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영국식 모델 본따 M&A 심사제도 바꾼다

공정위 先시정조치 제안→기업 先제시 후 공정위 심의
영국 CMA 모델, 시정조치 명령 가능…EU 등과 차이
글로벌 스탠다드 맞추고 기업 자율성↑…공정위 부담↓
공정위 “다음달부터 법제연구원 등과 추가 연구”
  • 등록 2022-04-17 오전 8:37:49

    수정 2022-04-18 오전 10:29:28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공지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제도를 영국 경쟁당국(CMA) 모델을 참고해 개편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 맞추는 동시에 기업의 자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7일 대통령직인수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제도를 영국 CMA 모델을 참고해 개편하겠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지난달 30일 전년도 기업결합 동향을 발표하며 “시정조치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 자율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지 약 보름 만이다.

영국 CMA, 합의 불발시 직접 시정조치…EU보다 ‘적극적’

현재 공정위는 M&A(인수합병)로 인한 독과점 우려가 커 사업부 매각 등 구조적 조치 또는 행태적 조치가 필요한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먼저 심사관(사무처)이 시장획정·경쟁제한성을 분석 후 직접 시정조치까지 만든다. 결합신고회사가 시정조치에 대한 의견서를 내고 심사관과 조율하지만 참고하는 정도다. 이후 공정위는 위원회에서 심사관 시정조치를 담은 심사보고서와 기업 의견을 모두 청취해 승인 여부와 이에 따른 최종 시정조치를 명령한다.

반면 유럽연합(EU)는 경쟁제한성이 있는 기업결합 심사를 할 때 기업에 먼저 자진시정안을 내도록 한다. 경쟁당국은 기업이 제출한 자진시정안을 토대로 계속 협의를 하면서 최종 시정조치를 마련한다. 만약 마지막까지 결론이 도출되지 않으면 경쟁당국은 ‘불승인’으로 종결하며, 결합 신청회사가 이에 불복할 경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앞서 기업결합을 시도했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도 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에 먼저 자진시정안을 제출했으며, 최종 불승인 판단을 받자 EU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공정위가 참고한 영국 CMA 모델도 최초 자진시정안을 결합 신청회사가 먼저 제출하는 것은 EU와 같다.

하지만 영국은 결합 신청회사와의 협상에서 끝까지 시정조치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자체적으로 만든 시정조치 명령(notice of making an order)을 내릴 수 있다. 합의 불발 시 직접 시정조치를 내지 않고 바로 불승인 종결하는 EU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현 공정위 및 EU 제도의 혼합형인 셈이다.

글로벌 스탠다드 맞추고 기업 자율성 반영…공정위 부담↓

공정위가 결합심사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결합건이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건 등 해외 경쟁당국과 많은 조율이 필요한 글로벌 딜을이 잇달아 경험하면서 심사절차를 EU를 비롯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직접 제시하는 현 방식에 대해 일부에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공정위가 직접 시정조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제한성뿐 아니라 결합을 신고한 기업의 내부 구조와 관련 시장까지 모두 분석해야 한다. 인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경쟁당국보다 업무부담도 훨씬 컸다. 지난해 기업결합 신고가 1113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기업결합 업무가 폭증하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심사 난이도 역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먼저 시정조치안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결합심사를 진행할 경우 공정위가 더 효율적으로 심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해외 경쟁당국과 절차를 논의하기도 더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기업이 먼저 시정조치안을 제안할 경우 조치 수준의 시작이 제한적일 수 있으며, 경쟁당국이 아닌 기업이 심사를 주도한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며 “여러 우려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심사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음 달부터 한국법제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심사제도 세부 개편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