최근 일부 지역의 가격반등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가격오름세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재노출·가격바닥 노린 매수세 몰려.. 국지적 집값등락 전망 그러나 규제정책의 악재가 이제는 충분히 노출된 데다 경기순환 측면에서도 하락세가 1년여간 지속됐기 때문에 실수요 및 장기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늘어나 집값의 국지적 등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의 상승세가 일시적인 반짝상승에 그치더라도 가을성수기가 도래하는 8월 이후에는 이사수요가 증가해 집값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올해 정부의 규제완화 속도와 경기회복 여부에 따라 가격등락이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강남이나 판교 등 개발호재가 뒷받침되는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의 집값 차별화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수요자, 비수기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 노려볼 만 이에 따라 올해 내집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은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면서 곧 다가올 5~6월이나 연말 비수기를 활용, 급매물을 확보하는 전략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종합부동산세가 오는 6월부터 부과되기 때문에 5월말까지 부동산을 긴급 처분하려는 매물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수기가 겹치면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적어 집값이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고 결국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우위에서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세보다 5~10%정도 저렴한 급매물을 매수하기에 좋은 시기가 될 수 있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재건축 매수세가 이제는 한풀 꺾였고 이사철 수요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부지역의 가격반등이 3월 이후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평소 내집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라면 성수기가 끝나는 4월부터 시세보다 5~10% 저렴한 급매물을 매수하는 것도 무리는 없다"고 밝혔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도 "올해는 집값이 급등하기 힘들기 때문에 강남권 등 주요지역의 매매동향과 거래량, 가격추이 등을 면밀히 지켜본 뒤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권은 가급적 상반기중 매입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고, 강북권이나 수도권의 경우는 하반기 비수기인 11~12월경에 내집마련에 나서는 것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급매물의 경우 매물정보 수집이 어렵기 때문에 구입하고자 하는 지역의 중개업자와 꾸준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급매물은 시간을 다투며 빨리 처분되기 때문에 가격이 시세보다 저렴하지만 물건에 하자가 있을 수 있어 세심한 주위가 필요하다. 따라서 급매물로 나온 이유를 알아보고 각종 자료를 통해 권리상에 하자가 있는지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물건을 고를 때에는 역세권 등 교통여건이 좋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을 통해 향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좋다. 이런 매물들은 경제상황이나 조세강화 등의 이유로 싸게 매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추후 사업이 진행되면서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5.02.10 I 이진철 기자
  • (가판분석)2월7일자 조간신문 주요기사
  • [edaily 좌동욱기자] ◇헤드라인 -경향:중산충 지갑도 열린다..소비자태도지수 4.0p이상 상승 -동아:근로빈곤층 130만..일자리 못구해 가난서 `허우적` -조선:KDI `경기 바닥쳤다` -한겨레:일제 피해 후속대책 `정체` -매경: "내집마련 상반기가 적기"..주택경기 늦어도 하반기 바닥 -서경: 산업 유통 교육 연구시설 묶어 개발..다목적 복합도시 만든다 -한경: 주식형펀드 대박 터진다..누적수익률 200% ◇주요뉴스 (새만금사업 관련 정부 대책) -새만금 사업 정부 항소키로(전조간) -정부 예정대로 추진하되 친환경 개발키로(서경) -최종판결 3~4년 더 걸릴 듯(한경) (주요 연구기관 경기분석 보고서) -KDI "투자심리 호전"..삼성硏 "소비부진 끝"(매경) -"건설경기도 회복 징후"..올 1월 지표 긍정적(서경) -경기 "좋아지고 있다" 대 "아직은 아니다"(한경) (G7 재무장관 회담 폐막) -"중국 당분간 위안화 절상 안겠다"(한경) -위안화 절상 `답이 없네`..환율합의점 도출 못해(서경) -그린스펀 한마디에 달러 강세로.."美 쌍둥이적자 곧 개선"(매경) -이정일 민주당 후보쪽 작년 총선때 상대 도청(전 일간) -여, 행정도시특별법 단독 제출(전 일간) -은행예금→증시.부동산 펀드..저축잔액 줄고 증시 등에 한달새 3조 몰려(한겨레) -북 비료 50만톤 지원 요청..정부 남북 당국간 접촉 재개되야(조선) -노대통령 2년 청와대 사람 확 바뀌었다(조선) -작년 개미들 돈 40조원 몰렸다(조선) -대출금리가 들썩인다..변동금리 상품 상승곡선(한국) -`채권괴담` 증권가 손실 급증(경향) -여성 초등임용교사 합격자 첫 90% 넘어(동아 등) -은행 예금이탈 심화..한달새 5.8조 빠져나가(매경) -기관투자가 주총 벼른다..상장기업 긴장(매경) -외국기업, 중국보다 한국서 잘 번다(매경) -교육비 51억달러 유출 2억달러 유입..OECD 최악(전조간) -교육 의료개방 일정 상반기 확정(매경) -`클린카드` 때문에..유흥업소 결제차단 소비회복 찬물 우려(매경) -설 앞두고 풀린 돈 4조3000억원 `사상 최대`(전조간) -현대LCD 본사 대구이전..3천억 투자(매경) -KAI 13억달러 규모 민간헬기 수주(매경) -은행 사상최대 이익..작년 8조로 1년새 5배(서경) -알사바 OPEC회장 9일 방한..업계 "중동시장 확대 호기"(서경) -해남 다기능 복합도시건설, 국내외 자본 컨소시엄 형태로(서경) -사과 귤 등 과일값 15% 급등(전조간) -여야 정책협의회 합의 "민생법안 우선 상정처리"(전조간) -은행 카드 연체율 절반 이하로 떨어져(전조간) -백화점 할인점 설 장사 잘했다..매출 10~35%성장(서경) -정의선씨 기아차 3대 주주로(서경) -저소득층 둘째아이부터 유아교육비 지원(한경) -통일그룹이 뜬다..3.5조 투자, 여수 리조트 여의도 120층빌딩 추진(한경) -자생물질 활용 치매예방..부작용없는 복합물질 개발(한경) -2006년도 대입정원 대폭 줄 듯(전조간) -부시 "6자회담 조속개최 공감"..노대통령과 전화통화(전조간) -공모주 의무보유 어기고 몰래매각 얌체짓..동양오리온증권 차익 9억(한경)
2005.02.06 I 좌동욱 기자
  • (가판분석)1월30일 조간신문 주요기사
  • [edaily 윤진섭기자]◇헤드라인 -경향: `간도는 우리땅` 증거 찾았다 -동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발효 10개월 -조선: 테러속에 치러진 이라크 총선 -한국: 제조업 脫 한국 다시 급증세 -한겨레: `윈-윈 없는` 은행권 비정규직 -매경: 한국 美 국채보유 세계 4위 -서경: 사모투자펀드 봇물 -한경: 부동산거래 살아나고 있다 ◇주요뉴스 -설 대목경기 되살아 났다..백화점 특판 47% 증가(경향,서경) -부동산 거래세율 또 내린다..당정 0.5%p이내 추가인하검토(전조간) -임대주택 감세, 45평까지 확대(전조간) -해외부동산투자 3억달러 육박(전조간) -저축은행 연체율 24.1%로 급등(경향,한겨레) -1년간 식량 25%만 국내자급(한겨레) -담배 1인당 488갑, 소주는 86병(매경) -시중銀, `금융백화점` 경쟁 뜨겁다(경향) -국민銀, 명퇴후 내달 대규모 인사(동아,서경,한경) -은행, 이동사 `설 서비스 경쟁`(조선) -올해 공모주 시장 8조원 넘게 몰렸다(조선, 동아) -지역신보 보증제한업종 대폭 푼다(서경) -금감원 ABN암로 정밀검사(서경) -`취업장사` 6명 추가구속..기아車 노조간부 브로커(전조간) -공인중개사 항의시위, 과격감담자 4명 영장(전조간) -주총 `폭풍전야`..대기업 초긴장(경향) -식품업계,`食파라치` 비상(전조간) -개성있는 로봇개발(동아, 경향) -중개 10곳중 4곳 설연휴 5일 이상(동아) -이건희 회장 `스키 스킨십`(전조간) -조선업체들, 해외 생산기지 건설 `붐`(조선) -아파트가격 반등세 돌아서, 집값 상승재연되나(전조간) -LG 사회공헌활동 강화(전조간) -진로산업 정리중지신청 기각(매경) -한전 `인사혁명`..직군간 첫 이동(매경,서경) -벤처시장에 "엔젤"이 돌아온다..(한경) -현대상선 인도법인 설립..(한경) -鄭통일, 11월 APEC에 김정일 초청 뜻 밝혀(동아,한국) -이부영 전의원 비서관 곧소환..한화서 채권수수등 추궁(경향,한국) -지율스님, "단식 계속하겠다"(전조간) -이라크 총선, 저항세력 맹폭 전역서 10여명 사망(전조간) -P&G,질레트..생활용품 브랜드제국 건설(매경) -오늘 올 들어 가장 춥다..서울 최저 영하 10도(전조간)
2005.01.30 I 윤진섭 기자
  • 부시 지원책 믿고 집 샀던 서민들 노심초사
  • [edaily 오상용기자] "부시 행정부의 지원책을 믿고 집을 샀던 서민들만 죽어나게 생겼다" 조지 W.부시 대통령의 주택자금 지원책에 고무돼 내집 마련에 나섰던 서민들이 부동산 버블 붕괴로 최대 희생자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미국내 부동산 경기과열과 거품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상황에서 집값 연착륙과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최소화하는 부동산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WSJ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들어 미국의 주택 보유율은 67.5%에서 69%로 높아졌다. `오너십 소사이어티(Ownership society)`의 기치 아래 입안된 주택구입 자금 지원책에 힘입어 서민들의 내집 장만이 늘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2년 모기지대출의 선납금(down-payment)을 깎아주는 주택구입 지원방안을 마련, 2003년 가을 통과시켰다. 이는 저소득층과 소수민족을 위한 특별 지원대책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부동산 시장상황에 비춰 볼때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워싱턴의 경제정책연구 센트의 딘 베이커 이사는 "지난 1995년 이후 10년동안 집값은 36% 치솟아, 50년래 최대 붐을 이루고 있다"면서 "젊은이들과 서민들에게 내집을 갖도록 부추기기에는 시기상으로 적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버블과 필연적으로 곧 뒤따르게 되는 거품붕괴로 인해 이들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과열의 끝물에 집을 사도록 부추긴 탓에 내집 마련의 단꿈에 젖었던 서민 가계가 파산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집값이 하락할 경우 모기지론을 얻었던 서민들은 담보가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대출금의 일정액을 갚거나 급매물로 집을 내놔야 한다. 이는 다시 집값 급락을 부추겨 부동산 시장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의 기준 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부동산 경기 급냉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13일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연준리의 금리인상 행보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폴 총재는 "경제 성장 가속화로 연준리는 결국 점진적(measured)인 금리인상 약속을 폐기(drop)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까지나 `점진적`이라는 문구가 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 남아있을 수는 없다"면서 "통화정책은 더욱더 경제지표에 의존적이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리 이사들은 주택 버블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에드워드 그램리치 이사처럼 많은 연준리 이사들은 투기를 위한 주택 매입 비중이 급증하는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그램리치 이사는 "과거에는 주택에 투자해 재미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같은 투자로 이익을 기대하기에는 위험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저소득층과 소수민족의 내집 장만이 늘면서 도시환경도 안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도널드 하우린 경제학 교수들은 최근 조사에서 "주택 보유 증가가 사회 범죄와 도시 환경을 개선시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희박하다"고 밝혔다.
