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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소현의 일상탈출)⑪마음이 아려오다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콜카타(캘커타), 시인 타고르가 '동방의 등불'을 읊조렸던 곳이며 라비 상카르가 전통악기 시타르를 튕겼던 곳, 또 힌두교의 성자 라마크리슈나와 그의 수제자 스와미 비베카난다가 가르침을 행했던 곳. 예술적으로, 종교적으로 콜카타는 위대한 도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빈곤한 도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더 테레사가 빈민을 위해 온 생애를 바칠 수 있을 만큼 인도에서 가장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도시다. 그래서 콜카타를 가지 않으려 했다. 지금까지 봐온 인도도 힘들고 슬펐는데 콜카타에 가면 정말 우울해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일정이 꼬였다. 네팔 카투만두에서 인도 바라나시행 교통편이 해결 안되는 바람에 콜카타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단 하루만 자고 다음날 기차로 곧장 바라나시로 가면 된다고 위로했다. 콜카타 공항에 내리자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확 밀려왔다. '다시 인도구나'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며 공항을 빠져나왔다. 콜카타의 상징인 노란 택시들이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린다. 바가지 쓸 염려가 없는 프리페이드(prepaid) 택시 부스에 가서 미리 돈을 치루고 전표를 받아 택시에 탔다. ▲ 콜카타의 상징인 노란 택시도저히 시동도 안 걸릴 것 같았던 택시는 툴툴 거리면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택시가 내뿜은 뿌연 매연에 시야가 흐릿하다. 까만 피부의 운전사는 무표정하게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다. 배낭여행자들의 거리인 셔더스트릿으로 가자고 했다. 형식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왔냐, 인도에는 얼마나 있을 거냐 등등을 묻던 운전사는 뜬금없이 짐의 무게가 총 얼마냐고 물었다. 결국 짐에 대한 비용을 따로 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앞에 워밍업으로 형식적인 질문들을 했던 것이다. 분명 추가 비용이 없는 프리페이드 택시를 탔는데 무슨 소리냐고 발끈했다. 25kg을 초과하면 1kg당 1루피씩 더 내야한다고 열심히 설명하는데 모르쇠 작전으로 나갔다. 아예 대꾸도 하지 않자 '헬로 마담?'하고 몇번 부르더니 포기했나보다. 조용해진다. 우리 모두 차창밖만을 주시하며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고 택시 안은 정적이 감돌았다. 그렇게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의아해졌다. 왜 콜카타를 빈민의 도시라고 했을까. 델리만큼 복잡했지만 적어도 공항에서 셔더스트릿까지 40분의 여정에서 느낀 콜카타는 깨끗하고 정돈된 도시였기 때문이다. 콜카타에 짐을 풀고 하루밤을 지내면서 당초 이틀간의 일정을 나흘로 늘렸다. 왠지 깔끔한 콜카타가 좋았다. ▲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물인 라이터스(Writer's) 빌딩영국 식민지 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여기가 유럽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했고 시내 중심의 '메이단'이라고 불리는 넓은 잔디밭은 눈을 시원하게 해줬다. 후글리 강변으로 나가면 시원한 강바람을 쐴 수 있었고 거리에는 걸인보다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인도인이 더 많았다. 델리보다 훨씬 일찍 지하철이 개통됐고 거리에는 오토릭샤보다 택시가 더 많았다. 트램과 인력거까지 뒤섞여 거리는 무법천지였지만 가고자 하는 곳을 가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빈곤의 도시' 보다는 '현대적인 도시'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렇게 콜카타를 휘젓고 다니던 어느날 길을 잃었다. 뒷골목으로 들어선듯 싶었는데 길 양쪽에 쓰레기가 한 더미다. 쓰레기 더미 사이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개이거나, 고양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더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등이 굽은 할아버지였다. 음식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아 들고는 마치 대어라도 낚은 듯 흐뭇해하는 노인이었다. 노인의 쾡한 눈과 마주친 순간, 그 자리에서 발을 뗄수가 없었다. 나의 놀란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음식 찌그러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황급히 걸음을 재촉해 골목을 빠져나왔다. 사실 뭔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피하고 싶었다. 저 노인이 다가와 구걸하며 만지기라도 하면 피부병에 걸릴 것만 같은 비겁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쓰레기 더미를 맴도는 파리와 그 속에 완전 동화된 듯한 노인의 비쩍 마른 몸은 한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그 노인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한 게 두고 두고 후회됐다. 인도에서 거지를 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보통의 거지들은 '적선함으로써 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는 철학에 떳떳하게 구걸한다. 그러나 눈물샘을 자극할 정도로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있다. 콜카타에서 본 그 노인이 그랬고 뭄바이에서 본 장애인들도 마음 한켠을 아리게 했다. 뭄바이의 해변에 있는 이슬람교의 성자 하지알리 무덤을 가는 길이었다. 아라비아해 해안에서 50m정도의 좁은 시멘트길로 연결된 하지알리의 무덤은 밀물때에는 섬이 됐다가 썰물때에는 육지가 된다. 그날 비가 왔고 파도도 높았다. 아라비아해에는 온갖 쓰레기와 검은 기름이 둥둥 떠있었고 파도가 한번 칠때마다 검은 구정물이 높이 치솟았다 떨어졌다. ▲ 아라비아해를 건너 하지알리의 무덤으로 가는 길우산도 없이 구정물 물벼락을 피하기 위해 멈췄다가 뛰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던 나는 좁은 길 중간에 딱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양팔이 잘린 사람, 그리고 양 다리가 잘린 사람, 팔다리가 하나씩 없는 사람, 이렇게 세 명이 길 한가운데 누워서 그나마 남은 팔과 다리를 흔들면서 구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와 파도에 흠뻑 젖어 앙상한 몸은 그대로 드러났다. 관광객과 순례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머리 속이 텅빈 느낌이었다. 그러나 얍삽한 나의 이성은 그렇게 멍하게 서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대로 있다가는 물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득 들면서 그들을 피해 뛰기 시작했다. 이미 몇번 아라비아해의 파도에 맞아 인도에서 산 하얀 옷에는 군데군데 검은 얼룩이 들어있었다. 이번에도 그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마음은 아픈데 머리속에서는 가방에서 지갑을 찾아서 돈을 꺼내 그들에게 건네주는 시간이면 나도 같이 물에 빠쥔 생쥐꼴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거리에서 노숙자를 볼 때마다, 거지들이 구걸을 하러 다가올 때마다 나는 이들을 떠올렸다. 인도는 늘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시끌벅적하면서도 활기찬 나라였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나라기도 했다. ▲ 콜카타의 후글리 강, 한 가족이 바람을 쐬러 나왔다.
