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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급 채권시장 `그로기 상태` 가나
  • BBB급 채권시장 `그로기 상태` 가나
  •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비오이하이디스 쇼크 이후 BBB급 시장이 급속 위축되고 있다. 한때 회사채 발행을 주도하기도 했지만 이달들어 발행규모가 급감했고 특히 문제의 BBB-등급은 아예 신규물량이 전혀 없다. 특히 비오이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서 BBB-급 채권을 주로 소화하던 리테일시장은 몸져 누울 처지에 놓였다. 자칫하면 시장이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발행이 된다고 해도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다. 이 시장의 가장 큰 수요처였던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가 최근 신규편입대상 회사채의 신용등급 하한을 BBB-에서 BBB+로 상향조정했기 때문이다.다만 `아픈만큼 성숙한다`며 그동안 다소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던 BBB급 채권 투자에 새로운 투자 분위기가 형성될 기회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마켓플러스`를 통해 21일 오후 1시20분이 출고된 기사입니다)◇ 갈 곳 잃은 BBB 회사채..발행 뚝↓ 팬택 계열의 문제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BBB급 회사채 시장 경색이 시작됐다. 비오이하이디스 부도로 BBB급 회사채 주 매수처였던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회사채 가이드 라인을 BBB-에서 BBB+로 상향했고, 증권사들도 발행할 채권 선정에 까다로워졌다.팔 곳을 잃은 BBB급 채권발행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3월 8400억원이 발행됐던 BBB급 회사채는 6월 2750억원으로 감소한 뒤 이후 다시 증가해 4000~5000억원대의 발행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11월들어 발행량이 급감했다. 21일 한국채권평가에 따르면 오는 24일까지 발행되는 BBB급 회사채는 1100억원으로 올 10월까지 평균 발행액인 5225억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또 11월 들어 BBB급 채권의 순발행도 순상환으로 급반전하고 있다. 올 7월 이후 꾸준한 증가세 보이며 9월에는 3000억원에 가까운 순발행을 보였던 BBB급 채권은 11월에는 2000억원 이상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특히 BBB- 등급 채권은 11월들어 발행물량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BBB- 등급 채권을 매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BBB-급의 발행에 치명타를 입힌 것으로 풀이된다.◇ BBB등급 채권시장 경색 불가피 전문가들은 BBB등급 채권시장, 특히 리테일 채권시장이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오이하이디스 악재로 BBB급 채권시장이 위축 일로를 걷고 있는 와중에 팬택 계열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지난 16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팬택과 팬택엔큐리텔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 부적격 대상인 BB+로 하향조정하고 `부정적 검토` 대상이 올려놓아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팬택과 팬택엔큐리텔의 경우 비오이하이디스에 비해 채권발행 규모카 커 팬택 계열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시장이 느낄 충격의 강도는 이전에 비해 훨씬 강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악재가 동시에 터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인 한국채권평가 연구원은 "팬택 계열의 등급 하향은 비오이하이디스와 더불어 BBB급 회사채 주요 매수기관인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신용등급 가이드라인 상향조정 등으로 위축되기 시작한 BBB등급 채권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리테일채권 시장의 `큰 손`인 새마을금고가 빠져나가자 신협, 농협, 수협 등도 BBB급 리테일 채권 매수에 따른 리스크 편중을 우려해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또 일부 기관의 경우 현재 보유중인 채권 가운데 신용등급 가이드라인 이하 채권에 대해서는 매도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아픈만큼 성숙한다`.."시장의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잇따른 악재로 값비싼 댓가를 치르고 있지만 장기적인 시장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시장 조정은 그동안 기업신용분석에 소흘한 체 금리만 보고 투자했던 채권 투자 형태을 바로잡기 위한 `약(藥)`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수익률을 쫓아 뛰어드는 투자 형태`가 개편될 것이라는 것. BBB급 채권에 대한 주투자기관들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 등이 `큰손`의 위치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고 빈 자리를 투신사 및 자산운용사 등이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이와 관련된 펀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크레딧 전문가들의 꼼꼼한 분석을 통해 BBB급 시장에 대해 좀더 면밀한 가치 판단에 따른 투자로 리스크 분석이 강화돼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류승화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BBB급 채권시장의 조정은 일시적인 성격으로 봐야한다"며 "리테일 채권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진 것에 대한 되돌림이자 시장 정상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BBB급에 대한 최대 수요기반이 사라졌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겠지만 오히려 자산운용사 등 기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증권사의 크레딧분석을 통해 리스크를 감안한 투자 형태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6.11.22 I 황은재 기자
BBB급 채권시장 `그로기 상태` 가나
  • BBB급 채권시장 `그로기 상태` 가나
  •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비오이하이디스 쇼크 이후 BBB급 시장이 급속 위축되고 있다. 한때 회사채 발행을 주도하기도 했지만 이달들어 발행규모가 급감했고 특히 문제의 BBB-등급은 아예 신규물량이 전혀 없다. 특히 비오이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서 BBB-급 채권을 주로 소화하던 리테일시장은 몸져 누울 처지에 놓였다. 자칫하면 시장이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발행이 된다고 해도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다. 이 시장의 가장 큰 수요처였던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가 최근 신규편입대상 회사채의 신용등급 하한을 BBB-에서 BBB+로 상향조정했기 때문이다.다만 `아픈만큼 성숙한다`며 그동안 다소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던 BBB급 채권 투자에 새로운 투자 분위기가 형성될 기회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갈 곳 잃은 BBB 회사채..발행 뚝↓ 팬택 계열의 문제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BBB급 회사채 시장 경색이 시작됐다. 비오이하이디스 부도로 BBB급 회사채 주 매수처였던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회사채 가이드 라인을 BBB-에서 BBB+로 상향했고, 증권사들도 발행할 채권 선정에 까다로워졌다.팔 곳을 잃은 BBB급 채권발행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3월 8400억원이 발행됐던 BBB급 회사채는 6월 2750억원으로 감소한 뒤 이후 다시 증가해 4000~5000억원대의 발행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11월들어 발행량이 급감했다. 21일 한국채권평가에 따르면 오는 24일까지 발행되는 BBB급 회사채는 1100억원으로 올 10월까지 평균 발행액인 5225억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또 11월 들어 BBB급 채권의 순발행도 순상환으로 급반전하고 있다. 올 7월 이후 꾸준한 증가세 보이며 9월에는 3000억원에 가까운 순발행을 보였던 BBB급 채권은 11월에는 2000억원 이상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특히 BBB- 등급 채권은 11월들어 발행물량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BBB- 등급 채권을 매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BBB-급의 발행에 치명타를 입힌 것으로 풀이된다.◇ BBB등급 채권시장 경색 불가피 전문가들은 BBB등급 채권시장, 특히 리테일 채권시장이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오이하이디스 악재로 BBB급 채권시장이 위축 일로를 걷고 있는 와중에 팬택 계열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지난 16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팬택과 팬택엔큐리텔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 부적격 대상인 BB+로 하향조정하고 `부정적 검토` 대상이 올려놓아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팬택과 팬택엔큐리텔의 경우 비오이하이디스에 비해 채권발행 규모카 커 팬택 계열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시장이 느낄 충격의 강도는 이전에 비해 훨씬 강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악재가 동시에 터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인 한국채권평가 연구원은 "팬택 계열의 등급 하향은 비오이하이디스와 더불어 BBB급 회사채 주요 매수기관인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신용등급 가이드라인 상향조정 등으로 위축되기 시작한 BBB등급 채권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리테일채권 시장의 `큰 손`인 새마을금고가 빠져나가자 신협, 농협, 수협 등도 BBB급 리테일 채권 매수에 따른 리스크 편중을 우려해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또 일부 기관의 경우 현재 보유중인 채권 가운데 신용등급 가이드라인 이하 채권에 대해서는 매도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아픈만큼 성숙한다`.."시장의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잇따른 악재로 값비싼 댓가를 치르고 있지만 장기적인 시장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시장 조정은 그동안 기업신용분석에 소흘한 체 금리만 보고 투자했던 채권 투자 형태을 바로잡기 위한 `약(藥)`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수익률을 쫓아 뛰어드는 투자 형태`가 개편될 것이라는 것. BBB급 채권에 대한 주투자기관들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 등이 `큰손`의 위치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고 빈 자리를 투신사 및 자산운용사 등이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이와 관련된 펀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크레딧 전문가들의 꼼꼼한 분석을 통해 BBB급 시장에 대해 좀더 면밀한 가치 판단에 따른 투자로 리스크 분석이 강화돼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류승화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BBB급 채권시장의 조정은 일시적인 성격으로 봐야한다"며 "리테일 채권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진 것에 대한 되돌림이자 시장 정상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BBB급에 대한 최대 수요기반이 사라졌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겠지만 오히려 자산운용사 등 기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증권사의 크레딧분석을 통해 리스크를 감안한 투자 형태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6.11.21 I 황은재 기자
숙박비 아껴 일본여행 더 해야지.. 난, 호텔 대신 찜질방 간다
  • 숙박비 아껴 일본여행 더 해야지.. 난, 호텔 대신 찜질방 간다
