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19)희귀 유전질환과 유전자 치료의 '꿈'

피부 대부분 벗겨지는 '연접부 수포성 표피 박리증' 앓던 9세 소년, 유전자 치료로 완치 '기적'
전 세계 70억 인구 중 10%는 크고 작은 유전질환 갖고 태어나
전기천공법, 유전자 총, 리포펙션, 바이러스 벡터 기법 등 다양한 유전자 치료 기술 임상 중
  • 등록 2018-12-23 오후 1:01:07

    수정 2018-12-23 오후 1:01:07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리포좀 수용 현상 기법’ 모식도. 그림=박찬우 과학커뮤니케이터.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와 독일 등의 국제공동연구진은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 냈다. 바로 희귀 유전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하산이라는 9세 소년을 살려 낸 것이다.

하산은 태어날 때부터 연접부 수포성 표피 박리증(JEB)이라는 희귀 유전병을 갖고 있었다. 약한 피부로 끊임 없는 수포(물집)가 생겨 피부가 벗겨지고 만성 영양결핍과 성장저하에 시달리는 이 병은 평균 기대 수명이 2년일 정도로 치명적인 유전병이다.

소년은 전체 피부의 약 80%가 벗겨져 화상을 입은 것처럼 시뻘겋게 진피가 드러난 상태였다. 피부는 바깥쪽부터 크게 각질, 표피, 진피로 구분된다. 이 병은 피부의 표피와 진피가 떨어지지 않게 고정을 담당하는 특수 콜라겐 같은 단백질이 결핍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한다. 표피는 우리 몸 면역시스템의 첫 관문으로 표피가 없으면 각종 외부 세균 감염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줄기세포를 활용한 피부 이식을 시도하기로 한 국제연구진은 먼저 소년에게서 4㎠의 피부 조직을 채취했다. 다음으로 이 피부 조직에서 얻은 줄기세포에 돌연변이가 없는 정상 유전자를 넣은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이후 이 세포를 통해 만들어진 표피를 소년의 벗겨진 피부에 이식했다. 놀랍게도 약 8개월이 지난 뒤 소년은 대부분의 피부가 정상 피부로 돌아오는 기적을 경험했다. 이 같은 치료법은 유전자 치료 기술 중 하나로 바이러스 벡터(Virus Vector) 기법이라고 한다.

연접부 수포성 표피 박리증. 사진=박찬우 과학커뮤니케이터.
전 세계 약 70억 명의 인구 중 10%정도는 크고 작은 유전성 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7억 명 정도가 경미한 수준부터 치명적인 단계까지 유전병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의료계와 생명공학계에서 시도 중인 유전질환 치료 기법으로는 하산을 치료한 바이러스 벡터 외에도 유전자 전압 차 주입(Gene electroporation), 유전자 총(Gene gun), 리포좀 수용 현상 기법(Lipofection) 등이 있다.비정상의 유전자를 가진 몸 안에 정상 유전자를 주입하는 형질도입이 유전자 치료의 기본 개념이다.

가장 어려운 작업은 세포막 뚫기다. 세포의 내외부를 경계 짓는 세포막은 지방 성분인 인지질 이중층으로 돼 있는 반면 유전자(DNA)는 물에 잘 녹는 성분으로 돼 있기 때문에 세포막을 뚫고 유전자를 주입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유전자 치료 기법은 세포막을 뚫는 방법론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유전자 전압 차 주입은 ‘전기천공법’으로도 불리는 기술로 인위적으로 세포막에 전기자극을 가해 구멍을 뚫어 유전자를 넣어 주는 방식이다. 적당한 조건을 맞춰주면 비교적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유전자 도입법 중 하나다.

리포좀 수용 현상 기법은 인간이 원하는 물질을 세포 내로 전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인지질 막인 ‘리포좀’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리포좀은 세포막과 주성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정상 유전자를 넣은 리포좀을 세포막에 접근시키면 융합 작용이 이뤄지며 원하는 유전자가 주입되는 물리화학적인 방식이다.

유전자 총 기법은 간단히 말하면 유전자(총알)를 세포(과녁)에 고속으로 쏘는 방식이다. 생체 내에서 반응성이 가장 약한 금속 중 하나인 금의 미세입자에 원하는 유전자를 코팅하고 이를 고속으로 세포막으로 날려 보내 이를 뚫는다. 높은 기압차를 이용한 생명공학 기술의 하나로 주로 품종 개량 곡물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위 기술들은 아직까지는 아쉽게도 인체의 유전성 희귀질환에 대해선 임상 단계 수준이다.

도움말=박찬우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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