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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겸의 친구,야구] 김병현 '허허실실' 피칭 빛났다
- [이데일리 SPN 구자겸 통신원] 여기 함락시켜야 할 성(城)이 있습니다. 대포 한방으로 폭파시킬 수 없다면 방법은 무엇일까요? 야금야금 무너트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김병현이 29일(이하 한국 시간) 시카고 컵스전서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3승을 따냈습니다. 그 비결도 폭발력 있는 TNT가 아니었습니다 . 벽돌을 한장 한장 빼서 허물어 트리는 것, '허허실실(虛虛實實)'이었습니다. 김병현의 벽돌 빼기는 절묘한 코너워크로 시작됐습니다. 최근 빛을 발하고 있는 오른쪽 타자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90~91마일의 '투심성' 패스트볼을 비롯해 80마일대 초반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75마일 전후의 커브가 스트라이크존 외곽에 공 1개 차로 걸치며 타자들을 꼼짝없이 만들거나, 헛스윙 또는 범타를 이끌어 냈습니다. 특히 상위 타선과의 대결에서 코너워크는 말 그대로 핀 포인트 컨트롤, '송곳'이었습니다. 1회 1사 1루서 3번 타자 데릭 리를 볼카운트 2-2서 90마일 몸쪽 꽉찬 투심성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솎아냈습니다. 4회 1사 후 5번 타자 마이클 바렛을 루킹 3구 삼진으로 잡아낸 것도 91마일 같은 공이었고, 5회 1사 후 톱타자 알폰소 소리아노의 방망이를 쪼개 트리며 3루 앞 땅볼로 유도한 것도 89마일 꼬리가 붙은 것처럼 계속 꿈틀대며 들어간다는 테일링 패스트볼(투심 패스트볼의 다른 이름), 그 공이었습니다. 코너워크와 함께 벽돌을 차곡차곡 쌓이게 한 것은 영리한 볼배합과 완급 조절이었습니다. 2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으로 3자 범퇴시키는 등 3회까지 변화구를 결정구로 많이 썼던 김병현은 4회부터 6회까지 과감하게 패스트볼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그 때문에 컵스 타자들이 넋 놓고 삼진을 당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앞서 말한 4회 1사 후 바렛의 루킹 3구 삼진도 그랬지만 계속된 2사 1, 2 루서 8번 라이언 데리엇이 볼카운트 2-1서 한복판 패스트볼에 얼어붙은 듯 삼진을 당한 것은 김병현의 볼배합을 전혀 못 읽은 결과였습니다.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컵스에서 득점권 타율이 가장 높은 강타자 리와의 세 차례 대결이었습니다. 김병현은 3 회 2사 1, 3루서 리와 다시 맞닥뜨렸습니다. 첫 타석에서 루킹 삼진을 당한 탓에 패스트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리는 원투에서 89마일 패스트볼이 들어오자 볼을 골라 냈습니다. 이어 다시 똑같은 공이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가 나갔지만 파울볼이 됐습니다. 그러자 김병현은 풀카운트서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82마일 슬라이더로 리의 헛스윙을 유도, 마운드에서 '주먹 펌프질'을 하며 환호작약했습 니다. 스스로도 분수령을 넘겼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습니다. 5회 2사 1루서 리를 다시 만난 김병현은 이전 타석과 또 다르게 던졌습 니다. 이번엔 89마일 패스트볼(파울)에 이어 91마일 바깥쪽 패스트볼을 구사해 빗맞은 우익수 파울 플라이를 끌어냈습니다. 리에게 거둔 3연승은 무실점 쾌투의 출발이자 끝이었습니다. 이날 5삼진 중 루킹 삼진이 3개였습니다. 김병현의 절묘한 코너워크,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넘나드는 볼 배합과 완급 조절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방증입니다. 김병현에겐 여전히 아쉬운 게 있었습니 다. 투구수 80개, 이닝으로는 4회를 넘기면서 다소 지친 기색을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앞서 두 경기도 모두 5.1이닝에 그쳤습니다. 이날도 6회 선두 타자에게 처음으로 안타를 맞은 후 컵스 벤치의 성급한 작전(볼카운트 2-1서 히트앤드런을 구사했다가 바렛이 슬라이더를 맞추는데 급급해 2루 직선 타구로 잡히며 병살)에 편승해 마지막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5월19일 플로리다 이적 후 비로소 시즌 개막을 한 것이나 다름없어 힘에 부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김병현으로선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김병현은 이런 아쉬움을 상쇄시키고도 남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이전 필라델피아전에서 노출시켰던 '기분과 힘'을 앞세운 예전의 정면승부가 아닌, 피해가는 듯하지만 결코 피해가는 것이 아닌, 허허실실 승부의 미학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요령 피칭'으로의 변신입니다. 변신의 닻을 올린 김병현의 다음 항해가 더욱 흥미롭습니다. ▶ 주요 기사 모음☞ [인사이드 부스]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란...☞ 최희섭 부상 탓에 최소 3주 공백...KIA 타력 반감 우려☞ 박주영, 올림픽 대표팀에는 뽑혔다 '우리는 SPN팬', 김태희 세븐 장윤정의 축하메시지☞ SPN 오픈 이벤트 '~하이킥, 김혜성과의 만남!'<!--기사 미리보기 끝-->