  • [조선일보 제공] 우리나라와 너무 비슷해서 오히려 신기했다. 뜨거운 물 좋아하고, 드러눕길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일본 도쿄의 ‘도심 온천’에 가면 내 집 안방에 온 듯 활개치고 돌아다닐 수 있다. 일어 한마디도 못해도 상관없다. 한국어 안내문도 있고, 이 탕, 저 탕 돌아다니며 온천욕 즐기는 것에는 누구보다 익숙하지 않나. 도쿄 ‘도심 온천’의 매력은 가기 편하고 예약이 필요 없는, 저렴한 숙소기능을 한다는 것. 때문에 도쿄 ‘도심형 온천’은 낮에 가면 아깝다. 낮에는 도쿄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어둠이 내리면, 잠도 잘 겸,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 피로도 풀 겸 ‘도심형 온천’으로 가면 된다. ▲ ‘스파 라쿠아’의 ‘쿨’ 사우나에 설치된 수조 속에서 색색 해파리가 너울너울 춤 춘다.스파 라쿠아(Spa LaQua) 금요일 밤 10시, 야구장에 놀이시설, 쇼핑센터까지 모여있는 도쿄돔의 스파 라쿠아에 갔다. 5~9층까지 스파와 피트니스 시설이 들어찬 ‘스파 빌딩’이다. 사우나는 별별 이벤트 탕이 다 있는 우리나라 ‘스파형 찜질방’보다는 약하다. 그런데 높은 천장 덕분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환하고, 불쑥 솟아 있는 ‘복층 구조’ 탕이라든지, 섭씨 90도 사우나와 족탕 앞에 TV를 설치했다든지 하는 식으로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사우나에는 1회용 면도기와 칫솔도 있다(칫솔 속에 치약이 들어 있다. 그런데 양이 너무 적어 거품이 충분히 나지 않는다). 사우나에는 세안제·샴푸·컨디셔너가 마련돼 있고 탈의실에는 립스틱·블러셔·파우더 등 화장품도 있다. 우리나라식 ‘찜질방’이 들어선 ‘힐링 바덴’에 입장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고 전용 찜질방옷으로 다시 갈아입어야 한다. 실내외 수영장 앞에 마련된 선테크에 청춘남녀들이 누워 도쿄돔의 롤러코스터 등 야경을 감상 중이다. 조명이 아름답게 들어온 수영장은 그러나 ‘관상용’. 편안히 드러누울 수 있는 휴게실은 동남아 휴양지 풍으로 꾸며놓았다. ‘스파 라쿠아’는 휴게실을 이리 저리 분산시켜 놓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누워 있는 사람들 사이로 걸어 다닐 필요가 없다. ‘황토방’ 등은 화끈한 열기에 뇌가 마비될 지경인 우리나라 ‘불가마’에 비하면 굉장히 얌전하다. ▲ 조명이 환상적인 `스파 라쿠아`의 저온 찜질방. ‘스파 라쿠아’의 하이라이트는 취침, 혹은 휴식 공간. 비행기 1등석 좌석처럼 버튼 하나 누르면 다리 부분이 올라가고 또 다른 버튼을 누르면 등이 뒤로 젖혀진다. 자리마다 TV가 달려있다. 의자에 연결된 전화로 맥주나 안주를 주문할 수도 있다. 담요도 있고 일본판 ‘보그’, ‘마담 피가로’, ‘앙앙’ 등 신간잡지도 있다. 자정에 소등한다. 로미로미 등 비싼 마사지 대신에 20분에 2300엔짜리 발 마사지를 받았다. 여기에 크리미한 일본 생맥주(530엔)를 한 잔 마시고 푹 잤다. 밤 11시 넘으면 일단 취침용 의자부터 확보할 것. 여성 전용 휴게실은 ‘코 고는 소리’도 덜하고 분위기도 화사하다. ▲ 하룻밤 자고 가기 좋다, `스파 라쿠아`의 휴게실.‘이자카야 풍’ 일식당과 한식당이 있다. 첫 인상은 ‘가격 괜찮네’. 그러나 우리나라 식당의 절반 정도 분량이 나온다고 생각해면 된다. 숯불 로스구이(6점)는 920엔. 목살(12점)은 840엔, 김치 530엔. 모듬회는 2100엔. ▶운영시간은 오전 11시~이튿날 오전 9시까지. 18세 이상 입장료는 11시~자정은 2565엔. 자정부터는 1890엔을 더 내야 한다. ‘찜질방’ 시설이 들어선 ‘힐링 바덴’ 이용요금은 525엔. 토·일요일·기타 일본 ‘축일’ 등에는 추가요금이 315엔. 주중에 하룻밤 숙박만 하고 나올 경우 예산은 (찜질방 포함)4만원 선이면 된다. ▶큰 짐은 매표소에서 맡아준다. 4시간 체류로 제한(마사지를 받을 경우 7시간)하고 그 이후부터는 추가 비용을 받는 날(올해의 경우 12월30일~내년 1월3일)이 있다. (03)3817-4173, www.laqua.jp ▲ 민속촌 풍의 `테마파크`로 꾸며놓은 오에도 온천오다이바 오에도(大江戶) 온천 총 16가지 유카타 중 맘에 든 것으로 골라 입고서 ‘에도 시대’ 거리를 돌아다니게 만들어 놓은 일종의 테마파크. 가보고 내린 결론은, 낮에 갈 필요 없다. 숙박 해결할 겸 밤에 가면 된다. 밤 11시 오에도 온천에 도착했다. 한국어 안내문도 있다. 오에도의 명물이라는 노천 족탕. 미지근할 줄 알았던 물이 뜨거워서 좋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 낭만을 만끽하려다 ‘악’ 소리를 질렀다. 족탕 바닥 곳곳에 지압용 돌이 돌출돼 있어 웬만큼 단련되지 않은 사람은 여유를 부리며 걷기 힘들다. 오에도 온천 운영시간은 오전11시~다음날 오전 8시까지. 온천 내에 따로 호텔 시설도 있지만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은 ‘저렴하게 숙박 해결하기’. 1인용 매트리스가 깔린 ‘다다미’ 방은 여성전용과 남녀 공용이 있는데, 남녀 공용이라고 해도 남자는 방 왼쪽 편, 여자는 오른쪽 편으로 나뉜다. 남녀가 꼭 붙어 자야겠다면, 뒤로 등이 젖혀지는 의자가 있는 휴게실로 가면 된다. 의자마다 TV가 달려 있다. ‘스파 라쿠아’ 보다는 분위기가 다소 칙칙하고 의자 발걸이가 따로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 여기서 주무실 예정이면 폭식하지 마시라. 부른 배를 안고 힘겹게 잠들다 보니 여기 저기서 코 고는 소리가 밤새 거슬렸다. 그러나 야외에 마련된 1인용 히노끼 탕에 나 홀로 찌뿌드드한 몸을 담그는 순간, 모든 것이 용서됐다(오전 6시20분 상황. 사람이 몰리면 ‘히노끼 평화’는 없을 지 모른다). ▲ `오에도 온천` 어묵▶영업시간은 오전 11시~다음날 오전8시까지. 노천 온천은 오전11시~다음날 오전2시, 오전5시~8시. 야외 족탕은 오전 11시~다음날 새벽 2시까지다. 대인의 경우 오전 11시~새벽2시는 2827엔. 오후6시 이후에 들어가면 1987엔. 새벽 2시를 넘기면 심야요금 1575엔이 추가된다. 밤 10시에 들어갔다가 다음날 7시에 나오면서 총 3562엔(1987엔+1575엔)을 냈다. 우리 돈으로 약 2만8000원. (03)5500-1126, www.ooedoonsen.jp 스톤 스파 ‘로쉬.B’ 뜨겁게 달궈진 돌 위에 드러누워 몸 안의 노폐물 빼기. 도쿄에서도 인기다. 지정된 자리에 조용히 누워 품위 있게 땀 흘리는 ‘스톤 스파’에 갔다. 도쿄 록본기 힐스 근처 아자부주방에 위치한 로쉬 B(Roche.B). 오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운영한다. 문제는 우아한 만큼 비싸다는 것. 시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맘 놓고 뒹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90분에 3600엔 선(오후 6시~오전 5시는 4200엔). 일단 땀복으로 갈아입고 ‘찜질방’으로 들어간다. 4명 정도 나란히 누울 수 있는 공간. 그다지 후끈하게 덥지는 않다. 섭씨 40도에 습도는 60~80% 정도. 툇마루 처럼 생긴 검은 돌판 위에 올라가 지정된 곳에 타월을 깔고 눕는다(라커번호가 7번이면 7번 자리에 가서 눕는 식). 일단 5분간 엎드려 내장을 훈훈하게 데운 다음 바로 누웠다가 중간 중간 온통 새하얀 ‘휴식방’에서 열을 식히면 된다. ‘스톤 스파’의 하이라이트는 ‘산소 파이프’. 원래 사우나나 찜질방에 오래 있다 보면 숨쉬기가 곤란하거나 답답하기 마련. 그런데 이곳에서는 목침 베고 누워 산소가 나오는 파이프를 코나 얼굴에 대고 있으면 쾌적하기 그지 없다. 남성은 밤 10시 이후부터 입장 가능. 굳이 그 전에 가야겠다면 소파와 TV 등을 갖춘 휴게실이 딸린 ‘개인 룸’을 빌려서 들어가야 한다. 세련된 화장에 하이힐 부츠를 신은 여성들이 조용히 땀 빼고 나서 유기농 차를 한 잔 마시고 가는 모습. 시부야 등에도 ‘스톤스파’ 지점이 있다. ‘로쉬.B’ 스파는 (03)3568-8310. 영어 안내도 가능하다. ‘스톤 스파’ 안내는 웹사이트 www.bagus-spa.com 참조.
목욕탕과 헤어진 찜질방 스파로 변신하다
  • 목욕탕과 헤어진 찜질방 스파로 변신하다
  • [조선일보 제공] ▲ 밤에 보면 환상적인 서울 용산 `드래곤힐 스파`의 야외 수영장. 25m규모. 밤 11시까지 개방한다. 낮에 보면 전반적인 분위기와 디자인이 좀 `키치`라고 할까.#1 방금 식당을 둘러보고 불가마를 지나쳐 왔는데, 도대체 어디로 나가야 하는 거지? 경기도 안산 한남 스포랜드의 1층 수영장에서 3층 찜질방까지 이곳 저곳 돌아다니던 김모씨, 여전히 방향을 못 잡고 헤매고 있다. 소금방·아이스방에다 옥외탕·영화방까지 들어가볼 곳은 많은데,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걷다 보니 벌써 운동이 다 된 느낌. 메인 홀에선 사람에 치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김씨. ‘광장’ 같이 넓은 마룻바닥 앞에서 입이 살짝 벌어진다. #2 금요일 오후 6시, 하얀 김이 모락모락, 거품이 보글거리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해피데이 찜질방 스카이라운지 ‘야외 아쿠아테라피탕’. 수영복 차림의 아가씨 두 명이 가슴까지 뜨거운 물속에 푹 담근 채 하늘을 올려다 본다. 둘 다 “노천탕에 온 것 같다”고 야단이다. 바로 옆 히노끼(편백나무)탕에서 들려오는 커플 한 쌍의 소근거림. “여기 찜질방 맞아? 꼭 스파 같잖아.” #3 서울 송파구 오금동 스포츠클럽 서울레저. 지하 1층에서 힘있게 골프채를 휘두르던 30대 이모씨. 잠시 후엔 스쿼시장에서 열심히 강습을 받고 있다. 수영장에서는 25m 레인을 왔다 갔다 하더니, 결국 3층 ‘소금방’에 벌러덩 누워 있는 모습 포착. 바닥에 깔린 소금석을 만지작거리며 동행에게 “요즘 운동 덕에 간 수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하며 씨익 웃는다. 이 사람이 있는 곳, 헬스클럽이야, 찜질방이야? #4 최신 시설이라 그런지 ‘크리스털 빛 소금방부터 ‘피라미드 옥방’에 이르기까지 방방이 예쁘다. 서울 용산 드래곤힐 스파는 양쪽으로 대나무가 들어선 입구부터 ‘스타일링’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힘을 줬다. 아주머니들이 ‘수영하러 가자’며 우르르 몰려나간다. 따라나가 보니 돌로 된 용의 입에서 물이 폭포처럼 흘러나오는, 동남아 휴양지 풍으로 꾸며놓은 야외 풀장에서 아주머니들이 한창 수영 중. “춥지 않으세요?” 물었더니 “딱 좋아!”라며 “얼른 들어오라”고 성화다. 땀 빼고, 탕에 몸 담그고, 피트니스 클럽(연말 연시쯤 회원제로 본격 운영하기 전까지만 무료)과 수영장에서 몸매 관리까지. 아~ 8000원(오픈 기념 할인가격 적용시)의 힘이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찜질방은 다이아몬드방과 산소방, 그리고 소금방을 갖췄는지에 따라 첨단이냐 아니냐로 결판났다. 하지만 이젠 족욕탕, 노천탕에 헬스클럽 정도는 있어줘야 명함을 내민다. 이제는 찜질방이 아니다. 이름도 근사한 ‘스파’다. 또 사우나와 찜질방이라는 단순 구조는 옛말. 1층에서 6층까지, 건물 전체 구석구석에 영화방·식당·헬스장에다 오락실까지 들어차 있는 초대형 사이즈의 ‘빌딩형’이라야 사람들이 모인다. 처음 가서는 워낙 동선이 복잡해 어디로 들어왔다가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헷갈린다. 종합헬스클럽인지 찜질방인지 구분이 안가는 ‘멀티 스포츠 찜질방’도 있다. 시시각각 진화하는 찜질방. 그 현장을 찾아갔다. 이제는 찜질방이 아니다. ‘시티 스파’다.
수능 D-1, 수험생 마음가짐
  • 수능 D-1, 수험생 마음가짐
  • [조선일보 제공] 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큰 시험을 앞 둔 수험생들은 누구나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시험 전날의 불안감은 극도에 달한다. 공부를 많이 한 학생도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고 생각하고 불안해 하게 된다. 이 같은 불안감은 각성 효과를 일으켜 잠을 설치게 만들며, 불면으로 인한 생체리듬의 교란은 시험을 치르는 데 필수적인 집중력과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의 저하를 가져온다. 따라서 시험 전날에는 밤 늦도록 마무리 공부를 하는 것보다 시험 당일 집중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최고조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 더 좋다. 우선 지나친 걱정은 빨리 떨쳐버려야 한다. 마음 속 불안은 우울한 기분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자칫 이런 우울한 마음이 의욕 저하와 사고의 회전을 느리게 하여 다음 날 시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혹시 시험을 망치면 어떡하나’하고 지나치게 걱정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긴장성 두통도 올 수 있다. 긴장된 근육이 뇌로 올라가는 혈관을 압박해 뇌세포에 혈액을 충분히 보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누워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 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면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수능 전날,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선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간단한 운동이나 가벼운 목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평소의 생체리듬을 깨는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좋지 않다.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컴퓨터 오락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각성 효과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어렵게 된다. 시험 당일이 되면 수험생의 긴장과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이런 불안감은 나만 갖는 것이 아니라 수만명 아니 수십만명의 수험생 모두가 갖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평정심을 유지해 최고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남들에 비해 뒤진다고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긴장 때문에 머리가 정리되지 않을 땐 쉬는 시간마다 천천히 복식호흡을 하거나, 눈을 감고 아주 편안한 장면을 떠올려보면 도움이 된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시험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마음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트려 오히려 수능 시험을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험을 망쳤을 때의 암담한 상황, 앞에서 못 풀고 남겨 둔 문제, 답안지가 한 칸씩 밀리지나 않을까 하는 등의 부정적인 생각에 연연하다 보면 앞으로 남은 문제를 푸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 무엇보다도 ‘잘 될거야’ 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수능 전날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다. 이헌정·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교수
(4th SRE)⑥LPL `AA-`에 고개젓는 이유는?
  • (4th SRE)⑥LPL `AA-`에 고개젓는 이유는?
