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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왑금리 하락.."CRS 단기는 비드 우위"
-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스왑금리가 중단기물을 중심으로 소폭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국고채 직매입과 12월 산업생산에 대한 기대 등을 반영하며 오퍼 수요가 우위를 보였다. 기술적으로 과매도 국면에 진입한데 따른 반등 성격도 강했다. 통화스왑시장에서는 단기 테너를 중심으로 비드 수요가 우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29일 산업은행이 고시한 비드/오퍼 중간값을 기준으로 이자율스왑(IRS) 1~7년은 전 거래일보다 2bp 하락했고 10년은 1bp 떨어졌다. 2-10년 스프레드는 전날보다 1bp 확대됐다. 통화스왑(CRS)은 1년, 2년, 4년, 10년이 1bp 하락했고. 3년, 5년, 7년은 2bp 떨어졌다. 베이시스는 전날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 IRS & CRS 최종호가표(산업은행 제공) 단기시장에 대한 불안이 다소 걷히면서 중단기 테너를 중심으로 리시브 수요가 유입됐다. 최근들어 눕고 있는 스왑커브에 대한 경계심도 작용해 10년 금리 하락세가 다소 주춤했다. 이날 구조화채권시장에서는 파워플러스 200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오는 31일 경남은행 은행채로 발행될 예정이다. 발행구조는 1분기 6.5%, 고정금리, 나머지 기간에는 4.1%+15(CMT2y-CMS2y). 발행을 담당했던 스왑뱅크 관계자는 "발행 헤지 과정에서 기존 스왑북을 이용해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승수의 5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대규모 발행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주에 이어 이날까지 2-5년, 3-5년 스프레드 거래가 파워플러스 발행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했다. 오는 30일 통안증권 입찰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단기 테너의 금리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계은행 스왑딜러는 "지난 26일까지 과매도 국면을 보인 이후 기술적인 가격 반등에 이어 단기 시장 안정 기대까지 있어 단기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수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은행 스왑딜러는 " 커브 플래트닝에 대한 기대와 반발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직도 플래트닝쪽이 더 우세해보인다"고 설명했다. 크로스 시장에서는 1년, 2년, 3년 등을 중심으로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물량과 함께 크로스 비드가 만나 베이시스상으로는 전일 수준을 유지했지만 비드가 다소 우세했다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계 은행의 비드 수요가 다소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엔화대출 가능성과 함께 해외채 발행을 준비하는 수요가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관련기사):파워플러스 구조화債 첫 발행 성공.."대규모 더 발행"
- 금리 보합.."아직 움직일 때가 아니다"(마감)
-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채권금리가 지루한 정체 끝에 보합권에 머물렀다. 단기물 시장에 대한 불안감과 월말지표를 앞둔 관망세가 지속되며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5%선에서의 저가 메리트에도 불구, 시장 참가자들은 다음주에 발표될 12월 산업생산 등 단기 모멘텀을 기다리며 매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에 발표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시 다소 우호적으로 해석되긴 했지만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별다른 재료가 되지 못했다. 25일 장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 6-3호는 전일대비 보합인 5.04%에서, 6-6호도 보합인 5.02%에서 장을 마쳤다. 국고5년 6-4호는 전일대비 0.5bp 하락한 5.50%에서, 국고10년 6-5호는 1.5bp 하락한 5.09%에서 호가되며 장기물이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장내시장에서는 7820억원이 거래됐다. 3년지표가 1100억원, 5년 지표가 4520억원, 10년 지표가 800억원 각각 거래됐고 3년 조성물은 1300억원, 5년물은 100억원이 거래됐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3년, 5년이 각각 보합인 5.02%와 5.05%를 기록했으며, 국고 10년은 1bp 하락한 5.09%, 국고 20년도 1bp 하락한 5.19%에서 마감했다. 통안증권 91일물은 보합인 4.89%, 364일물도 보합인 5.03%, 통안 2년물 역시 보합인 5.09%를 기록했다. 국채선물도 한때 108선 밑으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결국 보합에서 마감했다. 3년 만기 국채선물 3월물은 전날 종가와 동일한 108.02에서 장을 마쳤다. 총 4만5981계약이 거래됐으며 증권사가 2375계약을 순매수했고, 은행은 1257계약을 순매도했다. ◇몸 사리는 시장.."