2005.01.18 I 오상용 기자
  • (미국의 부자들)쩨쩨해야 부자된다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소비가 미덕인 미국에서 실제 미국인들의 소비생활은 근검절약이 몸에 배 있다. 주머니 가득 쿠폰을 들고 슈퍼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주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졸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푼 두푼 모아서 집 장만하고, 차 사고, 아이들 학비 마련하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보통 미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그래서 `신용(credit)`이다. 평소에 신용을 쌓아두지 않으면 `내집 마련`과 같은 대사를 치를 때 큰 곤란을 겪게 된다. 미국에서 신용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관리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생활한 지 1년을 좀 넘기면서 여기저기서 신용카드를 만들라는 편지가 날아들었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다보니, 한국에서 가져온 신용카드를 인식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기회에 미국 카드를 하나 만들자는 생각에 신청서를 써 보냈다. 카드가 오기는 왔는데, 사용한도가 1000달러도 되지 않았다. 내 신용으로는 사용한도를 그것 밖에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미국에서 내가 쌓은 `크레딧`이 전무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어쩌다가 사용한도 이상으로 결제를 하게 됐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서 카드를 긁은 것이 한도를 1~2달러 넘긴 것이다. 다음달 명세표에 붉은 글씨로 경고문이 붙어왔다. 크레딧 리미트를 넘겼기 때문에 카드 이자를 19%로 인상하겠단다. "미국 신용카드 회사들 참 철저하게 신용관리를 하는구만"하고 넘어갔다. 몇달 후 캐나다로 여행을 갔다가, 신용카드를 썼는데, 캐나다 달러를 US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크레딧 리미트가 또 넘어갔다. 한번 경고를 받고는 조심하고 있었는데, 환율이 달라지면서 한도를 넘긴 것이다. 이번에는 금리 인상이 아니라, 25달러가 넘는 피(fee)가 붙어버렸다. 기름 한번 넣을 수 있는 돈을 패널티로 물어내는 것이 아까와 전화까지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미국 신용카드 회사들이 지난해 이런 식의 패널피 피로 벌어들인 돈이 자그마치 117억달러나 된다. 신용카드와 함께 온 약관에 보면 깨알같은 글씨로 수수료 규정이 잔뜩 적혀 있다. 카드 대금을 제때에 내지 않으면 이자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신용 점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카드 론을 한 것이니, 감수할 수 밖에. 그런데 카드 대금을 제때에 꼬박꼬박 냈어도 이자가 올라가고, 수수료를 내야할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universal default` 규정이다. 전화요금, 수도요금 등 다른 고지서를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그 정보가 신용카드 회사로 들어가서 "잠재적인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은 사람"으로 분류되고, 그것이 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는 것. 전기요금 등 다른 고지서를 늦게 내는 사람은 결국 신용카드 이용대금도 연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신용카드 회사들의 이같은 정책에 미국인들조차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universal default 규정을 도입하는 카드사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신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이자, 더 많은 수수료를 물리겠다는 것이 신용카드사 등 미국 금융기관들이 기본적인 방침이다. 결국 신용이 좋지 않으면 모기지 론을 하거나, 자동차 론을 할 때 더 높은 이자를 물어야한다. 그러니 미국인들이 쫀쫀해질 수 밖에 없다. 전기 요금 납기일을 세심하게 계산해서 정확한 날짜에 수표를 보내는 것이 평범한 미국 주부들이 돈을 버는 가장 확실한 재테크 비법인 셈이다.
2004.12.14 I 정명수 기자
  • (CEO탐방)서승모 씨앤에스테크놀로지 사장
  • [edaily 김상욱기자] "추수를 앞두고 있는 농부의 심정과 같다고 할까요? 내년은 지금까지의 노력이 큰 결실을 맺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서승모 씨앤에스테크놀로지 사장(사진)은 요즘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 고집스럽게 한 우물 판 결과물을 하나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전자부품연구원(KETI)과 공동개발한 지상파 DMB용 동영상처리 칩( NEPTUNE)과 이 칩을 채택해 만든 지상파 DMB 전용 단말기다. 서사장은 소형 TV인 이 단말기를 친자식처럼 애지중지한다. 그의 사무실에도 집에도, 심지어 승용차 에쿠스 안에도 설치되어 있을 정도다. 일반 승용차용 소형 TV는 공중파를 쓰기 때문에 전파가 자주 끊기고 화면도 고르지 못하지만 지상파 DMB 단말기는 고속 주행중에도 고화질 시청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그는 "내년은 광대역통합망(BcN)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중심으로 `혁명`이 일어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상파 DMB용 동영상처리 칩을 이용한 지상파 DMB단말기는 상용화가 되기도 전에 자동차 회사를 비롯한 업계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어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이 시장에는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씨앤에스의 칩을 채용해 만든 단말기가 "역시 믿을만 하고 좋다"는 평가가 확산되어 있다. 서사장은 "지상파DMB용 동영상 처리 칩세트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이 가능하고 몇몇 국내외 업체들과 제품 공급을 협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 칩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나오기까지는 숱한 역경과 고난이 있었다. 서사장은 지난 93년 씨앤에스를 설립한 이래 줄곧 멀티미디어 정보 통신용 핵심 반도체개발에만 매달려왔다. 곰처럼 미련하다는 핀잔속에서도 한 길만을 고집했다. "그동안 개발비용만 1천억원이상 들어갔을 걸요" 그 결과 씨앤에스의 기술은 BcN이나 DMB 분야에서 업계의 표준적 위치로 자리잡게 됐다. 또 KT 등 국내 굴지의 통신회사와 프랑스텔레콤이나 차이나유니콤 등 외국회사들도 씨앤에스 기술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그가 이렇게 10년이상이나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것은 몸 속에 체질화된 장인 근성 때문이다. 서사장은 삼성전자 D램 개발팀에서 9년정도 근무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재직시절 국내 최초로 D램 설계분야에서 미국 특허를 취득했고, 90년엔 1메가바이트 v램 개발 공로로 삼성그룹에서 주는 기술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누구나 다 비슷하지 않겠냐"며 "한 분야에서 10여년간 일을 해오다 보니 내가 가장 자신있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나만의 일을 해 보고 싶었다"며 독립후 외길을 걷게 된 배경을 털어놨다. 서사장은 내년에는 영상전화기인 비쥬폰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쥬폰은 데이터와 영상을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는 양방향 영상통신이 가능한 단말기로, 웹 브라우저 및 각종 부가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각종 컨텐츠 검색은 물론 이메일 및 단문메시지의 송수신도 가능하다. 그는 "내년에는 DMB나 BcN을 모르고서는 얘기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내년이 21세기형 IT산업으로 바뀌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과거와 같이 음성위주의 통신만을 가지고서는 소비자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며 "하나의 네트워크속에서 TV나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종합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보는 영상통신의 미래는 `진화와 융합`이다. 현재 각각 분리돼 있는 전화나 TV 등 영상과 통신을 대표하는 수단들이 점차 진화하면서 하나의 도구로 합쳐진다는 것. 서 사장은 "홈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진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라디오에서 흑백TV, 컬러TV를 거쳐 현재 HDTV까지 왔지만 앞으로는 홈네트워크를 통해 건강관리나 노약자 관리 등은 물론 홈뱅킹 등 통신과 관련된 거의 모든 서비스가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체 개발한 영상전화기를 보다 많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시판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퀄컴의 경우 휴대폰을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휴대폰부문에서 없어선 안될 회사다"라며 "우리는 칩메이커(Chip Maker)인 만큼 그 역할에 전념하고 실제 생산이나 판매는 앞으로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곳으로 넘겨주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회사들이 노력해도 퀄컴이 생산하는 칩을 대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알맹이`를 계속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씨앤에스도 퀄컴과 같이 한 분야의 지배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BcN과 DMB라는 두가지 중심축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그 시장에서 마스터(Master)의 지위를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 입니다" 그의 말속에서는 자신감과 고집이 배어났다.
