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C공인중개사사무소는 “바로 입주할 수 있느냐는 매수자들의 문의 전화가 너무 많다”며 “문의가 많다 보니 집주인들도 호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주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전셋값을 견디다 못한 무주택자들이 실입주를 위해 6억원 언저리 아파트로 몰려서다. 그러나 임대차법 영향으로 세입자들의 ‘눌러앉기’와 맞물리면서 정작 매수자들이 실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는 더 귀해지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중저가 아파트에서는 실입주 가능 매물을 중심으로 신고가 릴레이가 이뤄지고 있다.
‘입주가능’ 매물 달랑 1개…호가는 5000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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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올해 하반기부터 심해진 전세난도 입주 가능 매물의 몸값을 뛰게 했다. 전셋값이 치솟자 무주택자들이 “차라리 집을 사자”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매매가 이어진 것이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탓에 매수는 6억원 이하 아파트로 몰리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이후 6억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은 늘고 있다. 월별 매매 건수를 보면 8월 29.3%, 9월 30.6%, 10월 34.8%가 6억 이하 아파트로 집계됐다. 집값 상승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점점 없어지는 추세인데도, 오히려 6억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은 늘어나는 모습이다.
등촌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보통 중저가 아파트는 투자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세입자 없는 집을 찾기가 더 어렵다”며 “무주택자들은 자금부담이 적은 중저가 아파트로 몰리다 보니 집 구하는 어려움이 더 가중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6억 미만 아파트에 몰려…신고가 릴레이
성북구 정릉동 정릉스카이쌍용 아파트 전용 59㎡도 최근 6억원에 실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6억원은 보금자리론 대출(LTV 70%·3억원 한도 대출 가능)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 가격으로, 중저가 아파트의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현재 해당 아파트의 입주 가능 매물의 호가는 6억원을 넘어 6억 3000만원에 형성해 있다. 세입자가 있는 매물의 가격 5억 6000만원보다 7000만원 가량 높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난이 가중되고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실거주 목적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이어질 거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등 수도권 전역으로 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높아진 전셋값으로 ‘차라리 집을 사자’는 무주택자들이 늘고, 이들의 여력상 중저가 아파트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서울에서 6억원 미만 아파트가 흔치 않은 탓에 중저가 ‘입주 가능’ 아파트는 더 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까지 더해지면서 이러한 추세는 서울을 지나 경기권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