  •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LG필립스LCD가 AA-등급이라는 사실에 그렇게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부호를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대표적인 TFT-LCD 모듈 제조업체로 삼성전자와 세계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약점이 있는 것일까.그 배경에는 최근의 실적악화를 바라보는 평가사와의 시각차가 있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게 실적이지만, AA급 기업으로서는 어울리지 않게 실적 변동성이 크고,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아 충격완화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기사는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마켓플러스`를 통해 11월 1일~11월 2일 출고되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유료뉴스로만 제공되었던 1~3회 SRE 결과도 일반뉴스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1~4회 SRE기사 모두 보기◇ LG필립스LCD.."AA급이라고 하기엔 믿음이 안가"LG필립스LCD의 AA-등급은 1회 조사가 이루어진 2005년 4월부터 매번 후보등급 40개중 하나였다. 1회때 13.5%, 2회때 14.3%, 3회때 16.8%로 표가 조금씩 늘기는 했지만 분석대상 마지노선인 20%를 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급격하게 표가 늘어난 것이다.자문단에 LG필립스LCD에 대해 물어본 결과 현재의 등급 수준이 다소 과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우선 이번 조사에서 표가 몰린 것을 실적의 큰 폭 악화가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됐다. 업황이 나빠지기는 했지만 AA급 회사로서는 업황대비 실적 변동성이 너무 큰 것은 용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한 자문위원은 "AA급이면 업황부진에도 불구하고 현금흐름이나 재무적 안정성 및 융통성이 끄떡 없는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절대적인 수준에서 AA-가 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FT-LCD 산업의 안정성이 부족한데도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아 업황 악화시 충격 흡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자문위원은 필립스와의 합작 결별 가능성을 문제삼았다. 그는 "회사의 실질보다는 LG와 필립스의 합작기업이라는 것에서 점수를 더 받은 측면이 있다"며 "만약 실제로 결별을 한다면 등급을 떨어뜨리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또 다른 자문위원은 "LG필립스LCD는 2위 기업으로 그 아래 수준의 기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며 "업황이 나빠지더라도 나중에 살아나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1위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3위와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평가사가 지난 6월 등급평정 당시, 생산효율성이나 기술력 우위 등을 근거로 향후 영업수익성이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낙관했던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시각차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이에 대해 한 자문위원은 "시장 1~2위 기업이고 합작기업이라는 점을 평가사들이 긍정적으로 본 반면 시장의 상당수 참여자들은 그렇지 않았다"며 "최근에 평가사들이 긍정적으로 봤던 부분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팬택앤큐리텔..자식 돌보다 어미가 누은 꼴?최근 자금악화설이 돌았던 팬택계열의 팬택앤큐리텔도 실적이 급속히 악화된 경우로 채권시장에서 불안감이 널리 퍼져 있었던 종목. SK텔레텍을 인수한 이후인 지난해 11월 한기평과 한신평이 BBB0였던 등급을 현재 등급으로 강등시켰다. 올해 4월 3회 SRE에 적정성이 의심되는 후보등급으로 올라왔으나 표가 많지 않아 분석대상에는 오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내수시장의 침체와 주력모델의 판매부진, SK텔레텍 인수대금으로 인한 자금부담 증가, 북미시장에서의 직판체제 구축 지연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팬택앤큐리텔의 등급에는 애널리스트 40.8%, 자산운용역 31.7%가 적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자산운용역 그룹에서 가장 많은 표를 던진 등급이다. 자문위원들은 팬택앤큐리텔이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하는 것에 의문을 표시했다. 투자 위험이 전보다 크게 높아져 기관투자가들은 취급을 꺼리는 채권으로 주로 리테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한 자문위원은 "팬택앤큐리텔이 아직도 투자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평가사들이 등급을 유지시킨 근거들이 쉽게 가시화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고 오히려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다른 자문위원은 "SK텔레텍을 인수했지만 기대되는 시너지효과의 혜택은 자회사인 팬택의 몫이고 팬택앤큐리텔에는 자금부담만 남았다"며 "SKT와의 제휴나 CDMA 제품 개발능력을 빼면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또 다른 자문위원은 "내수 판매가 부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력 시장인 미국시장에서 사업위험이 높아졌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으로 자금사정이 의심을 받고 있는 현재로서는 BBB-로 보기에 다소 무리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6.11.15 I 강종구 기자
(권소현의 일상탈출)(17)기차만큼 싼 비행기
  • (권소현의 일상탈출)(17)기차만큼 싼 비행기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바라나시의 한 PC방에 앉아 인터넷으로 몇 번 클릭했더니 뚝딱 비행기표가 예매됐다. 델리에서 뭄바이까지 가는 비행기가 3520루피, 비행기로 두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가 우리나라 돈으로 7만4000원 정도 하는 것이다. 이것도 비행기 타기 하루 전에 예매했기 때문에 비싸게 준 것이다. 인도 여행을 한창 준비할 때 알아봤던 가격은 1800루피. 그러니까 한달 전쯤 예매를 했다면 절반 가격에 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델리에서 뭄바이 가는 라즈따니 급행열차가 1500루피 정도 했으니까 기차가격 수준인 셈이다. 인도에도 저가항공사가 생기면서 항공요금이 경쟁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배낭여행자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모든 스케쥴과 요금조회가 가능하고 예매도 할 수 있어 편리하고 커미션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 PC방에서 예매한지라 프린트도 못 하고 예약번호만 적었다. 바라나시에서 밤기차를 타고 다음날 아침에 델리에 도착해 국내선 공항으로 갔다. 에어데칸 부스로 가니 금방 비행기표를 내준다. 좌석번호도 없고 짐 검사도 간단하다. 공항 문이 열리자 마자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도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한명씩 티켓을 끊고 나가 버스를 타고 비행기 앞까지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인도인들이 마구 뛴다. 늘 느긋한 줄만 알았는데 이런 모습이 낯설다. 이들이 뛰는 이유는 보다 좋은 좌석을 맡기 위해서다. 지정좌석이 아니기 때문에 맡은 사람이 임자다. 비행기는 꽤 크다. 양쪽에 3좌석씩 있고 비즈니스클래스, 퍼스트 클래스는 아예 없다. 비행기에 오르니 이미 창가쪽 자리는 거의 찼다. 중간쯤 창가 자리가 하나 비어서 얼른 앉았다. 옆자리에 아이 둘을 데리고 탄 인도 여인이 앉았다. 옆에 앉은 아이가 계속 칭얼댄다. 결국 인도 여자가 기어이 자리를 바꿔주면 안되겠냐고 묻는다. 아이가 창가쪽에 앉아서 창문 밖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순순히 일어나 복도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내식도 없다. 좌석 앞에 메뉴가 있다. 샌드위치는 4루피, 음료는 10루피.. 먹고 싶은 음식을 돈 내고 먹는 시스템이다. 아이는 창가쪽으로 옮겨 앉았는데도 계속 칭얼댄다. 이제는 아예 울어댄다. 뒤에 앉은 아주머니가 사탕을 줬는데도 뭐가 불만인지 시끄럽게 운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공항에서부터 너무 세게 틀어놓은 에어콘 바람에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비행기 안은 더 춥다. 온 몸이 으슬으슬 추운게 소름까지 돋았다. 목도 아파오기 시작한다. 비행기는 두시간여만에 뭄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결국 비행기에서 감기에 걸렸고 일주일동안 감기로 고생했다. 남부 인도의 날씨도 북부와 다르지 않게 습하고 덥다. 그런데도 이놈의 감기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뭄바이에서 고아까지 가는 밤기차 안에서는 두루마리 휴지 한롤을 다 쓸 정도로 밤새 코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감기약은 아예 챙겨오지도 않았고 인도에서 사려니 좀 찝찝하다. 자연치유력을 믿으며 버텼다. 절대 나을 것 같지 않던 감기는 남부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뭄바이에서 다시 델리로 오기 위해 탔던 기차 안에서 싹 나았다. 이번에도 비행기를 탈까 하다가 기차를 탔다. 어둑해졌을 때 공항에 떨어지는 것보다는 기차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아침에 시내 한 가운데에 있는 기차역에 도착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17시간만에 델리까지 가는 라즈따니 급행을 탔다. 급행인데다 비싸서 그런지 식사도 준다. 타자마자 간식을 주고는 따뜻한 물을 아예 보온병에 담아서 준다. 짜이를 만들어 먹으라고 홍차 티백과 크림, 설탕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두꺼운 담요와 깨끗한 시트를 나눠줬다. 따뜻한 차를 몇잔 마시고 두꺼운 담요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잤다. 밥 먹으라고 깨울때마다 일어나서 밥 먹고 따뜻한 차 한잔씩 마셨다. 그리고 또 잤다. 그렇게 17시간을 보냈더니 델리에 도착할 때쯤 감기가 거의 달아났다. 그래서 비행기 여행 보다는 기차 여행이 좋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는 비행기에 비해 기차는 좀 더 자유롭다. 그래서 인도인들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콜카타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에서였다. 우리 일행은 세명이라 상층, 중층, 하층 이렇게 한쪽 칸을 모두 차지했다. 1층에서 자다가 발에 뭔가 걸려 깼는데 여자 두명이 내 발자락 끝쪽에 걸터앉아 있는 것이었다. 시트를 절반이나 잡아먹고 말이다. 발 끝으로 쿡쿡 찔러서 시트를 좀 올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얼마간 갔을까, 잠을 자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더니 이번엔 언제 바뀌었는지 아저씨 두명이 앉아있는 것이다. 게다가 난데없이 카드판이 벌어졌다. `운신의 폭`이 무척 좁아졌다. 뒤척이다가 발로 건드려도 이들은 꿈쩍을 안 한다. 한 4명이서 짐 박스 위에 하얀 수건을 깔고 카드에 열중하고 있고 그 주위에 구경하는 사람들만 6~7명은 되는듯 하다. 잠깐 누웠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다시 일어나보니 이젠 아예 10명 정도가 빙 둘러서서 카드놀이에 몰입중이다. 다른 장소는 다 한가한데 하필 왜 이 구역에 와서 카드놀이람. 잠은 포기하고 책을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갑자기 바로 윗층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일행중 한명이었다. 나를 가르키며 "지금 내 친구가 무척 아프거든요. 카드 놀이는 좋다구요. 그렇지만 좀 조용히 해주시겠어요??" 과자 먹으면서 책을 보다가 난데없이 환자가 돼 버린 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어쩌리..그냥 싱긋 웃었다. 아저씨들은 서로 두번째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고 '쉿' 하는 포즈를 취한다. 한결 조용해졌다. 나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기차는 약한 흔들림을 동반하며 바라나시로 향하고 있었다. 이 착한 아저씨들은 바라나시에 도착할때까지 그렇게 조용히 카드놀이를 했다. 이들을 보며 다음에도 비행기값이 기차값보다 싸다고 해도 기차를 타리라 마음먹었다. 그 때는 카드놀이에도 한번 껴서 놀아보고 말이다.
2006.11.10 I 권소현 기자
(인물포커스)인생역전..월소득 1천만원의 보험설계사
  • (인물포커스)인생역전..월소득 1천만원의 보험설계사
  • [이데일리 문승관기자] 야반도주와 술주정뱅이, 백수건달로 살아온 한 남자가 월 소득 1000만원을 올리는 보험설계사로 성공해 화제다. ▲ 삼성화재 최재필 설계사그 화제의 주인공은 삼성화재 포항지점 경주사업소에서 근무하는 최재필 설계사. 그는 자동차 영업사원을 거쳐 단란주점 사장, 정육점 사장 등 한때 성공한 인생의 길을 걸었으나 장사가 어려워지자 단돈 80만원을 들고 야반도주해 술주정뱅이에 백수건달까지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영업부진자에서 단란주점 사장으로 성공 자동차 영업사원시절 한 달에 한 대 팔기도 힘든 `영업판매 부진자`로 5년동안 생활하다가 영업소 선후배의 빚보증을 잘못 서 영업소에서 쫓겨났다. 그는 "변변한 밥벌이도 안됐고 빚보증 문제까지 겹쳐 미련없이 떠났지만 막상 할 일이 없더군요. 장사 초보에겐 물장사가 딱이라 생각해 작은 단란주점을 냈습니다. 단란주점 시작 후 지난 5년간 자동차 세일즈를 왜 했을까라고 싶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습니다." 정육점 파산...야반도주 후 나락의 인생으로 "박수칠 때 떠나라!라고 했나요. 장사가 잘 될때 주저없이 권리금받고 넘기는 것이 돈버는 요령이라고 해서 큰 돈을 받고 넘겼습니다. 요즘말로 대박이었던 셈이죠. 두둑해진 돈을 들고 지인의 도움을 얻어 정육점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2층 점포를 얻어 도매와 소매를 같이 했다. 일대가 떠들썩해질 만큼 큰 규모의 식육점이 들어오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정육업도 성공하는 듯 싶었다. 그런데 광우병과 브루셀라 파동이 발생하면서 냉동고 안에 쌓아놓았던 고기들이 썩어나갔다. 당시 1억원어치의 LA갈비를 들여놓은 최 씨는 고스란히 앉아서 돈을 모두 날렸다. 최 씨는 가족들과 무작정 부산행 차편을 타고 야반도주해 광안대교까지 다다랐다. 죽을 생각에 광안대교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지만 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인생의 쓴 맛을 두번이나 본 최 씨는 이후 친구의 도움으로 경주까지 가게 됐다. 경주에서 재기를 꿈꿨지만 다시 성공하기란 더욱 힘들었고 하루 종일 술만 펐다. "집사람이 식당일을 나간 사이에 백수건달로 지내면서 술만 퍼마셨습니다. 호주머니에 단돈 몇 천원이라도 생기면 가게집으로 달려가 소주를 사서 병나발을 불었죠. 아내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거나 동네 아이들에게까지 행패를 부렸습니다." 보험설계사로서의 `새 삶`...월 소득 1000만원 올려최 씨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어요. 그래서 3층 창문에서 몸을 던졌어요.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크게 다쳤습니다.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이런 노래가 들리더군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 노래가 저에게는 아빠 돈버세요. 우리가 힘들어요~로 들리더군요. 그 순간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몸이 낫자 최 씨는 보험설계사를 하기로 맘을 먹었다. 지난해 8월 보험설계사로서 첫 발을 내딘 최 씨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휴일에도 경주 전역을 누비며 보험영업에 매달렸다. 그 결과 보험영업 시작 한 달만에 장기보험에서만 수입보험료 246만원을 거둬들여 첫 달에 `이달의 포항인` 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모두 연고 판매였던지라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최 씨는 5시간만 자던 잠을 더 줄여 새벽시장 공략에 나섰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자신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적어 놓은 빨간조끼를 입고 시장사람들의 일을 도왔다. 그는 무작정 미친소처럼 날뛴다고 시장개척을 하는 게 아니라고 조언했다.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성공한다는 것. "삼성화재 최재필이라는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뛰고 또 뛰었습니다. 자동차보험으로 인연을 맺은 고객에게는 다시 운전자 보험을 권하고, 슈퍼보험으로 연결시킵니다. 그 결과 활동 13개월만에 자립 축하금을 포함해, 소득 1200여 만원을 올렸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최 씨. 우선 그 하나는 삼성화재에서 `최고의 설계사`가 되는 것이다. "지금 현재 도전하고 있는 연도상 신인왕상도, 또 나아가 판매왕도 이루고 싶습니다. 이왕 시작한 일, 최고의 설계사가 되는 게 저의 첫 번째 꿈입니다."
2006.11.10 I 문승관 기자
클럽 찍고 누드쇼까지… 순진한 싱가포르는 잊어라!
  • 클럽 찍고 누드쇼까지… 순진한 싱가포르는 잊어라!