아직 때가 아니다" 이날 금리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4분기 GDP가 다소 우호적으로 해석되면서 강보합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단기물 시장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는 못했다. CD발행이 주춤한 반면, 은행채 발행은 활발하게 일어났고 위축된 심리를 반영하며 전날보다 3bp가량 높은 수준에서 대부분 발행금리가 결정됐다. 농협이 32일물 CD를 100억원 어치 내놨으며 산업은행이 900억원어치의 산금채를 발행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경남은행, 제일은행도 1~3년 사이의 물량을 일제히 발행했다. 12월 산업생산 지표에 대한 관망세도 이어졌다. 결국 5%선의 가격메리트에도 불구, 시장 참가자들은 섣불리 저가매수에 나서지 못했고, 보합으로 돌아온 시장은 장시간 정체됐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경기압박과 둔화는 장기채 매수 유인이지만 현재로서는 단기시장 압박과 금리상승이 채권 매수심리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당분간 적극적으로 매수에 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직은 가격 메리트보다 단기자금시장 압박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태"라며 "한마디로 `롱장 같은 숏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장마감후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증권(RP) 매각 대상채권으로 국고채권 5000억원을 단순매입한다고 밝혔다. 입찰은 오는 29일 오전 10시부터 20분간 진행될 예정이다. ◇당분간 심리위축 지속..장기채 상대적 강세 단기물 시장에 대한 우려가 채권시장을 지배하면서 심리위축 국면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이날 한국은행의 직매입 발표 등 장기채에 대한 수요는 상대적으로 지속되면서 일드 커브 플래트닝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준 삼성투신운용 선임매니저는 "경기 상승세가 약한 상황에서 유동성을 흡수한다면 결국 생산위축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연내 2번이상 올리기는 힘들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일드커브(수익률곡선)은 자연스럽게 눕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금리 상승 추세에서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가면서 장기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하고 이를 위해 2년 통안물을 고려할 수 있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이미 콜금리 인상이 반영된 수준에서 현재 5년물 이상은 상승 리스크 역시 작기 때문에 결국 전략적으로는 6개월 CD나 장기물을 가져가는 것이 더 나아보인다"고 밝혔다.
- 스왑커브 평탄화 `1-10년도 역전되나`(마감)
-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단기물 시장 불안과 미국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스왑금리가 소폭 상승했다. 장단기 금리차는 전날보다 1bp 가량 축소돼 스왑커브는 더 누웠다. 이자율스왑(IRS) 1년과 10년간의 금리차는 6bp 수준(미드값 기준)을 보였다. 통화스왑(CRS)는 지난주에 이어 단기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15일 산업은행이 고시한 비드/오퍼 중간값을 기준으로 이자율스왑(IRS) 1년물, 3년물, 4년물, 5년물이 2bp 상승했고, 2년물과 7년물, 10년물이 1bp 올랐다. 통화스왑(CRS)은 1년물, 2년물, 3년물, 7년물, 10년물이 1bp 상승했고 5년물과 7년물에 상대적으로 비드가 강해 2bp씩 상승했다. ◆ IRS & CRS 최종호가표(제공 : 산업은행) CD91일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1bp 상승하며 단기물 시장 심리를 반영했다. 은행들이 CD 및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실제 시장에서 소화되는 물량은 많지 않았다. CD 유통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CD는 약 600억원 가량이 발행됐다. 증권사 CD 유통 담당자는 "은행들이 발행하려는 물량은 많았지만 투신 등 전체적인 수요가 잠잠해 실제 발행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며 "CD 발행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단기 시장의 안정이 아닌 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물 금리가 오르면서 IRS 1년 미만 6개월물도 거래가 됐고 크로스도 6개월, 9개월물 거래 문의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IRS 6개월물은 4.93%, 4.94%에 거래됐다. 반면 장기물 금리 하락세는 단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커브가 평평해졌다. 