- [은퇴생활 탐구] “120만원으로 한달 너끈… 동남아 왜 갑니까”
- ▲ 고향 제주에서 은퇴 생활을 하는 김권식씨가 부인 신보순씨와 함께 자신이 일군 밭에서 나무를 돌보고 있다.김씨는“시골에서 살면 노후 생활비는 12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조선일보 제공] 밀짚모자를 쓴 김권식(61) 전(前) 포스코 부사장은 쭈그린 자세로 밭에서 1시간 넘게 풀을 뽑고 있었다. 제주 해안에서 멀지 않은 때문인지 바람 속에서 바다 내음이 느껴졌다. 그가 ‘노후 재산 1호’로 꼽는 제주시 이호동에 위치한 1000평 규모의 밭은 퇴직금으로 장만한 것이다. 밭 입구에는 장승 같은 야자수가 떡 버티고 있고, 밭 안쪽에는 종려나무·벚나무·단풍나무 등 500여 그루의 조경수가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곧장 밭으로 나와 풀을 뽑고 나무를 가꿉니다. 마지막 직장인 창원특수강(포스코 계열사) 사장직에서 물러나 제주로 온 게 작년 3월이니 벌써 1년6개월이 지났군요. 이제 ‘초보 농군’의 딱지를 뗀 것 같습니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피부에 밀짚모자를 눌러쓰니 그의 모습은 영락 없는 시골 아저씨다. 8000명의 부하 직원을 호령하던 광양제철소장 시절의 자취는 온데간데없다. 은퇴 생활의 첫 번째 덕목이 ‘옛날의 지위를 빨리 잊는다’는 것이라면 김씨는 과거를 잊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샐러리맨들은 도시 생활이 힘들어질 때마다 마음 속으로 ‘은퇴하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꾼다. 그러나 꿈을 현실로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녀와 친구들, 생활 터전이 있는 도시를 선뜻 떠난다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은퇴 후 귀향에 성공한 김씨는 ‘행복한 사나이’가 확실하다. “노후를 시골에서 보내려면 아내의 지지가 꼭 있어야 합니다. 여자들의 고생이 크기 때문이죠. 저는 평소에 아내를 설득해 둔 덕분에 문제가 쉽게 풀렸습니다.” 고향으로 내려오기 전 그는 자식들을 불러모아 ‘우리 부부의 노후는 우리가 책임질 터이니 너희도 앞으로 너희 힘으로 세상을 뚫고 나가라’고 통보했다. 마침 제주시에 부친이 40년 전에 지어놓은 작은 양옥집(제주시 삼도2동)이 있어 집을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부부가 직접 페인트 칠을 하고 방수 작업도 했다. “집(대지 20평, 건평 25평)이 좀 좁은 것 같다”는 기자의 논평에 “은퇴생활이란 가지고 있는 것을 줄여나가는 것”이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그의 하루 생활은 시간표대로 돌아간다. 포스코 시절 몸에 밴 습관 탓이다. 오전엔 밭에서 4시간 가량 일하고, 오후엔 3시간 정도 붓글씨를 쓴다. 저녁엔 서재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고, 컴퓨터로 세상을 나들이 한다. 잡생각을 많이 만드는 TV 연속극은 보지 않는다. 심심하면 부부가 함께 장터에 나가 3000원짜리 팥죽을 사먹고 과일을 고르는 것도 재미있다. 가끔 제주시 퍼블릭 골프장에서 1인당 3만3000원씩 주고 부부가 함께 골프를 치는 것도 은퇴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부부가 쓰는 한달 생활비는 약 120만원. “제주는 경제 규모가 작기 때문에 경조사비는 2만~3만원, 친구들과의 회식도 1만~2만원이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생활비는 대부분 국민연금으로 조달한다. 32년간 직장생활을 한 김씨에게 83만원, 아내에게 30만원씩, 매월 113만원이 나온다. 아내는 직업을 가진 적이 없지만, 노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서울에 살 때 6년간 부금을 납입한 것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일부 은퇴자들이 ‘월 200만원으로 상류층 노후생활이 가능하다’는 동남아로 떠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늙으면 고향으로 가서 살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동남아가 물가는 싸겠지만 말 안 통하고 음식 문화가 달라 오래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병원 가깝고, 친구들 많고, 자녀가 찾아오기 쉬운 시골 고향이 백 번 더 낫습니다. 생활비도 월 100만~200만원이면 충분해 동남아보다 더 쌉니다.”
- 카트리나 1주년… 美 뉴올리언스는 지금
- [조선일보 제공] 작년 8월 29일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도시를 집어삼킨 지 1년. 미국 뉴올리언스에 요즘 새로운 풍습이 생겨나고 있다. ‘카트리나 수프’를 먹자는 운동이 그것이다. 이곳 사람들이 ‘디아스포라 검보(Diaspora Gumbo)’라고 부르는 이 음식은 직역하면 ‘이산(離散)의 수프’. 새우와 토마토 등에 소시지 같은 ‘이재민 대피소에서 먹는 음식들은 무엇이든지’ 함께 넣어 끓인다. 그러면 ‘미시시피강의 진흙뻘 색깔’이 난다. 이 거무죽죽한 수프를 나눠먹으면서 그때의 대재앙을 기억하자는 의미이다.뉴올리언스 주민이라면 누구나 눈물을 떨구며 숫가락을 들 ‘디아스포라 검보’는 미국 최초의 노예시장이 개설되었던 이 도시의 슬프고 화려한 역사를 상징하는 듯하다. 미국 3대 관광지로 불야성을 이뤘던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로 도시의 80%가 물에 잠기면서 폐허로 변했다. 그 후 1년. 뉴올리언스는 악몽을 극복하지 못하고 여전히 후유증에 신음하고 있었다.23일 밤, ‘재즈의 본고장’이라는 명성이 살아있던 ‘프렌치 쿼터’. 카트리나 전날 밤까지도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 없었던 이곳은 음악과 네온사인만 요란했지 과거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칵테일바에 들렀다가 너무 손님이 없어 겁이 나 얼른 나왔다. 낮에도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셀 정도였다. 선물가게를 하는 필리핀 출신 페 아넬리아 르블랑(62)씨는 “카트리나 전에는 월 1만5000달러 이상 매상을 올렸지만 이젠 1000 달러도 안 된다”고 한숨지었다. 1년 전 400달러나 하던 시내 별 4개 반짜리 최고급 호텔 방값은 100달러로 떨어져 있었다. 그나마 호텔 로비에는 고객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뉴올리언스는 ‘도시 공동화(空洞化)’란 무서운 질병을 앓고 있다. 관광객이 없자 소상인들이 떠나고, 그들이 떠나자 도시가 텅 비어가는 악순환에 빠졌다. 프렌치 쿼터에서 3대째 골동품가게를 해왔다는 잭 서튼씨는 “더 이상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몇달 내 라스베이거스로 떠날 생각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45만 명이던 뉴올리언스 인구는 23만 명으로 줄었다. 평소 2권이던 전화번호부는 올해 1권이 되었다. 최근 USA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외지로 떠났다가 되돌아온 사람의 30%가 다시 이곳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역 명문 로욜라 대학은 일부 강좌를 폐지했다. 학생들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자살과 총기사고, 범죄율만 늘어나고 있다.도심에서 몇 블록 밖으로 나가자 상황은 더 처참했다. 대형쇼핑몰들이 폐쇄된 채 방치돼 있고, 물에 잠겼던 집은 썩어 내려앉고 있다. 시 서쪽 세인트 버나드 거리의 쇼핑몰에서 세탁업을 해오다 1년째 문에 못질을 해 놓은 교민 정해천(40)씨는 “동네에 사람이 살지 않는데 문을 열어봐야 뭘 하느냐”고 했다. 흑인들이 사는 동네는 입구부터 썩는 냄새가 났다. 학교도, 의원도, 심지어 성당도 문을 잠가 놓았다. 사람들은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다.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다. 연방정부는 1100억 달러(약 100조원)라는 천문학적 돈을 책정해 복구를 해왔다. 하지만 미시시피 딸집에 갔다가 몇주 전에야 돌아왔다는 흑인 드웨인 위니스(37)씨는 “정부는 백인들이 사는 중심가에만 돈을 쏟았지 여긴 아직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분개했다.관광객들이 돌아오도록 루이지애나주와 시는 관광홍보에 385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작년 수재 때 아비규환 속에 떼죽음을 당했던 풋볼경기장 ‘수퍼돔’도 1억8500만 달러를 들여 공사를 한 끝에 내달 25일 재개장 경기를 갖는다. 하지만 돈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것은, 흑인들이 느끼는 뿌리깊은 차별과 인종갈등이다. 뉴올리언스 남부대학의 존 페니 교수는 “사람들이 돌아오게 하려면 ‘정부가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돌보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심리가 사라져야 하는데, 지금 미국의 우선순위는 전쟁, 신형무기개발 같은 것이지 뉴올리언스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무능력과 무관심에 깊은 분노와 냉소를 드러냈다. 남은 이들마저 ‘디아스포라 검보’ 그릇에 눈물을 떨구며 이 도시를 떠날 것인가.