- [한들의 친구,야구] 김병현 '허허실실' 피칭 빛났다
-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여기 함락시켜야 할 성(城)이 있습니다. 대포 한방으로 폭파시킬 수 없다면 방법은 무엇일까요? 야금야금 무너트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김병현이 29일(이하 한국 시간) 시카고 컵스전서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3승을 따냈습니다. 그 비결도 폭발력 있는 TNT가 아니었습니다 . 벽돌을 한장 한장 빼서 허물어 트리는 것, '허허실실(虛虛實實)'이었습니다. 김병현의 벽돌 빼기는 절묘한 코너워크로 시작됐습니다. 최근 빛을 발하고 있는 오른쪽 타자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90~91마일의 '투심성' 패스트볼을 비롯해 80마일대 초반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75마일 전후의 커브가 스트라이크존 외곽에 공 1개 차로 걸치며 타자들을 꼼짝없이 만들거나, 헛스윙 또는 범타를 이끌어 냈습니다. 특히 상위 타선과의 대결에서 코너워크는 말 그대로 핀 포인트 컨트롤, '송곳'이었습니다. 1회 1사 1루서 3번 타자 데릭 리를 볼카운트 2-2서 90마일 몸쪽 꽉찬 투심성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솎아냈습니다. 4회 1사 후 5번 타자 마이클 바렛을 루킹 3구 삼진으로 잡아낸 것도 91마일 같은 공이었고, 5회 1사 후 톱타자 알폰소 소리아노의 방망이를 쪼개 트리며 3루 앞 땅볼로 유도한 것도 89마일 꼬리가 붙은 것처럼 계속 꿈틀대며 들어간다는 테일링 패스트볼(투심 패스트볼의 다른 이름), 그 공이었습니다. 코너워크와 함께 벽돌을 차곡차곡 쌓이게 한 것은 영리한 볼배합과 완급 조절이었습니다. 2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으로 3자 범퇴시키는 등 3회까지 변화구를 결정구로 많이 썼던 김병현은 4회부터 6회까지 과감하게 패스트볼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그 때문에 컵스 타자들이 넋 놓고 삼진을 당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앞서 말한 4회 1사 후 바렛의 루킹 3구 삼진도 그랬지만 계속된 2사 1, 2 루서 8번 라이언 데리엇이 볼카운트 2-1서 한복판 패스트볼에 얼어붙은 듯 삼진을 당한 것은 김병현의 볼배합을 전혀 못 읽은 결과였습니다.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컵스에서 득점권 타율이 가장 높은 강타자 리와의 세 차례 대결이었습니다. 김병현은 3 회 2사 1, 3루서 리와 다시 맞닥뜨렸습니다. 첫 타석에서 루킹 삼진을 당한 탓에 패스트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리는 원투에서 89마일 패스트볼이 들어오자 볼을 골라 냈습니다. 이어 다시 똑같은 공이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가 나갔지만 파울볼이 됐습니다. 그러자 김병현은 풀카운트서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82마일 슬라이더로 리의 헛스윙을 유도, 마운드에서 '주먹 펌프질'을 하며 환호작약했습 니다. 스스로도 분수령을 넘겼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습니다. 5회 2사 1루서 리를 다시 만난 김병현은 이전 타석과 또 다르게 던졌습 니다. 이번엔 89마일 패스트볼(파울)에 이어 91마일 바깥쪽 패스트볼을 구사해 빗맞은 우익수 파울 플라이를 끌어냈습니다. 리에게 거둔 3연승은 무실점 쾌투의 출발이자 끝이었습니다. 이날 5삼진 중 루킹 삼진이 3개였습니다. 김병현의 절묘한 코너워크,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넘나드는 볼 배합과 완급 조절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방증입니다. 김병현에겐 여전히 아쉬운 게 있었습니 다. 투구수 80개, 이닝으로는 4회를 넘기면서 다소 지친 기색을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앞서 두 경기도 모두 5.1이닝에 그쳤습니다. 