시장참가자들은 IRS 1-10년간 역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시중은행 스왑딜러는 "단기물 시장 불안이 단 시일내에 그칠 가능성이 낮다"며 "커브는 역전을 향해 달리고 있고, 7년과 10년만 남은 상태에서 이 테너들까지 1년 밑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크로스는 1년과 2년을 중심으로 거래됐다. 1-2년 크로스 스프레드 거래는 지난주 수준에서 체결됐고 아웃라이트 수요도 비교적 활발했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중장기 테너에도 거래 시도가 있었지만 체결된 거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스왑딜러는 "1년과 2년의 경우 외국인들의 자금 차입과 관련된 수요로도 볼 수 있다"며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크로스 페이를 통해 자금을 들어오려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는 16일 예정된 통안증권 91일물 1조원과 182일물 1조5000억원 입찰 역시 단기물 시장 불안을 반영해 약세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낙찰금리 역시 다소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채권수익률 곡선, 더 뉘였다..장기채 수요 견조(마감)
-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채권수익률 곡선이 전날보다 더 평평해졌다. 장기채를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유입된 반면 단기채권 매수세는 여전히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9일 장외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6-3호와 6-6호는 1bp 오른 4.92%, 4.90%였다. 5년만기 국고채 6-4호는 보합인 4.93%, 10년물은 1bp 하락한 4,99%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약세로 시작한 채권시장은 통안증권 2년물 입찰이 무난히 마무리되면서 강세로 전환했다. 5년이상 장기채 수요는 꾸준하게 유입됐다. 그러나 통안 91일물 입찰의 응찰액이 예정액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800억원을 기록하자 강세폭을 제한했다. 오후들어 은행권의 매도 증가로 약세로 전환했다. 외국인들도 한 때 매수분을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3년만기 국채선물 3월물은 전날보다 2틱 내린 108.39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은 3만4253계약. 외국인이 2561계약 순매수, 은행이 2935계약 순매도했다. 장내시장에서는 1조1630억원어치의 손바뀜이 있었다. 3년 지표물이 2180억원, 5년 지표물이 4600억원, 10년 지표물이 1450억원, 3년 조성물이 2400억원 거래됐다. 나머지는 1000억원 미만.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 3년이 1bp 상승한 4.90%, 국고 5년은 1bp 하락한 4.93%, 국고 10년은 2bp 떨어진 4.98%, 국고 20년은 5bp 내린 5.10%로 고시됐다. 통안증권 91일물은 1bp 상승한 4.72%, 통안 364일물은 보합인 4.93%, 통안 2년은 1bp 오른 4.95%였다. CD91일물은 전날과 같은 4.87% 였다. ◇ `통안증권·은행채 매수 + 스왑 페이` 이날 실시된 통안증권 2년물 입찰에 비교적 높은 응찰률을 보이며 무난하게 낙찰됐다. 절대금리 수준에 대한 메리트 부각과 함께 차익거래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본드스왑스프레드에 베팅하는 관련 거래로 통안증권 2년물을 사고 이자율스왑(IRS) 페이를 통해 CD+(통안증권 2년물금리 - IRS 2년 금리)의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은행을 비롯해 국내은행 등에서 비교적 활발히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채권운용담당자는 "통안 2년 입찰을 통해 채권을 받아 스왑시장과 연계하는 거래를 하고 있다"며 "이날 2년 통안채 입찰 수요에는 외국계 스왑뱅크 등의 참여가 많았다"고 말했다. 통안채 뿐만 아니라 은행채 등도 스왑스프레드 관련 거래가 많은 것으로 관측됐다. 스왑시장에서 2년물에 페이가 다소 강한 모습을 보였다. ◇ 수익률곡선 평탄화 어디까지 일드커브 플래트닝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부분 역전에 이어 5년 이상 장기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금리차가 줄어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금리가 한은의 영역인 반면 장기금리는 경제 전망에 달렸기 때문에 수익률 평탄화 현상이 더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재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연말까지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약화되면서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현재는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국내 경제도 둔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정책금리가 높고 성장률이 낮은 상황에는 일드커브가 눕는 형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G7 국가 등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단기금리는 한은이 언제든지를 금리를 올리겠다는 태세이기 때문에 다시 내려가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했다. 투신사 채권매니저는 "과거의 긴축시기에는 경기가 과열이거나 고점인 경우였지만 현재 국면은 이와는 다르다"며 "유동성이 줄고 있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예상케 하고 또 물가 역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익률 곡선이 더 평탄해지고 역전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 초록나무속 붉은 빛이 눈에 시리다
