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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KB증권은 올해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급히 수정했다. 당초 전망치는 1125원. 그런데 새해 환율이 1060원대로 곤두박질 치자(원화 초강세), 40원이나 하향한 1085원으로 낮췄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60원대다. KB증권의 올해 전망치보다 20원 안팎 더 낮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말이다. “전망치를 바꾸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요. 지금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외에 많은 금융사들도 연초부터 환율 예측치를 내리려 하고 있다. 으레 있어왔던 일로 보기는 어렵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돈이 비싸게 거래된다는 건 그만큼 나라 경제가 잘 나간다는 의미다.
문제는 그 속도다. 하락 폭이 너무 가파르다. 금융사들이 연초 환율 전망치를 내린다는 건 산업계가 경영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 폭도 예사로 보기 어렵다. KB증권이 환율 전망치를 하향(1125원→1085원)한 후 내놓은 각 산업별 영향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항공사·해운사 등 운송업종은 이익이다. 6000억원 가까운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270억원)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진짜 필요한 게 정부다. 시장 혼란 속에서 각 경제주체를 보호하는 일이다. 외국계 금융사 출신 한 고위인사는 “원화가 이렇게 오버슈팅 하는데 당국이 교정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환당국은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환율 급등락시 시장안정화 조치는 엄연한 ‘외환정책’이다. 당국이 이상하리만치 머뭇거리다보니, 나오는 소문들이 미국 눈치를 본다느니 문재인정부의 기조라느니 하는 것들이다.
환율을 조작하라는 게 아니다. 현재 롱 플레이(달러화 매수)가 가능한 건 사실상 당국 정도다. 국민들이 기댈 하나뿐인 언덕이다. 경기 호조에 따른 원화 강세는 반갑지만, 그 속도는 감내 가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