이날도 6회 선두 타자에게 처음으로 안타를 맞은 후 컵스 벤치의 성급한 작전(볼카운트 2-1서 히트앤드런을 구사했다가 바렛이 슬라이더를 맞추는데 급급해 2루 직선 타구로 잡히며 병살)에 편승해 마지막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5월19일 플로리다 이적 후 비로소 시즌 개막을 한 것이나 다름없어 힘에 부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김병현으로선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김병현은 이런 아쉬움을 상쇄시키고도 남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이전 필라델피아전에서 노출시켰던 '기분과 힘'을 앞세운 예전의 정면승부가 아닌, 피해가는 듯하지만 결코 피해가는 것이 아닌, 허허실실 승부의 미학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요령 피칭'으로의 변신입니다. 변신의 닻을 올린 김병현의 다음 항해가 더욱 흥미롭습니다. ▶ 주요 기사 모음☞ [인사이드 부스]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란...☞ 최희섭 부상 탓에 최소 3주 공백...KIA 타력 반감 우려☞ 박주영, 올림픽 대표팀에는 뽑혔다 '우리는 SPN팬', 김태희 세븐 장윤정의 축하메시지☞ SPN 오픈 이벤트 '~하이킥, 김혜성과의 만남!'
- (edaily리포트)FTA보도, 이점이 아쉬웠다
-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지난주 각 언론사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타결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려는 속보 경쟁도 치열했지만, 이후 우리 산업계와 생활 등이 어떻게 변할 지 전망을 매끄럽게 처리하려는 노력도 대단했습니다. 국제부 정영효 기자는 그러나 경쟁이 첨예해지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찮았다는 생각입니다. 소회를 들어볼까요. 몇 년 전 지구가 외계 행성과 충돌해 종말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된 적이 있습니다 . `딥임팩트`와 `아마겟돈`이 바로 그 영화인데요, 두 영화에서 일반 시민들은 정작 `지구 최후의 날`에 관한 진실을 접하기 어렵습니다. 시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위기에 처한 인류를 효과적으로 구원해내기 위해 진짜 `알짜 정보`는 정부와 극소수 관련자들만이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 등장하는 시민들이 정보 자체에 굶주리는 건 아닙니다. 영화에서도 언론은 끊임없이 관련 보도를 내보냅니다. 문제는 정작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데서 발생했습니다. 행성 충돌이 코 앞이라 손쓰기 늦었다는 기사에 자살자가 속출하고, 추첨을 통해 일부 주민들만 대피시킬 것이란 보도에 시민들이 폭도로 변하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정보에 귀기울이기를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도 발생합니다. 언론이 사회 현상을 조장하는 경우가 잦다고들 합니다. 최근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저는 지인들로부터 이같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일부 언론에서는 FTA 발효 이후의 일상을 가상으로 구성한 보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이 아침엔 싱싱한 과일을 실컷 먹고, 점심엔 저렴한 스테이크를 씹으며, 미드(미국 드라마)보는 재미에 살지만 약값이 비싸진 건 유감이라는 식의 기사 말입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농촌경제가 파탄나고 제약 산업이 종말을 맞으며 FTA라는 `쓰나미`에 둘리와 마시마로 같은 캐릭터 산업과 출판 산업은 흔적조차 없이 쓸려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직업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단정형` 전망 기사도 등장했습니다. 영어를 못하고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하면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내용이었지요. 한술 더 떠 국제협상가와 헤드헌터 직업은 뜨고 의사와 변호사 같은 직업은 진다는 `○○도사식` 예언도 쏟아졌습니다. 이처럼 추측이 무성할 수록 불안해지는 것은 일반인들입니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데 인터넷 시대의 컴맹처럼 시대의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왠지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하고, 새로 뜬다는 국제 협상가라는 직업도 낯선데 헤드헌터는 또 뭔가 싶습니다. 