2004.12.09 I 김상욱 기자
  • (가판분석)10월12일 조간신문 주요기사
  • [edaily 김호준기자] ◇헤드라인 -경향: 공장 1곳 짓는데 행정규제 68가지..비수도권 평균 6개월 걸려 -동아: 국회예산처, 수도이전 67조원 들것..정부발표 비용보다 22조 많아 -조선: 팔짱낀 정부 에너지대책.."10부제 등 단기대책 할 수 없다" -한겨레: "원전 신규건설 중지해야"..시민합의회의 보고서 -한국: 강남 종토세 50% 늘어..올 전국 평균 28% 증가 -매경: 내년 성장 4%대 가능성-이부총리 -서경: 종토세 증가율 12년만에 최고..서울 39.5% 올라 -한경: 원가연동, 채권입찰제..판교신도시부터 적용 ◇주요뉴스 -원가연동제 이르면 내년 1월 시행(동아) -반도체 4년 주기 불황 사라진다..고집적 제품 호황지속(동아) -금감원, M&A 기간 중 증자 허용..경영권 방어대책(한경) -정부규제 오히려 늘었다..노동, 건교부 등 11개 부처, 112개 증가(한경) -중국 긴축에도 올 9.4% 고성장..내년 8.9% 전망-사회과학원(한경) -오펙, 고유가 잡기..사우디 "하루 1100만 배럴까지 늘릴수도"(한경) -석유사 유전개발 밑지는 장사(서경) -미국 경제 고유가에 발목 잡혔다-스노 미 재무(서경) -석유화학 가공업체 원자재난 `허덕`, 공장 절반 `스톱`(서경) -여, 유류세 인하 적극 검토(매경) -선심성 세금감면 없앤다(매경) -인도 중국 제치고 세계공장 될것-블룸버그(매경) -한국 유통업체 상하이 `승전보`..이마트/동방CJ 매출 호조(조선) -금융규제 신설 상한선 두기로..전년 전체규모의 3%이내(조선) -10대 그룹 퇴직금 상반기 1조원 육박(조선) -국민은행 집담보 대출금리 내린다..타 은행도 나설 듯(조선) -포스코 후판가격 12% 인상..조선업계 반발 예상(조선) -LG전선 진로산업 인수 단독 협상자로(전조간) -수도이전 비용 최대 67조..국회예산처 보고서(전조간) -"고교등급제 대학 재정 깎겠다"..교육부 곧 지원축소수준 결정(전조간) -분양가 상한제 내년 시행..채권입찰제도 1월부터(조선) -전국단위 직거래 연결 `아파트 소비조합` 돌풍(한겨레) -"경기활성화 정부 나서야" 여당 고강도 대책 주문(한겨레) -교육부 "2학기 수시모집 고교등급제 불문"(전조간) -폰뱅킹 은행 수수료 주먹구구..원가최고 5배차이 불구 수수료 비슷(한겨레) -"내년 성장률 4%대 추락 가능성"..이 부총리 첫 인정(전조간) -환율방어정책 국감서 `집중포화`(한국) -식약 해양수산 환겨청 등 조직 대폭 축소..지방청 대부분 없앤다(경향)
2004.10.11 I 김호준 기자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Workaholic①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사람 얘기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성공`이 뭘까.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라디오 방송국 광고 세일즈맨으로 시작, 미국 최고 미디어 그룹 사장에 올랐다. 다른 한 사람은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 미디어 시장에 뛰어들어, 일흔에 `제국`을 건설했다. 일에 미친(workaholic) 두 사람이 만났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월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바이아컴 얘기다. 멜 카마진 사장과 섬너 레드스톤 회장의 `뉴욕판 성공시대`다. ◇굴러온 돌 미국 3위의 미디어 그룹 바이아컴은 카마진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가 사임한다고 1일 전격 발표했다. 바이아컴의 회장 레드스톤은 MTV의 톰 프레스톤(58)과 CBS의 레슬리 문비스(54)를 공동 사장 겸 공동 COO로 선임했다. 레드스톤은 올해 81세, 카마진 사장은 60세다. 레드스톤은 경영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3년내에 자신도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바이아컴은 CBS(공중파), MTV(케이블), 파라마운트(영화) 등 미디어의 전 영역을 커버하고 있는 제국이다. 제국의 황제는 레드스톤이고, 황태자는 카마진이다. 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카마진이 이렇게 쉽게 물러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카마진이 어떤 사람인가. 일때문에 결혼생활마저 파탄난 일중독자가 아닌가. 월가는 쑤군거리기 시작했다. "카마진이 디즈니로 옮겨가는 것이 아닐까. 카마진이 그냥 물러날리가 없지. 뭔가 계획이 있을거야." 카마진은 원래 TV 쪽 사람이 아니다. 그는 라디오 광고 세일즈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전공이 라디오인 셈이다. 라디오 명예의 전당에서도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나중에 CBS의 최고 경영자가 되고, 회사를 부흥시키자, 월가는 그를 IBM의 루 거스트너, GE의 잭 웰치, 바이아컴의 섬너 레드스톤,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에 버금가는 CEO로 추겨세웠다. 카마진은 뉴욕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의 가난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택시 기사였고, 어머니는 커튼 공장에 다녔다. 고등학교때부터 광고회사의 우편실에서 사환으로 일했다. 페이스 칼리지 야간 학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라디오 광고 세일즈일을 시작, 연봉 7만달러를 벌어들였다. 1970년 WNEW-AM으로 옮겨 라디오 광고 시장을 평정했다. 그가 광고 수당을 너무 많이 받아갔기 때문에 회사에서 그를 견제할 정도였다. 1981년 카마진이 38살때 12만5000달러 연봉을 받고 인피니티 방송국에 스카웃된다. 그는 매일 아침 6시30분에 출근했다. 인피니티는 카마진의 지휘하에 위치가 좋은 라디오 스테이션을 하나 둘 인수하기 시작했다. 카마진은 스포츠와 성인방송으로 미국 라디오 업계를 통일한다. 1985년 NBC가 내쫓은 하워드 스턴을 받아들여, 악명 높은(?) 성인 방송을 시작했고,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등 프로 스포츠 중계권도 사들였다. 인피니티는 전국적으로 44개 스테이션을 보유한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라디오 방송사가 됐다. 카마진의 진정한 전성기는 1996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CBS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로 유명한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의 소유였다. 웨스팅하우스는 1995년 CBS를 사들인 후 그룹 명칭도 CBS로 바꾸고, 제조업 부문을 매각하는 등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었다. 카마진은 당시 CBS의 CEO였던 마이클 조단(시카고 불스의 조단과 동명이인)에 접근, CBS 소유의 라디오 스테이션을 인수하고 싶다고 말한다. 조단은 어쩐 일인지 역으로 인피니티를 CBS가 사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인피니티 주가는 1992년 기업공개 당시 주당 17.50달러였다. 카마진이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알 수 없지만, CBS는 인피니티를 주당 170달러에 인수한다. 카마진은 피인수 기업의 CEO였지만, CBS 라디오 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카마진은 여기에 만족할 사나이가 아니었다. CBS와 인피니티가 합병한지 5개월만에, 카마진은 20년간 TV 부문에서 일해온 피터 런드 시장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월가는 카마진이 `머니 메이커, 딜 메이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카마진이 CBS의 사장이 됐다는 소식에 CBS 주가는 급등세를 나타낸다. 한 칼럼리스트는 "마이클 조단 회장에게 드리는 메모: 만약 멜이 당신을 밀어내면 웨스팅하우스 주가가 얼마나 급등할 지 상상해 보셨나요?"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칼럼은 나중에 빈 말이 아닌게 됐다. 1997년말까지 CBS 주가는 17달러에서 30달러로 상승했다. 시가 총액도 91억달러로 늘어난다. 그는 일중독 때문에 이혼까지 했다.(장성한 그의 아들은 3개의 라디오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고, 딸은 연예오락 채널 이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고 있다.) 500달러 이상 지출 결제는 자신이 직접 했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면 단 돈 1센트도 쓰지 못하게 했다. 대신 광고 인센티브는 파격적으로 배정했다. 카마진은 CBS를 최고의 방송국으로 키우기 위해 인피니티 라디오의 흥행기법을 그대로 동원했다. 하워드 스턴을 시켜서 NBC의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같은 심야 성인방송을 프로모션하도록 했고, NFL 중계권 등을 사들였다. 카마진은 1998년 조단을 밀어내고 CBS그룹의 CEO가 된다. 그해 CBS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선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버렸다. 카마진에게 고민이 있었다. 경쟁사인 ABC나 폭스TV는 컨텐츠를 생산하는 헐리우드 스튜디오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NBC는 GE라는 막강한 배경이 있다. "TV 방송사가 홀로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마진은 70년대 한몸이었던 바이아컴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부도옹(不倒翁) 바이아컴의 늙은 맹주 섬너 레드스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즐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바이아컴은 나다. 나는 곧 바이아컴이다. 이 결혼은 영원할 것이다.(Viacom is me. I"m Viacom. That marriage is eternal, forever.)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내 나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I know I don"t look my age and I don"t act my age and therefore I will not accept that age.)고도 말했다. 올해 그는 81세다. 건강 비결을 묻자, "고단백 다이어트를 한다.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당분이다. 나는 영양학에 있어서도 박사다"라고 말했다. 레드스톤도 카마진처럼 원래 방송미디어가 본업이 아니다. 그는 다른 사람같으면 은퇴할 나이인 63세때 바이아컴을 인수했다. 경쟁사의 CEO들이 전후의 풍족함을 누리며 성장했지만, 그에게는 대공항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다. 2차 세계대전때는 일본군 암호 해독 작전에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워싱턴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고향인 보스턴으로 돌아와 가업을 이었다. 레드스톤의 아버지 막스 로스테인(아버지가 후에 성을 바꿨다.)은 자수성가해서 조그마한 나이트 클럽을 경영했다. 수완이 좋았던 아버지는 사업을 확장, 보스톤 등 뉴잉글랜드 일대 극장 체인점을 구축했다. 이것이 가업이 됐다. 어린 레드스톤은 쇼비즈니스가 뭔지 배웠다. 어머니도 엄격했다. 피아노 연습시간을 정확하게 체크하곤 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 미디어 세계에서는 레드스톤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극장에 내걸 영화 판권을 사기 위해 헐리우드를 드나들었지만, 그가 이바닥에서 본격적으로 명성을 날린 것은 바이아컴 인수 이후부터다. 바이아컴은 그가 미디어 제국을 만드는 발판이었다. 음악전문 채널 MTV와 어린이 채널 니컬로우디언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1994년 USA네트워크의 배리 딜러와 피튀기는 인수전 끝에 파라마운트를 손에 넣는다. 바이아컴은 어린이부터 청장년, 중년층을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모두 구비하게 됐다. 그러나 그가 인수한 바이아컴과 파라마운트는 빚더미 위에 올라 있었다. 그는 무자비하게 비용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했다. 뉴욕 맨해튼 한 가운데 위치한 매디슨 스쿼어 가든과 프로 스포츠 팀들도 팔아버렸다. 라디오 스테이션과 비디오게임 회사도 주저없이 팔았다. 그는 파라마운트의 부채를 11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줄이는데 성공한다. 그는 늘 "컨텐츠가 왕이다(Content is king)"라고 말했다. 채권 은행들은 부채 정리를 위해 MTV 등을 매각하라고 압력을 가했지만, 컨텐츠 제조 능력이 있는 이들 채널을 팔 수는 없었다. 그는 컨텐츠 대신 케이블 시스템을 팔아버렸다. 이렇게 구조조정을 한 덕에 바이아컴은 빠르게 회생할 수 있었다. 월가를 열광시키는 저력만큼은 &51211;이 경영자들을 능가한다. 1987년 바이아컴에 100달러를 투자한 주주는 현재 926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 타임워너에 같은 액수를 투자했다면, 771달러, 디즈니라면 770달러, 뉴스콥이라면 543달러가 된다. 그는 일중독자 이상이다. 그와 회사는 한몸이다. 가끔 테니스를 치는 것 외에 특별한 취미도 없다. 레드스톤은 바이아컴 의결권의 68%를 컨트롤하고 발행주식의 13%를 소유하고 있다. 그에게 바이아컴은 회사가 아니라 그 자신이다. 회사는 그의 인생이고, 취미이고, 그의 모든 것이다. 일과 휴식, 주중과 주말, 사람과 회사 사이에 경계가 없다. 파라마운트 인수전이 한창 진행중일 때다. 그는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느라 주말에도 새벽 5시에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걸곤했다. 견디다 못한 부하는 "아내가 새벽잠을 자꾸 설친다"면서 "아침 7시까지는 전화를 받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레드스톤은 부하에게 정중하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다음날 정확하게 아침 7시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지금도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개봉 영화의 전날 관람객 현황을 체크한다. 레드스톤은 돈에 욕심이 있거나, 사치스러운 것을 즐기지도 않는다. 뉴욕에서 일을 보지 않을 때는 보스턴 인근의 4만3000달러 짜리 허름한 집에서 회사 일을 챙긴다. 헐리우드에 가서는 아침에 산책을 한 후 테니스장에 들렀다가 자신의 스튜디오를 둘러보다는 것이 가장 행복한 아침이라고 말한다. 그는 낙관론자다. "낙관이라는 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레드스톤은 스스로 운명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 레드스톤은 1979년 유명한 보스턴 코플리 플자 호텔 화재로 오른 손을 쓸 수 없게 됐다. 당시 그는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의사는 생명을 건지더라도 걷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른 팔도 잃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지금도 그는 테니스 라켓을 오른손에 가죽끈으로 묶고 플레이를 한다. "코스에서 이탈하지 않는거야. 끝까지 버티는 거지. 낙오되는 것을 거부하는 거야.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의사는 안된다고 했지만, `나는 걸을 수 있다`고 말했지. 지금은 이렇게 테니스 코트에서 뛰어다니고 있지." 이런 내공을 가진 레드스톤이 2인자의 부상을 달가와할 리 없다. 그는 1995년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프랭크 비온디를 쫓아낸다. 프랭크가 바이아컴의 성공을 자기 공인양 으스대는 것에 진노한 것. 일밖에 모르는 부도옹 레드스톤에게는 후계자가 없었다. 그때 마침 야심만만한 젊은 카마진이 다가온 것이다.