  • [조선일보 제공] ‘살균세척해 진공포장한 무균·무때의 도시’. 싱가포르는 이런 이미지가 강했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편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뻔하고 지루한 느낌의 그 곳. 그랬던 싱가포르가 확 바뀌었다. 관광객을 유혹하려면 이미지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003년 새벽 1시로 제한되던 식당·술집 영업시간을 새벽 3시(일부 지역은 무제한)로 풀었다. 런던 레이브클럽의 원조격인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Ministry of Sound·MOS)를 유치, 지난 8월 문 열게 했다. MOS 바로 옆에는 ‘세계에서 가장 예술적인 누드쇼’라 불리는 파리의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가 들어왔다. 양념이 가미된 싱가포르를 주말 동안 살짝 맛봤다. Friday회사 일을 후다닥 정리하다 오후 1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싱가포르행 비행기는 오후 4시 이륙했다. 6시간이 좀 지나지 않아 “싱가포르에 곧 도착한다”고 스튜어디스가 안내방송 했다. 오후 10시30분, 차이나타운에 있는 더 스칼렛 호텔(The Scarlet Hotel)에 체크인했다. 내일을 위해 바로 침대에 누웠다. 딸깍. Saturday ‘더 스칼렛’에서 눈을 뜨다  ▲ 더 스칼렛 호텔오전 8시 배고파 잠에서 깼다. 방문을 열었는데, 문 한가운데 붙은 원통 모양 가죽백에 동그랗게 말린 영어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담겨있었다. 더 스칼렛은 이렇게 곳곳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중국계 상인들이 살던, 1920년대 주상복합 건물을 호텔로 개조했다. 1929년 지은 건물을 개조한 호텔 1929,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설계한 갤러리 호텔과 함께 요즘 잘 나간다는 부티크 호텔이다. ‘주홍색’ ‘진홍색’이란 의미의 이름처럼 1층 로비 커텐과 소파, 카펫은 온통 붉은색이다. 여기에 황금색 샹들리에와 거울로 화려한 관능을 더했다. 로비 옆 바 ‘볼드’(Bold)는 어디 앉을까 고민될만큼 의자 디자인이 제각각 독특하다. 객실은 세련된 어두움이 가득하다. 모든 사람을 위한 호텔은 아니다. 방은 대부분 침대만으로 꽉 찰만큼 좁다. 화장실에 욕조가 없는 방도 많다. 1층은 창문이 없는 객실도 있다. 싸지도 않다. 뻔한 호텔이 지겹다면,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적극 추천한다. ▲ T2 티샘플‘비보 시티’에서 쇼핑하다 비보 시티(Vivo City)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쇼핑몰이다. 오는 12월 1일이 정식 개장. 세일기간이 아니면 옷값은 한국과 큰 차이 없다.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 상품은 살 만했다. 예를 들면 자라(Zara). 한국 ‘타임’ 스타일 스커트 정장이 239달러(이하 모든 가격 싱가포르달러 기준). 100% 실크 표범 무늬 블라우스는 145달러. 남성라인 자라 맨(Zara Man)에서는 스웨이드 옥스포드 구두(145달러)와 흰색 캔버스 운동화(89.90달러)가 탐났다. 네이비블루 또는 크림색 티셔츠(19.90달러)는 어깨에 같은 색상의 실크천을 덧대 세련됐다. 백화점 탕스(Tangs)도 비보 시티에 들어왔다. 호주 T2사의 차 제품은 포장이 예뻐서 식탁이나 찬장에 놓아두기만 해도 인테리어 소품이다. ‘부처의 눈물’(buddhas tears) 등 독특한 이름을 가진 차 3가지가 3단 원통에 담겨 나오는 ‘스택’(Stack) 세트 53.60달러(150g), 푸른 꽃잎이 섞인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향차 16.60달러(100g). 뉴 헤리티지 매장에서는 모택동 흉상 저금통(사이즈에 따라 19.90, 39.90달러)을 판다. ‘스파 보타니카’에서 마사지 받다 ▲ 스파 보타니카오전 11시30분쯤 케이블카를 타고 센토사섬으로 넘어갔다. 하버프론트 케이블카 정거장은 비보 시티와 맞붙어 있다. 왕복요금 10.90달러. 시간이 없다면 택시가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버스를 1번 갈아타고 스파 보타니카에 도착했다. 버스는 공짜다. 점심을 스파 내 테라스(Terrace)에서 해결했다. 웨이터는 식전음료로 ‘민트치’(Mintchee·12달러)와 ‘디톡스’(Detox·12달러)를 추천했다. 그는 “레몬·민트·리치를 섞어 만든 민트치는 몸을 깨워주는 효과가, 디톡스는 몸을 정화시켜주니 마사지 전 최적”이라고 했다. ‘연어 스테이크’(21달러)만 먹었다. 마사지만 없었다면 ‘뷔페’(점심 32달러, 금~일요일 49달러)가 맛나 보였는데, 아쉬웠다. 주중에는 3일 전, 주말에는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안전하다. 3시간짜리 ‘싱가포르 플라워 리추얼’(Singapore Flower Ritual·300달러)이 인기란다. 마사지에 이어 각종 허브와 꽃을 섞은 스크럽을 온몸에 발라준 다음, 꽃향기 그윽한 탕에서 마지막 남은 긴장까지도 녹여버리는 코스다.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없는지라 1시간30분짜리 ‘스웨덴식 마사지’(180달러)를 선택했다. ‘평소 통증 부위는?’ ‘마사지 강도는 어느 정도가 좋은가?’ 등 연말 세금정산서 수준으로 복잡한 문서를 작성하자 비로소 마사지 파빌리온으로 안내했다. 4가지 향유 중 하나를 고르란다. 마사지사가 로즈마리향 오일을 듬뿍 손에 발랐다. 그리곤 내 몸을 밀가루반죽처럼 밀고 당기고 쓸어내렸다. “허리 근육도 많이 뭉쳤네요.” 나도 몰랐다. 태국이나 중국과 달리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롭다. 호리호리한 몸에서 어찌 그런 악력을 발휘할까. 몸에서 서서히 열이 나는가 싶더니, 노골노골 녹아 내리는 기분. 무거운 몸은 남겨둔 채 영혼만이 아름다운 곳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 한참 좋은데 다 끝났다고 일어나라며 웃는다. 벌써? ▲ 베일린에서 판매하는 목걸이와 브로치싱가포르 디자이너 ‘베일린’ 매장에서 브로치를 사다 가볍고 상쾌해진 몸으로 스탬포드 하우스로 갔다. 현지 디자이너 매장이 차츰 들어서면서 패셔니스타들의 발길이 잦아진 곳이다. 패션디자이너 베일린 리의 베일린(Baylene) 매장에 들어갔다.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잘 재단된 옷이 인기다. 여성용 재킷이 280달러, 팬츠는 160달러 수준. 해외 수입 액세서리도 판매한다. 아크릴 소재 닭모양 펜던트와 실크 리본이 매달린 목걸이(105달러)가 시크했다. 여동생 생일선물로 샀다. 노란색 물방울이 검은 주전자에서 떨어지는, 역시 아크릴 소재 찻주전자 모양 펜던트(63달러)도 멋졌다. ‘마이 험블 하우스’에서 ‘화양연화’를 먹다 마이 험블 하우스(My Humble House·寒舍)를 번역하면 ‘누추한 나의 집’쯤 될까. 하지만 누추함이나 허름함과는 멀어도 한참 멀다. 분위기나 가격에서 싱가포르 최고다. 중국음식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재료와 요리법을 가미해 즐거움을 준다. 날씬한 여자 종업원들은 중국 무협영화에 나오는 천녀(天女) 의상이고, 의자는 예술품이다. 음식은 시적(詩的)이고, 메뉴판은 시첩(詩帖)이다. ‘화양연화’(花樣年華·In the Mood for Love·12달러)는 제철 과일에 주방장이 만든 식초드레싱을 뿌린다. 둘이서 저녁 먹으면 130달러쯤 나온다. 싸지 않지만 아깝지도 않다. 에스플러네이드 몰 2층에서 내려보는 야경이 기막히다. ▲ 마이 험블 하우스‘로체스터 파크’에서 칵테일을 홀짝이다 마이 험블 하우스에서 식사를 마치자 오후 9시. 나이트클럽 가기 좀 일러 로체스터 파크(Rochester Park)로 가서 칵테일을 마시기로 했다. 중심가에서 택시로 5분 거리. 싱가포르 기준으론 상당히 멀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고급 레스토랑과 바, 클럽이 줄지어 늘어선 길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쯤 될까? 다 파올로 비스트로 바(da paolo Bistro Bar)를 찍었다. 야외 테라스 선베드에 누워서 떠들며 술 마시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일행도 한 명씩 선베드에 드러누웠다. 11월에도 더운 싱가포르지만 밤바람은 신선했다. 이곳에서만 판다는 칵테일 ‘알바’(Alba) 15달러. ‘MOS’에서 클러빙 하다 오후 11시,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Ministry of Sound) 앞은 바글바글했다. 토요일 밤인데다, 영국의 인기 DJ 랭(Lange)이 음악을 맡은 밤이었다. 무려 3800평 규모로 음악 종류에 따라 5개 구역으로 나눠진다. 최첨단 음향효과와 조명이 대단하다. ‘워터커튼’이 압권. 분위기는 다소 썰렁하다. 서울 홍대 앞이나 강남역 ‘언니’, ‘오빠’들과 비교하면 의상이나 춤사위 등등이 퍽 얌전하다. ‘맥스웰 푸드센터’에서 야식을 먹다 새벽 1시30분, 호텔로 돌아오는데 출출했다. 더 스칼렛 옆 맥스웰 푸드센터(Maxwell Food Centre)로 갔다. 노점상이 모인, 이른바 ‘호커 센터’(hawker centre)는 싱가포르에 널렸지만, 그중에서도 맥스웰 푸드센터는 역사 길고 음식 맛있다고 인정받는다. 작은 식당 110여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중 3분의 1 정도가 아직 영업 중이었다. 말랑말랑한 어묵을 국수와 함께 맑은 국물에 말아주는 ‘Fishball soup with nood le’(魚圓麵)이 작은 것 2.50달러, 큰 것 3.00달러. 해장용으로 딱이었다. 호커 센터 음식은 3달러 정도로 저렴하다. 세금과 봉사료도 따로 붙지 않는다. Sunday 열대 숲 속 브런치 늦게 일어났다. 10시30분쯤 체크아웃. 가방은 호텔에 맡겨두고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으로 갔다. 열대림 속에서 맛보는 브런치가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가든 안에 있는 레스토랑 헤일리아(Halia)에서 주말이면 브런치를 한다. 아뿔사. 브런치는 오전 11시15분까지였다. 대신 인도식 양고기 요리 ‘램 티카’(Lamb Tikka·19달러)를 주문했다. 매운 마살라 양념과 요구르트에 절여 구운 양고기가 볶음밥, 시금치, 인도식 크래커와 같이 나온다. 음료는 생강과 복숭아술, 파인애블 등을 섞은 ‘헤븐리 헤일리아’(15달러), 말린 생강에 꿀을 뜨거운 물에 타 마시는 ‘헤일리아 인퓨젼’(9달러)이 괜찮다. ‘하지 레인’에서 영국 그래픽디자이너 T셔츠를 사다 ▲ 하지 레인이슬람교도들이 몰려 사는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에는 요즘 젊고 패션에 관심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좁은 골목이 있다. 하지 레인(Haji Lane)이다. 작고 개성 넘치는 옷가게 10여개가 길을 따라 늘어섰다. 하우스 오브 저팬(House of Japan)은 일본에서 수입한 헌옷을 판다. 청바지 10달러, 티셔츠 3·5·7달러, 가방 5~20달러, 스커트 5달러, 드레스 5~35달러. 3(Three)는 그래픽아티스트 티셔츠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 브랜드 ‘Scrawl Collective’, 그리고 영국 구두 브랜드 ‘Fly London’ 등을 판다. 영국 그래픽아트스트 대니 상그라가 디자인한 핸드프린트 티셔츠가 109달러, Fly London 스니커 249달러. ‘마칸수트라 글루톤스 베이’에서 굴 오믈렛을 먹다 호텔에 들러 짐을 챙겼다. 공항으로 직항? 그러기엔 아직 맛보지 못한 음식이 너무 많았다. 낑낑 가방을 들고 마칸수트라 글루톤스베이 푸드센터(Makansutra Gluttons Bay Food Centre)로 갔다. 에스플러네이드 몰 바로 옆에 있는 호커센터다. 레스토랑가이드 ‘마칸수트라’에서 인정한 노점상 10여곳이니 일단 맛은 보장된다. 다른 호커센터보다 깨끗하다. 대신 1~2달러 정도 더 비싸다. 뜨겁고 말랑말랑한 굴이 입에서 녹는 ‘굴 오믈렛’(4·6·8달러)과 새우 볶음국수 ‘차퀘이띠아우’(char kway teou, 4·6·8달러)는 꼭 맛보시라.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영업한다. 몇 가지 맛보지도 못했는데 오후 7시30분. 서둘러 택시 타고 공항으로 갔다. 서울행 비행기는 밤 10시30분 이륙, 월요일 오전 5시30분쯤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여행수첩 ● 돈: 1싱가포르달러=약 600원 ● 시차: 한국이 1시간 빠르다. ● 이것만은: 싱가포르관광청에서 만든 무료 가이드북이나 지도를 서울 사무소 혹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챙긴다. 웬만한 유료 가이드북보다 정확하고 알차다. 문의 (02) 399-5570, visitsingapore.or.kr 호텔·음식점·스파 리스트 ● 더 스칼렛: 스탠다드룸 200달러, 디럭스룸 220달러, 이그제큐티브룸 300달러/33 Erskine Road//65-6511-3333/www.thescarlet.com ● 호텔 1929: 싱글·트윈·더블 130~190달러, 스위트 200~230달러/50 Keong Saik Road/65-6347-1929/www.hotel1929.com ● 갤러리 호텔:싱글·트윈·더블 295~395달러, 스위트 470~570달러 /76 RobertsonRoad/65-6849-8686/www.galleryghotel.com.sg ● 스파 보타니카: The Sentosa Resort and Spa 2 Bukit Manis Road Sentosa/요금에 봉사료 10%와 세금 5% 붙는다. 65-6371-1278 /www.spabotanica.com ● 베일린: Stamford House 01-0439 Stamford Road/65-6336-9619 /www.baylene.com ● 마이 험블 하우스: 수프·애피타이저 12~18달러, 메인요리 22~44달러, 디저트 12~26달러/02-27/29 Esplanade Mall/드레스코드는 ‘스마트 캐주얼’/65-6423-1881/ww w.tunglok.com ● 파올로 비스트로 바: 3 Rochester Park/65-6774-5537/ www.dap aolo.com.sg ●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 수요일 여성 무료 입장, 남성 20달러/목요일 남녀 20달러(주류 2회 제공)/금·토요일 남성 15달러(주류 1회 제공), 여성 12달러(주류 1회 제공)/ 65-6235-2292/www.ministryofs ound.com.sg ● 맥스웰 푸드센터: 차이나타운 사우스 브릿지 로드(South Bridge Road)와 맥스웰 로드(Maxwell Ro ad)가 만나는 코너에 있다. ● 하우스 오브 저팬: 55 Haji Lane /65-6396-6657 ● 3: 47 Haji Lane/65-6396-7871 ● 레드 닷 뮤지엄: 28 Maxwell Road/65-6534-7194/red-dot.sg ● 매드 선데이: www.maad.sg
{엣지}, 여기도 빠질 수 없다
  • {엣지}, 여기도 빠질 수 없다