한미 FTA와 비견될 만큼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줬던 19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엔 어땠는지 기사를 한 번 찾아봤습니다. `경제 신탁통치`, `제2의 국치`와 같은 자조로 시작해서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전조`라며 당장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 처럼 호들갑을 떠는가 하면, 외환 시장이 안정돼 무역상사들이 환영하고 있다는 상황 판단 못하는 기사도 없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예상은 더욱 중구난방이었습니다. `멕시코, 태국 등과 달리 우리의 재정 및 통화기조는 건전하기 때문에 지나친 긴축을 강요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재정경제원(현 재정경제부) 고위 당직자의 근거없는 낙관론부터, 성장률이 곤두박질쳐 6%에 훨씬 못 미칠 것이란 실소를 머금게 하는 분석까지 제각각이었지요. 물론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해야 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결과 실업자 수가 수백만을 헤아릴 것이라는 정확한 전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넘치는 정보량에 묻혀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금융권 위기 상황이 오도된 것인지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韓-칠레 FTA가 타결될 당시 기사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출이 늘어나 무역수지가 연간 6000만달러씩 개선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있는가 하면, 주요 8개 과일 품목에서만 연평균 2537억원씩 손해를 볼 것이란 흑빛 전망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값싼 와인과 과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가상 현실형` 기사는 이 때도 어김없이 등장했구요. 아시다시피 이러한 전망은 대체로 추정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최근의 평가 자료에 따르면 대(對)칠레 무역수지 적자는 확대되고, 포도주값은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으니까요. 가장 우려했던 농업 부문 피해는 정작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지요. 영화 `딥임팩트`에서도, `아마겟돈`에서도 지구의 운명이 어떻게 결론날 지는 실제상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충돌 직전에 행성을 극적으로 폭파시키면서 상황이 급반전하기 때문입니다. 한미 FTA의 영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미 FTA가 몰고올 파급효과가 IMF보다 10배에 이르를 것이란 분석이 대세지만 그래서 세상이, 삶이 어떻게 변할 지는 닥쳐봐야 아는 법입니다. 따라서 이런 때일 수록 언론은 `이러이러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단정적 기사보다는 `이러이러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하는 기사를 쓰는 게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미 FTA 발효로 예상되는 손실을 세부적으로 평가한 정부의 조사 결과는 이달 말에야 나오고, FTA의 세부 합의문은 5월에 공개됩니다. 그 때까지는 FTA의 이익을 홍보하는 전망도, 피해를 주장하는 분석도 좀더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조심스러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edaily리포트)테러는 무엇을 남겼나
-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지난주 미국행 항공기를 타깃으로 한 테러음모는 다시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9.11이후 강도높게 이어진 테러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위협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경제와 시장은 이제 내성이 생긴 듯 합니다. 다음달이면 `9.11테러`가 발생한지 만 5년이 됩니다. 9.11과 테러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국제부 김경인 기자가 전합니다. 세계인의 가슴에 큰 상처와 충격을 남긴 `9.11테러`를 소재로 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마이클 페나가 쌍둥이 빌딩서 살아남은 항만 담당 경찰관으로 열연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세계 무역 센터`(World Trade Center)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지난 9일 개봉한 `WTC`는 지난 주말 1990만달러 수입을 올려 미 박스오피스에 3위로 입성했습니다. 