2004.06.03 I 정명수 기자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Exile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뱅크원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과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Sanford I. Weill) 이야기를 `Mentor`라는 제목으로 지난 1월29일 기사화한 후 한 독자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기사의 출전이 어디냐"는 물음이었다. 월가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비교적 자세하게 알려져 있는 모양이지만, 기사를 쓸 당시에는 보고 베낄만한 책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실린 과거 기사를 검색해서 조각조각 이야기를 맞춰나갔다. 얼마전 맨해튼 팬스테이션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마침 시간 여유가 있어서 역구내 서점에 들어갔다. 신간 코너에 `Tearing Down the Walls`라는 책이 있었다. 부제는 "How Sandy Weill Fought His Way to the Top of the Financail World and Then Mearly Lost It All" 이었다. 단번에 "그 독자가 원하던 책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저자는 모니카 랭글리라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다. 샌디 웨일 회장이 어떻게 자신의 금융제국을 건설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투쟁`을 벌였으며, 우정과 배신의 드라마를 만들어갔는지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Mentor`가 다룬 제이미와 샌디 이야기는 둘 사이가 갈라지고, 복수를 꿈꾸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이미 다이먼이 기사의 중심이다. 언젠가는 샌디의 입장에서 뒷얘기를 찾아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샌포드 웨일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그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추방(exile)`이었다. ◇유태인 이민자의 아들 샌디는 폴란드 유태인 이민자의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자영업으로 그럭저럭 집안을 잘 꾸려나갔다. 샌디는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코넬 대학에 입학했다. 샌디의 꿈은 대학 졸업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회사를 이어받는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집안에 큰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가 젊은 여비서와 눈이 맞아 어머니를 버린 것이다. 회사도 몰래 팔아버렸다. 샌디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배신`을 경험했다. 샌디는 대학을 졸업하면 곧바로 결혼하기로 약속한 약혼녀가 있었다. 아버지의 배신으로 그의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샌디는 `가족에 대한 충성심`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샌디는 어찌어찌 결혼을 하기는 했지만, 호구지책을 마련해야했다.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이 다름 아닌 월스트리트였다. 1950년대 월가는 황금도시 앨도라도였지만, 샌디처럼 금융을 전혀 모르는 젊은이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유태인 딱지까지 붙은 샌디는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했다. 샌디가 월가에서 맡은 첫번째 임무는 증권수도였다. 주식과 채권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대금을 받아오는 것으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았다. 샌디는 회사의 브로커들이 엄청난 월급을 받아가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만했다. 그 다음 샌디는 후선부서(back office)에 배치됐다. 브로커나 트레이더들은 계좌를 어떻게 관리하고, 결제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몰랐다. 샌디는 묵묵히 백 오피스 업무를 배워나갔다. 마침내 샌디는 보스의 허락을 받아 브로커 시험을 치룬다. 브로커 자격을 얻는 샌디는 직장을 옮겨서 자신만의 고객을 관리하게 된다. 브로커 샌디는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아나설 위인이 못됐다. 브루클린 친구들과 아내 조안의 도움으로 몇몇 계좌를 관리하며 브로커 경력을 쌓아갔다. 그럭저럭 월가에서 5년을 버틴 샌디는 1960년 유태인 동료들과 함께 작은 회사를 만든다. 그들의 이름을 따서 `카터, 벌린드, 포토마 앤 웨일`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1960년대 월가는 이른바 `Go-Go` 시대였다. 대형 블루칩들은 영원히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브로커 영업도 단순해서 돈 많은 전주들과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IBM이나 AT&T같은 주식을 사라고 권하는 게 전부였다. 샌디는 그때까지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쑥스러워했다. 책상머리를 지키며 기업들의 회계자료를 분석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샌디의 회사도 증시 활황 덕을 보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고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서 백 오피스를 확장할 필요가 생겼다. 동료들은 샌디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샌디는 꼼꼼하게 백 오피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사가 지금보다 몇배 더 커질 것을 대비했다. 백 오피스 경험이 풍부한 수줍은 브로커 샌디의 시대가 곧 도래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구조조정 전문가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Go-Go 시대의 거품이 무너지자 월가는 빙하기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수십년 전통의 브로커 회사들도 하나 둘 문을 닫을 처지가 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회원사들의 부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시절이 험악해지면 사건 사고도 많아진다. 백 오피스 관리를 엉성하게 한 회사들이 잇따라 사고를 치면서 월가 전체의 신뢰도가 위태롭게 됐다. NYSE는 부실 브로커 회사를 조용히 인수해줄 `청소회사`를 찾고 있었다. 그때 NYSE의 주목을 받은 것이 바로 샌디의 회사였다. 당시 샌디의 회사는 동업자들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CBWL로 불렸다. 최초 회사를 만든 동료 중 일부가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파트너들을 받아들이면서 CBWL이 됐다. 이 중에는 나중에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 되는 아서 레빗도 포함돼 있다. 파트너가 모두 유태인이고, 규모도 보잘 것 없는 CBWL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월가의 대형 브로커리지 회사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CBWL을 비하해서 `Corned Beef With Lettuce`라고 놀렸다. 이런 CBWL이 `문제 회사들`을 하나 둘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갔다. 그 핵심에 샌디가 있었다. 영업전선에서는 뒤로 한발 물러서 있었지만, 후방에서 회사가 돌아가는 사정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은 샌디밖에 없었다. CBWL이 다른 회사들을 인수할 때마다 샌디의 역할이 커졌고 마침내 그는 동료 파트너들을 제치고 CEO가 된다. 샌디는 `무식한 사장`의 전형이었다. 대식가인 샌디는 고상한 예술을 즐기기보다는 좋은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시거광이기도 했다. 업무 시간 내내 입에서 담배를 떼지 않았다. 샌디는 업무에 있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한번은 회사에 불이 났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샌디는 회사에 불이 난 것을 보고 급히 달려갔다. 빌딩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직원을 붙잡고 샌디는 "채권, 주식예탁증서, 수표는 어떻게 했어"라고 외쳤다. 그 직원은 "사장님, 그걸 어떻게 챙겨 나오겠어요. 피신하기도 급한데"라고 말했다. 샌디는 "이런 망할 놈. 당장 뛰어들어가지 못해. 우리 사무실이 있는 층에는 아직 불이 안붙었잖아"라고 윽박질렀다. 샌디는 비용절감에는 귀신이었다. 하루는 비용관리부서를 순시하다가 우편발송 비용이 너무 많은 것을 지적했다. 직원은 "회사가 합병되면서 증권분석자료를 발송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라고 해명했다. 샌디는 고객명부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샌디는 "이런 XX새끼!(You fucking idiot!). 같은 사람에게 중복해서 자료를 보내고 있잖아. 도대체 몇명이나 중복돼 있는거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합병, 비용절감, 다시 합병, 다시 비용절감"을 반복하며 회사 규모를 키워나간 샌디는 1979년 마침내 롭로즈라는 유수의 증권사를 인수, 자신의 첫번째 왕국 시어슨을 완성한다. 시어슨은 1980년 월가의 상징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 106층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샌디는 저층을 원했지만 106층에서 시어슨 최후의 경쟁자인 메릴린치 사옥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 말에 주저없이 계약서에 서명한다. ◇수평적 결합에서 수직적 결합으로 샌디가 시어슨 왕국을 만드는데 일등 참모는 피터 코헨이었다. 샌디가 제이미를 얻기 전까지 코헨은 샌디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회사 규모를 키우는데 전력을 다했다. 코헨은 샌디의 오른팔이었다. 샌디는 코헨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했다. 코헨은 자신이 시어슨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샌디는 이를 무시했다. 실망한 코헨은 잠시 샌디를 떠나기도 했다. 샌디는 시어슨 왕국을 완성하는데 코헨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그를 다시 불러들였다. 시어슨을 그에게 넘겨준다는 암묵이 있었다. 1980년대 월가는 새로운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월가는 우량 증권사가 부실 증권사를 인수하는 `수평적 결합`에 주력했다. 증권사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마지막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전쟁의 양상을 하루 아침에 바꿔놓은 대사건이 벌어졌다. 1981년 3월 20일 프루덴셜보험은 바체할시증권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보험과 증권, 각기 다른 영역을 결합하는 수직적 합병이 일어난 것이다. 샌디는 프루덴셜의 막강한 보험 세일즈 조직이 증권사와 결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샌디는 그 즉시 합병 상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프루덴셜에 의표를 찔린 것은 샌디만이 아니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짐 로빈슨 회장도 위기를 직감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시어슨은 이전에도 교감을 한 적이 있다. 경쟁사인 메릴린치가 CMA(Cash Management Account)라는 신상품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시어슨은 이에 대항하는 FMA(Financail Management Account)를 내놨다. 샌디는 이 상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FMA 고객에게 카드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했다. 그 파트너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선택했던 것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시어슨이 확보하고 있는 고급 고객 명단이 은근히 탐이 났다. 양사가 이 문제를 놓고 논의를 벌이는 사이 프루덴셜이 바체를 인수한 것이다. 샌디와 로빈슨은 두 회사의 합병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생명으로했다. 반면 시어슨은 증권사 특유의 방만한 기운이 넘쳤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샌디의 저돌적인 성격도 마음에 걸렸다. 그가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삼키지 않을까 우려했다. 시어슨은 25억달러 짜리 회사였지만,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200억달러의 회사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샌디를 받아들였을 때 그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가 숙제였다. 양사의 합병이 급속도로 진척되던 어느날 샌디와 코헨은 같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샌디는 차에서 내리면서 한마디 불쑥 던졌다. "코헨 자네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합병을 하더라도 이사진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그렇게 알고 있어." 코헨은 충격을 받았다. 샌디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새벽 코헨은 샌디의 집으로 달려갔다. 코헨은 샌디에세 해명을 요구했다. 샌디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우리에게 이사 자리 2개를 준다고 했어. 한 자리는 내 친구 변호사를 앉히려고 한다.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합병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헨은 샌디와의 결별을 직감했다. 두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가 이제부터는 분명히 달라졌다. ◇추방 그리고 새로운 동반자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이사회는 시어슨과의 합병을 논의하기 위해 하루 종일 회의를 열었다. 로빈슨과 세부적인 부분에서 합의를 마친 샌디는 불안했다. 마침내 로빈슨이 찾아왔다. 그는 "이사회가 합병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샌디를 이사진에 받아들일 수 없다. 대신 그의 대리인으로 코헨과 다른 한명을 이사진에 포함시키겠다. 