- 상품권 금품로비·배후의혹 밝혀지나?
- [노컷뉴스 제공] 사행성 게임기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경품용 상품권 업체 선정과정에서의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동부지검 내사자료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가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경품용 상품권 수사 본격 착수 경품용 상품권은 2004년 12월 상품권 인증제가 도입되고, 지난해 7월 지정제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성인 오락실에서 사용되는 경품용 상품권 시장규모는 연간 30조원에 이르고 있다. 상품권 업계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경품용 상품권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이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 개입설과 금품로비설이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어제 서울동부지검에서 올 초 수사했던 경품용 상품권 업체 선정 과정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방대한 분량의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작업을 벌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팀이 넘겨받은 자료에는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과 발행업체와 발행이 취소된 업체,지급보증기관인 서울보증보험과 관련된 자료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분간 상품권 업체 선정 과정에 수사력을 집중해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을 둘러싼 특혜 의혹과 권력 실세 개입설 등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규명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경품용 상품권 발행을 맡은 19개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업체로 선정된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상품권 발행 인증이 취소됐던 22개 업체 가운데 11개 업체가 지정제도 실시 이후 19개 지정업체에 다시 포함되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특히,상품권 발행업체 19곳을 선정한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 사이의 자금 흐름을 정밀 추적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최근 공개한 상품권 업자 2명의 녹취록에는 여권 실세 2명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또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이해찬 전 총리의 삼일절 골프 파문 당시 함께 골프를 친 부산 지역 상공인들이 주요 주주로 있는 주식회사 삼미가 허위자료를 제출해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됐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상품권 업체의 조폭자금 유입설과 상품권 유통조직을 조폭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도 수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동부지검에 거액의 로비자금 여권인사에게 건네졌다는 투서 접수 동부지검에는 지난해 말 한 상품권 발행 지정 업체의 배후에 노무현 대통령 측근 인사가 있고 거액의 로비자금이 여권인사에게 건네졌다는 투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지검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c모 상품권 업체가 보험회사의 지급보증 한도를 넘어 55만장의 상품권을 더 발행해 사기를 친 혐의로 대표이사인 길모씨를 구속했다. 문광부 김모 전 과장은 당시 조사에서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받게 해달라는 청탁 전화가 여야를 막론하고 수없이 걸려와 업무를 못할 지경이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과정에서의 업체들의 금품로비와 배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바로 다단계회사 제이유그룹 횡령 사건 수사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서울지검에서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만큼 상품권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은 자료검토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대로 문화부 직원들을 다시 불러 당시 조사 내용을 토대로 보강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이 의혹을 한 점 남김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상품권 업체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구체적인 로비 내역이 드러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행성 게임기 제조 유통과정도 의혹 사행성 게임들이 문광부 산하의 영상물등급 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과정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영등위 관계자들은 바다이야기의 사행성 여부를 조사하던 수사 초반 게임기의 사행성 여부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했음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게임기 심의를 맡았던 영등위 심의위원들이 사행성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점으로 미뤄 심의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또한 관련 업체의 금품 로비로 영등위의 인허가 심의가 허술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게임기 불법개조 등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게임기 심의를 맡았던 영등위 게임물 등급분류 소위원회 전,현직 위원들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함께 게임기 제작업체의 비자금 조성, 폭력조직 개입 의혹도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관련기관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조치 내려질 전망 검찰은 조만간 게임물 심의를 맡은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을 맡고 있는 한국 게임산업개발원 등 관련기관들을 압수수색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출국금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사건이 방대한 데다 관련된 기관과 업체가 많고,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큰 만큼 압수수색은 늦어도 이번주안으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국금지 대상에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 제조.판매 업체와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영등위,게임산업개발원 관계자 등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광부와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출국금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출국금지와 압수수색 대상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에이원비즈가 바다이야기를 제작 판매해 천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 이 돈의 흐름을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통해 폭력조직이나 정치권 인사,영등위 관계자과의 검은 돈거래가 드러나면 곧바로 소환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팀 검사 4명을 충원하는 등 모두 50여명으로 수사팀을 확대 개편한 검찰은 역할을 분담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이데일리 리포트)오만의 바다..단지 오류일까
- [이데일리 박기수기자] 최근 '바다이야기'란 사행성 성인 게임이 전국을 들쑤셔놓고 있습니다. 횟집 간판인줄로만 알았던 이 도박장들은 독버섯처럼 번져 주택가까지 침투해 악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하면 코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대통령의 친조카의 역할론이 불거지는가 하면 여권 실세들의 개입설도 파다합니다. 머지않아 그 검은 실체가 게이트로 드러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부 박기수 기자가 심하게 오염된 바다이야기를 전합니다. 요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썰렁합니다. 하루에 꼬박 12시간씩 일해도 한달에 100만원 벌기도 어렵다는 택시 운전사의 넋두리는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자녀가 크면서 씀씀이는 커지는데 월급은 제자리이고 마땅히 부업을 엊기도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회사에서 짤리지 않으면 되레 다행이지요. 이 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정부는 세금을 깎아주기는커녕 이런저런 핑계로 더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담배값, 버스요금도 줄줄이 오른다고 하더군요. 고유가로 기름값 대기도 벅찬 판에 세금, 부담금, 물가중 어느 것 하나 내린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습니다. 장마 뒤 늦더위로 불쾌지수도 높은터에 이래저래 스트레스만 푹푹 쌓입니다.요사이는 스트레스가 하나 더 얹어졌습니다. 이걸 설상가상이라고 하나요? `바다이야기`라는 도박이 가뜩이나 터지기 일보직전인 보통 사람들의 속을 뒤짚어 놓고 있습니다.횟집 간판같은 이 사행성 게임이 독버섯처럼 전국에 번진 것은 정부가 현금으로 불법 교환되는 경품용 상품권을 합법적으로 유통될 수 있게 허가한 것이 출발점입니다. 정부는 문화산업을 육성한답시고 도박의 길을 터주고 전국이 도박장으로 뒤덮을 때까지 뒷 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방치 속에 현금 교환이란 막강한 힘을 얻는 성인 게임방은 전국 1만5000개에 이르렀습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에 가지 않고도, 집 앞에 나가면 곧바로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을 즐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준 셈입니다. 참 희한한 나라입니다. 