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대용 기자] 친(親) 여권 인사들로 구성된 열린민주당이 검찰의 권한을 줄이겠다며 최고 책임자의 명칭을 검찰총장에서 검찰청장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실현 가능성은 물론 구상 자체에 대한 비판이 법조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이 헌법에 규정돼 있어 변경 자체가 간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약의 발상 자체가 표면적으로만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내세우고 있을 뿐 실제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미움’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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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60·사법연수원 18기) 건국대 교수는 1일 “‘검찰총장’이라는 용어 자체가 헌법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바꾸는 건 헌법 개정 사안”이라며 “법률 등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헌법연구관 출신 A변호사도 “헌법에 명칭이 규정돼 있는데 이를 법률로 바꾸긴 어렵다”고 말했다.
헌법 제89조 16호는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의 임명에 대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청법을 비롯한 법률 등을 개정해 검찰총장을 검찰청장으로 수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셈이다. 검찰청법은 헌법에 쓰인 명칭에 따라 제12조 1항에서 `대검찰청에 검찰총장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며 총장의 권한과 역할을 정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률 개정도 쉽지 않은데 헌법 개정이 쉽겠냐”며 “임의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명칭 변경이란 공약 자체가 실효성 없는 ‘화풀이’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총장이 가진 권한 분산은 허울일 뿐 현 정권 관련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인사와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운 윤 총장에 대한 보복 조치 차원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서초동의 B변호사는 “검찰총장이란 용어 자체는 검찰 사무를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수사 독립을 지키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 아니겠냐”며 “지금 총장을 청장으로 바꾸자는 건 윤 총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직위를 폄하시키려는 것 정도로만 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단지 정권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이런 공약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건 검찰개혁이 아니라 검찰을 자신들 뜻대로 손아귀에 두려는 작업에 불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C변호사도 “윤 총장을 임명한 게 현 정권 아니냐”며 “칼을 쥐어줄 땐 언제고 이제는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검찰청장 운운하는 발상과 의도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