샌디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집행 이사회 의장직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샌디는 "그렇다면 투자자들에게 매년 보내는 레터에 로빈슨 회장과 공동으로 서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로비슨과 자신이 동격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다. 로빈슨은 이 제의를 받아들였다. 마침내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시어슨이 합병했다. 시어슨 주주들은 당시 주가의 3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받았다. 샌디 자신도 백만장자가 됐다. 샌디는 그러나 미국 최대의 금융왕국 중 하나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더 큰 일을 해보고 싶어했다.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샌디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조직 문화을 이해하지 못했다. 샌디는 여행자수표 부문의 실적이 좋지 않은 이유 들어보려고 담당 이사를 찾았다. 마침 그는 외부 출장 중이었다. 샌디는 출장을 중지하고 즉시 달려오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그 이사는 "현재 테스크포스 팀이 그 문제를 연구하고 있고, 곧 프리젠테이션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는 복귀 명령을 거부했다. 샌디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이것이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일하는 스타일이었다. 로빈슨은 샌디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샌디는 회사의 약점을 정확하게 골라냈고, 그 해법도 기가막히게 제시했다. 로빈슨은 이런 샌디를 더욱 견제해야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로빈슨은 샌디의 오른팔 코헨을 불렀다. 다음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출해야하는데 누가 적임자인지 물었다. 코헨은 "당연히 샌디가 사장이 돼야한다"고 답했다. 로빈슨은 그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당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최고급 고객을 위해 유럽에 있는 은행을 하나 인수하려고 했다. 그 인수 프로젝트에 샌디와 코헨이 참여했다. 코헨은 "샌디가 사장이 되지 않으면 이번 유럽 은행 합병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슨은 코헨이 합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지켜보며 흡족해 했다. 이사회가 열렸다. 로빈슨은 공개적으로 코헨을 칭찬했다. 로빈슨은 "코헨은 우리 회사의 보배"라고 말했다. 샌디는 놀랐다. 로빈슨은 곧이어 샌디를 사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로빈슨은 샌디에게 증권 부분(시어슨)에서 손을 떼라고 권고했다. 샌디는 자신의 근거지를 내주는 것이 불안했지만, 로빈슨의 뜻대로 시어슨 CEO로 코헨을 임명하고 자신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사장직에 전념했다. 샌디가 사장으로 승진할 즈음 제이미가 찾아왔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제이미는 골드만, JP모건 등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제이미는 아버지의 상사였던 샌디에게 어느 곳이 좋은지 자문을 얻으려 했다. 샌디는 제이미에게 자신의 비서로 일해 줄 것을 부탁했고, 제이미는 이를 받아들였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사장` 샌디는 마침내 정상에 선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이 함정이었다. 샌디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샌디는 할 일없이 대낮부터 포도주에 취해, 빈둥거리기만했다. 샌디에게 오랜만에 일거리가 생겼다. 미네아폴리스에 있는 IDS라는 금융자문사를 인수하는 것이었다. 샌디는 정열적으로 일에 매달렸다. 로빈슨은 코헨을 따로 불러서 IDS 실사를 객관적으로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 IDS는 인수가격을 미리 정하지 않으면 실사를 허용할 수 없다고 버텼다. 샌디는 IDS가 원하는대로 인수가격을 먼저 결정하고, 실사단을 보내기로 했다. 실사단에 포함된 코헨이 인수가격이 정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샌디, 인수가격을 다시 조정할 수 있는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샌디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코헨은 "그럼 실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는 본사로 돌아갔다. IDS 인수는 무산됐다. 코헨은 샌디를 도와주지 않았다. 샌디는 코헨이 `배신`했다고 생각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내에서 샌디의 위치가 더욱 불안정해졌다. 샌디에게 마지막 기회가 왔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관리하는 연금 펀드 하나가 큰 부실로 골치거리가 됐다. 샌디는 그 펀드를 자신이 개인적으로 인수하고 싶다고 했다. 샌디는 로빈슨에게 그 펀드를 받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로빈슨은 못이기는 척 이사회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샌디의 마지막 요청도 거부했다. 샌디는 구조조정의 대가다. 만약 펀드를 회사 내부자인 샌디에게 팔고, 샌디가 이를 정상화시키면 이사진이 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랬지만, 샌디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샌디는 이사회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들었다. 1985년 6월 25일 샌디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조용히 물러난다. 그를 따라 나온 직원은 비서였던 제이미 다이먼이 유일했다. ◇충성심에 대한 집착 샌디는 아버지로부터의 배신, 오른팔 코헨으로부터의 배신 때문에 `충성심`을 부하의 제일 덕목으로 생각하게 됐다. 샌디와 유배 길에 오른 제이미 다이먼은 `사실상의 아들`이었지만, 제이미에게도 무한 충성심을 요구했다. 샌디가 재기에 성공하고, 시티그룹과의 합병을 거쳐, 존 리드 회장과 권력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샌디는 제이미 다이먼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샌디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이미 추방된 경험이 있다. 그는 투쟁에서 밀려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제이미 다이먼은 샌디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췄고, 벌써부터 후계자 행세를 하고 있지 않은가. 샌디는 제이미가 자신의 친딸 제시카 비블리오윅을 내치는 것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샌디는 부인과 자식들을 끔찍히 위했다. 아버지에게 배신당한 아픈 기억에 대한 반작용때문이다. 샌디는 두번 다시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친아들이나 다름없는 제이미를 제거했다. 월스트리트는 비정한 거리다. 1985년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추방당한 샌디는 작은 사무실을 열었다. 첫날 샌디는 자신에게 위로 전화를 건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누가 자신의 진정한 친구이고, 누가 자신의 적인지 분명하게 알기 위해서였다. `복수심`은 월가를 움직이는 또 다른 동력이다.
2004.05.27 I 정명수 기자
  • (BOK워치)경제전망 `낙관에서 우려로`
  • [edaily 강종구기자] 한국경제호 순항하고 있는가? 불과 한달 전만해도 본격 회복을 바라보던 분위기는 간데 없고 우려와 비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등 메가톤급 외부 쇼크에 경제 나침반은 방향을 잃었다. 수출과 내수가 완전히 거꾸로 가는 따로국밥 경제는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 없다. 21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한국은행에서 발표됐다. 전년 동기대비 5.3%로 5분기래 최대폭 증가. 그러나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 성장률 예상치 상회..그러나 기쁘지 않다 한은이 예상했던 수치는 5.0~5.1% 내외. 기대보다 높은 성장세였다. 전날 edaily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나온 평균 전망치 4.9%에 비하면 "서프라이즈"라고 해도 될 수준이다. 그러나 당연히 나와야 할 "경제가 정말 회복되고 있다"는 한은의 발언은 어느 곳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4월초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박승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을 갖고 "2분기부터는 경제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출과 내수에 대해 모두 낙관하고 있었다. 수출은 생각보다 훨씬 잘 되고 있고 한은 조사국에서 분석한 결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최소한 연말까지 이어지는 추세적인 것이라 했다. 소비는 부진하지만 2분기부터는 살아날 것이며 설비투자는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은은 분명 올해 하반기 수출-내수의 `쌍끌이 회복`을 점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관론이 팽배하다. 지난달 잠시 들떴던 것을 후회하는 눈치다. 이주열 조사국장은 "2분기부터는 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아직 견지하고 있다"며 "2분기는 1분기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아진다는 것이 곧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국장은 "4월 지표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관련 데이타를 보면 썩 좋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다"며 "2분기 역시 좋지는 않다고 해도 소비와 투자는 조금 플러스로 돌아선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국장의 말은 신중에 신중을 더 해 간다. "2분기에 좋게 나온다고 해도 지난해 2분기가 워낙 나빠서 정말 좋아진 거냐 반사효과냐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일단 감소세에서는 벗어나지 않느냐는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회복이라는 해석이라도 할까 한번 더 확인한다. "회복이라는 말을 쓰기는 그렇다. 그러나 감소세는 멈추지 않겠느냐.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 멀어진 본격회복..설비투자가 배신했다 본격 회복에 대한 기대는 상당부분 퇴색됐다. 나라밖 사정을 보아도, 집안 살림형편을 보아도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게 한다. 변기석 경제통계국장은 "고유가문제, 중국긴축, 미국의 조기금리인상 가능성 등 외부 악재에 대해 우리경제가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며 "당초 예상보다 본격회복시점이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유가는 상당히 큰 문제"라며 "지속되면 우리 경제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은이 가장 실망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설비투자. 소비는 어차피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설비투자까지 배신을 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설비투자는 1분기에 전년동기대비 0.3% 감소했다. 벌써 4분기째 마이너스. 전분기보다는 1.5% 증가하기는 했지만 증가율은 앞선 분기의 4.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변 국장은 "기계류 투자가 5.5% 증가했지만 운송장비용투자가 큰 폭 감소했다"며 "고정투자가 증가했지만 그것 자체가 완전한 경기회복을 나타내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안타까운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투자가 될듯 될듯 하면서 되지 않고 번번이 무산된다는게 4월 전망때와 달라진 점이다. 소비는 잘된다고 보지 않았지만 투자..이게 안살아난다.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 추경편성에 회의적..기업 투자회복이 관건 내수가 살아나야 경제가 "정말" 살아나는 것이란 견해를 한은은 갖고 있다. 그러나 딱히 할 수 있다는 게 더 곤란하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어 콜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콜금리를 내린다고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내수진작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 말을 아낀다. 그러나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 국장은 "추경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 소용없다고 애기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용도로 짜느냐가 문제일 것이다"고 원칙론을 폈다. 그러나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추경은 한다고 경제가 살아난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정을 집행할 곳도 별로 없고 현재 용도를 봐도 공공시설이나 교육시설 확충 등 당장 시급하거나 경제에 성장동력이 되는 쪽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동소이한 말을 한다. "추경은 고사하고 재정을 조기집행 하려고 해도 실제로 돈을 쓸 데가 없다. 자금 용처 자체를 발견하기가 어렵다" 민간소비와 정부지출, 투자, 그리고 수출 중 어디에 매달려야 할까. 수출은 내버려둬도 된다고 할 정도로 잘 돼 걱정할 바 없다. 정부지출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소비? 아직은 답이 아니다. 이 국장은 "소비 판단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 3월까지 참 안좋았고 기대를 갖게 할만한 것도 별로 없다"며 "생각보다 조금 더 안좋았다"고 말했다. 관건은 투자다. 기업이 투자를 해야 일자리도 생기고 소득이 늘어나 소비도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단초는 투자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투자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조사한 결과 올해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절반이 넘었다. 줄이겠다는 응답은 10%대였다. 그러나 기업들은 일단 1분기를 그냥 넘겼다. 이 국장은 "2분기에는 플러스로 되지 않느냐고 보는데 하도 지연되니까 어떻게 될 지.."라며 말을 흐렸다.