그렇게 정부가 친 도박 그물에 애꿎은 서민들만 걸려들었습니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극빈층으로 갈수록 어려운 삶을 한방에 탈출해 보자는 이른바 `대박`의 환상에 쉽게 사로잡히게 마련이지요. 대박이 현실화돼 벼락 부자들이 줄줄이 터져나왔다면야 무슨 문제이겠습니까. 문제는 대박은 커녕 쪽박만 차고, 심한 경우 자살을 선택한 케이스까지 사회불안만 가중됐다는 것이지요.정부는 이런 데도 변명에만 급급합니다.노무현 대통령은 "내 임기 중 권력형 게이트는 없다. 문제는 사행성 게임방과 경품권이다. 정책적 판단의 오류인 것 같다"라고만 치부했습니다. 게다가 사태 수습보다는 자신의 친조카와의 연관 의혹을 부인하는 데만 급급한 모양새입니다. 노 대통령의 눈에는 성인 게임이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간 '코 묻는' 돈은 보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보기 싫은 지도 모르구요.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1년간 발행된 경품용 상품권 총액은 30조원. 두번 이상 유통되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 한번만 아사용된다고 가정해도 1년에 30조원의 돈이 성인 오락실의 배를 채운 셈입니다. 이 돈은 어린 아이의 우유값, 어느 학생의 학원비 등이 대부분일 듯합니다. 정부 예산(200조)의 15%나 됩니다. 아직 `출구`가 제대로 확인되진 않았지만, 성인오락실 주인, 정치인 후원금이나 뇌물, 조직폭력배 자금 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행성 성인 게임이 노 대통령이 시시때때로 해결을 장담한 양극화의 주범으로 작용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바다이야기는 단순한 정책적 판단의 오류가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을 신음의 구렁텅이로 쓸어넣은 정책 결정과 뒤늦은 대응을 단순히 '판단 착오'라고 변명할 수 있을까요.일각에서는 바다이야기 사태가 국민의 정부 때의 카드 대란의 충격 못지 않을 것이란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변명보다는 반성과 뒷 수습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국민들이 더이상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요즘 美증시 1987년 대폭락 전야와 비슷"
- [이데일리 강남규기자] 요즘 일부 기술적 분석가와 거시 이코노미스트들이 ‘제2의 로저 뱁슨(아래 사진)’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1929년 10월 ‘검은 목요일’ 두 달 전에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을 예언했던 뱁슨처럼 최근 상황이 1987년 10월 ‘검은 월요일’ 직전과 비슷하다는 과감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과연 이들은 ‘제2의 뱁슨’이 될까? 마켓 워치의 투자 칼럼니스트인 피터 브림로는 현재 미국 증시가 1987년 10월 ‘검은 월요일’ 직전과 유사하다고 전망하는 일단의 분석가들을 2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그는 지난주 뉴욕 증시가 범상치 않은 오름세를 보였지만, 주변을 돌아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기술적 분석가와 경제학자가 시장 하락을 예상할 뿐만 아니라 늘 시장 상승을 주장했던 사람이 하락의 위험을 입에 올리고 있다.” ◇ 'W'형 지수흐름은 일단 위험 신호 기술적 분석가이고 증권 데일리인 킹 리포트의 책임자인 빌 킹은 최근 S&P지수가 1280~1300까지 오르는 움직임이 세 차례 발생했고, 1220선까지 두 차례에 걸쳐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형적인 ‘W’ 형 움직임인데, 1987년 검은 월요일 직전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킹은 “1987년과 같은 대폭락이 임박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지수의 ‘W’형 움직임은 골이 깊은 하락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차트 상황이 1987년 대폭락 직전과 유사하다”다시 강조했다. S&P 500 지수는 전날 0.37% 떨어진 1297.52에 마감했다.증시 상승을 늘 예상했던 헤이스 투자자문의 돈 헤이스가 지난주 강세를 비관적으로 분석했다. 이 인물은 “무리지어 움직이는 노이즈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신경이 예민할 뿐만 아니라 조심스러워 하고 있고, 스마트 트레이더들은 시장을 아직 탈출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최근 오름세 장에서 약세를 보인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지만, 지나침은 금물이고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강단 경제학자도 거들고 나서불길한 전망을 내놓는 사람은 이처럼 이른바 ‘시장 분석가’만이 아니다. 뉴욕대학의 이코노미스트인 노리엘 루비니(아래 사진)는 지난주 ‘2006년과 1987년의 두려운 유사성’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루비니는 “보호무역주의와 지정학적인 갈등, 미국 달러가치의 무질서한 하락,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기묘한 파생상품 범람, 헤지펀드 기승, 기우뚱거리는 주택시장 등이 시장 전반에 영향미치고 있다”며 이런 점들이 1987년 대폭락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칼럼니스트 피터 브림로는 이렇게 ‘제2의 로저 뱁슨’ 후보를 소개한 뒤 “투자자들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것을 싫어하지만,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나 이코노미스트한테서 이런 이야기는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권소현의 일상탈출)⑤안동 권씨,불가촉천민이 되다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안동 권씨. 한국에서는 어디 가서도 권씨라고 하면 절대 꿀리지 않는다. 가끔 나이드신 분들은 대놓고 "아이구... 양반 성씨네.."라고 말한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알아주는 정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하겠다고 했을때 외할아버지는 안동 권씨라는 이유만으로 허락했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그렇게 나름대로 나의 근본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게 벌써 30년이다. 그런데 이런 안동 권씨가 인도에서는 불가촉 천민으로 강등됐다. 4개의 카스트에 끼지 못한 소수 민족과 외국인은 모두 사람 축에도 끼지 못하는 불가촉 천민으로 분류되기 때문. 자, 그럼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카스트 제도를 떠올려보자. 카스트 제도에는 브라만(사제), 크샤트리아(무사), 바이샤(농민이나 상인), 수드라(노예)의 4계급이 있다. 물론 태어날때부터 신분은 결정돼 있고 카스트는 대물림된다. 더 높은 카스트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른 계급과의 혼인도 절대 금지다. ▲ 비싼 에어콘 기차 안에서 만난 인도 아이들, 하얀 피부에 귀티가 나는게 높은 카스트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카스트 제도의 기원은 아리아인들이 침입했던 BC 13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얼굴이 하얀 아리아인들이 인더스 지역에 살던 검은 피부의 원주민을 통치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고안한 것이 바로 이 계급제였다. 하얀 피부가 곧 고결하고 높은 신분을 의미하는 카스트 제도를 만든 것이다. 카스트가 산스크리트어로 바르나(Varna, 색깔)를 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스트 제도는 설화로도 뒷받침된다. 아리아인들의 경전인 리그베다에 보면 신들이 원시 인류인 푸르샤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죽였는데 머리는 브라만이, 팔은 크샤트리아가, 허벅지는 바이샤가, 발은 수드라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 네 개 계급에 끼지 못하는 층이 또 있다. 바로 불가촉 천민이다. 불가촉(不可觸), 즉 언터처블한 부류라는 것이다. 카스트 제도에서는 자신보다 낮은 계급 곁에 가면 부정탄다고 보지만, 불가촉 천민들은 아예 접촉하면 안되는 부류다. 동물과 사람의 중간쯤 되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불가촉 천민들은 마을 밖 황폐한 땅에서 다른 우물을 사용하고 천막이나 밀짚으로 지은 집에서 살아왔다. 직업도 조상 대대로 분뇨 수거나 도살이나 동물 시체 치우는 일과 같은 천한 일 뿐이다. 불가촉 천민촌을 본 것은 서인도의 푸쉬카르에서였다. 낙타를 타고 푸쉬카르를 떠나 사막으로 들어서자 띄엄띄엄 불가촉 천민촌이 눈에 들어왔다. ▲ 푸쉬카르 사막에 형성된 불가촉천민촌'네 땅, 내 땅'을 가릴 가치도 없을 만큼 황량한 사막에 초가집을 짓고 삼삼오오 모여살고 있다. '이 사막이 모두 내 땅이려니..' 생각하는 듯 담도 없고 세간살이도 여기저기 어지럽게 늘어놨다. 여인들은 옷 하나로 몇 년을 버텼는지 꼬질꼬질 누더기가 다 된 사리를 걸치고는 사막 바닥에 나뭇가지로 불을 지펴 밥을 짓는다. 물동이를 하나씩 이고 먼 길 물을 길러 갔다오는 여인들도 보인다. 낙타사파리 행렬을 발견하자마자 벌거벗은 어린 아이들이 '할로'를 외치며 줄줄이 뛰어온다. 아마도 뭔가를 달라는 것이었을 게다. 사탕이든 초콜렛이든 돈이든.. 아니면 호기심에서 그냥 따라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접근하기에 낙타는 너무 높다. 눈빛이 초롱 초롱 빛나는 이 아이들이 과연 자신의 앞날에 얼마나 무거운 굴레가 씌워져 있는지 과연 알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 푸쉬카르 사막의 불가촉천민 `이 넓은 사막이 모두 내 땅이려니..`간디는 이 불행한 천민층에 '신의 자녀'라는 의미의 '하리잔'이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1950년 인도 의회는 카스트 제도를 공식적으로 철폐했다. 법리적으로 계급은 없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그렇지 않다. 다른 계급과의 결혼은 용납되지 않고 부당한 차별도 여전하다. 지금도 수백만명의 불가촉천민들이 도시의 하수구와 공공 화장실을 매일 청소하고 있으며 시체를 치우고 도살을 맡아서 한다. 불가촉천민들 스스로도 마을이나 사원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외국인도 불가촉 천민에 속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때 의외였다. 접촉을 꺼리기는 커녕 어딜 가도 악수 한번 하자는 인도인들 천지였고 심지어 성추행에 가까운 스킨쉽을 서슴치 않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인도인들은 이론적인 계급으로 외국인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얼굴 색깔로 대한 모양이다. 얼굴 색깔로 따지자면 허여멀건한 극동 아시아인들은 충분히 브라만 계급에 낄 수 있을 것이다. 인도땅에서 발을 디딘 순간부터 철저한 현지화를 추구했지만 카스트 제도상 나의 소속을 알게 된 순간부터 썬크림을 더욱 꼼꼼하게 바르고 늘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다녔다. 혹시라도 얼굴이 타서 불가촉천민 대우를 받을까봐..