제작 초기 `불행을 상품화한다`, `사실은 알려야 한다` 등 논란에 미 전역이 들썩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개봉 성적표는 사회적 관심에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초유의 참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유족들의 따가운 시선이 버거웠던 걸까요? `플래툰`이나 `JFK'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통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던 감독도 이번엔 아주 안전한 영화를 만들었답니다. WTC는 테러의 인과관계에 대한 고찰없이 애국주의와 인간의 숭고한 희생정신 만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유가족들과 적잖은 마찰을 빚었던 `WTC`가 막이 오를 무렵, 전 세계는 다시 한번 테러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지난주 영국에서 미국행 여객기를 공중 폭파하려던 테러 분자들이 체포됐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민간항공기 관련 테러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고 전세계 금융시장은 `잠시` 요동을 쳤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놀랄 만큼 빠르게 평상심을 되찾았고, 비상사태 이후 자연스레 뒤따랐던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인도에서도 테러경계령이 내려졌지만 시장은 "무슨 일 났느냐"며 제 갈길 가기에 바빴습니다. 냉정해 보이지만 돈놓고 돈먹는 시장은 9.11을 통해 `테러의 경제학`을 학습한 것 같습니다. 테러가 경제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심각하거나, 그리 오래가지도 않는다는 것을 배운 것이죠.9.11이후 많은 이들은 세계 경제의 둔화를 염려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외신보도에 따르면 2001년이후 미국 경제는 15% 이상, 개도국 경제는 30% 이상 성장했고, 세계 경제는 20% 이상 확대됐답니다. 수출과 수입 등 국가간 무역거래는 30% 이상 늘었다는군요.한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은 꼬집어 "9.11보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에 남긴 상처가 훨씬 크고 깊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내성을 키운 시장과 투자자들은 더 이상 테러에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9.11을 소재로 한 `WTC`가 개봉전 뜨거운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원찮은 성적을 거둔 데서도 알 수 있듯, 일반인들의 관심은 테러에서부터 차츰 멀어져가는 느낌입니다. 감독의 세심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참사 속의 영웅이야기 보다 오히려 스포츠 코미디 영화 '탈라데가 나이트'에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테러리스트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적국의 위정자들에게 타격을 가하는데 성공했지만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9.11이 미국을 반성하게 만들었나요? 자본주의 경제를 나락으로 빠트렸나요? 답은 `아니다` 입니다.일방주의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9.11 이후 더 빠르게 보수화됐고, 서방에 거주하는 다수의 아랍인들은 분노의 표적이 됐습니다. 친 아랍파 지식인들은 더 굳게 입을 다물어야 했죠. `WTC` 마저도 왜 그런 참담한 사태가 벌어져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테러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수시로 뒤바꿔 놓으며 불필요한 갈등과 막대한 인적·물적 비용을 초래해 왔습니다. 미국은 9.11이후에 오히려 아랍 국가들을 상대로 한 전쟁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의회는 오는 2015년이면 미국의 전쟁 관련 비용이 8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콜롬비아의 한 민간 연구소는 최소 1조달러로 전망키도 합니다. 천문학적 돈이 투입된 이라크에서는 수만명의 시민들과 수천명의 미군이 죽어 나갔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인 대체 에너지 개발에 이만한 자금을 쏟아부었다면 지구촌은 지금보다 훨씬 살기좋은 세상이 됐고, 보다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었을 겁니다.9.11과 이후 보여온 행태는 테러가 가해자와 피해자(혹은 미래의 가해자) 모두에게 불필요한 희생과 비용만 가중시켜왔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악과 증오의 순환 고리만을 더 길게 이어갈 뿐이지요. 다가올 9.11 5주년은 이 참사의 진정한 교훈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