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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룡의 한방라운지)닭
- [edaily] 닭은 사람과 친숙한 가축이다. 우리선조들은 조류중에서 닭을 식용으로 가장 즐겨 먹으면서 약재로도 두루 애용했다.
한의학에서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고 해서 의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기 때문에 먹거리가 병을 주기도 하고, 건강을 가져오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의식동원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복날 서민들이 즐겨 찾는 삼계탕. 영계에다가 인삼 황기 찹쌀 대추 밤 등을 함께 넣어 푹 고아서 먹는 삼계탕은 더위에 지친 서민들의 값싼 영양공급원이면서도 기력을 보충하는 보약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보통 약재로서의 닭은 색깔에 따라 인체에서 작용하는 기운이 달라진다. 동의보감은 깃털이 붉은 닭은 기운이 심장으로 가고, 흰 닭은 폐, 검은 닭은 신장, 누런 닭은 그 기운이 비장으로 들어간 후 모두 간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붉은 수탉의 머리는 귀신을 물리친다고 하였고, 고기는 성질이 달고 따뜻해서 몸을 보해주고 속을 데워주며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여자들이 자궁출혈과 냉이 있을 때 붉은 수탉의 고기를 먹으면 좋다.
흰 수탉의 고기는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할 뿐 아니라 소변이 잘 안 나올 때 소변을 보기 쉽게 하고 소갈(당뇨병)에도 효능이 있다. 깃털은 희지만 뼈는 검은 것이 약성이 우수한데 이중에서도 특히 깃털이 희고 눈알이 검은 것을 진백오계(眞白烏鷄)라 하여 최고로 쳐주었다.
누런 수탉은 성질이 화평해서 소갈이나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 설사, 이질에 좋고 골수와 오장을 보하는데 깃털과 다리가 모두 황색인 것이 좋은 효과를 낸다고 했다.
검은 수탉의 고기는 성질이 따뜻해서 가슴앓이가 있거나 복통이 있을 때 심장과 배에 있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서 아픈 것을 낫게 한다. 허약하고 야윈 사람의 기운을 차리게 하기 때문에 특히 임신부가 기운이 빠져 유산할 우려가 있을 때 태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검은 수탉의 머리는 정신을 홀리는 귀신을 없앤다고 한다. 머리 나쁜 사람을 일러 ‘닭x가리’라고 놀리는데, 알고 보면 사람의 정신을 차리게 하는 똑똑한 한약재인 셈이다.
검은 암탉의 쓸개는 사마귀 눈병을 치료하고, 내장은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보거나 소변량이 많을 때, 날개는 아이가 자다가 깨서 영문도 모르게 우는 증상에 좋다.
뼈와 살과 깃털이 모두 검은 색인 오골계는 예로부터 임금님에게 진상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요즘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대접을 받고 있지만 식용이 가능하다. 동의보감은 오골계를 삶아서 그 국물을 자주 먹으면 이질이 그치고 위가 좋아진다고 했다.
오골계는 삼계탕처럼 먹기도 하지만 다른 한약재를 첨가해 병을 치료하는데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먼저 1kg가량의 오골계를 잡아 깃털을 제거한 다음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다. 솥에다가 오골계를 넣어 약한 불로 은근히 우려낸다. 고기가 반쯤 익을 때쯤 백합 15g 산약 15g 연자육 15g 검실 15g 당삼 20g 백질려 10g등 한약재를 솥에 넣어서 함께 끓인다. 오골계가 흐물흐물하게 푹 익혀 먹기 좋을 때까지 고아낸다. 이때 고기는 따로 건져내서 먹고 국물은 수시로 나누어 마신다.
이것을 오래 동안 복용하면 비위가 허약해서 음식을 잘 못 먹거나 소화력이 약한 사람의 기력을 살려주고 늘 기운이 없어 처져 있는 사람에게 활력을 준다. 피부에도 좋아서 주름살을 줄여주고 주근깨를 없애면서 피부에 윤기를 준다고 하니 여성들에게 특히 좋은 효과가 있는 셈이다.
경제가 워낙 어렵다보니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 같다. ‘소 닭 보듯이’ 건강에 소홀하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이번 닭띠 해에는 첫 닭 우는 시간에 맞춰 새벽운동이라도 나서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예지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