- “남자 만날땐 아직 20대… 후회없는 30대 보내고 싶어”
- [조선일보 제공]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갔음에도, 15일 저녁 가회동의 공기는 여전히 숨이 막혔다. 여전히 지치지 않는 불볕 더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한편으론 솔직하고 한편으론 고민 많은 대답이 더 큰 이유였는지는 또렷하지 않다. 고현정을 만난 이유는 데뷔 16년만의 영화 출연(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연인’·31일 개봉)과 새 미니시리즈 ‘여우야 뭐하니’(MBC 9월20일 방송예정) 때문이었지만, 그녀는 연기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89년 데뷔 이후 영화는 처음이다. ‘영화배우 고현정’으로서의 소회랄까. ▲드라마와는 다를 거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했는데, 정말 잘 모르겠다. 연기 자체는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주 ‘여우야 뭐하니’ 촬영을 시작하다 보니, 이번 영화에서 내가 얼마나 힘을 다 써버렸는지 알겠더라. 드라마 첫 장면이 우는 연기였는데, 2~3시간이나 분위기를 잡아주었는데도 못 울었다. 우는 연기만큼은 그래도 자신이 있었는데. ―연기는 그렇다 치고, 시스템 차이는 어떻던가? ▲뭐랄까, 방송은 친정이고 영화는 시댁 같은 느낌? 영화는 사람들이 예의 바르게 대해주지만 마음을 확 열어서는 안될 것 같더라. 드라마는 아직 주먹구구도 있지만 편안하고. 영화쪽은 요구하는 게 가차없다. 진검승부를 하지 않으면 봐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홍상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중에 가장 스타다. ‘희생’에 가까운 개런티를 받고 출연했다는데. ▲배우, 스태프들이 돈을 다 받으면 제작비가 30억원이 훌쩍 넘어가는 영화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 정도에 찍은 영화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법 아닌가. 서로 최선의 선택을 한 거다. ―스타 고현정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부담스럽지 않나. 인터넷 댓글 같은 것을 보면 우호적인 것보다 상처받을 만한 댓글이 상당히 많더라. ▲나는 솔직히 그 분들 관심이 고마운 편이다. 다시 복귀한다고 했을 때(2004년 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었는데, 지금은 무슨 기사가 나가도 여덟, 아홉개밖에 없더라. (웃음) 섭섭하다. ―사는 얘기로 좀 넘어가보자.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을 원하나? ▲(잠깐 고민하다) 폼만 안 잡으면 된다.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는 “하룻밤이면 어때”를 외치는 싱어송 라이터,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도 3류 에로잡지의 섹스 칼럼 쓰는 기자다. 기존의 청순하고 눈물 많던 고현정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 아닌가. ▲솔직히 그냥 겉옷만 갈아입은 느낌이다. 설정만 그렇지. ‘두려움 없는 사랑’이나 ‘모래시계’에서도 다 있었던 이미지다. ―작가주의 감독의 대표적 이름인 홍상수와 첫 영화를 했다. 배우로서 ‘안쓰는 근육’을 쓸 수 있다는 기대도 했을 텐데. ▲홍 감독님 영화는, 연극처럼 한 신 한 신 ‘통’으로 가는 순간이 많은데, 그 때 중간에 대사를 까먹으면 순발력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그 때까지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가 바로 증명된다. 마치 내가 중간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랄까. 그건 굉장한 재미였다. 그렇게 해내는 순간이 오면 감독님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느낌이랄까, 성취감이 상당했다. ―모든 여배우들이 벌벌 떤다는 홍상수 감독의 ‘여관 베드신’은 걱정 안했나. ▲촬영 전에 내가 감독님께 그랬다. ‘옷을 안 벗겠다는 게 아니고, 힘겨루기도 아니다. 단순히 벗었는지 벗지 않았는지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위트 있게 한 방 먹일 수 있을까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그럴 수 있다면 노출이나 수위가 관계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안 벗는 게 낫겠다고. 감독님도 이젠 벗기는 거 진력났다고 하시더라. ―다 찍고나니 관객들을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 같은가? ▲(부끄러운 웃음을 지으며) 아유…. ―가장 성취감을 느낀 순간은. ▲나도 몰랐던 습관인데, 내 연기가 스스로 맘에 들면 (표정을 지어 보이며) 혀를 이용해서 볼을 볼록하게 만드나 보다. 그 순간을 감독님께서 보시고, 그 얘기를 하시더라. 나의 그런 속마음이 드러난 동작과 감독님의 OK 사인이 일치한 것을 발견할 때마다 행복했다. ―이제 서른이 훌쩍 넘었다. 지금도 20대라고 착각할 때와, 이제는 30대라고 인정할 때는. ▲남자들을 만날 때면 아직도 20대라는 착각을 한다.(웃음) 30대는…, 너무 싫고 너무 좋은 그런 순간들이 점차 줄어든다. 알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느낌. 사실 이런 두루뭉실한 감정이 싫은데, 나이를 먹은 거겠지. 나는 20대에 너무 조숙해서 즐기고 싶었던 것들, 원했던 것들을 모두 참으며 지냈던 것 같다. 40대에 들어서서 또다시 지나간 30대를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요즘 ‘현정’이라는 이름이 있어야 재벌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농담까지 있다. 노현정씨가 현대가에 시집간다는 뉴스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미소를 지으며) 제가 사실 ‘상상플러스’를 열심히 봤다. 이번 영화 홍보할 때 이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노현정씨가 휘두르는 ‘깔때기’를 꼭 한 번 맞아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삼성가와의 인연이 있던 사람으로서, 노현정씨 같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런 말씀 믿어주실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이랑 결혼할 때, 재벌과 관련된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 제대로 해보는 연애가 정말 좋았다. 내가 연예인이고 그 사람이 돈많은 사람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결혼생활을 하니 두 사람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두 가문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쉽지 않은 일들이 계속 생겼다. 노현정씨는 이름이 ‘노’(No)현정인 만큼 저처럼 되지 않고 멋지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씨는 정용진씨와 2003년 이혼했다) ―100% 가정이다. 재능 있지만 변태인 작가주의 예술감독과 인간성 좋은 조폭 코미디 흥행 감독의 작품 중에서 하나만 고른다면. ▲당연히 전자다. 폼 나지 않는가. ―아까 폼 재는 남자는 싫다면서. ▲영화니까. 현실에서 폼 재는 남자와 어떻게 사나.