  • [조선일보 제공] ▲ 청담동에 있는 파티세리 `뒤상`뒤상 ■ 우아함을 공간에 풀어낸 곳. 서울 청담동 ‘뒤샹(www.duch amp.co.kr, 02-3446-9007)’이다. 이름이 같다고 ‘레이 메이드의 시작’인 마르셀 뒤샹(Duchamp)과의 연결고리를 찾긴 힘들다. 반짝반짝 광택 나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매끄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주황색 케이크 상자와 갈색 끈이 에르메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약간 아쉽지만, 한국에서 이만큼 고급스러운 파티세리(patisserie)가 또 있을까. 케이크가 아니라 보석가게나 명품 브랜드 스토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대리석으로 깔린 1층 쇼케이스에서 먹고 싶은 케이크를 골라 자리를 잡으면 가져다 준다. 케이크 자체가 조각처럼 조형미가 뛰어나지만, 케이크가 얹어 나오는 접시도 예뻐서 식감이 더 산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조명이 은은한 1층 별실을, 친구들과 햇살을 즐기고 싶으면 2층으로 간다. 짙은 나무색을 살린 가구와 벽이 전체적으로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1층 야외 테라스에 손님이 몰린다. 조각케이크 4만5000~5만원, 커피 등 뜨거운 음료 7000~8000원. 작년 최고 히트 TV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해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올라간 곳이다. 요즘은 낮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종종 눈에 띈다. 앨리스 ▲ 도산공원 앞 노래방 `앨리스`■ ‘느리게 걷기’ 부터 ‘핑크 스푼’ ‘고릴라 인 더 키친’에 이르기까지, 지금 도산공원 앞이야 말로 스타일이 새로운 스타일을 낳고 ‘엣지’와 ‘엣지’가 치열한 한판승을 겨루는 곳일지 모른다. 어찌 보면 ‘글램’ 풍에 가까울 정도로 화려하고 묘한 공간이 ‘절제’를 컨셉으로 내세운 듯한 ‘올 화이트’ 레스토랑 ‘고릴라 인 더 키친’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노래방 ‘앨리스(02-3443-5255)’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눈꽃 사방무늬로 가득한 노래방 입구. 이쪽 벽 사방무늬가 저쪽 벽에 비치고, 저쪽 벽 사방무늬가 이쪽 벽에 반사되면서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지는 ‘이상한 나라’로 빠져드는 묘한 기분. 방과 방을 이어주는 통로 중앙홀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커다란 토끼상이 양손을 벌린 포즈로 서 있다. 건축가가 사방무늬를 이용한 인테리어를 생각하다 포인트로 잡은 것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책에 등장하는 토끼가 서 있는 건 그래서다. 그러고보니 ‘앨리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비스트로 디’도,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워커힐 아이스링크’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술적이고, 초현실적이고, 아주 살짝 동화적인 아기자기함까지 아우르는 스타일. ▲ 홍익대 앞 카페 `나비`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 ■ 두 다리 죽 뻗고서 푹신한 쿠션에 나른하게 기대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떠는 이색 공간들이 인기다. 앉는 대신, 눕는 공간인 만큼 분위기도 몽환적인 곳이 많다. 그중 홍익대 앞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 비칠 듯 말듯 하늘하늘한 천을 들추고 들어선 가게는 꼭 동굴 같다. 한 가운데 얕은 물이 고인 ‘연못’ 위로 촛불의 불빛이 흔들리고 빨간 장미 잎이 어지럽게 떠다닌다. 꼭 ‘아라비안 나이트’의 990일째 이야기쯤에 나올법한 곳이다. 인테리어만큼 특이한 것이 두 문장으로 된 이름. 홍익대앞에서 DJ로 활동했던 사장이 “꽃에 앉은 나비를 꽃으로 착각한 뒤 갖게 된” 철학적인 생각이 담겼다고 한다. 단골 손님들은 그저 ‘나비’라고 부른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모래가 깔린 자리도 있다. 안면도에서 공수해온다는 모래 위에 갖가지 카페트가 깔려서 푹신푹신하다. 약간 낡은 카페트 위에 앉기가 처음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 자꾸 눕고 싶다. 실제로 누워 즐기는 손님도 많다고 하니 그 독특함에 끌려 자꾸 오고 싶어질 것 같다. 기둥 뒤 아늑한 자리는 잘 보이지 않아 비밀 이야기를 하기도 좋을 듯. 여행을 즐기는 사장이 인도와 터키 등에서 가져온 악기, 조명덮개 등 이국적인 소품들도 놓치지 말 것. 전통 아랍식 물담배 ‘시샤(Shisha)’(1만원)를 입에 물어 볼 수 있다. 허브 오렌지 등 음료수는 5000원선, 와인 2만원부터(잔 4000원~6000원), 나쵸 안주 8000원선. (02) 338-4879. 화장실, 남녀 구분이 없다? 요즘 인테리어에서 제일 ‘힘 주는 곳’은 어쩌면 욕실, 그리고 화장실일 지 모른다. ‘가장 스타일 만점인 화장실’을 갖춘 곳으로는 W호텔(02-465-2222)과 남산자락의 ‘샴페인 바’ 나오스 노바(02-754-2202)가 꼽히고 있다. W호텔 로비의 식당 쪽 화장실은 ‘남녀 구분’이 없다. 어차피 외부에서부터 혼자 들어가는 ‘1인용 화장실’이다. 좌변기마다 PDP텔레비전이 걸려있는데, 모니터에 남자 패션쇼 영상이 뜨는 쪽이 남자 화장실이다. (어차피 혼자 들어가는 것이니 여자가 들어가도 상관없다) 엘리베이터 옆 남자화장실도 독특하기론 만만찮다. 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소변기에는 영상물도 함께 흐른다. ‘나오스 노바’ 의 화장실은 층마다 다르다. 붉은 휘장을 젖히거나 거울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화장실 앞 ‘남자’ ‘여자’ 표시는 이제 촌스러움의 상징인가. 이곳 역시 어느 쪽이 남성용이고 여성용인지 명확히 표시해 놓지를 않아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할 정도다. ‘W호텔’과 ‘나오스 노바’의 검은색 엘리베이터도 독특하다. ‘W’의 경우,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리면 새까만 공간이 입을 벌린다. 천장에 매달린, 버스처럼 동그란 손잡이가 어둠 속에서 형광색으로 빛난다. www.wseoul.com 백화점엔 공중 정원이 ‘엣지’와 스타일을 느끼러 굳이 화려하고 비싼 공간만 찾아갈 필요는 없다. 새 단장 후 고리타분함을 벗고 ‘엣지 있게’ 변신한 남산N타워(www. nseoultower.com, 02-3455-9277) 의 전망대 화장실도 들러볼 만하다. 요즘은 건물 한 가운데 ‘중정’을 만들거나 테라스를 조성하는가 하면 옥상 꾸미기가 트렌드. 서울 명동 신세계 백화점 11층에서 연결된 정원 스카이 파크도 쉬었다 가기 좋다. 단, 칼더의 비싼 조각 작품과 ‘키치’에 가까운 풍차가 공존하는 바람에 좀 어정쩡한 공간이 되긴 했다. ▲ 페이퍼테이너 뮤지엄페이퍼테이너 뮤지엄의 편안한 조명 조명 전문기업 ‘필룩스’ 노시청 회장은 “요즘 건물 조명은 조도가 너무 높다”고 했다. 쉽게 말해 빛이 너무 밝다는 것이다. 조명이 너무 강하면 눈에 있는 시신경이 쉬 피곤해질 뿐더러, 조명을 받는 물체가 오히려 덜 또렷하게 돋보인다고 한다. 노 회장은 “요즘 조명이 그런대로 괜찮은 곳이 페이퍼테이너 뮤지엄(papertainer.design.co.kr, 02-421-5577)이라고 꼽았다. “눈에 자극을 피하면서 적절한 조도로 조형물을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봅니다. 빛을 잘 분산시켰어요. 내부 조명도 잘 돼 있더군요.”‘페이퍼테이너’는 디자인하우스가 3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미술관이다. 시멘트나 철근 등 흔한 건축재 없이, 종이 기둥 353개와 컨테이너 166개로만 만들어졌다.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이 설계했다. 오는 12월 말까지 한국 역사 속 대표적 여성을 소재로 한 작품과 국내 브랜드 30여개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전시된다.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에 있다. 월~목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금~일요일 오후 9시까지 연다. 서울 대학로 쇳대 박물관(www.lockmuse um.org, 02-766-6464)은 사라져가는 전통 쇳대(열쇠의 방언)와 자물쇠 컬렉션이 돋보이는 이색 박물관.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각국의 열쇠 300점이 전시돼 있다.
전통이 섞이다 코리안 엣지
  • 전통이 섞이다 코리안 엣지
  • [조선일보 제공]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요즘 유행어로 표현한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시크’(chic)하다’. 그렇다고 전통을 그냥 전통으로 놔 두진 않는다. 전통을 복원하면서 ‘콘템포러리’를 가미해 ‘엣지’를 주기도 한다. ▲ 현대식 와인바와 전통한옥이 멋지게 어울리는 레스토랑 가회현가회현 ■ 삼청동에 이어 ‘근사한 강북’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재동. 한옥에 유리상자에 넣은 듯한 세련된 바(bar)를 접목시키고 근사한 조명을 더한 가회헌이 있다. 가회헌은 ‘즐거운 일로 모여 함께 노는 곳’이란 뜻. 함께 할 수는 있지만 어울릴 수는 없을 것 같은 ‘현대식 건물’과 ‘전통건물’이 멋진 조화를 이룬 것이 바로 가회헌만의 스타일이다. 가회헌에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목격할 수 있는 공간은 두 곳이다. 먼저 레스토랑 밖으로 나와 미술작품 감상하듯 정면에서 건물을 바라보자. 왼쪽 와인바의 투명한 유리를 통해 뒤쪽 전통한옥이 그대로 들여다 보인다. 한옥의 깊고 푸근한 질감이 와인바의 매끄러운 유리에 오묘하게 겹쳐진다. 와인 바에 걸터앉아 잔을 든 손님 옆으로 한옥 마당에 놓인 장독대와 소나무가 한 프레임에 잡혀 특별한 장면을 연출한다. 두번째 만남은 2층 메인 홀에서 찾을 수 있다. 조금 떨어져서 왼쪽 벽에 난 긴 창문을 바라보자. 가회헌의 기와 지붕 위아래가 창문 틀 안으로 딱 맞게 들어온다. 창문 중간쯤 한옥 마당의 소나무까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이탈리안 파스타를 먹으면서 눈으로는 한옥 기와의 멋스러움을 즐기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서울적인’ 공간, 바로 가회헌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좌회전, 약100m 직진하면 오른쪽에 있다. www.woodnbrick.com, (02)747-1592 ▲ 카페 `소원`의 다락방소원 ■ 방석과 소반 등 전통미가 담긴 소품으로 ‘믹스 앤 매치’를 이끌어내는 곳이 소원(小園)이다. 조그만 정원, 조그만 티 테이블, 엽서·슬리퍼·옷걸이·티컵까지, 소원은 ‘작은 정원’이란 이름처럼 작고 귀여운 소품들로 연출한 ‘아기자기함’이 컨셉인 카페다. 안국동의 한갓진 골목 안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오히려 그 ‘눈에 띄지 않음’이 컨셉과 잘 맞아 떨어진 느낌. 처음 가게에 들어서면 30평 공간이 작아 실망할 지도 모를 일. 하지만 차를 마시면서 귀여운 조명부터 앞치마, 화려한 돋보기, 인형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갈 것 같다. 소원에서 아담함을 완성하는 공간은 다락방.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따뜻하고 아늑해서 꼭 눕고 싶은 공간이 숨어있다. 여기저기 남은 조각 천을 덧대 만든 알록달록 무릎덮개와 방석은 다락방을 완성하는 소품. 허브티 6000원선 샌드위치 6500원선. 안국동 헌법재판소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약 100m 직진, 왼쪽 카페 TO GO 옆 골목 안쪽. (02)722-3252 아름지기 ■ 세계 지도 펼쳐놓듯 국적도 다양한 인테리어 스타일들. 이것저것 섞인 것이 판치는 요즘, 온전히 우리 것인 전통 한옥은 그 자체로 스타일이다. 일상에서 ‘퓨전’이 가미된 전통만 보던 눈, 이제는 정통을 볼 때다. 서울 안국동에 가면 우리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재단법인 아름지기에서 지은 단아한 전통 한옥을 만날 수 있다. 3년 전쯤 완공된 한옥은 현재 한옥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모델하우스 겸 전시공간으로 바뀌었다. 20여 평 남짓한 한옥은 ‘ㅁ’자형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대청마루와 안방, 건너방 등으로 구성됐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댓돌 위 까만 고무신이 정겹다. 구경 온 손님들이 벗기 좋은 고무신을 신고 이곳 저곳 둘러볼 수 있게 한 배려다. 마당 한쪽에 놓인 물확 아래 자란 석창포와 대청마루 창으로 보이는 대나무가 예스럽다. 한옥의 정취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안방이다. 햇살이 은근히 들어오는 창 아래 문갑과 찻잔, 벽장아래 보료까지, 금방 들어앉아 머물고 싶어지는 아늑함이 느껴진다. 크지 않은 한옥에 들어간 문짝만 200개. 방마다 조금씩 모양이 다른 문살과 9겹씩 창호지를 덧바른 문에서 한옥의 깊이 있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곳곳에 가구들은 한옥을 더욱 운치 있게 하는 장치. 안방에 걸린 붓걸이와 기다란 거울, 대청에 놓인 사방탁자가 예쁘게 어울린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도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곳곳에 인테리어 팁이 돋보이다. 대문 옆으로 ‘아름지기’라고 쓰인 아담한 문패가 걸려 있어 찾기 쉽다. 문 앞에서 기웃거리지만 말고 들어가 구석구석 살펴보고 자세한 설명도 들을 일이다. 안국동 제동초등학교 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직진. TO GO 커피숍과 열린 미술마당 올 사이 골목의 첫 번째 집. 오전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직원이 자리를 비울 수도 있으니 문의하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 www.arumjigi.org, (02)733-8375
 “공익 위한 사생활 폭로 위법성 없어”
  • [주목!이 판결] “공익 위한 사생활 폭로 위법성 없어”
  • [조선일보 제공] 1994년 수도권의 모 사립대에는 음대 교수인 A씨가 여 제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A씨가 회식 뒤 한 여학생과 차 안에서 나란히 누워 있다가 학생들에게 들키기도 했고, 또 다른 여학생과는 불 꺼진 연구실에서 같이 나오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2002년에는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 여제자 김모씨와 관련된 A씨의 사생활이 거론되면서 교수로서 자질이 없다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 이 소문은 사실로 드러나 A씨는 2003년 5월 유학 중이던 두 번째 아내와 이혼한 뒤 제자 김씨와 세 번째 결혼했다. A씨가 교수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같은 과 B교수는 2004년 2월 A씨가 해외연수를 마친 뒤 복직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인물 5000장을 교내에 배포했다. 파문이 커져 학생들이 A씨의 사직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게시하고 졸업 동문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글을 총장에게 보내자, A씨는 결국 그 해 4월 사직했다. 그 뒤 A씨는 “B교수가 사실 확인 없이 학생들을 동원해 유인물을 배포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므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염원섭 판사는 8일 “B씨가 유인물에 기재한 내용은 A의 외부적·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에 해당하며 이를 적시한 행위는 명예훼손이 성립한다. 그러나 B씨가 유인물을 배포한 것은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학업의 성취도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신성한 대학에서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A씨의 사직과 대학의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위법성이 없다”고 밝혔다.
