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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역사적인 날이다. 20년만에 3당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139석, 새정치국민회의 79석에 이어 김종필 전 총리가 충청권을 기반으로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이 50석을 얻으면서 3당 체제를 구축한 것을 마지막으로 줄곧 양당체제가 이어졌다. 총선내내 기득권 양당 체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새정치를 내세운 국민의당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어간 셈이다.
그리고 이제 1년6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제3당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어떠할까. 국민들은 여전히 제3당체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을까.
그 사이 전임 대통령은 탄핵됐고 정권은 바뀌는 등 정치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현재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5~6%대에 그치고 있다. 지지율만 보면 제3당체제는 이미 실패했거나, 최소한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 대표가 제시한 바른정당 통합은 국민의당의 현재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고육지책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정된 지역 기반의 한계로 몰락한 자민련에게서 국민의당의 미래를 투영했을 지도 모른다.
다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안 대표가 조급증을 버리고 초심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대 국회가 들어서고 제3당의 출현에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았다. 지겨운 싸움질만 되풀이하는 양당체제를 벗어나 드디어 정치다운 정치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30년래 가장 빠른 원구성 협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실망감은 쌓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양당제를 비판하면서 등장했다. 하지만 대안없는 비판은 자칫 양비론으로 빠지기 쉽다. 또 단순히 거수기 노릇만 한다면, 이중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분명한 원칙하에서 선제적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는 무조건 비판 대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0대 총선에서도 국민의당은 끝내 민주당과 공식적인 연대를 선언하지 않았다. 선거를 고려한 정치공학적 연대는 옳지 못하다는 원칙 때문이다. 오히려 무리한 연대로 당내 갈등이 폭발할 경우 당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 때도 국민의당 의원들의 활약상은 통합론 갈등에 묻혀버렸다.
분명한 것은 국민의당의 존립이 한국 정치역사에서 단순히 한 정당의 존망성패로 기록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제3당체제가 존속할 수 있는지 여부가 국민의당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