- ''명품시계'' 대사기극… 발칵 뒤집힌 여의도
- [조선일보 제공] 희대의 명품 시계 사기극으로 여의도가 발칵 뒤집혔다. 싸구려 시계를 ‘세계 1% 명품’으로 포장한 사기극에 걸려든 유명 연예인의 명단이 떠돌고 있고, 열린우리당 중진 의원의 부인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명단의 대상자들과 통화를 시도한 결과, 거론되는 연예인 15명 가운데 3명은 시인했고, 2명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나머지 10명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가짜 명품 브랜드인 ‘빈센트 앤 코’의 사무실과 매장 주변에선 “누가 와서 직접 구입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 사기극에는 연예인 이외에 주부 등 일반인 피해자도 상당수 있다. 미국 LA 등지의 해외교포 피해사례도 접수되는 등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 연예인 3명, “협찬받았다” 지난 5월 신사동에 문을 연 ‘빈센트 앤 코’ 매장 주변의 직원들은 9일 기자에게 연예인의 이름을 줄줄 늘어놓았다. 주차대행 일을 하고 있는 A씨는 “운동선수 출신 개그맨 K씨가 가게에 두 번 왔다. 한 번은 매니저랑 오고, 또 한 번은 오락프로그램 인기 MC인 Y씨랑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름이 거론된 두 연예인은 시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K씨는 매니저를 통해 “우리는 산 게 아니고 선물을 받았다. 업체 사장이 아니라 잘 아는 형한테 선물을 받았다.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모르고 그저 선물 받은 것인데, 자꾸 이름이 오르내려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Y씨의 매니저도 “산 게 아니라 협찬 받은 것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렇게 물어보는데 아니라고 할 수도 없지 않으냐. 누가 직접 줬는지 모르겠다. 아는 사람한테 받았다”고 말했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연예인 가운데 일본에서 인기있는 여배우의 한 측근도 “산 적은 없고, 협찬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 대부분 연예인들은 강하게 부인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날 하루 종일 “가짜 명품시계를 구입한 정치인의 아내가 누구냐”가 가는 곳마다 화제였다. 이름이 거명된 여당 중진의원 부인 C씨에 대해서는 주변의 전언과 본인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신사동 매장 주변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C씨가 7월 초에 두 번 정도 온 걸 봤다.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였고, 운전기사가 차를 몰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C씨는 본지의 확인 요청에 “그런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여성탤런트 H씨의 매니저는 “H씨가 외국에 행사 때문에 나가 있어 잘 모르겠다. 회사로서는 개인적인 입장에서 협찬을 받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기극의 주인공 ‘빈센트 앤 코’ 사장 이모(42)씨가 손님을 끌기 위해 “인기 여성탤런트 K씨도 차고 다닌 시계”라고 홍보했던 K씨측은 “산 적이 없을 뿐더러 협찬도 받은 바 없다. K씨는 아예 시계를 차고 다니지 않는다. 그 업체에서 카탈로그를 만들 때 멋대로 연예인 20~30명의 사진을 넣을 때 함께 들어가 거론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고급 가전 제품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탤런트 L씨의 매니저는 “원래 명품 시계를 구입하지 않는다. 그 시계를 찬 적도 없다.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말조차 신문에 안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연예인들이 구입하거나 협찬 받은 시계는 대부분 580만원짜리라고 밝혔다. 이 시계의 원가는 20만~30만원 선이다.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이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유명 연예인들이 올 때면 직접 매장을 찾아 안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동 매장은 경찰의 본격 수사가 시작된 7월 말부터 ‘내부수리중’이라는 푯말을 내걸고 문을 닫고 있다. ◆ 해외교포도 피해 일반인 피해자도 늘고 있다. 경찰은 ‘빈센트 앤 코’ 장부에 적힌 연예인 15명을 제외한 나머지 절반 정도는 옷가게를 운영하는 20대 후반 여성, 주부 등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9일 오전엔 미국 LA에서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신고전화가 경찰로 걸려왔다. ‘빈센트 앤 코’ 사장이 홍콩과 미국에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일본 지사 설립도 추진했기 때문에 교포를 상대로 개인적으로 시계를 판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가짜 명품 시계를 속아서 산 피해자들은 소송을 통해 부분적으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피의자 이씨는 사기라는 불법행위를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 것이므로 피해자들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 그러나 연예인 등은 구매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실제로 돈을 돌려받으려 할지는 미지수다.
- 해수욕장마다 각양각색…바다 별미에 빠져보자!
