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장에 방치된 폐배터리 써도되나요…"안전성 기준 마련 시급"

■탄소중립 리포트(1) 폐배터리 재활용 규제 공백
"폐배터리 안전성 평가기준 마련 시급"
국내 대기업 너도나도 뛰어든 폐배터리
규제 공백 서둘러 보완 필요
  • 등록 2023-09-03 오전 9:00:00

    수정 2023-09-04 오후 12:34:46

산업계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탄소중립 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 및 탄소시장, 순환경제, 녹색금융 등 탄소중립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생태계 전반이 미흡하단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대한상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국내 내로라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엄선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제안한 100대 정책과제가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이데일리의 후속 보도를 통해 이행 수준을 점검하며 대한민국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의 성장을 함께 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사용 후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 평가기준을 신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대한상의 SGI는 순환경제를 통해 탄소중립 및 자원효율화를 도모하고 이를 위해 폐배터리 분야의 규제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를 통해 폐배터리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에 지난 5월 전달된 상태입니다. 안전성 평가기준 마련을 촉구한 배경 그리고 현재 이행상황을 본지가 후속 취재했습니다.

주요 대기업도 다 뛰어든 폐배터리 사업

대한상의 SGI는 “배터리의 탈거·운반·보관 과정에서의 폭발사고, 폐배터리의 재활용 전·후처리 공정 과정에서 유해가스 배출 및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선 해체 후 분쇄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중금속, 반응성 가스 노출 등 안전사고가 벌어지고 있어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중지를 모아야 한단 이야기입니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모든 문제는 사실 ‘안전성’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폐기물 관리는 순환경제 시대를 맞아 앞으로 점점 화두가 될 겁니다. 특히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 과정에서 문제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주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용 후 배터리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입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핵심광물 수거 및 재활용 의무화 정책 수요, 전기차 수요 증대에 따른 폐배터리 발생량의 증가 등으로 인해 2027년을 기점으로 리사이클 시장에 사용 후 배터리가 스크랩의 비중을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폐배터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선 이미 선두경쟁이 치열합니다. 배터리 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배터리 3사는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성일하이텍, 에코프로 등은 물론 미국의 어센드 엘리먼츠, 중국의 화유코발트 등과 손잡고 채비를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비(非)배터리사인 포스코, 현대차, GS, 두산, 영풍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폐배터리 사업 진출을 속속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산업군으로 폐배터리 사업을 꼽고 있습니다. 이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핵심광물의 상당 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데다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올해는 7000억원에 불과하지만 2030년 21조원, 2050년 600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기 때문입니다(SNE리서치).

그런데 폐배터리 사업이 주목받는 근본 이유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가 친환경 모빌리티를 추구한 결과물인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의 범주에서 폐배터리 사업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단 말입니다.

반도체를 뛰어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석유, 구리, 코발트, 리튬, 은, 납, 주석 등과 같은 핵심 자원이 50~100년 내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원추정량 예측치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재활용은 폐배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과 같은 핵심 광물과 소재를 추출한다고 해서 소위 ‘도시광산’으로도 불리는데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5년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수산화리튬 2만톤(t) △황산망간 2만1000t △황산코발트 2만2000t △황산니켈 9만8000t 가량을 회수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원자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자원확보가 중요해지면서 광물전쟁에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 바로 도시광산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정된 천연자원 체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인 이른바 ‘순환경제’라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의 한 조각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기후위기시대 순환경제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축시킬 수단이기도 합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자원의 체취에서부터 원료의 가공에서 발생하는 과정에서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발생량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신규 채굴 대비 리사이클시 낮아지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28%, 에너지 소비량은 68~75%에 달한단 분석입니다.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규제 공백

재활용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증가한단 비판이 이어진다면 ESG경영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수출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우선 거점수거센터로 이동하기 전까지 폐배터리를 안전하게 관리할 책임있는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꼽힙니다.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2021년 1월1일부터 전기차 소유주의 배터리의 지방자치단체로의 반납 의무가 폐지됐습니다. 현재는 정비업체나 보험회사가 배터리 소유권을 전기차 차주에게 인수해 거점수거센터로 매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단 지적입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보면 민간 폐차장에서 재사용 가능한 폐배터리가 거의 방치되어 안전하지 않게 관리되고 있단 걸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옵니다.

한 민간 사업자는 “폐차장에서 배터리를 받아본 적이 있는데 운송도 위험하게 했지만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아 재사용을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정부에서 안전성을 고려한 전처리 지침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대부분 현재 사용 후 폐배터리는 사고차량에서 발생한 것이 많습니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진 않는 균열과 내부 손상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성능평가 과정에서 화재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존재해 사고차량의 탈거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방안도 필요합니다.

이에 안전성 평가 및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을 요구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관련 폐기물 재활용업이 갖춰야 할 시설, 장비, 기술능력의 기준을 비롯해 재사용하는데 필요한 성능평가 기준 등에 대한 표준과 법이 필요하다”고 SGI는 지적합니다.

이에 본지가 안전성 평가기준과 관련한 후속 정부의 이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재사용에 대한 안전성 검사제도가 마련되고 표준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우선 지난 2022년 10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사용 후 배터리를 전기저장장치(ESS) 등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 검사제도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됩니다. 아울러 폐배터리 재사용에 대해 산업부는 국가표준(KS)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남은 과제는 재활용이나 유통 등에서 안전성을 어떻게 강화할지 여부입니다. 재활용은 환경부 소관입니다. 국회와 환경부는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를 놓고 9월 중 이해관계자 포럼을 개최할 계획입니다. 의견수렴을 거쳐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학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배터리 산업의 주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안전성이 담보된 정부와 민간의 재사용 및 친환경적 재활용 기술 개발도 동시에 병행 해아한다”고 강조하면서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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