- [조선일보 제공] 1 높고 쓸쓸한, 외롭고 적막한 올드 아바나를 벗어난 차는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선다. 나무그늘 아래서 놀던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먼지 자욱한 길을 따라온다. 휘발유 냄새가 좋아 차가 지나가면 무작정 따라 달리곤 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문명은 늘 자연을 유혹한다. 그러나 그 유혹 속에는 언제나 얼마쯤의 치명적인 독의 기운이 들어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의 폭 좁은 길을 한동안 달리자 곰삭은 것처럼 오래된 마을이 나타난다. 산 프란시스코 데 파울로 마을. 마을 끝자락 오르막에 성채 같은 숲속의 집이 올려다 보인다. 원탁의 기사 속의 기네비어 공주라도 살 것 같은 그 집은 그러나 다가가서 보니 해수를 앓고 있는 짐승처럼 누워있다. 낡고 늙은 집은 성한 데가 없는데, 망루(La Vigia)라는 이름답게 저 멀리 아바나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만은 일품이다. 아바나 시내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 등을 옮겨 다니며 글을 쓰던 헤밍웨이는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여 정착한다. ▲푸른 숲, 붉은 꽃 속의 헤밍웨이 별장, 〈전망 좋은 집〉그러나 노벨상을 받고 세속적인 명성과 돈을 거머쥔 헤밍웨이가 살았던 곳이라기엔 이 집은 이제 너무 초라하다. 파삭 주저앉을 듯 노후 된 집은 창문이 깨지고 회벽이 군데군데 떨어져나갔다. 비가 오면 지붕과 벽엔 물이 샌다니 주인 떠난 집의 쓸쓸함은 쳐다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가 읽던 책과 전장을 누비던 종군 기자복, 놓친 고기에 대한 허풍과 호탕한 웃음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낚시도구며 사진자료 등은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다 한다. 남아있는 흔적이라곤 그가 사랑했던 고양이들의 무덤(개의 무덤이라는 설도 있다) 몇 개뿐. 헤밍웨이가 떠난 후 방치되다시피 한 이 집은 허리케인에 시달려 붕괴 위험에까지 처한 상태란다. 쇠락한 집의 뜰에 서서 오래 전, 불빛이 은성하고 음악소리와 웃음소리가 왁자했을 이 곳을 상상해본다. 에바 가드너, 게리 쿠퍼 같은 스타들과 세계적인 명사들을 초청해서 파티를 벌이고, 문맹인 어부 친구들을 불러 앉혀놓고 그들을 모델로 쓴 소설을 낭독하곤 했다던 그 밤의 풍경들. 풍성한 음식과 불빛이 어룽거리는 풀 사이드에 앉은 그는 핑카 비히아의 황제였을 것이다. 헤밍웨이가 아바나 시내를 내려다보며 글을 썼다는 별채 3층의 작은 방에 올라가본다. 달랑 원목 책상과, 바닥의 호랑이 가죽, 그리고 안락의자 하나가 전부다. 내가 보았던 세상의 서재 중 가장 소박한 서재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그의 하드보일드 문장처럼. 1939년부터 20여 년 동안 이 집에서 살면서 문학사에 남을 작품들을 생산했고, 또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니 생애의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나날들을 여기서 보낸 셈이다. 그 날의 불빛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나. 2 〈필라르〉는 기억하고 있을까 후원의 수영장 곁에는 그가 사랑했던 목선 〈필라르〉가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있다. 이 배를 타고 청새치 낚시를 즐겼을 뿐만 아니라 2차 대전 중에는 쿠바 근처에 접근한 독일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1인 군대가 되어 기관포에 바주카포까지 싣고 출정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까지 남아 있다. ▲춤과 노래가 있는 아바나성당 부근 거리. 그는 네 번의 결혼을 했다. 열정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내들은 그의 음주벽과 거친 매너와 무질서한 일상에 진저리를 치며 떠나갔다. 이런 그의 곁을 변함없이 지킨 존재가 저 보트 필라르였고 그 배에 동승했던 쿠바인 어부 그레고리오 푸엔테스였다. 그러나 마음으로 후원했던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자 아이러니하게도 헤밍웨이는 소개령에 따라 이곳을 떠나게 된다. 이미 정신적 쿠바인이 되어있었던 그에게 이 디아스포라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때 아바나를 떠나며 그는 이 정든 집 핑카 비히아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감이나 했을까. 3 패배를 향해 쏘다 미국으로 돌아와 아이다호 근처에 자리를 잡은 헤밍웨이는 일생 동안 무수히 자신을 스쳐 지나갔던 검은 그림자의 사내와 다시 조우한다. 쾌활하고 호탕하고 지독히 쾌락지향적인 그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우울한 모습의 또 다른 헤밍웨이였다. 사냥과 투우, 이탈리아 북부전선에 스페인내전까지, 무모할 정도로 자신을 내몰아 육체의 극단을 실험하던 그였다. 그뿐인가, 자동차사고에다 아프리카에서의 비행기 추락사고까지 그는 자신의 육체를 놓고 무수하게 생사의 거래를 벌이곤 했다. 그리고 그런 모험 뒤엔 곧 “죽은 것처럼 공허하고 무가치한 느낌”에 빠져들곤 했다. 