- [조선일보 제공] 해수욕장 놀러 가서 그냥 회, 대충 해물, 이렇게만 먹고 오면 아쉽다. 망상 해수욕장은 곰치국, 속초해수욕장은 오징어순대, 동막해수욕장은 밴댕이…. 동해·서해·남해의 주요 해수욕장 별로 꼭 맛보고 와야 할 별미를 소개한다. 동해 고성 화진포 해수욕장 - 물회 화진포 해수욕장을 찾았다면 물회를 놓칠 수 없다. 이곳 모듬물회는 오징어, 가자미, 세꼬시 등 다양한 해물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 밥과 면사리까지 제공한다. 바다의 정취와 술에 취했다면 고성의 물회가 전날의 숙취를 시원하게 풀어 줄 것(장희선, 고성군 문화관광과 / 033-680-3351, http://tour.goseong.org). 가진항 입구의 ‘삼원퓨전’(033-681-9572·모듬물회 1만원·2인분부터 주문 가능)과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조금 떨어진 ‘해오름 횟집’(033-681-7813)은 모듬물회로 이름난 곳(모듬물회 1인분 1만원·3인분부터 주문가능). 속초 속초해수욕장 - 오징어순대 설악산에 인접한 속초해수욕장 주변에서 맛볼 수 있는 오징어순대는 싱싱한 오징어를 찹쌀과 쇠고기, 다진 파·고추로 채워 쪄뒀다가 동그랗게 잘라 먹는다. 계란물을 입혀 전처럼 부쳐 먹기도 한다. (박명숙, 속초시 관광안내소 / 033-635-2003, http://sokchotour.com) 3대를 이어온 ‘단천식당’(033-632-7828. ‘소’ 1접시 1만원), ‘아바이식당’(033-635-5310. 1접시 1만원), ‘진양식당’(033-632-7739. 1접시 1만원) 등이 오징어순대로 널리 알려졌다. 양양 낙산해수욕장 - 송이요리 낙산 해수욕장에서 열기를 쏟아냈다면, 송이로 기력을 회복할 것을 권한다. 양양 송이는 특유의 소나무 향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송이는 가을이 제철이나, 여름송이와 함께 냉동송이 또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조인숙, 양양군 문화관광과 / 033-670-2722, www.yangyang.go.kr/festival/songi). 사시사철 다양한 송이 메뉴를 차리는 ‘송이골’(033-671-8040)에는 낙산의 태양에 붉게 상기된 얼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송이버섯밥 1만5000원, 송이전골 1인분 2만5000원). 동해 망상해수욕장 - 곰치국 동해시의 자랑인 곰치가 못생겼더라도 이해해 주자. 곰치에 신 김치를 같이 넣고 끓여내면, 곰치국이 된다. 곰치는 살이 흐물흐물해서 씹기도 전에 목으로 넘어가는데 얼큰한 국물 덕에 속이 확 풀린다(장재천, 동해시 보건위생계 / 033-530-2605, www.dh.go.kr). ‘동해바다 곰치국’(033-532-0265)이 유명하다(곰치국 6000원). 묵호동의 ‘대송식당’(033-531-5255)은 장치조림으로도 명성이 높다. 장치조림은 하루 전 예약해야 한다(곰치국 6000원, 장치조림 2만 5000원). 울산 해수욕장 - 고래고기 울산에는 일산·진하·정자·나사 등 해수욕장이 4곳. 12가지 맛을 낸다는 고래 고기가 별미다. 고래고기는 삶거나 탕·찌개로 조리하는데, 울산의 고래고기는 노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초장·소금장에 찍어먹거나 미역에 싸서 먹는다(변인규, 울산시청 관광과/052-229-3852, www.ulsan.go.kr). 울산의 고래고기 전문점은 울산시청 부근의 ‘동해고래고기전문점’(052-274-6776·모듬고래고기 대 13만원, 소8만원, 부위별 고래고기 1접시 4만원)과 남구청 부근의 ‘고래고기 원조할매집’(052-271-7313)을 꼽을 수 있다(모듬 고래고기 대 10만원, 소6만원, 부위별 고래고기 1접시 4만원).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 순두부 경포대 해수욕장에 갔다면 내륙 쪽으로 조금만 들어가 초당 순두부를 먹고 와야 한다. 말캉말캉한 초당 순두부는 순수 국산 콩을 바닷물로 씻어서 고소한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깔끔하다(신성기, 강릉시청 관광개발과 / 033-640-5422, www.gntour.go.kr). ‘엄마손손두부’(033-652-2642)는 해물이 함께 어우러진 순두부뚝배기로 유명하다(순두부백반 5000원, 순두부뚝배기 5000원). ‘삼포초당순두부’(033-652-6217)는 보들보들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순두부 백반 5000원, 순두부찌개 5000원). 울릉도 - 홍합밥 죽암 몽돌해수욕장 등이 있는 울릉도의 대표 음식은 오는 7월 29일부터 4일간 열리는 오징어 축제의 주인공인 오징어지만, 향긋한 향 물씬한 홍합밥도 못지 않게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어른 손바닥 만한 울릉도 홍합을 썰어 넣고 밥 지은 다음 양념장에 비벼 먹는 식. 울릉도 명물 명이나물도 얹어 먹자(김철환, 울릉도군 문화관광과 / 054-790-6393, www.ulleung.go.kr).‘보배식당’(054-791-2683)의 홍합밥, 고소하고 고소하다(홍합밥 1만원, 홍합죽 1만 2000원). ‘두꺼비 식당’(054-791-1312)도 ‘현 홍합밥의 형태를 전파했다’는 평을 듣는 곳(홍합밥 1만원). 남해 완도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 전복요리 여름철 웰빙 수산물인 전복으로 유명하다. 영양이 풍부한 완도의 전복회는 짭조름하고 탄력 있는 것이 특징이며, 전복구이는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으면서 연한 육질이 매력이다 (김현란, 완도군청 문화관광과 / 061-550-5227, www.wando.go.kr). ‘대도한정식’(061-553-5029)은 전복회를 중심으로 전복구이, 전복볶음 등을 차린다(전복회, 구이, 볶음 모두 5만원). ‘전사마’(061-555-0838)는 ‘전복삼합’(전복+삼겹살+묵은 김치) ‘전복사합’(전복+삼겹살+묵은 김치+다시마)등 전복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내는 식당(전복회 5만원, 전복삼합·전복사합 둘 다 4인기준 10만원). 여수 만성리해수욕장 - 서대찜·회 만성리 해수욕장은 검은 모래 사장. 그 모래만큼 검은 암갈색의 서대는 여수의 대표적 먹을거리다. 여름이 제철인 서대는 육질이 부드러우며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서 회·찜 등으로 다양하게 애용되고 있다(서현호, 여수시 관광홍보과 / 061-690-2036, www.yeosu.go.kr). 여수의 ‘구백식당’(061-662-0900)과 ‘삼학집’(061-662-0261) 등이 서대회로 손꼽히는 맛집이다(서대회 1인분 1만원). 남해 상주해수욕장 - 돌멍게 작은 섬들이 바다의 파도를 막고, 금산이 병풍처럼 감싸는 상주 해수욕장이 있는 남해. 제철을 맞은 남해의 돌멍게는 겉모습은 돌덩이지만 쫄깃한 육질과 짭짤한 바다 맛으로 유명하다. 돌멍게 껍질에 부어 마시는 소주의 맛 또한 바다의 향을 그대로 담고 있는 별미 (이상록,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 055-860-3801, www.tournamhae.net). 돌멍게만 전문으로 하는 집은 찾기 힘들지만,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 ‘서포횟집’(055-863-0588, 1접시 2만원)과 ‘오륙도 횟집’(055-867-5699)이 싱싱한 돌멍게를 낸다(1접시 3만원). 사천 삼천포항 - 전어요리 사천시의 삼천포항은 8월 초부터 열리는 전어축제의 주인공인 전어를 미리 맛보려고 찾은 사람들로 붐빈다. 쫄깃한 육질과 함께 향긋한 향취가 나는 전어회가 유명하며, 짭짤한 맛이 일품인 전어구이는 술안주로 제격이다(서원호, 사천시 관광홍보위원 / 055-830-8401, www.toursacheon.net). 바닷가 ‘제일횟집’(055-833-8465)과 ‘복원횟집’(055-832-3922)이 손님 바글대는 인기식당(전어회 3만~5만원, 전어구이 2만~4만원). 보성 율포해수욕장 - 녹돈 율포해수욕장은 녹차를 이용한 해수녹차탕이 인접해 있어 인기가 높다. 녹돈은 녹차를 사료로 해서 키운 돼지.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비교적 낮다(문삼재,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 061-850-5223, www.boseong.go.kr). ‘다향보성녹돈촌’(061-852-9233)은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며(1인분 8000원) ‘율포풀장녹차식당’(061-853-7348)에는 녹돈보쌈 등의 인기 메뉴가 있다(녹돈 1인분 8000원, 녹돈 보쌈 1만~3만원). 서귀포 중문해수욕장 - 해물뚝배기 서귀포시의 해물뚝배기는 오분자기와 성게알, 새우 등 다양하고 신선한 해물과 쑥갓, 파 등을 넣어 된장으로 맛을 내며 해산물에서 우러난 국물이 깊고 시원하다(오수정,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064-760-2651, www.seogwipo.go.kr). 서귀포시의 ‘진주식당’(064-762-5158)은 해물뚝배기로 소문난 맛집(전복·오분자기 해물뚝배기 1만원). 제주시 용두암·이호해수욕장 - 자리물회 자리야 말로 제주의 맛을 상징하며 제주도 여름 식단에 반드시 오르는 명물. 제주시의 특산물인 자리물회는 비린내가 없고 시원, 고소한 맛을 낸다(김권철,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청 관광진흥과 / 064-728-2752, www. jejusi.go.kr). 제주시내의 ‘돈방석횟집’(064-747-8090)이 자리요리로 유명하다(자리물회 7000원, 자리돔회 1접시 2만원, 다금바리회 1㎏ 12만원). 