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팔레스타인 출신 문명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는 문명의 충돌을 `무지의 충돌`이라고 주장한다. 서구인들이 바라보는 신비로운 동양의 모습, `오리엔탈리즘`은 무지에서 비롯된 왜곡된 편견이 투사된 허상이라고.
1000만 독자가 읽은 국민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교수가 새롭게 시작한 시리즈 `가로세로 세계사`도 이같은 역사관에서 출발한다.
백인은 유색인종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고,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은 다른 종교에 관심도 없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한 민족은 자신의 이익과 행복에만 관심을 쏟을 뿐 다른 민족의 고통과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이 세상은 온통 전쟁, 분쟁, 테러, 내전으로 얼룩져있다.
이 교수는 `먼나라 이웃나라`로 미국·일본·유럽 등에 치우친 강대국의 세계사를 보여줬다면 `가로세로 세계사`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잃어버린 세계사의 반쪽을 찾겠다고 이야기한다. 서양의 관점에서 쓰여진 백인이 주인공인 반쪽짜리 세계사가 아닌 세계인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균형잡힌 세계사를 펼쳐 보이겠다는 것.
최근 시리즈 첫 권으로 출간된 `발칸반도, 강인한 민족들의 땅` 편에서는 21세기 분쟁의 핵심에 자리잡은 민족주의와 그리스, 불가리아, 루마니아, 알바니아, 유고슬라비아 등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분쟁지역인 발칸반도를 돌아본다. 김영사. 1만1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