독감에 관한 일곱 가지 오해
  • 독감에 관한 일곱 가지 오해
  • [조선일보 제공] ◆독감은 심하고 독한 감기다 ‘독감(인플루엔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일반 감기와 독감은 원인, 증상,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다. 감기는 200여종의 감기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코, 목 등 기도 윗부분에 콧물, 기침, 가래, 인후통 같은 증상이 국소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감기와 달리 전신에 바이러스가 영향을 미치므로 흠씬 두들겨 맞은듯한 몸살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대부분 2~5일만에 저절로 낫지만, 독감은 치료약과 예방 백신이 존재한다. ◆예방주사 맞으면 독감에 안 걸린다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100% 독감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젊은 층의 예방효과도 70~90%며, 65세 이상은 30~40% 정도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받으면 독감에 걸려도 증상이 훨씬 경미하다. 65세 이상 노인이 예방주사를 맞으면 독감 합병증에 의한 사망률이 80% 정도 감소한다. 한편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일반 감기는 전혀 예방되지 않는다. ◆예방접종은 누구나 받는 것이 좋다 20~50대는 독감에 걸려도 큰 문제가 없다. 며칠 앓아 눕긴 하지만 폐렴 등 치명적인 합병증에 잘 걸리지 않는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도 전 인구의 3분의1 정도를 예방접종 대상으로 권장하고 있다. 독감백신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건강한 젊은 층까지 모두 예방주사를 맞을 필요는 없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젖먹이에겐 예방접종이 필요 없다 생후 6개월이 지나서부터 만2세까지는 예방접종이 가장 절실한 시기다. 생후 6개월 이내 갓난아기는 모체로부터 물려받은 면역력이 있어 예방접종이 필요 없지만, 6개월이 지나면 모체로부터 물려받은 면역력이 없어지고 이를 대체할 자생적 면역력이 형성되지 않아 독감에 취약하다. 때문에 생후 6~24개월 영아는 우선접종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3~5세 어린이의 80.5%가 예방접종을 받지만, 6~24개월 영아의 접종률은 46.2%에 불과하다. ◆임신 중엔 예방접종을 피해야 한다 임신 초기에는 태아 때문에 예방접종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지난 7월 ‘인플루엔자의 예방과 통제’라는 보고서에서 “2000여명의 임신부에게 독감백신을 주사한 결과 태아에게 아무런 해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예방접종을 받지 않을 경우가 더 위험하다. 독감으로 인한 잦은 기침과 고열은 태아에게 산소부족 현상을 초래해 합병증과 유산 위험성을 높인다. ◆예방접종이 너무 늦으면 효과가 없다 흔히 추운 겨울에만 독감이 유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봄에도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독감바이러스는 4~10℃의 서늘한 온도와 건조한 환경에서 가장 활동력이 왕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 등 고위험군은 적기(10~11월)에 접종하지 못하더라도 다음해 2, 3월까지는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병이 있으면 예방주사를 맞지 말아야 한다 당뇨, 만성폐질환, 심장병 등 만성 질환자는 독감 백신 우선접종대상이다. 특히 당뇨환자는 혈중 당 성분 수치가 높아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 백혈구의 능력이 떨어지므로 반드시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 도움말=김우주·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백경란·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윤호주·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투자의날을 만들자)<1부>③장수(長壽)도 리스크다
  • (투자의날을 만들자)<1부>③장수(長壽)도 리스크다
  •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짧아진 정년으로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쫓겨난다. 설상가상으로 한꺼번에 몰려드는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비용으로 퇴직금이 거덜난다. 빈털터리가 됐지만 수명은 길어져 죽지도 못하고 살아간다.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한국노인복지학회 회장)는 현대를 살고있는 직장인들이 피할 수 없는 '인생의 3대 비극'을 이같이 정리했다. 특히 비참한 노후생활을 생각하면 오래사는 것이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고 밝힌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리 늙어가고 있지만, 북한의 핵문제 처럼 대책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제 '고령화 충격'이란 말은 '고령화 핵폭탄'으로 불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지금의 부모세대가 살아온 역사는 비참했다. 전쟁과 가난을 거쳤고, 국가경제를 일구는데 헌신했고,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고생 끝에 낙이 올 것'이라고 믿었던 순진한 노인들은 이제 빈털터리가 돼 불쌍한&nbsp;노후를 맞이하게 됐다.◇ '고령화 핵폭탄'을 짊어지고 사는 대한민국 "과연 10년후에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직장생활은 계속 하고 있을런지."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봤을 만한 화두다. 내집마련부터 자녀들 학자금, 나아가 결혼비용까지 나이가 들수록 돈이 필요한 곳은 갈수록 늘어만 가지만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주위의 선배들의 현실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설사 내집을 마련하고 자식들이 대학교육까지 마치더라도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실제로 직장에서의 평균 퇴직연령은 갈수록 낮아지는데 반해 평균 수명을 늘고 있다. 우리나라 정년퇴직 연령인 55세에 은퇴를 하고 평균수명인 77세까지 살더라도 22년이라는 긴 세월을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 막막한 상황이다.더욱이 공적연금은 점차 위기에 빠지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가난은 부모에서 자식에게 이어지고 있다. 국가도 자식도 노인을 부양하고 싶지만, 힘이 부친게 현실이다. 신발만 벗고 누으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가난한' 노인들에겐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 국민연금에 의존한다?..순진한 생각이다 일각에선 매년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국민연금으로 노후생활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다. 순진한 생각이다. 아니 '오산'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해 관심이 높은 지식인들은 앞으로 노후세대와 젊은세대간의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노인들은 "연금을 더 내놓으라"고 아우성이고, 젊은이들은 "더 이상은 못내겠다"고 버티면서, 노인과 젊은 세대간의 심각한 대립이 사회적 골칫거리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황건호 증권업협회 회장은 "우리사회가 점차 고령화 사회로 변모하면서 노후 대비의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며 "정부가 개인의 노후를 책임지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각 개인의 자산운용 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말했다.설득력이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후를 공적으로 보장하는 국민연금 파탄에 대한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목돈을 저축상품에 넣어 노후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분석자료를 통해&nbsp;노후생활에 어느 정도 대비하기 위해선 40세(부부기준)까지 1억원의 종잣돈을 만들어 은퇴시점인 55세까지 4억원을 만들 것을 조언했다. 이럴 경우 월 300만원씩의 노후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금리수준으론 1억원을 저축상품에 넣어봤자 2억원을 만들려면 최소 14년이 걸린다. 원리금에 이자가 계속 붙는 복리식 저축상품에 돈을 맡겨도 이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노후를 대비해 소극적인 의미의 '저축'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식에게 의존하던 시대 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신생아는 43만명 수준으로 전년 47만명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05년 가임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선진국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세계에서 가장 출산이 낮은 나라중 하나인 일본(1.29명)보다도 낮다. 출산율은 크게 하락하고 있지만 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평균 수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65세 인구비중이 7% 이상)에 접어들었다. 2018년엔 고령사회(65세 인구비중 14% 이상), 2026년엔 초고령사회(65세 인구비중 20% 이상)로 접어든다. 저출산·고령화로 우려되는 것은 미래세대가 희생을 강요당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노인들을 더받쳐야 할 젊은이의 수가 줄어드는 반면, 노인인구 증가가 젊은 근로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통계청 장례인구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10명이 넘는 생산인구가 1명의 노인을 부양했다. 그러던 것이 2002년에는 약 9명당 1명으로 생산인구가 한자릿수로 떨어지면서 부담이 무거워진 데 이어 오는 2019년에는 생산인구 5명이 1명의 노인을 책임져야 한다.지금까지는 봉양할 부모보다 자식들이 훨씬 많아 부양부담을 나눌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식은 한명인데 봉양할 대상은 부모에 조부모까지 있게 된다. 이는&nbsp;노후를 자식에게 의존하던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 노인들이 불쌍하다..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nbsp;&nbsp;우리의 미래는 이처럼 우울한데, 퇴직의 시점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 45세가 정년이라는 '사오정', 그리고&nbsp; 56세까지 일하면 도둑놈이란 '오륙도'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당해보면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다.노동부가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사규정상 퇴직연력을 55세로 규정한 곳이 46.4%로 나타났다. 이는 60대에 퇴직이 이뤄지는 OECD 국가들에 비해 훨씬 빠르다. 이런 와중에 60세부터 수령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경우 연금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국민연금 시스템이 지속될 경우 2040년경에는 들어오는 연금(보험료)에 비해 나가는 연금(급여)이 더 많아져 결국은 연금이 고갈될 것이란 걱정이다. 이는 지금의 30~40대라면 국민연금에 큰 기대를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nbsp;&nbsp;▲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젊은 세대 스스로 자산을 축적해 본인이 노인세대가 됐을 때 노후생활 자금으로 이용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전문가들은 노후대비를 10년 일찍 시작하면 매달 필요한 투자 금액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조언한다.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 게 고령화 사회에서 보다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노후설계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김경록 미래에셋투신운용 상무는 "결국 자신 스스로가 노후를 대비해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nbsp;"젊은 세대가 돈을 각출해 노인세대에게 지급하기 보다는 젊은 세대 스스로가 자산을 축적해 본인이 노인세대가 됐을 때 그것을 이용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춘식 교수는 "오늘의 불행한 노인들의 모습은 내일의 내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노인들이 국가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자신을 돌보지 못한 불행한 세대라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늙어 불행이 닥치지 않도록 자조(自助)에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협찬 :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 후원 :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nbsp;금융감독원* 도움주신 분들 :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김일선 자산운용협회 이사,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종록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최창환 대우증권 전문위원 (가다나順)&nbsp;
2006.11.08 I 이진철 기자
(권소현의 일상탈출)(16)`Ganga is life`
  • (권소현의 일상탈출)(16)`Ganga is life`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인도인들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신성한 강 `강가`(Ganga). 외지인들에게는 겐지스강으로 불리우는 그 강가 앞에 선 것은 한낮이었다. ▲강가의 아침..강 너머 동쪽에서 동이 터오고 있다상류에 자리잡은 사히리버뷰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강가를 따라 나 있는 가트(계단 형태로 목욕을 하거나&nbsp;시신을 태우는&nbsp;곳)를 천천히 걸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한걸음 한걸음 걷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바라나시의 강가가 너무 평범하다는 사실이 더 실망스러웠다. 일단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간간이 물건을 파는 장사꾼들과 빨래하는 사람들, 물가에서 물장난 하는 아이들 정도가 전부였다. 걷다 보니 머리 윗쪽의 태양 열기보다 더 뜨거운 기운이 후끈 느껴졌다. 저 멀리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어느덧 화장 가트까지 왔나보다. 마니카르니카 가트. 화장 가트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연기를 보자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렌즈캡을 떼어내고 초점을 맞췄다. 바로 불호령이 떨어졌다. 옆에 있던 인도인들이 여기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며 온 몸으로 막아섰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걸었다. 아까 사진찍는다고 눈을 부라렸던 인도인들은 계속 따라오면서 말을 건다. 화장가트 위에 서서 잠깐 보려 했지만 관광객은 이곳에서 보면 안된다며 위쪽 건물로 안내한다. 지금이 보기에 딱 좋은 시간이라며 건물 입구로 들어갈 것을 권하는데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곧 시체를 태울 땔감으로 쓰일 통나무 더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화장 가트 바로 옆에 있는 가트에 앉아 잠시 겐지스 강을 감상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강폭에 강 서쪽과 동쪽은 아주 상반된 모습이다. 강을 건너면 허허벌판 모래밭에 소들이 노닐고 있지만 서쪽에는 줄지어 있는 가트에 오래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고, 시신을 태운다. 한쪽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죽음이라는 게 뭘까 잠시 생각했다. 한쪽에서는 하나의 삶이 연기와 함께 한줌의 재로 변해가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마지막 삶이라도 붙잡아보려고 병든 몸을 성스러운 강물에 담그고, 또 한쪽에서는 아직 삶이 무엇인지 모를 개구쟁이 소년들이 물장난을 치는 곳. 그렇게 상념에 잠겨있는데 방해꾼이 나타났다. 보트를 타지 않겠냐고 흥정을 걸어온 새까만 얼굴의&nbsp;비쩍 마른 아저씨. 어짜피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려면 강 상류로 올라가야 하니 배를 타기로 했다. 마침 해가 질 때도 됐으니 석양 감상도 할 겸 강바람도 쐴 수 있을 것 같았다. 배를 가져오겠다고 가더니 뱃머리에 왠 노인을 태워 왔다. 아버지란다. ▲젊어보이는 아버지(왼쪽)과 늙어보이는 아들(오른쪽)도저히 부자지간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큰 형과 막내 동생 정도면 모를까. 아들이 겉늙은건지, 아버지가 동안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이 아버지 봉양을 잘했나보다. 아들은 피골이 상접한데 아버지는 뱃살도 적당히 있고 체격도 좋다. 아들이 노를 젓자 배는 스르르 앞으로 나아갔다. 노 젓는 게 쉽지는 않은 모양인지 금새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아버지는 뱃머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분위기를 한껏 잡는다. 배는 출발하자마자 화장가트를 다시 지났다. 강 한가운데에서 보는 화장터는 느낌이 또 다르다. 섬뜩하다.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인지 사진을 너무 찍고 싶었다. 배 위에서 슬며시 사진기를 꺼내들었는데 뱃사공도, 노인도 아무말 하지 않았다. 계단에는 주황색 천으로 씌운 시신 2구가 화장을 기다리고 있고 한쪽에서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이미 나무토막들이 땔감으로서의 수명을 다한 듯 마지막 불꽃을 태우느라 안간힘을 쓴다. 유족들은 말없이 불타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고 재를 수습하는 불가촉천민들만 분주하다. 주변에 가득 쌓아놓은 통나무는 정확히 kg으로 재서 시신태우는 값으로 받는다니 죽는 순간까지 계산은 정확하다. 돈이 없으면 완전히 재가 되지 못한 상태로 세상을 뜨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죽기 전에 바라나시로 와서 땔감을 살 돈을 구걸하다 죽어 신성한 겐지스강에 뿌려진다면 이만큼 행복한 죽음은 없다고 생각하는 인도인들이다. 화장가트 바로 앞에 있는 다 쓰러져가는 건물은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내는 곳이라고 한다. 삶과 죽음의 길목에 선 그들, 매일 사그러들지 않는 불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죽음의 문턱에서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인도인 밖에 없을 것이다. 화장가트를 지나 배는 점점 상류를 향했다. 우리 앞을 가로질러 나룻배 한척이 지나갔다. 배에 뭔가를 매달고 가는데 물어보니 사두(수행자)의 시신이란다. 하얀 천에 둘둘 말린 사두의 시신, 현세에서 이미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사두는 화장하지 않고 그냥 강에 떠내려 보낸다고 한다. 아주 가까이서 본 시신, 또 다시 섬뜩함을 느낀다. 배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뱃머리에 앉아 있다, 옆으로 길게 누웠다가, 각종 포즈를 취해줬던 노인이 갑자기 배에 굴러다니던 페트병을 집어 강물에 푹 넣는다. 패트병 안에 들어있는 물은 녹색인데다 각종 부유물까지 훤히 보인다. 설마, 정말 저 물을 먹는걸까. "그 물 뭐에 쓰게요?" "마실려고.." "마시기에 적당해 보이지는 않는데.." "우리는 늘 겐지스 강물을 마시고 사는데 괜찮단다. 신성한 물이거든" 마침 저쪽 벽에 "Ganga is life"라는 글씨를 큼지막하게 써놓은 게 눈에 들어온다. 겐지스강의 또 다른 이름인 강가를 정화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화가 어느 정도 된 것일까. 그래도 머리속에서는 가이드북에서 읽은 내용이 떠나질 않았다. 겐지스 강물에서 추출한 샘플에서 100ml당 150만개의 배설물 대장균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목욕하기에 안전한 물이 되려면 이 수치가 500미만이 돼야 하는데... 보트는 여러 개의 가트를 거쳐 드디어 아씨 가트에 도착했다. 가트를 보면 이곳 바라나시야 말로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힌두교 가트를 지나면 머리에 흰 모자를 쓰거나 검은 두건을 두른 이슬람 교도들이 모여있는 무슬림 가트가 나오고, 좀 지나면 자인교 가트가 나오고.. 끼리 끼리 모여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겐지스강을 섬긴다. 저녁이 되니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해도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고 강은 녹색에서 회색으로 변해간다. 어머니의 강은 오늘도 여러 사람들의 소망과 기원을 들어주고 어둠에 그렇게 묻혀져 갔다. ▲ 01.겐지스강은 인도인의 삶 02.사두의 장례식..하얀 천에 싸여 배에 묶인채 영원히 잠들 강가로 나아가고 있다 03.배 위에서 산 초와 꽃 04.기도를 하며 초와 꽃을 강가에 띄워보냈다.