서해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 밴댕이 강화도의 동막해수욕장은 갯벌 못지 않게 밴댕이로 유명하다. 초여름이 제철인 밴댕이는 열량이 높고 단백질 함유량이 많은 강장식품. 밴댕이회는 기름기가 많아 부드럽고, 밴댕이구이는 짭짤한 맛으로 이름이 높다(김창규,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 032-930-3223, www.ganghwa.incheon.kr). ‘청강횟집’(032-937-1994)은 일찌감치 밴댕이회를 선보인 곳(1접시 2만원). ‘미락횟집’(032-937-9998)은 밴댕이회뿐만 아니라 무침, 구이, 탕 등 메뉴가 다양하다(1접시 2만원). 끝물이라 물량이 없는 집도 있다.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 붕장어 바로 옆에 방포항이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신속하게 맛볼 수 있다. 특히 여름철 붕장어는 쫄깃하며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붕장어 통구이는 굵은 소금으로 간을 조절, 싱거운 맛부터 짭짤한 맛까지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박민수,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 041-670-2544, www.taean.go.kr). ‘해변회관’(041-673-4942)은 붕장어를 산채로 토막 내어 굵은 소금을 뿌리며 숯불에 굽는 붕장어통구이가 인기 메뉴다(1㎏ 3만원). ‘반도회관’(041-672-7337)은 만리포해수욕장 인근 붕장어 전문점. 담백한 맛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1㎏ 3만원). 무안 톱머리해수욕장 - 낙지 전남 무안을 빼놓고는 서해의 갯벌과 먹을거리를 말할 수 없다. 무안은 낙지가 유명한데 살이 연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김욱일, 무안군청 홍보계/061-450-5223, www.muan.go.kr). 기절낙지를 맛보려면 무안읍내 낙지골목으로 가면된다. 무 안버스터미널 뒤편의 낙지골목은 막 잡아온 낙지를 좌판에 팔고 있는데 그 싱싱함이 비할 곳이 없다. 아직까지 세발낙지는 많이 잡히지 않아 헛걸음할 수도 있으니 전화로 확인할 것. 톱머리해수욕장 주변의 ‘피서횟집’(061-452-1296)은 무안의 유명한 낙지 요리집(1접시 3만~4만원). 부안 격포해수욕장 - 바지락칼국수·죽 격포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바지락을 먹는다. 부안의 바지락 칼국수는 담백한 면발에 시원한 국물이 압권이며, 바지락 죽도 풍성한 맛이 일품(최순덕, 부안군청 보건위생계/063-580-4418, www.buan.go.kr). ‘권가네 칼국수’(063-581-5137)는 얼큰한 바지락 칼국수 국물이 든든하다(바지락칼국수 4000원). ‘변산온천산장’(063-581-6400)의 바지락 죽은 인삼이 들어가 보양식으로 많이들 찾는다(바지락죽 6000원).
- "폭동날 겁니다""JU대란", 최악의 다단계 사고
- [조선일보 제공] ▲ 주수도 회장“노력의 땀방울로 기적을 이루네… 기적이 있는 JU, JU그룹”27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동부지방검찰청 앞이 난데없이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 사가(社歌)로 떠들썩했다. 아침부터 하나 둘 모여든 제이유 사업자 등 700여 명이 왕복 4개 차로 중 3개를 차지하고 주저앉아 노래를 불렀다. ‘검사 면담’을 외치던 강모(여·47)씨는 “회사 경영자가 잘못한 걸 왜 우리 일반 사업자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검찰 수사 때문에 전산팀 위탁업체들이 철수해 버려 우린 영업도 못하고 수당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제이유가 망하면 폭동날 겁니다. 폭동”이라고 소리쳤다.◆“35만명 피해… 사상 최악 다단계 사고”=제이유그룹 전·현직 임원 6명이 체포돼 그중 3명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검찰의 제이유 불법영업행위 의혹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이들에게는 실현불가능한 방법으로 거액의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인 혐의 등이 적용됐다. 검찰은 이 그룹 주수도(朱水道) 회장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회사자금 수백억원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제이유사업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측이 주장하고 있는 피해자 수는 35만 여명, 피해액은 5조6000억원에 이른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전국 150만명 정도가 제이유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비대위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제이유 회원 수와 매출액을 따져 보면 제이유 사태가 사상 최악의 다단계 사고라는 게 드러난다”며 “회원들이 받지 못한 수당만 4조원가량”이라고 주장했다. 제이유측은 “우리도 피해규모를 정확히 산정할 수 없지만, 전체 가입회원을 모두 피해자로 보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회사에 돈을 주고도 수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11만5000여 명 명단을 지난달 제이유로부터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측은 “회사에서 압수한 명단이 그 정도라는 얘기지 실제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google_ad_section_end--> ▲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동부지검 앞 도로를 점거하고 영업재개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허영한기자◆“애국심 이용해 회장 신격화”=주씨는 ‘소비생활 공유마케팅’ 방식을 도입, 제이유그룹을 최근 3년여 사이에 매출 2조원으로 다단계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1위 업체로 급성장시켰다. 기존 다단계가 회원을 모아오면 수당을 주는 거라면, 제이유의 방법은 건강보조제, 의료기기 등 물품을 구매하면 수당을 주는 방식이다. 제이유 피해자들은 “처음 1200여 만원어치를 구입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고, 몇 달 지나면 아예 수당이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천안에 사는 김모씨는 “형님이 약국을 해 평생 번 돈 20억원을 영양제, 주방용품 등 제이유 제품을 사기 위해 몰아넣었다”며 “그 피해를 보고도 ‘우리 회장님은 아무 잘못 없다. 너희들이 말린다면 차라리 형제의 연을 끊겠다’고 고집부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17일 부산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1년여 동안 제이유에 2억5000만원을 투자한 50대 여인이 남편에게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의 경우 다단계에 가입하면 내부 징계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예 피해 봤다는 사실 자체를 숨긴다”고 전했다.현순환 비대위 위원장은 “제이유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사면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게 된다는 식으로 애국심에 호소해 퇴역 군인, 은퇴한 교직자, 50대 이상 여성을 끌어들인다”며 “1억원 이상 피해를 입은 사람이 1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제이유가 우리나라 330여 중소기업 물품을 판매하면서 외국 다단계 업체를 누른 ‘토종(土種)’ 다단계임을 역설한다는 것이다. ◆“주씨 체포 후 정·관계 로비설 수사”=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제이유의 사업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이유그룹은 편의점사업에 진출해 150여개 가맹점을 냈지만, 요즘은 진열대가 거의 텅 비어 있다. 1호점인 신사점 관계자는 “그룹 실적이 악화되자 회사에서 회원들에게 상품권을 왕창 풀어 다들 상품권을 가지고 와서 한 차씩 싣고 가 버렸다”며 “돈이 안 돌아 물건을 진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제이유네트워크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회사가 기업으로서 존속할지 의문”이라며 감사 의견을 거절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체포영장이 발부된 그룹 회장 주씨는 지난 22일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글을 회사 홈페이지에 띄운 채 잠적했다. 변호인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측은 “주씨가 체포돼야 검·경 100여 억원 로비설이 담긴 이른바 ‘국정원 보고서’의 진위 여부도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