종종 수줍음을 타기도 했던 그에게는 다중인격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가 남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강인한 남근주의자의 모습 뒤로 감추고 싶었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가 어쩌면 아주 연약한 내면을 가졌던, 소년 같은 남자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작품 속에서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군상을 끊임없이 창조해냈던 헤밍웨이. 그가 정녕 두려워했던 건 기실 패배와 죽음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육체적으로도 이미 쇠잔해있었지만, 더 이상은 글을 쓸 수 없다는 슬픈 깨달음에 도달한 그는, 패배를 인정하기 전에 스스로를 파괴해버리겠다고 작정했던 것은 아닐까. 아이다호로 돌아온 다음해, 1961년 7월 2일 아침. 고요한 숲을 뒤흔드는 총성에 그의 네 번째 아내 메리는 잠에서 깨어난다. 그 두 발의 엽총 소리를 마지막으로 그는 생을 마감한다. 정박한 배의 밧줄을 끊듯 그렇게 육체의 줄을 끊어버린다. 육체의 줄을 풀어 그는 다시 카리브의 푸른 물을 건너 이 핑카 비히아로 돌아왔을까. 그의 혼령인 듯, 초록나무 속에 점점이 박힌 프람보얌의 붉은 빛이 눈에 시리다.
- 중국도 ''청년실업 대란''…대졸자 60%가 백수
- [조선일보 제공]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대학(컴퓨터공학과)을 졸업한 저우캉(周康·22)은 아침 일찍 베이징 서북쪽 끝자락에 있는 쪽방을 나섰다. 지난달 29일. 한 달 집세 200위안(약 2만4000원)짜리 사글세방으로, 누우면 친구 2명과 어깨가 닿는다. 일자리를 찾겠다고 무작정 베이징에 와 이미 6개월째 계속하고 있는 ‘출근’이지만 연말이라고 멈출 수는 없다. 행선지는 베이징의 IT 단지인 중관춘(中關村)의 인재시장(人材市場). 매주 화·수·금요일이면 이곳에서 중소기업들이 직원을 뽑는다. 6개월 드나들다 보니, 저우캉 일행이 경비원들과 인사하는 품은 마치 오래된 친구 같다. 하지만 기업들은 저우캉을 외면한다. “50곳 넘게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지방대 졸업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저우캉은 말했다. 그는 이미 한계상황까지 왔다. 가진 돈이 바닥났다. 끼니를 1위안(약 120원)짜리 길거리 음식으로 때워도, 시급히 직장을 못 구하면 베이징 생활은 끝이다. 지난 27일 오전 11시 베이징 시청(西城)구의 취업센터. 열흘 일정의 중소기업 취업박람회 마지막 날. 영하의 날씨에도 1시간 만에 1000여명이 몰려들었다. 10명을 뽑는다는 한 통신회사 창구에 입사지원서 100장이 쌓이는 데는 40분이 채 안 걸렸다. 막내딸(임상병리학 전공)을 대신해 지원서를 쓰고 있던 리(李)모씨는 “취업박람회만 여섯 곳 다녔다. 딸이 기죽을까 봐 온갖 연줄은 다 동원하고 있는데 참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사회가 대졸 청년의 취업난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시골 출신으로 무작정 도시로 노동을 하러 와 떠도는 민공(民工)들과 함께, 중국 실업 문제의 양대 축이다. 이미 중국 사회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최대 뇌관(雷管)이 됐다. 경제가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데 실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기업 입장에선 ‘쓸 만한’ 졸업생이 없고, 그런데도 대학졸업자는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급증한다. 올해만 졸업생 415만명 중 60%가 ‘백수’가 되고, 2010년엔 대졸 실업자가 1400만명으로 늘어난다. 지방대 졸업생은 더 서럽다. 랴오닝(遼寧)성의 대학 전임강사 쑹하이롄(宋海蓮)씨는 “학생이나 교수들 사이에 서로 상대방 학과의 취업률을 묻는 것은 실례”라고 말했다. 취업률이 10%를 밑도는 곳도 수두룩하다.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등 최고 명문대생들은 잘나가지만 다 그런 것도 아니다. 베이징대 의대 졸업생 우샤오펑(武小鋒)은 지금 고향 랴오닝성에서 꼬치를 만들어 판다. 대학 때 실습하던 병원 인턴 시험에서 떨어져 다른 병원에 취업하려 했지만, 베이징 시내 병원들은 베이징 호구(戶口·우리의 주민등록제와 비슷하나 옮기기가 까다로움)가 없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랴오닝성 병원, 다롄(大連)시 병원에 “월급 1000위안(약 12만원)만 주면 된다”고 매달렸지만 답은 “자리가 없다”였다. 작년 11월엔 직장을 못 구한 칭화대 대학원생이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작년 공식 실업률은 4.2%. 그러나 실제는 10%를 넘었다는 게 통설이다. 그래서 취업보다는 ‘연애’에 주력해, 졸업 전에 결혼하는 여대생들을 일컫는 ‘곡선취업(曲線就業)’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직접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대신, 좋은 직장을 가진 남성을 배우자로 맞는 ‘우회로’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부유한 남성을 사로잡는 법을 가르친다는 ‘신데렐라 만들기’ 학원이 성업 중이다.
- 하나지주 회장 "다음 목적지 향해 출발할 것"
