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33)씨는 2014년 협의이혼 한 뒤 4세 딸을 키우고 있다. 매달 200만원의 양육비를 받기로 했지만 한번도 받지 못했다. 정씨는 직업이 없어 친정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만, 전남편은 약사 자격증을 가진 회사원이다. 전남편은 본인 명의의 예금을 모두 빼돌려 추심 명령을 피해갔다. “재산이 없다”면서 양육비 지급을 미루던 전남편은 재산조회 결과 4건의 부동산, 고급 승용차, 상당 금액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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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이행관리원에 접수된 사례 대상 양육비 이행률은 지난 2015년 21.2%였던 것이 2016년 29.6%, 지난해에는 32%로 소폭 올랐다. 양육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이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낮은 수치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한부모 가족 255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5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간 양육비를 제대로 받고 있는 경우는 55.1%로, 절반에 가까운 한부모가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육비 받으려면 ‘기나긴 소송전’ 거쳐야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이를 받아내기 위한 소송 과정도 길고 복잡하다. 자녀가 있는 부부가 합의이혼을 하게 되면 양육비에 대한 합의가 함께 이뤄진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를 법적으로 강제해 받아내는 절차도 복잡하다.
만약 비양육권자가 재산이 있다고 보여지는 경우는 담보제공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한다. 법원에서 담보 제공에 대한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양육비 일시금지급명령 재판을 청구한다. 양육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비로소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구금하는 감치 신청이 가능하다.
양육비이행관리원 관계자는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난 후 이를 매월 이행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모아서 이행명령을 신청하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또 감치 소송을 해야한다. 이후에도 직접적인 감치로 이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면서 “소송 과정이 워낙 길고 복잡해 아예 소송을 포기하는 사람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감치 결정나도 3개월만 피하면 없던 일로
올해 발의된 가사소송법 개정안에는 현재 양육비 3개월 미지급 시 내려지는 법원 감치처분을 1개월로 당기는 내용을 담았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올해부터 국가에서 한시적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에 한해 해당 비양육부모의 동의가 없더라도 관계기관을 통해 소득·재산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됐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양육비 미이행은 아동학대로 간주된다”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일반 채권채무 관계로 여겨지다보니 관련 제재 강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정부 양육비 대지급제 추진이 어렵다면, 양육비 미이행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양육비 이행 관련 제도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제재 규정이 미흡했다”면서 “처벌이 미약하면 경각심이 없어질 수밖에 없어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역할 강화와 함께 양육비 미이행자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