2004.05.21 I 강종구 기자
  • 광화문일대 새 주거타운 되나 …주상복합 줄줄이 입주
  • [조선일보 제공]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뒤편 주상복합 ‘파크팰리스’. 1층 상가 김밥집에서 만난 주민 박모(38)씨. 직장이 시청 근처라는 박씨는 “아침에 걸어서 출근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양천구 목동에 살 때보다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상 줄었다고 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새로운 주거타운이 형성되고 있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뒤편에 지어지는 주상복합이 속속 완공되면서, 올해 종로구 내수동 일대에만 20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경복궁과 사직공원·인사동 문화거리 등 각종 명소가 많고, 북한산과 인왕산 조망권이 좋아 도심 직장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광화문 종합청사 뒤편 ‘파크팰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 142가구 중 120가구가 입주를 마친 상태다. 동양부동산 관계자는 “시세는 평당 1400만원선에 형성돼 있지만 매물은 아주 귀한 편”이라며 “임대는 55평형이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선”이라고 말했다. 바로 옆엔 쌍용건설이 시공 중인 ‘경희궁의 아침’도 곧 입주한다. 아파트 360가구와 오피스텔 1031실이 들어선다.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내부 마감 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아파트가 포함된 대단지란 점에서 분양 당시부터 주목받던 곳. 인근 중개업자는 “분양가에 프리미엄만 1억~2억원쯤 붙어 있지만,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은 14평형이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 70만원선. 정부청사 뒤편에는 금호건설이 시공하는 ‘용비어천가’와 벽산건설의 ‘광화문시대’도 오는 10월, 12월에 각각 입주한다. 광화문 주변에는 새롭게 분양하는 주상복합도 잇따르고 있다. 종로 구청 입구 사거리에서는 르메이에르건설이 주상복합 ‘명가의 꿈 종로타운’을 다음달에 분양한다. 17~48평형 509가구로 평당가는 1100만~1400만원선. 중구 순화동 대한상의 건물 주변에서 포스코건설은 13~33평형대 아파트 137가구와 24~38평형대 오피스텔 339실을 분양 중이다. 6월에는 종로구 사직동 54 일대를 재개발한 풍림아이원과 중구 충무로 4가의 ‘포스코더샵’ 아파트가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광화문 일대 주상복합은 출퇴근이 편리해 젊은 직장인 수요층이 적지 않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좋고 관공서가 많아 치안이 비교적 좋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도심이지만 경복궁, 인왕산 등 녹지공간이 의외로 많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초·중·고교가 많지 않고, 공해와 소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은 단점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도심 주상복합은 분양가는 높고 전용면적이 작은 단점이 있다”면서 “실수요자라면 환승역 주변 소형 평형을 눈여겨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정동영 선대위원장 사퇴..단식돌입(상보)
  • [edaily 조용만 김수연기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노인 폄하발언 등에 따른 선거위기에 책임을 지고 선대위장과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의장직은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정동영 의장은 12일 밤 9시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 사퇴 입장을 밝히고 단식에 돌입했다. 열린우리당 선거전을 총 지휘하던 정동영 의장이 총선을 사흘앞두고 선대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함에 따라 향후 총선 표심과 판세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3.12 의회 쿠데타가 일어난지 만 한달이 된다"며 "광주·전남, 제주 유세에서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한 죄인된 심정으로 사죄드렸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당초 동반사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던 당의장직은 총선때까지 유지하고 총선 투표가 끝나는 15일 오후 6시까지 단식을 단행키로 했다. 정 의장은 "부패와 지역주의 세력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탄핵세력들이 다시 커져서 총선이후 대통령을 탄핵시키고야 말겠다는 음모가 느껴지고 있다"면서 "무엇이든 던져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구해야 한다. 한나라 민주 자민련 3당이 탄핵해 놓고, 4월15일 저녁 만세부르는 장면을 저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과 함께 이번 총선에서의 지지를 강력히 호소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이영탁 후보등 경북지역 후보 5명이 다시 정동영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일부 지역후보를 중심으로 사퇴요구가 본격화되자 선대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대구 경북 지역에 출마한 열린우리당의 권기홍(경북 경산·청도), 이영탁(영주), 윤덕홍(대구 수성을), 윤용희(달성군), 서중현(서구)씨 등 총선 후보 5명은 12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동영 의장에 대해 선대위원장직과 및 당의장,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전남지역과 제주지역 유세에 나섰으며 전남 담양에서 사퇴여부를 묻자 `글쎄요, 그렇게 한다고 표가 될까요`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었다. 하지만 오후 제주 유세에서는 "(탄핵안이 가결됐던) 3월12일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과 주권이 유린 당하던 그 순간의 분노를 다시 상기해 4월 15일 대한민국 국민들이 새롭게 일어서도록 던지겠다"면서 "어떤 것이라도 던져서 4.15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던지고 싶다"고 말해 사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공식 선거전 돌입 직전에 불거진 정동영 의장의 노인 관련 발언 파문으로 열린우리당내에는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선거가 어려워지는 등 위기감이 팽배해지자 정 의장은 지난 9일 선거가 끝난 직후에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지난 11일 대국민 호소 긴급 기자회견에서 "승패를 떠나 총선결과에 무한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혀 사퇴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노인폄하 발언과 지지율 하락으로 동요하고 있는 당내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의 본질이 부패세력과 탄핵세력에 대한 심판인데 저의 말 표현 실수로 본질이 희석되고 흐려져 송구스럽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당 의장직 사퇴 등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던지려 했으나 선거를 앞두고 할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마지막 남은 선거전을 제 책임아래 치르겠다"고 밝혀 진퇴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동영 의장은 지난 1월 11일 지도부 선출을 위한 임시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통해 63.65%의 찬성으로 당대표격인 의장으로 선출됐으며 4.15 총선을 앞두고 선대위원장으로서 열린우리당의 선거전을 총괄 지휘하며 지역유세 등으로 지원활동을 펼쳐왔다. 정동영 의장은 지난달 26일 국민일보·CBS 총선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분들은 어쩌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면서 "그분들은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이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 발언이 뒤늦게 언론에 보도되자 정 의장은 사과문 발표 등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노년층 유권자의 강한 반발과 함께 노인폄하 시비를 불러 선거중반전의 최대이슈인 `노풍`(老風)으로 불똥이 번졌다. 노풍은 박근혜 바람 등과 맞물리며 노년·보수층 등 야권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의 세결집 효과를 불러왔고 열린우리당에게는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당내 일각의 정의장 사퇴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정동영 의장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후 몰아닥친 탄핵역풍 바람을 타고 정당지지율 40%이상 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비례대표 22번을 배정받았지만 최근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정 의장의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돼왔다.
2004.04.12 I 조용만 기자
  • 정동영 "60·70대 투표안해도…" 발언 논란
  • [오마이뉴스 제공] 정동영 의장이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30대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발언을 하는 와중에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 26일 <국민일보> 인터넷 VJ기자단 인터뷰에서 "최근에 변화가 왔다. 촛불집회의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다, 이제는 20∼30대의 무대"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60대 이상 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노인층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정 의장은 "그 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고 거듭 노인층의 보수적 투표경향을 경계하면서 "그분들은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이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정동영 의장의 당시 발언 전문이다. 최근에 변화가 왔다. 촛불집회의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다. 이제는 20-30대의 무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60대 이상 70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분들은 어쩌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 그분들은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이다. 집에서 쉬셔도 되고, 20대 30대는 지금 뭔가 결정하면 미래를 결정하는데 자신의 이해관계가 결정돼 있지 않아요. 이에 대해 전남 해남을 방문 중인 정동영 의장은 "나의 언급으로 인해 오해가 있었고 불편함이 있었다면 깊이 사죄를 드린다"면서 "거듭 밝히지만 인터넷 기자들의 질문에 젊은 20∼30대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정동영 의장의 해명 전문. "지난 26일 대구에서 인터넷 VJ팀 인터뷰에서 나온 60대 이상 유권자 발언에 대해 발언의 진의는 우리나라의 20대, 30대는 정치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작 투표일에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 마침 젊은 인터넷 기자들의 질문이 있자,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한 얘기이다. 나의 언급으로 인해 오해가 있었고 불편함이 있었다면 깊이 사죄를 드린다. 거듭 밝히지만 인터넷 기자들의 질문에 젊은  20-30대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다."
  • 강남…新상류층의 닫혀진 방주
  • [조선일보 제공] ‘대전 살러 간다’는 말을 아시는지. 수도 이전을 기대해서 대전(大田)으로 간다는 말이 아니다. 자녀들 학원 보내기 위해 집값이 천정부지인 ‘ 대치동에 전세 살러 간다’는 말이 21세기 초의 한국인들이 서울 강남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대변한다. 존재 자체가 계층과 문화를 가르는 지표가 되는 곳, 열몇 평 아파트라도 얻어 자식 학교 보내고는 싶지만 갈수록 난망(難望)인 곳, ‘강남(江南)’. 그런 강남이 ‘비정상적 투기와 교육열을 통해 자체완결적인 내부 순환체계를 갖춘 계급 재생산의 폐쇄회로’를 갖췄다는 ‘강남 계급’론이 대두됐다. 이에 따른 논란도 예상된다. 곧 출간될 계간 사상지 ‘황해문화’ 봄호는 특집 ‘강남 현상’을 통해 30여년 전 개발 독재 시대 ‘조국 근대화’의 신생아였던 강남이 이제 하나의 ‘계급적 연대’를 형성하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내희 중앙대 영문과 교수는 특집 중 ‘강남의 계급과 문화’에서 “엄밀한 ‘계급’ 개념과 달리 유동적이지만 실존하는 공간의 공유를 통해 일정한 공통 이익을 취하는 ‘다양한 계급들의 연합’인 ‘강남계급’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최근 생겨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적, “외부인을 철저히 차단하는 일부 주상복합 아파트에선 오래전 엥겔스가 지적했던 ‘지배계급 연합의 분리와 차별화 전략’마저 드러나고 있다”고 파악한다. 강 교수는 “이런 ‘귀족타운’의 형성은 우리 사회에 ‘20대80’의 구체적 양상이 등장했음을 의미하며, ‘계급간 적대’를 심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강남이 낳는 ‘계급에 따른 공간적 분리’는 “하이힐에 장식성 강한 강북, 단화에 미니멀 스타일의 강남”과 같은 패션의 차이 같은 데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새로운 인구가 유입하고 빠져나가는 도시에서 특정 지역에 거주·생활하는 인구를 ‘계급’ 또는 ‘계급연합’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후속 논의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신상류층의 방주로서의 강남’을 쓴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강남 개발이 30여년 전 군부 세력이 주체가 돼 진행한 일종의 ‘근대화 프로젝트’였다고 분석한다. ‘말죽거리 신화’라는 부동산 붐이 새로운 유형의 지배세력과 이들이 향유하는 부(富)·권력을 강남이라는 공간에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강남이 이 같은 공간적 특성을 지속·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투기적 가치를 창출하는 자기증식적 부동산 가격 8학군과 고액 사교육기관을 통해 유지되며 부모의 지위를 계승할 수 있게 하는 ‘교육특구’ 강남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사회적인 결속이 오늘날의 ‘강남’을 만들어낸 핵심 동력이었다고 조 교수는 지적한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강남은 ‘새로운 상류층의 닫혀진 방주(方舟)’가 돼 역사의 파도를 헤쳐간다는 것이다. 강남이 그렇다고 ‘폐쇄된 성(城)’일 수만은 없다. 한국인들에게 강남은 그저 강 건너 ‘남의 동네’가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곳에 진입해야 하는 ‘기회의 땅’이다. ‘내 아이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를 쓴 송도영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한 강북 주민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과 그 댓글들을 열거하며, 강남으로 들어가 동화되기까지 숱한 계급과 문화의 장벽들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정작 ‘그곳’의 사람들은 또다시 조기유학이나 원정출산을 떠난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한맺힌 지향점의 한가운데가 실체 없이 텅 비어 있는 셈이다. 송 교수는 “아이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나도 할 수만 있다면 강남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고백한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통한 계급이동의 꿈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강남은 무슨 부동산 정책이 나오건 여전히 사람들의 돈과 한숨과 노력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로 남을 것이라는 얘기다.