2006.11.03 I 권소현 기자
(4th SRE)⑥LPL `AA-`에 고개젓는 이유는?
  • (4th SRE)⑥LPL `AA-`에 고개젓는 이유는?
  • [이데일리 강종구기자]&nbsp;LG필립스LCD가 AA-등급이라는 사실에 그렇게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부호를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대표적인 TFT-LCD 모듈 제조업체로 삼성전자와 세계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약점이 있는 것일까.그 배경에는 최근의 실적악화를 바라보는 평가사와의 시각차가 있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게 실적이지만, AA급 기업으로서는 어울리지 않게 실적 변동성이 크고,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아 충격완화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 LG필립스LCD.."AA급이라고 하기엔 믿음이 안가"LG필립스LCD의 AA-등급은 1회 조사가 이루어진 2005년 4월부터 매번 후보등급 40개중 하나였다. 1회때 13.5%, 2회때 14.3%, 3회때 16.8%로 표가 조금씩 늘기는 했지만 분석대상 마지노선인 20%를 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급격하게 표가 늘어난 것이다.자문단에 LG필립스LCD에 대해 물어본 결과&nbsp;현재의 등급 수준이 다소 과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우선 이번 조사에서 표가 몰린 것을 실적의 큰 폭 악화가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됐다. 업황이 나빠지기는 했지만 AA급 회사로서는 업황대비 실적 변동성이 너무 큰 것은 용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한 자문위원은 "AA급이면 업황부진에도 불구하고 현금흐름이나 재무적 안정성 및 융통성이 끄떡 없는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절대적인 수준에서 AA-가 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FT-LCD 산업의 안정성이 부족한데도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아 업황 악화시 충격 흡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자문위원은 필립스와의 합작 결별 가능성을 문제삼았다. 그는 "회사의 실질보다는 LG와 필립스의 합작기업이라는 것에서 점수를 더 받은 측면이 있다"며 "만약 실제로 결별을 한다면 등급을 떨어뜨리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또 다른 자문위원은 "LG필립스LCD는 2위 기업으로 그 아래 수준의 기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며 "업황이 나빠지더라도 나중에 살아나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1위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3위와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평가사가 지난 6월 등급평정 당시, 생산효율성이나 기술력 우위 등을 근거로 향후 영업수익성이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낙관했던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시각차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이에 대해 한 자문위원은 "시장 1~2위 기업이고 합작기업이라는 점을 평가사들이 긍정적으로 본 반면 시장의 상당수 참여자들은 그렇지 않았다"며 "최근에 평가사들이 긍정적으로 봤던 부분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팬택앤큐리텔..자식 돌보다 어미가 누은 꼴?최근 자금악화설이 돌았던&nbsp;팬택계열의 팬택앤큐리텔도 실적이 급속히 악화된 경우로 채권시장에서 불안감이 널리 퍼져 있었던 종목. SK텔레텍을 인수한 이후인 지난해 11월 한기평과 한신평이 BBB0였던 등급을 현재 등급으로 강등시켰다. 올해 4월 3회 SRE에 적정성이 의심되는 후보등급으로 올라왔으나 표가 많지 않아 분석대상에는 오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내수시장의 침체와 주력모델의 판매부진, SK텔레텍 인수대금으로 인한 자금부담 증가, 북미시장에서의 직판체제 구축 지연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팬택앤큐리텔의 등급에는 애널리스트 40.8%, 자산운용역 31.7%가 적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자산운용역 그룹에서 가장 많은 표를 던진 등급이다.&nbsp;자문위원들은 팬택앤큐리텔이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하는 것에 의문을 표시했다. 투자 위험이 전보다 크게 높아져 기관투자가들은 취급을 꺼리는 채권으로 주로 리테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한 자문위원은 "팬택앤큐리텔이 아직도 투자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평가사들이 등급을 유지시킨 근거들이 쉽게 가시화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고 오히려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다른 자문위원은 "SK텔레텍을 인수했지만 기대되는 시너지효과의 혜택은 자회사인 팬택의 몫이고 팬택앤큐리텔에는 자금부담만 남았다"며 "SKT와의 제휴나 CDMA 제품 개발능력을 빼면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또 다른 자문위원은 "내수 판매가 부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력 시장인 미국시장에서 사업위험이 높아졌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으로 자금사정이 의심을 받고 있는 현재로서는 BBB-로 보기에 다소 무리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6.11.02 I 강종구 기자
(권소현의 일상탈출)⑮바라나시, 도망치듯 떠나다
  • (권소현의 일상탈출)⑮바라나시, 도망치듯 떠나다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바라나시, 인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강`이라는 겐지스 강을 따라 인도인들이 어떤 삶을 만들어 가는 지 무척 궁금했다. 내 머리 속에 있던 바라나시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인도의 모든 수행자들이 모여 정신의 때를 씻는 곳, 그래서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거나 뭔가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때 나는 늘 바라나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처음 인도로 가겠다고 작정했을 때에는 오래 머무를 생각이었다.&nbsp;'사흘정도 있을까, 아니다. 한 일주일은 있어야겠다' 이랬었다.&nbsp; 인도 여행을 마치고 난 지금, 사실 바라나시에 대해 할 얘기가 별로 없다. 콜카타에서 밤기차를 타고 오전에 바라나시에 도착했고, 단 하루밤 자고 그 다음날 도망치듯 바라나시를 떠나 버렸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왜&nbsp;그렇게 나쁜 쪽으로만 생각을 몰고 갔을까 하는 후회도 들지만, 그때는&nbsp;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도착한 첫날 숙소에 짐을 풀고 겐지스 강가를 좀 걷다가 바로 여행사로 들어가 기차표를 알아봤다. 하필 일요일이라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했고 밤새 뒤척이다가 그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바라나시 정션역으로 달려갔다. 외국인 전용 카운터가 문 여는 아침 8시, 이미 기차표를 끊으려는 외국인들로 바글댔다. 그날 자정이 좀 넘어서 출발하는 기차표를 손에 넣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①바라나시 뒷골목, 소똥으로 벽을 바른 건물 때문에 냄새가 진동한다. ②석양이 드리워진 겐지스강변 모습 ③바라나시 정션역, 사람과 짐과 오토릭샤와 파리떼가 얽혀있었던 곳지금까지 다녀본 인도 도시 가운데 바라나시는 가장 혼란스러운 곳이었다. 바라나시역부터 그랬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렀고 유난히 떼지어 날아다니는 파리떼가 성가시게 했다. 플랫폼과 기차역앞 광장은 여기저기 누워있는 인도인들로 가득했다.&nbsp;전쟁 피난민들 같았다. 4평 남짓한 허름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달랑 아저씨 한명이 앉아서 열심히 호객행위 중이다. 지도 한장 얻으려고 했던 것 뿐인데 여기저기 숙소를 추천해주며 꼭 자기 추천으로 왔다고 얘기하라 당부한다. 숙소 얘기가 끝나니 이제는 씨티투어를 하라고 권한다. 세명에 1400루피란다. 세명이서 나누기 좋게 1200루피로 깎아달랬더니 지난주까지는 1200루피였지만 기름값이 올라서 안된단다. 숙소도 씨티투어도 별로 관심 없다. 역을 나와서 오토릭샤를 탔다. 심사숙고 끝에 가이드북에서 고른 게스트하우스 `샤히 리버 뷰`(Shahi River View)까지 가자고 했다. 겐지스강 상류에 있는 아씨 가트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오토릭샤는 바라나시 중심가를 향해 내달렸다. 끈적끈적한 더위에 매연과 먼지로 공기도 탁하다. 길거리에 있는 상점들은 거의 문을 닫았고 거리에 사람도 많지 않다. 그저 보이는 것은 어슬렁거리는 소들과 영역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개들, 우르르 몰려다니는 염소떼가 전부다. 길거리는&nbsp;배설물과 쓰레기, 파리떼로 가득하다. ▲ 겐지스강 가트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목욕중인 인도인들오토릭샤가 어느 게스트하우스 앞에 멈춰섰다. '썬라이즈(sunrise)'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샤히리버뷰에 다 온 거에요?" "아~ 샤히리버뷰보다 썬라이즈가 위치도 더 좋고 가격도 싼데 여기 한번 들어가보는게 어때? 마음에 안 들면 그때 샤히리버뷰에 데려다 줄께.." 문 앞에서 먼저 맞아주는 건&nbsp;소똥.&nbsp;정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릭샤왈라가 손님을 데려오면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커미션을 주고, 당연히 그만큼 숙박비가 올라간다는 건 인도에 오는 여행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들어갈 것도 없이 당장 샤히리버뷰로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케이..내가 잘못했어. 샤히리버뷰로 데려가 줄께" 잠시 화를 냈던게 미안해진다. 얼마 안 가서 다른 게스트하우스 앞에 멈춰섰다. 간판에 '샤히(Shahi)'라고 쓰여져 있기는 한데 그냥 샤히 게스트하우스다. 겐지스강이 보일 것 같지도 않은 구석에 있다. 로비에 들어가서 가이드북을 내밀고 여기가 샤히리버뷰 게스트하우스 맞냐고 물으니 거긴 따로 있단다. 정말 화가 났다. 결국 세번째에야 `샤히 리버 뷰`에 도착했다. 릭샤왈라는 멀찌감치 오토릭샤를 세우고는 내려서 따라오라며 앞장선다. "여기는 사실 밤에 굉장히 위험한데..여기서 사건사고도 많이 나고 요즘 여행객들 여기 잘 안 찾거든. 일단 한번 가봐. 그런데 여기에 묵는 거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골목골목을 돌아 들어가면서 겁을 준다. 샤히리버뷰, 정말 겐지스강이 한눈에 보인다. 상류지역이라 시끄럽지도 않고 딱 마음에 든다. 여기에 묵겠다고 했더니 릭샤왈라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돌아가자마자 로비에 있던 아저씨들이 오토릭샤비로 얼마를 냈냐고 묻는다. "바라나시 역에서 여기까지 30루피요" 일제히 키득키득 웃는다. "왜요? 비싼 거예요? 왜 웃죠?" 대답은 안 하고 계속 웃기만 한다. 한 아저씨가 "그 정도면 굿 프라이스(good price)"라고만 말해 준다. 나중에 알게 된건데,&nbsp;바라나시에서는 손님을 데려오거나 소개해주면 첫날치 숙박비를 모두 준다고 한다. 물론 새로 생겼거나 가이드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손님이 적은 숙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그래서 인포메이션 센터에 있던 그 아저씨도, 이 릭샤왈라도 그렇게 호객행위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보통 역에서 시내까지 오토릭샤는 50루피가 기본이다. 더블룸 하루 숙박비가 최소 300~400루피 정도니 릭샤왈라로서는 릭샤값 조금 덜 받고 커미션을 챙기는 전략을 쓰는게 당연하다.&nbsp; 바라나시는 모든 것이 호객꾼들과 삐끼들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다. 길거리에서는 끊임없이 "할로 마담.. 웰 유 고잉? 위치 꼰트리? 자빠니? 꼬레아? 할로??? 할로 마담??? 베리 굿 프라이스" 계속 무시하면 어디서 배웠는지 "언니! 누나! 안뇽하쇼? 어디가쇼? 싸랑해요~"까지 천태만상이다. 그렇게 바라나시는 처음부터 기겁을 하게 만들었다. 혼을 쏙 빼놓고는 이걸 견딜 수 있으면 어디 견뎌봐라 하는 것 같았다. 겐지스강의 화장터에서 한줌 재로 사라진 수많은 혼령들이 계속 머리 위를 떠돌고 있는 듯 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끔찍하고 싫을 수가 없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바라나시를 떠났다. 나중에 다시 바라나시를 찾으면 그때는 며칠&nbsp;더 버텨볼 생각이다. 하루 하루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는 맛에 유난히 한달, 두달씩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 많은 곳이 바라나시다.&nbsp;그들 중 대부분은 바라나시를 처음 찾았을 때 다들 나처럼 도망치듯 떠났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아쉽다. 다음에 찾았을 때에는 분명 바라나시가&nbsp;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 같다. 이번엔 아니었지만... ▲ 01.늙은 사두가 겐지스강에서 옷의 때를 벗겨내고 있다. 02. 겐지스강변,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에서 낮잠을 자거나 쉬거나.. 03. 소도 겐지스강에서 목욕을 즐긴다.