-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일 "오늘 쏟는 정성이 내일의 밑거름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우리는 또 다음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출발해야한다"며 "세찬 바람은 분명 우리에겐 위기지만 어떤 방향으로 불어올 바람인지만 안다면 그건 더할 수 없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김승유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이제 `하나호`는 왠만한 암초에 견딜만한 크기가 됐으며 곧 바다로 나가게 될 것"이라며 "폭풍우와 거센 파도가 있는 바다가 싫다고 도랑에만 머물러 있다면 배가 제대로 떠 있지도 못하고 옆으로 누워버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그는 "지금까지의 타성을 벗어 던지고 새롭게 서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어떤 자리에 더 유능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우리 배에 태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열린 문화와 개방적인 사고방식은 `하나호` 전체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고 효율성을 높여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김 회장은 "이제 우리의 갑판과 기관실, 조종실과 객실등 각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부문장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 졌다"며 "각 부문장들은 적절한 동기부여를 통하여 선원들로 하여금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다음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신년사 전문.하나가족 여러분정해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기가 무섭게 우리는 또 출발선에 섰습니다. 아니 어쩌면 드넓은 바다를 향해서 이미 긴 항해를 시작한 우리는, 어떤 항구에 잠시 머물렀다 다시 출발하기 위한 뱃고동을 울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철부지 꼬마였던 아이 몇몇이 있었습니다. 그 녀석들은 오래 전 작은 배를 타고 무작정 마을을 떠났습니다. 처음엔 조그만 도랑이었습니다. 물살도 험하지 않고 조그만 종이배로도 그럭저럭 물살을 헤치고 갈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큰 배보다 더 빨리 달릴 수 도 있어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더 재미있어 했습니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그 도랑은 어느새 강이 되어 있습니다. 배에 타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자연히 선원들도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배에 객실도 더 들여야 했습니다. 가는 길에 친구도 생겼습니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배도 위청거립니다. 더 큰 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큰 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출발한 친구들과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크고 흰 돛을 세웠고 폭풍을 견녀 낼 튼튼한 키와 노를 달았습니다. 강 하구의 큰 항구에 도착하니 신기한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습니다. 이제 배에는 선원도 곱절이나 많아졌습니다.이제 곧 출발입니다. 바다만큼 넓어진 강 하구의 거친 물결이 우리의 가슴에 방망이질을 합니다. 이제 청년이 된 우리들, 로프를 조여 매는 구리빛 팔뚝에 힘이 불끈 솟습니다. 바다는 여기보다 파도가 더 높을 겁니다. 우리보다 더 큰 배와 충돌할 수도 있습니다.큰 배는 잘 몰기가 어렵습니다. 선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선원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어제 작은 섬에서 태운 새로운 선원들과는 말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역할을 나누어 봅니다. 너는 갑판을 책임지고, 보급은 누가 담당하며 누구는 항로를 잘 보니 항로를 책임지는 등 요소요소에 많은 선원들이 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동녘에 붉은 태양이 솟습니다. 우리의 눈동자에도 붉은 태양이 이글거립니다. 태양만큼 붉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넓은 바다를 향해 떠납니다. 우리의 꿈이 있는 그 곳으로 ...사랑하는 하나가족 여러분,이것은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시아와 세계 금융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는 ‘하나호’의 모습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비교적 순항하여 왔습니다. '하나호'의 크기도 웬만한 암초에 견딜 만큼의 크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곧 바다로 나가게 될 것입니다. 넓은 바다에는 블루오션과 무한한 자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폭풍우와 거센 파도 같은 위험도 그만큼 큰 곳입니다. 그러나 그런 바다가 싫다고 해서 도랑에만 머물러 있다면 배가 제대로 떠 있지도 못하고 옆으로 누워 버릴지도 모릅니다.그래서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는 2006년에 이어 2007년 한 해 동안 더욱 더 먼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1+1이 2이상의 결과를 낳기 위해 우리는 화합해야 합니다. 