  • (전문)盧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
  • [edaily 양효석기자] "변화와 안정, 그리고 새로운 희망"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 좋은 계획들 세우셨습니까? 새해에는 소망하시는 일 모두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지난해는 국가적으로나 국민 모두에게 시련이 컸던 한 해였습니다. 북핵위기, SK글로벌 사건, 신용불량자 증가, 가계부채 문제, 이라크전쟁, 사스공포, 부안사태 등 정말 어려운 일이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IMF 외환위기 이후 줄어든 일자리와 크게 벌어진 소득격차는 우리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여기에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제 주변의 허물까지 불거져 국민 여러분을 실망스럽게 했습니다.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이제 길고 어두웠던 터널도 거의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희망의 빛이 보입니다. 아직도 많은 난관이 남아 있지만 밝은 희망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집시다. 자신 있습니다. 지난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가 이룬 성과들이 적지 않습니다. 전쟁 위기로 치닫던 북핵위기를 6자회담으로 이끌어 평화적 해결의 큰 가닥을 잡았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안된다는 온 국민의 의지와 정부의 전방위 외교가 일궈낸 값진 성과입니다. 전 세계를 불안하게 했던 이라크전쟁과 사스확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 여러분과 정부가 합심 협력한 결과입니다. SK글로벌 사건과 카드채 문제 등 불안했던 금융시장도 큰 충격없이 고비를 넘겼습니다. 서민들께 걱정을 끼쳤던 부동산 투기열풍도 10.29 부동산대책 이후 안정을 찾았습니다. 특히 우리기업과 근로자들은 극심했던 내수 불황 속에서도 2천억불 가까운 수출실적을 기록하며 우리경제를 떠받쳤습니다. 참으로 위대한 업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통을 참고 협력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기업인과 근로자 여러분께도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국민 여러분, 올해에는 마침내 수출 2천억불 시대가 열렸습니다. 경제의 거울이라는 주식시장도 연초부터 희망찬 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투자와 소비도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예산을 조기에 집행해서 회복 문턱에 들어선 경기가 하루라도 더 빨리 살아나도록 하겠습니다. 새해 과제는 무엇보다고 경기 회복의 따뜻한 기운이 우리 서민의 피부에 직접 와 닿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회복된 경기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입니다.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소득분배 방안입니다. 올해에는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습니다. 이를 위해 정치권에서 제안한 바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지도자 회의`를 개최해서 노동계와 경제계, 여야 지도자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적 합의를 모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규제 완화와 투자환경 개선노력을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그러나 투자를 일으키는 궁극적인 동력은 역시 경쟁력이고, 경쟁력의 원천은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입니다. 올해에는 국가기술혁신체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정부내에 분산되어 있는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그리고 산업정책을 유기적으로 통합해서 국가 전체의 혁신역량을 극대화하겠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 대학과 연구소가 함께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이를 통해 배출된 인력이 안정된 일자리에서 기술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고용 흡수력이 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인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2만불 시대를 향한 `기술입국`, `인재입국`의 탄탄한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겠습니다. 이와함께 금융·의료·법률·컨설팅 같은 지식산업도 집중 육성해가겠습니다. 지식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교육열이 높고 고급인력이 많은 우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입니다. 지식수준이 높은 우리 젊은이들의 실업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고용효과가 크고 서민경제와 밀접한 유통·문화·관광·레제 등 서비스산업도 더욱 발전시켜 가겠습니다. 아직 생산성이 선진국 절반 수준에 불과한 서비스산업의 육성을 위해서 올 상반기중에 금융·세제 등의 개선방안을 내놓겠습니다. 동북아 경제중심 전략과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 시장개혁 프로그램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겠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그 자체가 서민생활입니다. 높은 집값은 임금인상의 압력이 되고 임금인상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립니다.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서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집값, 전세값은 반드시 안정시키겠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가겠습니다. 투기로 인해 서민들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주택물량 공급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국민임대주택 10만호를 비록해 총 50만호를 건설하고, 무주택 우선 공급물량을 75%로 확대하는 정책도 계획대로 추진하겠습니다. 사교육비 해결과 공교육 정상화 문제는 정말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거나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1년동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준비해 왔습니다. 조만간 종합대책을 내놓겠습니다. 반드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노사관계의 안정 없이는 경쟁력 강화는 일자리 창출도 어렵습니다. 다행히 작년 한해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2002년에 비해 20% 가량 줄었습니다. 올해에도 획기적으로 줄여 나갑시다. 올해 노사관계만 안정되어도 우리 경제는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근로자 여러분은 올 한 해만이라도 생산성 향상을 초과하는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수년간 생산성 향상을 훨씬 웃도는 임금상승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낙오할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강력하고 잘 조직된 대규모 사업장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주도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놓았습니다. 이제는 우리 노동운동이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근로조건이나 임금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전체 근로자를 위해서 스스로 절제하고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노동운동의 대의에도 맞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인 여러분도 정부의 공권력이나 사회 일각의 분위기에만 의지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기업인 스스로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근로자들에게 믿음을 줘여 합니다. 아울러 진지하게 노조를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실제로 노사협력에 성공한 기업들은 경영의 투명성을 성공의 첫째 조건으로 꼽고 있으며, 대화와 타협, 그리고 작은 양보를 통해서 노사가 함께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게 정착에 주력하고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는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우리 함께 협력해서 우리의 노사문화를 한번 바꾸어 봅시다. 올해를 `노사정 대타협`의 신기원을 이룩한 해로 만들어 봅시다. 국민 여러분, 균형발전 3대 특별법이 공포됐습니다. 이제부터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발전하는 `균형발전시대`로 갑니다. 먼저 낙후된 지방부터 살리겠습니다. 올해 5조원의 균형발전 특별회계를 편성하고 지방에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지방대학을 특성화해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키우겠습니다. 서울에 집중된 연구기관도 점진적으로 옮겨 지방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스스로 발전의 동력을 만들어가는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는 4월부터 고속철 시대가 열립니다. 전국이 두시간대 생활권으로 바뀝니다. 올해 행정수도 입지가 정해질 충청권은 정치와 행정의 중심, 연구개발과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것입니다. 바야흐로 중부권시대가 시작됩니다. 이에따라 신행정수도와 1시간권에 있는 호남은 문화와 광산업, 그리고 중국 진출의 전진기지로, 영남은 항만·물류산업의 중심거점이자 자동차·조선·첨단 나노산업의 집적지로, 강원과 제주는 건강·생명·에니메이션 산업의 중심지로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지방화시대의 비전과 전략이 구체화됨에 따라 수도권은 새로운 성장관리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선 집값, 교통문제, 대기오염 등 과밀로 인한 고통과 고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풀어야 할 것은 과감히 풀면서 난개발과 환경오염은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곧 내놓겠습니다. 서울은 국제금융과 비즈니스의 동북아 경제수도로, 경기도는 전자·IT산업이 주류를 이루는 첨단 경제거점으로, 인천은 동북아 물류와 외국인투자 중심도시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신성장관리계획`이 현실화되면 우리 수도권은 10년 이내에 명실상부한 동북아 경제허브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가 세워놓은 이 모든 국가전략과 비전은 한반도의 평화로부터 시작됩니다. 안정적인 남북관계의 구축은 동북아 경제중심전략의 관건입니다. 남북관계는 조용한 가운데 착실하게 진전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장관급 회담을 비롯해 38회의 남북대화가 모두 106일 동안 열렸습니다. 올해에도 튼튼한 안보의 토대 위에서 남북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2000년 9월 착공된 철도와 도로가 연내 개통됩니다. 개선공단 시범단지도 하반기 중에 가동될 것입니다. 6.15 남북정상회담의 정신이 하나하나 실천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면 남북관계는 또 한 번 획기적인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저는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을 바탕으로 `평화번영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한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합니다. 북핵문제해결, 주한미군 재배치, 이라크 파병, 자주국방정책 등에 대해 서로 깊이 이해하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굳건한 한미 우호관계는 우리 안보와 경제, 동북아지역의 안정은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도 매우 긴요합니다. 이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협력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난 40년동안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눈부시게 발전해 왔습니다. 2004년 새해도 변화하고 약동하는 혁신의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그 중에 가장 변화해야 할 분야로 국민들은 정치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정치에 관한한 변화가 아니라 환골탈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정치권의 노력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국민의 힘으로 바꿔 왔습니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87년 6월항쟁, 97년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와 2002년 대선이 그랬습니다. 그 결과는 늘 권력층·특권층이 아닌 보통사람·일반국민의 자유과 인권, 민주주의의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총선이 끝나면 우리 정치는 또 한번 국민을 위한 정치로 크게 바뀔 것입니다. 작년 한해는 우리 정치가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한 진통의 시기였습니다. 불법과 반칙, 부패와 특권의 유착구조를 끊기 위한 진통이었습니다. 제가 당정분리의 원칙을 지키고 검찰권 독립을 실천하고, 언론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에 나선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모두가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이 고비만 참고 넘기면 지난 수십 년간 끊어내지 못했던 정치와 권력, 언론, 재계간의 특권적 유착구조는 완전치 해체될 것입니다. 그리고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성큼 다가설 것입니다. 변화의 과정을 혼란과 분열로만 보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변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제 이런 변화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되었습니다. 어떤 지도자도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올해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빠른 시일내에 안정된 질서로 정착시켜 새로운 희망을 꽃피워 가겠습니다. 그 기반 위에서 국정안정과 국가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 잘하는 정부, 국민과 성실하게 대화하는 정부가 되겠습니다. 우리 모두 국민소득 2만불 시대, 국민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세계 일류국가를 향해 흔들림 없이 전진합시다. 감사합니다.