2006.10.27 I 권소현 기자
  • `K군 몰카 있나없나` 소속사 vs 언론사 진실공방
  • [조선일보 제공] ‘톱스타 K군 몰래카메라’의 존재여부와 유포된 사진의 합성 여부 등을 두고 K탤런트측과 보도 언론사간의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K군’으로 지목된 배우 K탤런트측이 “몰카 사진은 한 사진작가가 돈을 벌기 위해 음란사진과 K탤런트의 사진을 합성한 사진 2장을 유포한 것으로 몰카는 없다”고 주장하자 사건을 최초 보도한 스포츠서울은 “사진 5장을 이미 확보하고 있고,합성은 절대 아니다”고 정면 반박했다. ◆사진은 몇장? 합성사진?=K탤런트측은 24일 일부언론을 통해 “K탤런트와 안면이 있는 사진작가가 6~7월쯤 포르노사이트에서 본 K탤런트와 비슷한 인물을 K탤런트로 합성해 사진 2장을 만들었다”며 “이 사진작가는‘K탤런트 몰카가 있다’며 가격흥정을 했고,이 흥정이 거부당하고 사진이 유포되자 경찰고발을 우려해 K탤런트측에 자수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K군몰카’에 대한 최초 보도는 오보로 법적 대응 및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서울은 25일 “범인은 합성사진은 단 2장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취재팀이 가지고 있는 사진은 분명히 5장”이라며 “다수의 사진작가와 촬영감독 등에 자문을 구해 사진의 합성유무 판단을 부탁한 결과 합성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반박했다. 이 신문은 “취재팀이 해외성인사이트 운영자인 제보자 A씨로부터 확보한 사진은 총 5장으로 지난 8월 15일 우선 1장의 사진을 먼저 받았고, 2개월 뒤인 10월 12일 설득 끝에 나머지 사진 4장을 더 받았다”며 “8월 15일 받은 사진은 지난 23일 보도된 것으로 리모콘을 든 K탤런트가 침대 위에 앉아있는 사진이며,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 1장과 여성과 관계를 나누는 3장을 더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에 따르면 합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로 빛이 들어오는 각도, 거칠기 정도, 입자의 크기 등인데 한 그래픽 전문가는 “문제의 사진은 동영상 캡쳐본이기 때문에 화질이 떨어지는데 다리와 얼굴, 테이블과 탁자 등에 나타난 개로가 일정하다. 합성으로 불가능하다”며 “특히 얼굴부분을 합성하려면 다른 사람얼굴을 지운 뒤 합성하려는 사람의 얼굴을 붙여야 하는데, 그 경우 거칠기를 맞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포츠 서울측은 “범인이라고 밝힌 사진작가의 사진 2장과 취재팀이 갖고 있는 5장의 사진을 비교하면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K군 몰카’ 동영상은 있나 없나 =K탤런트측의 입장은 “유포된 사진은 합성사진이기 때문에 몰카 동영상은 없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스포츠서울도 문제의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지는 못한 상태이며, 제보자인 해외 성인 사이트 운영자도 동영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몰카 동영상의 존재 여부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사진이 합성일 경우 당연히 몰카 동영상도 없는 것으로 판명되겠지만 5장의 사진이 합성이 아니더라도 실제 몰카 동영상이 존재하는지는 불투명하다. 스포츠서울측은 “5장의 사진속성을 보면 동영상 캡처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정보의 연속성을 일관되게 가지고 있다”며 몰카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보도경위를 설명하면서 “연예계에서 ‘K군 몰카’가 곧 일본쪽에 팔릴 수도 있으며,몰카를 제작한 누군가가 일본측과 협상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K탤런트측은 24일 입장을 밝힌 뒤 아직 자수 의사를 밝혔다는 사진작가의 진술 등을 포함한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선닷컴은 K탤런트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접촉을 시도했으나 K탤런트측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nbsp;
옷걸이도 불가리, 생수병도 불가리?
  • 옷걸이도 불가리, 생수병도 불가리?
  • [조선일보 제공] ▲ 절벽에 바짝 붙은 바(bar). 불가리 리조트 제공욕실이 침실과 똑같은 크기다. 2인용 유리 샤워부스 안에 있는 샴푸·컨디셔너·바디클렌저, 또 한 쌍의 스텐리스 스틸 세면대 옆에 놓인 향수·로션이 모두 ‘불가리’ ‘불가리’ ‘불가리’. 옷장에 걸린 옷걸이, 냉장고 속 고급 생수병에도 ‘불가리’라고 찍혀있다. 이탈리아의 고급 시계·보석 브랜드 불가리 그룹이 지난 9월 말 인도네시아 발리에 문을 연 ‘불가리 리조트’. 리조트에서 만난 불가리 CEO 프란체스코 트라파니씨에게 “너무 브랜드를 앞세운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게 어때서요? 브랜드는 자산입니다. 손님들이 ‘발리에 가서 불가리 리조트에 묵었다’고 말했을 때 자부심을 느꼈으면 합니다.” ■ 발리 ‘불가리 리조트’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용 비치로 리조트는 발리섬 남단, 짐바란 반도 끝자락 울루와뚜 사원 근처에 있다. 하얀 파도 거품이 이는 해안으로부터 수직으로 150m 치솟은 절벽 끝에 올라 앉아 있다. 바닷가로 내려가려면 유리상자처럼 생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리조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사람 발이 거의 닿지 않았다는 야성의 바닷가를 향해 거친 절벽을 따라 내려가는 유리 엘리베이터. 원초적 자연과 첨단 디자인의 만남이다. 호텔에 묵는 게 아니다. 내 빌라다. “가족 손님에, 애들로 시끄러운 아침 뷔페, 정말 싫어요.” 불가리 리조트의 절벽 끝 바(bar)에서 모히토를 한 잔 마시던 싱가포르 여성은 “격리되고 고립된 듯 조용해서 좋다”고 했다. 59개의 단독 빌라로 구성된 불가리 리조트는 여행 온 기분에 여기저기 왔다갔다 들락날락하는 곳이 아니다. 기본형인 ‘오션 뷰’ 빌라의 경우 ‘기본’인데도 침실·거실·목욕탕·개인 수영장·베란다로 꾸며진 2인용 공간이 90평(최고급 ‘불가리 빌라’는 400평)에 달한다. “수영복 가지고 오셨어요?” 호텔 직원이 묻고는 덧붙인다. “수영복 없어도 상관없죠, 뭐. 아무도 못 보니까요.” 모든 객실은 수영장이 딸린 ‘풀 빌라’다. 무엇보다 전망이 환상적이다. 눈 앞은 탁 트인 인도양. 그대로 죽 내려가면 호주다. 물이 가득 차올라 수영장의 끄트머리를 지워버린 개인 풀장. 낮에는 거울같이 매끄러운 표면 위로 노랗고 빨간 열대 꽃 그림자가 비치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으로 빛난다. 몸을 담그니 풀장 물이 촤악 소리를 내며 화단 아래 배수구로 흘러 넘친다. 수영장에, 푹신한 선 베드에, 하얀 베개가 산을 이루고 있는 침대와 각각 두껍고 얇은 두 종류의 가운, ‘엑스트라 버진 코코넛 오일’로 만든 수제 비누, 그리고 당근·인삼 주스와 ‘고베 비프 버거’ 등을 갖춘 룸 서비스 메뉴. 빌라에서 나오기가 싫다. ▲ 편안히 누워 바로 앞 수영장, 그리고 그 너머 인도양을 바라보기 좋은 카바나. 불가리 리조트 제공.잡다한 것은 없다 리조트 부대시설은 스파(ESPA 제품 사용), 레스토랑 2곳, 야외 바, 수영장, 헬스장 정도다. ‘불가리 발리’ 리조트는 선탠하고 스파에 들렀다 우붓 등으로 나가 앤틱 쇼핑을 즐기는 식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에 익숙한 손님을 위한 곳이다. 리조트에서는 껌, 담배, 잡지 등 자질구레한 것들은 팔지 않는다. 물론 빌라마다 배치된 ‘집사’가 구해다 주지 못하는 것은 없다. 갤러리처럼 다소 엄숙한 매장에서 골동품을 전시·판매하고, ‘기프트 숍’에서는 리조트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불가리 ‘리미티드 에디션 카본 골드’ 손목시계를 비롯해 핸드백, 선글래스를 판다. 불가리 리조트를 위해 특별히 출시했다는 바람막이와 모자, 비키니 등 ‘리조트 패션’은 꽃무늬 일색의 휴양지풍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같이 카키색, 블랙 등 절제된 디자인이다. 가격은 정반대. 절제를 모른다. ‘야구 모자’가 20만원선. 윈드재킷이 100만원선.&nbsp;▲ 편안히 누워 바로 앞 수영장, 그리고 그 너머 인도양을 바라보기 좋은 카바나. 불가리 리조트 제공.‘콘템포러리 이탈리안 스타일’ 불가리 CEO 트라파니씨는 “리조트의 스타일은 한 마디로 ‘발리의 전통과 이탈리아 미감의 만남’”이라고 했다. 또 “가짜로 재현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골동품처럼 보이는 것은 전부 진짜 골동품이라는 말. 스파 하우스는 자바섬에서 통째로 옮겨온 200년 넘은 목조 건물. 리조트 인테리어 색깔은 전반적으로 짙은 고동색과 밝은 갈색, 그리고 블랙 앤 화이트다. 서양에서 좋아하는 ‘에스닉’ 한 것은 별로 없다. 치렁치렁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다. 크게는 발리 가옥의 전통을 따르면서 군더더기 한 점 없이 똑 떨어지는 이탈리아적 감각으로 마무리했다. 빌라 침실에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 침구와 발리 공예인들이 짠 침대보가, 또 발리 골동품과 ‘뱅앤올룹슨’ TV가 ‘믹스 앤 매치’돼 있다.&nbsp;▲ ‘오션 뷰’ 빌라 내부 욕실의 욕조. 욕실용품은 모두 ‘불가리’ 제품. 불가리 리조트 제공(왼쪽) - 거울처럼 매끄러운 ‘오션 뷰’ 빌라의 수영장. 뒤로 빌라 지붕들이 보인다.스타일 따지는 만큼 비싸다 호텔에서 잠만 자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디자인과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는 곳이다? 미니 바의 티스푼 세트부터 라운지 꽃 장식에 이르기까지 스타일, 스타일, 스타일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숙박요금은 비쌀 수 밖에 없다. 1박에 1100달러부터다. 워낙 고급 리조트라 자칭 타칭 VIP만 오고, 오는 손님 모두 VIP 대우를 해준다. 리조트 도착 즉시 개인 집사를 배정 받는다. 이것저것 익숙하게 남 시킬 줄 알면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없겠지만, 그때그때 팁은 얼마나 줘야 하는지 잔돈을 만지작거리는 쪽이라면 과잉 친절이 불편할 지 모르다. 리조트측은 “아시아 부자들이 많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유럽에서는 비교적 멀지만, 한국·중국·싱가포르 등에서는 가까운 편. 특히 일본의 경우 불가리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조만간 도쿄 긴자에 들어서는 ‘불가리 빌딩’에 보석·시계·패션 매장뿐 아니라 ‘불가리 레스토랑’도 선보일 예정이다. 요즘은 막강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명품업체들이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추세. “조르지오 아르마니씨도 럭셔리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발 앞서 지난 2004년 밀라노의 오래된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로 화제를 모은 뒤 이번에 발리 리조트를 오픈한 불가리 그룹의 니콜라 불가리 부회장이 대답했다. “아르마니가 우리를 얼마나 부러워하는데요!” ●불가리 리조트는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서 차로 30분 거리.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치테리오 팀이 설계를 맡았다. 리조트는 불가리와 메리어트 호텔 럭셔리그룹이 공동 운영한다. 침실 1개짜리 오션뷰 빌라와 오션 클리프 빌라, 침실 2개짜리 빌라, 최고급 불가리 빌라로 구성돼 있다. www.bulgarihot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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