각자 맡은 역할은 다를지라도 공동의 이익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만 단순 합 이상의 성과를 낳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타성을 벗어 던지고 새롭게 서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선원들은 천성적으로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낯설고 이질적인 문화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하다고 합니다. 우리도 때로는 '하나호' 밖에 있는 누군가를 필요로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자리에 더 유능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우리 배에 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나라 항구에서 탔는지 피부색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렇듯 열린 문화와 개방적인 사고방식은 ‘하나호’ 전체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고 효율성을 높여 줄 것입니다.이미 우리 배는 상당한 규모로 커졌습니다. 갑판과 기관실, 조종실과 객실등 각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부문장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 졌습니다. 각 부문장들은 적절한 동기부여를 통하여 선원들로 하여금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것을 독려합니다. ‘하나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이들 부문장들과 선원 여러분들로부터 나옵니다. 실제로 이 배는 각 부문별로 최고의 팀웍을 발휘할 때, 원활한 항해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자,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한 각 부문장들과 선원들은 명실 공히 ‘하나호’의 핵이라 할 수 있습니다.오늘 쏟는 정성이 내일의 밑거름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우리는 또 다음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출발해야겠습니다. 세찬 바람은 분명 우리에겐 위기입니다. 그러나 어떤 방향으로 불어올 바람인지만 안다면 그건 더할 수 없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돛이 필요할 만큼이나 말이죠..우리가 가야할 길을 알고, 뜻을 하나로 모을 때 견디지 못할 위기란 없습니다. 다 같이 승리하는 한 해 되도록 열심히 노를 저어 나갑시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정해년 첫 아침에김승유
- 우주인후보 2인의 선발 소감 `아직 실감 안나요`
- [이데일리 온혜선기자]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지난 25일 한국우주인 최종후보로 선정된 고산(남·30, 사진 왼쪽), 이소연(여·28)씨는 자신들이 최종후보의 행운을 거머쥔 데 대해 아직도 어떨떨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알고 있다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28일 과학기술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루 아침에 유명세를 떨치게 된 솔직한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다음은 후보들과의 문답내용. ▲한국우주인 최종후보에 선발된 소감은? △고산-아직 우주인에 뽑혔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그냥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테스트 중 하나를 통과했다는 느낌이다. 우주인 프로젝트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이소연- 아직 실감을 못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는 공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는데, 며칠 만에 너무 큰 변화가 생겨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천천히 진지하게 생각을 정리 중이다. 우주인으로 뽑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후보가 된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고산-일단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것이 크게 달라진 점이다. 내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 없다. 발표 다음날에만 회사로 출근했는데 동료들이 자기 일처럼 감격하며 기뻐해 주었다. 선발 과정 중에 인기투표를 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들었다. 사인 해달라는 요청도 많았고 사진 촬영도 많이 했다.△이소연씨-제 경우에는 길에서 아는 척하시는 분들이 잘 없었다. 주로 학교 안에 머물러서 그런 듯 하다. 이미 선발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선발과정에서는 내가 아니면 누가 최종 선발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고산- 개인적으로 이진영소령이 되길 바랬다. 인격적인 것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훌륭하신 분이다. 