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가려주는 광대역 스텔스 물질 공개···미래전 판도 바꾸나

파동에너지극한에너지제어연구단, 메타물질 개발
30cm 시제품서 가능성 확인···항공기·함정 적용 추진
설계·제어기술 핵심···물체 탐지 거리·가능성 줄여
  • 등록 2023-11-08 오후 12:00:00

    수정 2023-11-11 오전 11:14:27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게 바로 메타물질 전파흡수체 기술을 적용한 소재입니다.”

지난 3일 한국기계연구원의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전시관에서 만난 최태인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연구위원이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시제품을 들고 이같이 설명했다.

국방과학연구소 부소장, 한국기계연구원장을 지내 국방과학기술에 정통한 최 연구위원은 “마이크로파 대역 전자기파를 흡수해 레이더 반사 단면적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메타표면 설계·제조 기술을 적용한 시제품(가로30cm*세로30cm)을 통해 성능을 확인했다”며 “적군의 레이더 탐지 거리를 줄여주는 효과를 주고 넓은 주파수 대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816억 2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개발한 파동에너지 제어기술을 토대로 ‘스텔스 물질’을 개발했다. 연구단 선정 초기 ‘사기꾼 아니냐’, ‘머나먼 기술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위원들의 시각을 딛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집념 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이날 공개한 물질은 레이더 탐지에 필요한 전파를 90% 흡수해 전투기나 함정의 탐지율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 중요하다.

최태인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연구위원이 메타물질 전파흡수체 기술을 적용한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자연계에 없는 메타물질 적용

최근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상온 초전도체(LK-99),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맥신 대량생산 연구로 증권시장이 요동친 것처럼 경기침체 속 우리나라 연구진이 신물질을 개발하기를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따라 국방과학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은 개발한 기술을 시제품으로 만들어 실제 해군 함정 등 국방 산업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의 은폐율을 높여 앞으로 ‘게임체인저’ 기술로 미래 전쟁의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이 될지 관심이다.

기존 스텔스 방식은 도료를 바르는 방식을 이용해 물체를 은폐한다. 쉽게 말해 위장 크림을 발라 숨기는 것과 유사하다. 전투기 한대에 칠해야 하는 도료가 무겁고 비싸다. 게다가 외부 환경에 도료가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칠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단은 메타물질에 주목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메타물질을 활용한 무기체계 연구를 활발하게 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수 분야에서 메타물질 연구, 사업화가 진행하면서 메타물질을 국방 분야에 적용해 레이더 추적을 회피할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없는 물질 특성을 지닌 인공구조물을 뜻한다. 메타물질은 크게 전자기 메타물질과 역학 메타물질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기 메타물질을 제어하면 물질의 전기적 특성을 결정하는 전기유전율, 자기투자율을 제어할 수 있다. 역학 메타물질을 제어하면 밀도, 탄성률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쉽게 말해 물질 구조적으로 파동의 진행 방향을 제어하거나 전자파 흡수·제어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

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장이 메타물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연구단은 폴리이미드라는 플라스틱 기판에 일반적인 전도성잉크(전기 전도성을 높여 전자기기 배선, 회로, 전극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쇄기술)를 활용해 비싼 도료 대비 가격을 낮췄다. 메타물질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기존 부품 사이에 끼워 넣을 수도 있다. 공정 단계부터 스텔스 기능을 갖춰 도료를 바를 필요가 없게 만들 수 있다. 연구단 실험 결과에서도 자연계 물질 영역보다 더 넓은 파장대역의 전자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연구위원은 “90% 은폐는 사실상 연구단계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마쳤다는 뜻으로 전투기, 함정 등 국방산업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최적화 연구와 함께 보완 연구가 이뤄진다면 은폐율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투기 캐노피·헬기 투명창에도 적용 가능

연구단이 이날 함께 공개한 기술은 투명 전자파 흡수체 기술이다. 기존에 도료를 바르는 방식에서 한계점이 캐노피(전투기 윗부분)이나 헬기의 투명창, 잠수함 유리창에는 투명도, 물질 굴절을 이유로 도료를 바르기 어려웠다. 이 부분에 한해서는 스텔스 기능을 갖추기 어려웠다.

그런데 연구단은 리소그래피 방식으로 그래핀을 식각(부식작용을 이용한 표면 가공)으로 메타공진(증폭) 패턴을 구성해 마이크로 대역 전자기파를 흡수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래핀을 이용해 투명도는 높였다. 아직 완전하게 투명하게 만들기는 어렵지만 도료를 바르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연구단은 메타물질 연구 성과를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등에 공개하고, 항공기, 전투함, 전투기 등에 물질을 적용해 국방 산업 발전을 이끌 계획이다.

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장은 “연구단은 지난 10여 년 간 성과를 바탕으로 파동에너지제어 핵심기술들을 개발해 왔다”며 “특히 스텔스 기술은 일반 생활, 국방 분야에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왔기 때문에 앞으로 메타물질을 적용해 국방산업의 장비나 시스템 성능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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