2004.01.14 I 양효석 기자
  • 연말연시 재테크 "주가연계 상품에 주목"
  • [edaily 이경탑기자] 연말연시 흐트러진 술자리 만큼이나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마땅히 떠오르는 투자 대안이 없다. 그나마 시중금리가 다소 꿈틀거리는 분위기여서 예금만을 고집해오던 사람들은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다. 연말 상여금과 곗돈 등 목돈을 마련한 월급쟁이들이 취할 수 있는 적절한 투자방법은 없을까. 금융권 전문가(PB)들에게 연말연시 재테크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내년에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 주가지수연계 상품에 대한 투자를 추천했다. 또한 `재테크는 곧 세테크`라는 점에서 내년부터 가입요건 등이 강화되는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연금저축 투자를 적극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신협의 정기 예탁금도 적극 고려해야 할 재테크 상품으로 꼽혔다. ◇원금보존상품에 `주목`=하나은행 PB지원팀 황창규 차장 내년 주가 지수는 경기회복 등에 대한 기대감과 지속적인 수출 실적 호조 등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는 최근 카드채 문제와 국채 공급물량 확대에 따라 단기 상승세를 보였는데, 내년 경기 회복과 한국은행의 콜 금리 정책 등에 따라 단기 상승 후 장기 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주가지수 연동 원금보장 추구형 상품인 은행 ELD, 증권사 ELS, 투신사의 ELS 펀드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인당 2000만원 범위에서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를 적용받는 신협의 정기 예탁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비과세 혜택이 앞으로 3년간 연장된다. 신협을 통한 소액 투자도 고려할 만 하다. 장기 저축성보험의 차익에 대한 비과세가 올해까지 7년 가입자에게 해당됐으나 내년부터는 10년 이상 장기가입자로 기한이 늘어난다. 따라서 연금 저축 보험을 연내 가입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비과세 장기 저축 상품인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가입 조건이 내년부터 만18세 이상 무주택 세대주 또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국민주택 규모 1주택 소유 세대주로 제한된다. 향후 내집마련과 자녀 학자금 준비를 위해서 연내 가입을 서두르는게 좋다. ◇고수익 노릴 경우 ELS가 `최적`=삼성증권 이병화 테헤란FN아너스 지점장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에 최우선 가입할 것을 권한다. 이후 여유돈은 ‘회전식 정기예금’이나 ‘6 Chance ELS’에 가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은 은행마다 금리차이가 있으나 4.5∼5.0% 수준으로 정기예금보다 높을 뿐 아니라, 연간 최고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실질수익률은 8%를 넘어서게 된다. 회전식 정기예금은 세금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약정 만기가 1∼3년이면서 금리는 1개월/3개월/6개월마다 바뀌기 때문에 금리상승 가능성이 있는 현시점에서 가입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다. 6 Chance ELS는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경우 고려할 만한 상품이다. 3년동안 최대 6번의 수익기회를 제공한다. 6개월 단위로 가입시점 지수와 비교해 하락한 경우에는 자동 연장되고, 기준지수 이상이면 4.5%의 수익률이 확정된다. 예를 들어 6개월째 기준지수 이하였으나 1년후 기준지수 이상이 된 경우에는 수익률이 누적되어 9%로 확정된다. 이렇게 최대 6번의 기회가 주어져 최고 27%의 고수익률이 보장된다. 반면 리스크도 있다. 6번의 기회가 모두 무산되고 3년째 지수가 기준지수 이하로 하락할 경우, 20% 이내 하락시에는 하락률에 따라 27∼0%의 수익이 발생되나 20%이상 하락시에는 추가하락률의 1.38배에 해당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지수가 30% 하락시 13.8%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 가입한도는 5000만원 이상이다. ◇금리상승기 예금 기간 짧게 가져가야..기업은행 강우신 재테크팀장 금리가 오를 때는 예금기간을 짧게 해야 유리하다. 금리가 오르면 오른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우대저축으로 운용할 수 있는 돈이라면 어지간한 금리상승은 무시해버리는 게 좋다. 가령 금리 상승을 기대하고 자금을 한 달씩 굴릴 경우 1년짜리 세금우대저축만 못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금리가 1분기에 0.5%p씩 오른다 하더라도 1개월짜리로 운용하는 것보다도 1년짜리로 하는 게 세후 수익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경기침체로 한국은행의 콜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시중 금리는 상승분위기이다. 2004년 1∼2% 포인트 범위에서의 추가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직장인의 연말 재테크는 뭐니뭐니해도 연말정산이다. 소득공제 항목 중 연금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지금도 가입할 수 있다. `회전정기예금` `조합정기예탁금` `주가지수연동형 정기예금`을 추천한다. ◇연말 `은행 특판상품` 내년초 `배당주펀드`=조흥은행 강남PB센터 박기섭 FA팀장 각 은행들이 연말 유동성 확보 전략 일환으로 잇따라 정기예금 특판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판상품 금리는 연 4.5%∼4.8%로 일반 예금 상품보다 최고 1%p 가량 높다. 내년초 배당락 후 배당락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배당주펀드는 배당성향이 높고 주가등락이 안정적인 종목에 투자한다. 연말에 배당받고자 할 경우 연내 가입을 서두르는게 좋으나 주가상승 차익을 기대한다면 올 연말 배당락후 연초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2003.12.23 I 이경탑 기자
  • 올바른 재테크의 순서
  • [edaily] 요즘 바쁘시죠? 점점 더 바빠지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살기가 힘들다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전엔 자기 하는 일만 잘 하면 된다던 분들도 재테크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주위 분들이 저희들을 만나면 돈되는 재테크에 대해 한결같이 물으십니다. 어려운 질문이지요. 무슨 일이든 기본이 중요합니다. 돈되는 재테크는 바로 재테크의 기본을 습관화 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재테크를 습관화하기 위해 알아야 할 올바른 재테크의 순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저금리로 인해 은행이자로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던 사람들은 많은 고민에 쌓였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다른 투자수단을 강구하고 있습니다만 투자만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풍요로운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투자와 함께 저축을 잘 하고 양쪽 모두를 합리적으로 조합하여야 자산의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를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재테크를 잘할 수 있을까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뭔가를 제대로 하려면 계획을 잘 세우고 제대로 된 순서를 따라야 하겠지요. 그 순서의 첫 번째로 우리가 왜 재테크를 하려고 하는지를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즉 투자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지요.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남들의 목적이 아닌 자신의 상황에 맞는 목적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친구들이 아무리 무엇 무엇이 좋다고 해도 투자할 여력이 없다든지, 친구 따라 투자했다가 다른 것을 잃을 수 있다든지 하면 자신은 그 투자를 따라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여러분들이 이 돈을 왜 저축하고 왜 투자하려고 하는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집을 사기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자녀들을 어느 학교, 학원에 보내기 위해서입니까? 몇 년에 한 번씩 어느 나라로 가족 여행을 위해서 저축하고 투자해 놓겠다 하는 것도 좋은 목적이지요. 이렇게 자신만의 목적이 명확할수록, 자산 운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고 중간에 목표 달성을 포기할 가능성도 줄어들어 원래 계획했던 성과를 내기가 쉬워집니다. 재테크를 이렇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은 막연히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심정으로 무슨 상품이 좋더라, 어디에 투자해야 한다더라 하면서 자신의 목적이나 상황과 맞지도 않은 투자를 해 놓고 나중에 후회를 하거나 원망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친구는 자신과 가족 관계, 자산 현황, 기타 여러 상황이 나와는 다릅니다. 그들의 계획이 나의 계획과 같지 않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를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투자를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제 자신의 목적을 정했으면 그 다음 할 일은 얼마 동안이나 투자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자 기간을 정하는 일인데, 5년 후에 집을 사려고 하는지, 2년 후에 사려고 하는지, 또는 유치원에 들어가는 어린 자녀의 성장 기간에 맞추어 어떻게 교육 자금을 마련해야 할지, 60살이 된 시점을 위한 은퇴 자금을 대비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목적에 따라 투자 기간도 달라져야 합니다. 투자 기간이 달라지면 자연히 그에 맞추어 자산이 형성되는 방법이 달라지고 나중 결과도 달라지므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투자 기간을 결정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투자 목적도 결정하고 투자 기간도 결정하였다면 여러 가지 투자 가능한 자산들 중 어디에 얼마만큼 투자를 할지를 결정해야 하겠습니다. 이것을 바로 자산 배분이라고 하는데, 주식이나 채권에 얼마만큼 넣어놓고 투자할지, 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단기 금융 상품에는 얼마나 넣어놓아야 할지, 부동산에 묻어놓을 돈은 대체 얼마나 넣어놓아야 할지 등을 정해서 투자 수익률을 높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산 배분을 결정할 때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할 것이 투자하는 사람, 즉 우리 자신입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을 좋아하는지, 또는 싫어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자산 배분을 했다간 금방 손해를 보고 자산 배분 계획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손실을 볼 수 있는 가능성도 크면서 큰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는 자산이 있을 때, 비교적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투자를 하겠지만, 위험을 감수하기 싫은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큰 이익을 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안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들께서 위험에 좀 노출이 되어도 상관없다, 대신 이익을 볼 때는 조금씩이 아닌 큰 돈을 한 번에 얻고 싶다 하시면 비교적 위험이 높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주식 관련 고수익 상품에 자산의 많은 부분을 할당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반면에 큰 수익은 아니어도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시면 채권을 중심으로, 또 곧 돈이 목돈이 필요해서 오래 투자하기는 어렵지만 단기간이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싶어하시는 분들은 MMF 같은 단기 금융 상품을 중심으로 한 자산 배분이 좋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자신의 투자 목적과, 투자 기간, 또 위험을 어느 정도 허용할지 등을 먼저 잘 생각해 보시는 것, 즉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어느 자산 군에 얼마만큼을 투자할지 까지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어느 상품에 투자 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나온 상품이 참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고 혜택도 달라서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 금융기관들마다 신상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데다가 금융기관끼리의 업무 영역 구분이 점점 없어져 유사 상품이 많아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금융 상품의 경우도 일반 상품들처럼 한 번 잘못 선택했을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잘못 선택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중도 해지 하면 이자율이나 환급금 면에서 큰 손해를 보는 상품들도 많고 만기까지 중도해지가 불가능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유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높은 수익률에만 현혹되어 안정성이 없는 금융기관의 상품에 가입했다가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투자자산을 날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듯 나쁜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각각의 상품에 따른 제한 사항과 혜택을 점검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부 금융 상품에는 최저가입금액이나, 주택 소유 여부 등에 따라 가입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것도 있고 가입 후라도 조건에 맞지 않을 경우 절세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어 조건, 제한 사항, 혜택 등을 꼼꼼히 따져 본 후에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수익률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 상품별로 수익률을 단리로 연 몇 퍼센트, 또 월 복리로 몇 퍼센트 이런 식으로 약간씩 다르게 표시하고 있어 겉으로 보기에 더 높은 수익률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더 낮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도와 기대하는 수익률 등의 조건, 혜택 등을 모두 감안해서 상품을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산의 기대 수익률이 높을수록 위험도도 높아진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하겠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행을 끝으로 모든 프로세스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 기간 동안에도 투자자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환경은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실행이 잘 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점검을 통해 투자 목적이나 내용에 변경할 것은 없는지 확인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올바른 재테크의 순서 ------------------------------------------- 1 단계 명확한 투자 목적 결정 2 단계 투자 목적에 따른 투자 기간 결정 3 단계 자산 배분을 고려 4 단계 상품 선택 5 단계 계획 실행, 지속적인 정기 진단 ------------------------------------------ 지금까지 돈 되는 재테크를 하기 전 단계인 올바른 재테크의 순서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습관이 중요합니다. 늘 자신의 자산을 굴리는 목적이 먼지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상품을 배분하는 습관을 갖고 재테크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명노욱 현대증권 상품개발 팀장)
2003.11.27 I 명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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