만일 제 기준으로는 후보를 선발한다면 이진영 소령을 뽑았을 것이다. △이소연- 개인적으로 이진영소령과 고산씨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 소령의 경우 조종사 출신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자체로 우주인 후보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주변사람들에게 여러 차례 얘기도 했다. ▲앞으로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 신분이 된다. 이전 회사와의 관련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이소연- 관련 협의는 진행 중이다. 다만 4년 동안 쓴 논문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마무리한 후 항우연 연구원으로 일하고 싶다 △고산-삼성종합기술원에서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협의 사항은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다 ▲본인들이 뽑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산-사실 특별히 준비한 건 없었다. 다만 30년 정도의 인생을 살았는데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우주인 선발과정에서 요구하는 것과 맞아 떨어진 것이 많았다. 예를 들면 체력테스트에서는 복싱과 산악등반을 경험한 것이 도움이 됐다. 또 러시아에서 1년 동안 있으면서 현지인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카투사로 근무한 것이 이에 반영된 것 같다. △이소연-1~2년전쯤 친분이 있는 교수님께서 "꾸준한 노력의 결과는 어느날 행운처럼 다가온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그말이 정말 실감난다. 제가 있었던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 행운으로 다가 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 수능시험 수석한 학생이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다 ▲선발과정 중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이소연-의학테스트 받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1주일 동안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먹으라는 것만 먹고 먹지 말라면 굶고 그러니 정말 괴로웠다. 매일 저녁마다 침대에 누워서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곤 했는데, 매일 빠지지 않는 음식이 피자였다. 결국 의학테스트 끝나자마자 다같이 피자를 먹으러 갔다. 그런 경험들이 참 기억에 남고 힘이 됐다 △고산-후보들이 점점 압축되면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같은 꿈을 꾸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소연씨의 경우 체력 테스트에서 굉장히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평소에도 운동을 즐긴다고 들었는데, 특별히 운동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몸치 수준이었다. 운동을 못하니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집에 와서 운 적도 있었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태권도를 배우라고 하셨다. 사실 사촌언니가 태권도 사범이셨다. 이후 재미를 붙이다 보니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됐다. ▲이성친구는?△고산-현재 여자친구가 있다. 같은 수학과 동기로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현재는 방학기간이라 한국에 들어와 있고, 현재 일정을 같이 소화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래 여자친구랑 함께 우주인 선발에 지원하려고 했는데, 여자친구의 경우 일정이 맞지 않아 지원을 못했다. 선발과정에서 여자친구의 응원이 많은 힘이 됐다.△이소연씨-현재 남자친구가 없다. 이상형은 저희 아빠 같은 분이면 당장 결혼할 용의가 있다. 항상 묵묵히 뒤에서 든든히 받쳐 주시는 모습이 좋다. ▲인생 역할 모델을 말해달라. △이소연- 한 명만 찍으면 다른 분들이 서운해 하시기 때문에 찍기 어렵다. 그래도 굳이 한 분을 뽑자면 몇 년전에 돌아가신 `여성 농학박사 1호`김삼순 박사님이다. 먼 친척 되시는 분인데 일제시대 도쿄로 유학을 다녀오실 정도로 시대에 앞선 분이셨다. 그분을 지켜보면서 `내가 온실 속의 화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척박한 시대에 홀로 유학가신 도적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할머니가 되어 저렇게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그분은 결혼을 안하셨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평범한 가정생활도 같이 하면서 곱게 늙고 싶다. △고산-개인적으로 어머니를 통해 배운 것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항상 내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주신다. 이번 선발과정 중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어머니가 "우리 아들 됩니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