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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전에 대비하자)④"일희일비 할 때 아니다"
- [이데일리 좌동욱 온혜선 정원석 박상희 기자]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불안 심리가 선진국, 개도국 시장을 가릴 것 없이 확산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금융경색 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초기과정으로 상당기간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시장의 급변동 현상은 과잉 유동성이 해소되는 시장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강만수 경제팀에는 위기관리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그간 쌓인 시장 불신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금융 위기,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중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700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지만 글로벌 시장의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는 현상을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파급되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금융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신뢰가 떨어져 신용이 창출되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시중금리가 오르자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투자 위축과 소비 부진,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 금융위기가 아직까지는 국내 금융시장을 통해 직접적으로 국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국내 수출이 위축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구제금융구제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실물경제가 곧 회복될 것으로 보는 긍정적 인식이 있었지만 막상 법안이 통과된 후에는 고용악화 등 실물경제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확산됐다"며 "구제금융법안이 미국 금융시장 위기는 막을 수 있지만 실물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일 급변동하는 외환시장에 대해서는 경고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교수는 "국내 경기의 경우 지금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갈림길에 서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외환시장의 경우 최근의 환율 폭등세는 이미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조정 국면일 뿐..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나 공황에 비견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박찬희 중앙대 교수는 "현재 상황을 비유하자면 1000원짜리 지폐로 만원짜리 크레딧을 발행한 결과로 거품이 꺼지는 현상"이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급등락을 통해 본래가치인 1000원까지 내려가는 시장의 조정과정"이라며 "이 과정을 두고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화탁 동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금융위기가 국내로 전이되고 있고,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파급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IMF 외환위기와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거품이 곧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었다. 김종수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황은 펀더멘털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불안심리 때문에 움직이고 있다"며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낙관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이후 개도국과 중동 오일국가들의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경제가 나빠지더라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 외환보유고 보수적으로 운영해야정부 외환,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모든 전문가들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작 위기 상황에서 시장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준경 교수는 "연착륙이나 경착륙이냐 방향성은 정부 대책이 시장에 신뢰를 받을 수 있을 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자의 명성도 큰 역할을 하는데, 지금 강만수 장관의 명성이 신뢰 형성에 얼마나 기여할 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수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시장 가격변동성이 4~5%에 달했던 적은 IMF를 빼고는 거의 없었다"며 "이는 현정부 초기에 외환당국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박찬희 교수는 "강만수 장관이 아무리 억울해도 시장이 못믿겠다면 어쩔 수 없다. 시장에 대해 맞설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시장의 믿음을 얻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면 결국 책임을 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만큼 외환보유고는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최석원 파트장은 "정부가 지금 해야할 일은 극단적인 유동성 경색을 막는 일이다.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공급, 흑자도산을 막는 것과 같은 조치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향후 위기국면이 더 커질 것을 감안, 외환보유고 운영은 최대한 보수적 태도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희 교수도 최근 정부의 "칼집의 속의 보검은 빼는 순간 위력이 떨어진다"며 "전설이 있을 때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보유고는 쓰라고 쌓아놓은 것이다. 다만 추가적인 위기를 대비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해외자금을 국내 경제로 들여오는 노력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